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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30화.
작성일 : 19-07-12 22:39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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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집 안 역시 협소하다. 혼자 사는 것인지 가구라고 할 것도 거의 없이 기본적인 것만 있다. 탁자와 의자, 식기도구와 일인용 침대. 흔한 화분조차 없다. 간단하다 못해 없어 보인다. 딱히 앉을 데라고는 탁자에 있는 의자가 전부였기에 둘은 차례대로 그곳에 앉았다. 의자인지 탁자인지 모르겠지만, 신선한 나무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즐겨 드시는 차가 혹시 있으십니까?”

 

 “전 아무거나 괜찮아요.”

 

 “홍차 있어요?”

 

 멋쩍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와 달리 다니엘레는 다소 뻔뻔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자 그는 변명 아닌 변명을 덧붙였다.

 

 “제대로 된 차를 못 마신 게 너무 오래 돼서요.”

 

 “잘 됐네요, 마침 홍차가 조금 남았거든요.”

 

 “여기에도 홍차가 있어요?”

 

 “아예 다른 건 아니니까요. 기본적인 뿌리는 같죠.”

 

 김이 오르는 차를 둘 앞에 놓으며 의자를 끌어당겨 앉은 사마라스는 잠시 시선을 멀리 던졌다.

 

 “목소리에 대해 설명해 드리려면 밀림이 연관되어 있으니 처음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이곳은 여러분이 있는 곳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죠. 건물의 외관이나 사람들의 외모, 언어 같은 부분 말이죠. 제가 여러분의 말을 듣고 말하는 건 저희가 모시는 신의 도움으로 가능한 겁니다.”

 

 “우리가 신성력이라고 부르는 것 말입니까?”

 

 “그런 개념이죠. 다만 여러분의 힘은 간접적이고 저희는 좀 더 직접적입니다. 그만큼 활용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요?”

 

 루치아의 말에 사마라스는 눈을 감고 탁자를 천천히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열 번쯤 두드렸을 때 그는 다시 눈을 뜨고는 자신의 찻잔 위를 손으로 덮었다.

 

 “이런 겁니다.”

 

 그가 손을 천천히 빼자 안에 있던 차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조금의 흙과 함께 새싹이 돋아났다. 루치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사마라스는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여러분의 것은 사람을 죽이거나 보호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신성력은 밀림이 생기고 나서 나타났습니다. 그 세계의 신이 부여한 것이죠. 다만 직접 준 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태생적으로 강하고 약한 사람이 있기에 신성력을 담을 수 있는 크기도 전부 제각각이죠. 누구는 이만큼만 가질 수 있고, 누구는 이 집만큼이나 담을 수 있는 거고 어떤 이는 없다시피 할 수 있는 겁니다.”

 

 사마라스는 손등으로 찻잔을 옆으로 밀어냈다.

 

 “쉽게 말하자면, 신과 직접 소통이 가능하냐, 아니냐의 차이입니다. 제가 방금 눈을 감았던 거 기억하시나요? 그때 저는 신에게 물은 겁니다. 새싹을 틔워도 되겠느냐고.”

 

 “…그게 가능하단 말입니까?”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음, 이렇게 말씀드리면 되겠군요. 신마다 이름이 있고, 그 이름에 걸맞은 다른 자세를 취하죠. 그쪽 세계의 신은 방관의 신입니다. 행하는 것을 사람에게 맡기고 웬만해서는 개입하지 않죠.”

 

 다니엘레는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그는 머리를 벅벅 긁었다. 루치아 역시 인상을 구기며 팔짱을 꼈다.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가 사마라스를 향해 말했다.

 

 “신에 대한 건 저희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리 자세히 알고 계신 거죠? 혹시 이것도 신과 소통을 할 수 있기 때문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이건 저희 선조가 쓴 책에서 알아낸 겁니다.”

 

 이번엔 다니엘레가 대뜸 말했다.

 

 “선조분들은 어떻게 안 겁니까?”

 

 “글쎄요, 그건 그들만이 알고 있겠죠. 물론 완전히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쪽 세계에서는 전부 들어맞는 말이라서 가장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치고서 루치아와 다니엘레가 딱히 입을 열지 않았기에 사마라스는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입을 열었다.

 

 “밀림이 생긴 이유는 아십니까?”

 

 “대충은 알고 있죠.”

 

 “그렇다면 밀림이 왜 거기에 생겨났고 신기루는 왜 거기서 정반대에 있는 이유도 알고 계십니까?”

 

 다니엘레는 고개를 내저으며 차를 마셨다.

 

 “그들을 그곳으로 추방한 건 그 대륙의 남서쪽에 있는 섬에 신의 재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기루가….”

