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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29화.
작성일 : 19-07-11 23:50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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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실제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은 점으로 보였던 그것은 이제 손바닥만큼 커졌다. 거대한 새였다.

 

 “선배…?”

 

 “부르지 마. 나도 당황스러우니까.”

 

 어쩌냐는 듯 묻는 그녀에게 그는 그렇게 답했다. 도망쳐야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가 다시 사그라들었다. 전력으로 뛴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새는 한 번씩 크게 날갯짓을 할 때마다 거대한 바람이 일었다.

 

 둘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하늘을 한 바퀴 선회한 새는 그들과 신기루 사이에 하강하더니 사뿐히 내려앉았다. 고개를 한참이나 쳐들어야 얼굴이 보일 정도로 거대했다. 깃털은 없다. 석탄처럼 새까만 피부 때문인지 흰자에 노란 눈동자가 더욱 섬뜩하게 보였다. 날카로운 부리는 그것에 찍히면 그대로 몸통이 관통당할 것만 같다.

 

 거대한 새는 날개를 접은 채 그들을 바라봤다. 어떠한 위협적인 자세는 없다. 그저 바라만 봤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은 섣불리 어떤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거슬렸다가는 그대로 끝장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게 도대체 뭘까요? 본 적도,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그것보다 왜 지금 이 시점에 나타나 저곳에 착지했는지 궁금하지 않냐?”

 

 아닌 게 아니라 정말 그렇다. 거대한 새는 마치 자신이 이곳을 지키는 수호자라도 되는 양 신기루를 가로막고 있다. 루치아는 떠올린 생각을 묻지 말하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 섞인 눈빛으로 새를 바라봤다.

 

 “가보자.”

 

 다니엘레는 천천히 목걸이를 앞으로 내밀었고, 우연의 일치인지 새는 호기심을 가진 듯 그것을 유심히 바라봤다. 루치아는 힘을 잔뜩 준 채 다니엘레의 팔을 부여잡았고, 다니엘레는 최대한 새에게 떨어져 걸었다. 물론 목걸이는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 했다.

 

 “…….”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새는 흥미를 잃은 것인지, 목걸이를 알아차린 건지 고개를 돌리더니 몸을 웅크렸다. 낮잠이라도 자려는 모습이다. 다니엘레는 멈춰 서고서 목걸이를 손에서 떼었다. 새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맞는 것 같지?”

 

 “여길 지키고 있는 거라고 말씀하고 싶으시다면, 그런 거 같네요.”

 

 그는 루치아에게 말도 하지 않고 걷는 속도를 올렸다. 루치아 역시 불평불만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새에게 고정되었다. 문득 떠오른 듯 그녀는 다니엘레에게 물었다.

 

 “목걸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 전에 미쳐버렸겠지.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은 왜 하는 거냐? 재수 없게.”

 

 “궁금하니까 그렇죠.”

 

 툴툴거리며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는 그녀를 무시한 채 그는 계속해서 걸었다. 신기루를 둘러싸고 있던 연기는 어느새 사라졌다. 열 발자국도 남지 않았음에도 이곳과 저곳의 이질감은 여전했다. 전체가 땅 위에 연기처럼 떠 있는 것만 같았다. 호수는 조금의 파동도 없고, 마을에서는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을씨년스러울 법하지만, 오히려 그들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누군가 나오기라도 했다면, 그것대로 난감한 일이기 때문이다. 성큼성큼 걸어가 단숨에 경계선 앞에 서자 구름이 신발에 닿았다. 다니엘레는 머뭇거림 없이 안으로 발을 디뎠다. 눈을 감았다가 뜨는 찰나의 순간 이질감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었다. 앞은 백지처럼 하얬다. 귀에서 삐, 이명이 들려온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섣불리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서서 루치아의 팔을 놓지 않으려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시야는 가운데부터 서서히 돌아왔다.

 

 모래가 아닌 돌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바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으로 건물이, 그리고 전체가 보였다. 건너오기 전과 대부분 똑같다. 금빛이 아닌 평범한 색깔이라는 것만 빼고.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시선을 멀리 던져봤지만, 비슷한 건물들이 보일 뿐 사막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사막을 건너온 게 착각이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건물의 구조는 그들이 살던 곳과는 조금 달랐다. 지은 재료 또한 다른 종류의 것이다. 건물들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균형이 맞춰져 있는 게 이곳을 만들 때 구석구석 세세하게 설계를 끝마치고 시공한 것이 틀림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거리의 바닥은 정사각형의 회색 벽돌이 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이어져 있다. 거리와 건물의 경계가 자연스러웠다. 넘어오기 전은 낮이었지만, 지금 이곳의 하늘은 오로라가 펼쳐진 밤이다. 하지만, 어디서 빛이 나오는지 밝았다. 하늘은 어두웠지만, 낮처럼 모든 게 식별이 가능했다. 확실히 무언가 달랐다.

