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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태동-끝
작성일 : 16-09-28 12:27     조회 : 418     추천 : 4     분량 : 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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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가 팔을 뻗었다. 요른의 검이 라비의 팔을 사선으로 벴다. 그러나 검은 팔을 베어내지 못했다. 팔에 닿기도 전에 요른의 검은 단단한 장벽과 마주해야만 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장애물이었다.

  요른은 곧바로 몸을 낮춰 라비의 옆구리를 노렸다. 검이 향하는 곳은 정확했지만 닿지 못했다. 요른은 인정했다. 그녀는 가벼운 로브만을 걸치고 있지만, 지금껏 베어 본 무엇보다 단단했다. 요른이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그 손은 왜 뻗고 있지?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일 것 같은데.”

 

  라비는 대답 대신 손을 움켜쥐었다. 요른은 누군가 자신의 몸을 잡아 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 몸이 터져나갈 듯한 압박에 피를 토했다.

 

  “내가 널 필요로 했던 건 네가 나보다 강해서가 아냐.” 라비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검왕을 힐끗 보며 말을 이었다. “망설이지 않기 위해서지.” 검왕의 주먹은 라비의 얼굴을 의미 없이 지나쳤다. 검왕이 외쳤다.

 

  “육신만 있었더라면!”

 

  라비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도 알거예요. 그럴 수 없다는 걸. 그보다 자식을 구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라비가 다그쳤다. “아들이 죽기 전에 명령을 철회하세요.”

 

  검왕이 이를 갈며 말했다.

 

  “지금은 무릎을 꿇어도 언젠가 내 아들이 널 죽일 것이다.”

 

  라비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네. 할 수 있다면요.”

 

  검왕이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그리고 요른에게 외쳤다.

 

  “아들아! 패배를 인정하고 이 자를 따라라!”

  “패배를 인정하겠나?”

 

  라비가 묻자, 요른이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가 쥐었던 손을 풀며 말했다.

 

  “잘 생각했어.”

 

  그 순간, 요른이 뛰쳐나왔다. 그는 검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라비가 미처 대응하기 전에 요른은 이미 라비의 품 안에 파고들었다. 그의 검이 매의 속도로 라비의 가슴을 향했다. 그러나 검은 작은 간격을 남겨두고 나아가지 못했다.

 

  “비겁하군.” 라비가 책망하자 요른이 씩 웃었다.

  “종종 사과하러 들르지 뭐. 어차피 여기 살 게 될 테니까.”

 

  그리곤 요른은 일갈했다. 검에 서린 푸른 기운이 빛을 발했다. 검 끝이 조금씩 라비에게 가까워졌다. 라비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요른의 코와 입에서 피가 흘렀다. 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푸른 기운은 검을 넘어 요른의 몸을 타고 흘렀다. 그의 외침은 비명으로 변했다. 검왕이 아들의 몸을 떼어내려 했지만 그의 손은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 오히려 요른의 기운이 검왕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때, 검왕은 마치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꼈다. 순간 검왕은 요른이 더 강한 힘을 쏟아주길 원했다. 그와 동시에 아들을 희생시키려 했다는 자책이 찾아왔다. 검왕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요른을 지켜보던 라비가 말했다.

 

  “너, 죽을 거야.”

 

  요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하얗게 뒤집혀 있었다. 검왕이 외쳤다.

 

  “제발! 제발 살려주게!”

 

  라비가 요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죽이고 있는 게 아니에요. 자기 멋대로 죽으려는 거지.”

 

  검왕이 말했다.

 

  “말릴 수 있지 않나! 제발 멈춰주게!”

 

  라비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요른의 상태를 확인했다. 정신은 잃은 지는 이미 오래였다. 비명도 들리지 않았다. 집념만이 그를 움직이고 있었다. 라비는 생각했다. 이 성격은 타고났던 거군. 라비는 지금의 요른에게서 과거, 자신에게 달려들던 검황 요른의 모습을 봤다. 이대로 죽긴 아깝지. 라비가 말했다.

 

  “이제 그만해.”

 

  그러자 요른의 몸이 요람 속의 아이처럼 기우뚱거리며 라비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그런데도 요른은 자세를 풀지 않았다. 라비는 요른에게 다가가 그의 눈을 쓸어내렸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요른은 잠들었다. 검왕은 바닥에 쓰러진 요른 위에서 흐느꼈다.

 

  라비는 한숨을 쉬며 더러워진 옷을 털었다. 그때, 무언가가 라비의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봤다. 셔츠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라비는 고개를 돌려 요른과 그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봤다. 요른의 검은 까맣게 변색 돼 있었다.

 

  ***

 

  요른은 배낭을 메고 검왕을 안았다. 검왕이 요른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몸조심하거라.”

 

  요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비가 말했다.

 

  “가지.”

 

  요른은 라비를 따라 떠났다. 검왕의 유령은 그들이 도시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아들이 자신을 진정한 죽음으로 인도해주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이날이 그들의 마지막 인연이 되길 바랐다.