 

 “잠깐, 신의 재단이요?”

 

 도중에 말을 끊은 다니엘레가 잘못 들었다는 듯 말했다. 루치아 역시 금시초문인 듯 그를 바라봤다.

 

 “아마 모르셨을 겁니다. 그 섬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는 사람은 없겠죠. 애초에 그렇게 유지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요, 사마라스.”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심각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사마라스는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잠시 고민했다.

 

 “재단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고 신의 품 안에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습니다. 다만 그들의 뜻에 따라 발견하느냐, 못하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여러분의 신은 그저 알려지기 싫으셨을 뿐입니다.”

 

 고개를 살짝 돌리며 뒷머리를 긁은 다니엘레는 답답함에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신은 그저 막연하고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확인이 되지 않은, 신성력을 알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던 존재였다. 그런데 신은 실재하고 게다가 소통까지 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이런 얘기를 들으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살아온 인생이 놀아난 기분이 들었다.

 

 “신의 영역에 다른 신이 간섭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기루는 그곳에서 최대한 먼 곳에 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밀림에서 나온 자를 봤을 때 신께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죠.”

 

 말을 맺으며 사마라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적막이 찾아왔다. 사마라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새 찻잔을 가져왔다. 차분하게 한 모금 마시며 그는 루치아와 다니엘레가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엄지와 검지로 감은 눈을 꾹꾹 누르던 다니엘레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하시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루치아 씨의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그 목소리들은 밀림에서 죽은 자들의 영혼입니다. 밀림에서 죽은 그들 중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들이 떠나지 못한 채 영혼만 남아 신기루가 있는 곳으로 온 거죠.”

 

 루치아는 초점 없는 눈을 바닥에 둔 채 그때의 일을 떠올렸다. 악에 받친 채 지르던 목소리와 분노만 남은 목소리, 한없이 슬픔에 젖은 이가 있었고 떠나지 못한 채 남겨져 체념한 목소리까지 전부 제각각이었다.

 

 사마라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밀림이 생긴 이유를 마티아에게 들어 알고 있기에 쫓겨난 것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 고향을 그리워하는 게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에 잠겨있는 그녀를 뒤로 한 채 다니엘레가 심각한 얼굴로 사마라스를 바라봤다.

 

 “그러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얘깁니까?”

 

 그는 대답 대신 품에서 손바닥만 한 원형의 보석을 꺼내어 다니엘레에게 내밀었다. 파란색과 초록색 사이의 빛을 내고 세로로 길며 양 끝이 뾰족했다. 보석은 겉보기와 달리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용도인지 묻기 전에 사마라스가 먼저 말했다.

 

 “그자 안에 있는 영혼이 본체를 삼켰을 때 그걸 몸 안에 박아넣으시면 됩니다. 그러면 영혼은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영원히 갇히게 되죠. 보석이 깨지지만 않는다면요.”

 

 “지금 영혼은 원래 주인이 유지하고 있는데요?”

 

 “죽을 위기에 처하면 드러낼 겁니다.”

 

 다니엘레는 잠시 간격을 두더니 정말 말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으로 띄엄띄엄 말했다.

 

 “하지만 전……지금 그를 이길 수 없어요.”

 

 루치아는 일부러 잠시 고개를 돌렸다. 자존심이 잔뜩 상한 다니엘레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입술을 깨물었다. 무거운 침묵도 잠시, 사마라스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제가 직접 도와드릴 순 없지만, 보조는 해드릴 수 있죠.”

 

 다니엘레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재단으로 가시죠. 거기까지 데려다 줄 친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까 말한 남서쪽의 그곳을 말하는 겁니까?”

 

 “네.”

 

 “거기에 가면 뭘 얻을 수 있는 거죠?”

 

 사마라스는 검지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켰다.

 

 “신성력이요. 다니엘레 씨의 그릇은 본인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루치아 씨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지금 담겨있는 양이 그것보다 한참 적어요. 재단 안에는 물그릇이 있습니다.”

 

 목이 마른 지 잠시 말을 멈추고 사마라스는 남은 차를 마셨다.

 

 “그 안의 물을 드시면 됩니다, 간단하죠?”

 

 “…그게 끝인가요? 그냥 물만 마시면 신성력이 늘어나는 거에요?”

 

 사마라스의 말이 허무한지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며 다니엘레는 무슨 기대를 한 거냐는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봤다. 그리고는 다시 사마라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얘기는 끝났군요. 그나저나 도와준다는 친구는 언제쯤 오는 겁니까?”

 

 사마라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미 한 번 봤을 텐데요. 여기 들어오기 전에 반기던 친구를 못 보셨습니까?”

 

 한쪽 눈을 찡그린 채 생각하던 다니엘레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새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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