 

 “들어와서 다행이긴 한데요. 이다음이 문제네요.”

 

 젖어든 감상이 다 마른 그녀가 핵심을 짚었다. 다니엘레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길은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 있는 게 전부였다. 며칠 내내 제대로 씻지 못해서인지 다니엘레는 등을 긁으며 질렸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가다가 누구 붙잡고 물어보면 되겠지 뭐.”

 

 “뭐라고 물어보실 건데요?”

 

 “그건….”

 

 말문이 막힌 그는 시선을 피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면 도대체 중요한 게 뭔데요?”

 

 “시끄러워. 내가 어련히 다 알아서 하는데 뭐 그리 따지는 게 많냐?”

 

 순간 욱한 루치아가 이를 앙다물며 손을 꽉 쥔 채 부르르 떨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더니 과하게 놀라는 척을 했다.

 

 “오, 그러다 한 대 치겠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 다니엘레는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고, 루치아는 인상을 구긴 채 화를 삭였다. 그녀는 그가 장난으로 골리는 게 더 얄미웠다. 그간 참던 그녀가 한마디 하려는 순간 다니엘레가 고개를 홱 돌렸다.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고개도 그쪽으로 돌아갔다. 길 끝 분수대가 있는 곳에 사람이 서 있는 것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장난칠 때가 아닌 것 같다.”

 

 “전 장난 아니었거든요?”

 

 다가오는 사람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들은 말을 주고받았다. 먼저 다가가기에는 뭔가 꺼렸다. 분수대 앞의 사람은 혼자였다. 그들을 먼저 봤는지, 다니엘레가 그 사람을 봤을 때는 이미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고 느껴지자 그 사람은 다가오기 시작했다.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이곳에서 낯선 사람이 가까이 오자 원인 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거리가 좁혀지자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됐다.

 

 모든 게 선명하지만 꿈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베어 나오는데도 몽롱한 기분이 들었다. 평범한 얼굴이다. 하지만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오랜 세월을 보낸 늙은이로 느껴지다가도 이십 대의 청년과도 같은 풋풋하고 생기 넘치는 기운이 느껴졌다.

 

 백옥 같은 피부, 붉은 입술. 날렵한 콧등과 긴 속눈썹을 가진 눈. 머리를 올리지 않고 내려서 그런지 차분한 인상을 줬다. 손목까지 오는 얇은 검붉은 색의 로브를 입어서 제대로 분간이 되지 않았지만, 평균보다 탄탄한 체형이다. 남자는 다섯 걸음을 앞두고 멈춰 섰다. 그리고는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두 분이 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놀라셨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요르고스 사마라스고 이 나라의 신을 가장 가까이 모시고 있는 사람입니다.”

 

 잔잔하게 울리는 중저음의 목소리는 감싸듯 부드럽다. 다니엘레와 루치아는 공격성이 없고 그의 말만으로 보자면 일단 우호적이기 때문에 팽팽히 당겨졌던 긴장을 풀었다. 다니엘레는 호흡을 고르고선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은, 우리가 여기로 올 걸 알았다는 얘기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자가 밀림에 있는 영혼과 만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죠.”

 

 “그런데 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루치아를 보며 사마라스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다는 듯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얘기가 길어질 것 같군요. 일단 저희 집으로 가시죠.”

 

 옅은 웃음을 머금은 사마라스는 천천히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어쩔 도리가 없는 둘은 그저 그의 뒤를 따랐다. 분수대를 지나 훨씬 위쪽으로 갔음에도 여전히 사람은커녕 인기척조차 없다. 그런 그들의 의문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인지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두 분의 눈에는 이곳의 주민이 보이지 않을 겁니다. 그분들도 마찬가지죠. 여기는 여러분에게 실체하지만, 그렇지 않으니까요.”

 

 “이 목걸이와 비슷한 개념인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그의 말을 들은 사마라스가 소리를 길게 뺐다.

 

 “음, 크게 보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 그리고 손은 놓으셔도 됩니다. 여기는 안전해요.”

 

 그의 말에 다니엘레는 그녀의 팔을 잡은 손을 떼냈다. 루치아와 함께 둘 다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놓은 손에서는 아직 그녀의 감촉이 느껴졌다. 민망함에 헛기침한 루치아가 이곳에 적응했는지 사마라스에게 물었다.

 

 “저기, 저희가 오는 것을 보셨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사막에서 제가 들은 그 목소리들은 도대체 뭐였죠?”

 

 사마라스는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입을 다문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껄끄러워하는 것 같다. 작은 계단을 다 올라서자 작은 집 하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아주 옅은 갈색 나무로 만든 집은 뒤로 나 있는 산과 잘 어울렸다. 작은 정문 하나에 바로 오른쪽으로 네모난 창문이 달려있고, 그 위에는 그보다 더 작은 창문이 달려있다. 사마라스는 문을 열며 그들을 돌아봤다.

 

 “일단 들어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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