 

  ***

 

  엘라는 멈추지 않고 걸었다. 동생의 시체가 걸음을 더욱 느리게 했다. 허리가 부러질 듯 아팠지만 엘라는 참았다. 동생을 버리고 갈 순 없었다. 얼마나 더 걸을 수 있을까. 엘라는 머리 위에서 날아다니는 독수리를 곁눈질했다. 독수리는 당장에라도 그들에게 달려들 것만 같았다. 날카로운 부리가 향한 곳은 엘라와 이엘의 눈동자였다. 부리를 보자 엘라는 순간 아찔했다. 짧은 현기증이 그녀를 무릎 꿇렸다. 쓰러진 엘라는 흐릿하게 보이는 동생의 손을 붙잡았다. 이윽고 그녀는 정신을 잃었다.

 

  ***

 

  엘라는 눈을 떴다. 몸이 덜커덩 흔들렸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동생의 손을 찾았다. 그러나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엘라는 몸을 번쩍 일으켰다. 그리고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동생은 없었다.

 

  “더 누워 있으렴.”

 

  엘라는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을 쳐다봤다. 여자였다.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려놓은 손 위로 하얀 주름 장식이 살랑거렸다. 엘라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제 동생 못 보셨나요?”

  “그 죽은 아이를 말하나 보군.”

 

  여자 옆에 앉아있던 남자가 소곤거렸다. 여자가 남자의 손바닥을 찰싹 때리며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그리곤 친절한 미소를 머금으며 엘라에게 말했다.

 

  “걱정 말렴. 그 애는 뒤에 있단다. 이 안에 모두 있기에는 자리가 부족해서 말이야.”

  “말은 바로 해야지. 썩은 내가 풍겨서 같이 못 있겠다고 말이야.” 남자가 이기죽거렸다.

  “여보!”

 

  엘라는 그들의 말싸움을 흘려들으며 자신이 있는 곳을 파악했다. 마차 안이군. 이 사람들이 날 구해준 거야. 이엘이 뒤에 있다고? 하지만…… 눈으로 보기 전엔 믿을 수 없어. 엘라가 입을 열었다.

 

  “동생을 보고 싶어요.”

  “가지가지 하는군.” 남자가 과장된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 제발!” 여자가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 그리곤 창밖으로 손을 뻗으며 외쳤다.

 

  “하디!”

 

  그러자 바깥에서 누군가 외쳤다.

 

  “예, 마님!”

  “잠깐만 세워주세요!”

 

  마차는 천천히 멈췄다. 여자와 엘라가 내리는 동안, 남자는 시종일관 투덜거렸다.

 

  “시간도 없는데 이렇게 계속 멈추면 어쩌자는 거야?”

 

  여자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엘라를 마차 뒤로 데려갔다. 그리고 덮어 놓은 가림막을 들췄다. 쌓인 짐들이 보였고, 그 구석에 이엘이 앉아있었다. 흔들림 때문인지 이엘의 상체는 앞으로 쏠려 있었다. 여자가 말했다.

 

  “미안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아니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엘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감사한 일이지.” 남자의 말에 여자가 눈을 흘겼다. 남자는 모른 척했다.

  “우린 수도로 가고 있어. 원한다면 태워 줄게.” 여자의 제안에 엘라는 고민했다. 그녀는 하루 빨리 동생을 죽인 마법사를 쫓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수도에 답이 있을지도 몰랐다. 엘라는 정중히 인사했다.

  “부탁드립니다.”

 

  남자가 머리를 흔들며 외쳤다.

 

  “지저분한 여자애와 시체 하나! 오해받기 딱 좋군.”

  “씻겨 놓으면 괜찮을 거야.”

  “이런 허허벌판에서 무슨 수로?” 남자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당신 힘으로 어떻게 안 되겠어?”

  “요새는 살아만 있어도 작위 받는 거 당신도 알잖아.” 남자가 이마를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공작님이 부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여유 부릴 시간 없었어. 영지민들이 죄다 도망가는 마당에 대체 왜 사람을 오라 가라 그러는지.”

  “중요한 안건이 있다고 하잖아.”

  “날 부를 정도로?” 남자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요새는 중요한 일에 개나 소나 다 참석시키나 보군.”

  “여보!”

 

  여자가 진절머리를 냈다. 엘라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불편하시면 그냥 가셔도 좋아요.”

  “아니야, 아니야.” 여자가 엘라를 안았다. “저 이도 힘들어서 그런 거야. 신경 쓸 일이 많거든. 원래 저런 사람은 아니란다.”

  “오, 아니란다. 원래 그런 사람 맞단다.” 남자가 여자의 말투를 흉내 냈다. 그런 남자를 무시하며 여자가 엘라에게 말했다.

  “생각은 나중에! 일단 출발하자고.”

 

  마차는 다시 움직였다. 엘라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남자의 태도가 옳다고. 동정 때문에 누군가를 받아들이기엔 끔찍한 세상이었다. 그 누구보다 엘라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이엘을 구해 준 건 이 부인이지. 엘라는 수도에 다다르기 전에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을 도운 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진 않았다.

 

 

 태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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