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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28화.
작성일 : 19-07-10 00:35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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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들은 그저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에 대한 진실은 알았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그럴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그런 이야기를 알려줄 사람도 없었다. 처음 하루는 평범했다. 낮에는 찌듯이 더웠고 해가 진 순간부터는 겨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걷는 것을 멈추고 자리를 잡을 때 그들은 신성력으로 자신의 주변을 돔형으로 둘러 한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 추위를 피했다.

 

 다니엘레는 옆으로 누웠던 몸을 돌렸다.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니 파란색의 오로라가 자신의 몸을 감추듯 하늘을 덮었다. 그 주변은 별들이 빼곡하게 모여있는데 그것은 다니엘레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루도 꼬박 지나지 않았음에도 그는 이런 기후 때문에 이곳을 찾은 많은 이들이 도중에 포기했을 거라 생각했다. 두꺼운 옷을 입는다고 막아질 종류의 추위가 결코 아니었다. 더 깊이 빠져드는 생각을 겨우 몰아내며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지루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는 문득 소문은 모두 거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이 솔직히 말하기 뭐해 만들어낸 소문. 삼 일째 같은 풍경을 보며 그가 내린 평이었다.

 

 “……선배.”

 

 “왜?”

 

 그는 그녀를 봤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디를 보는 건지 시선은 어딘지 모를 곳에 닿아 있었고 그마저도 눈동자가 떨려 매우 초조해 보였다. 이윽고 그녀의 입꼬리가 떨렸다.

 

 “꺄악!”

 

 “뭐야, 무슨 일이야!”

 

 양손으로 머리칼을 쥐어 잡은 그녀의 얼굴이 식은땀으로 젖어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귀를 틀어막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녀의 눈 밑으로 눈물이 떨어졌다. 당황한 그는 그녀를 불렀지만, 루치아는 전혀 듣지 못한 기색이었다.

 

 “정신 차려, 루치아!”

 

 거칠게 그녀의 어깨를 붙잡자 거짓말처럼 떨림이 멈췄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든 루치아가 완전히 힘이 빠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만 같았다.

 

 “소리…. 바로 옆에서…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요….”

 

 다니엘레는 커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지만,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가 입을 열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안 들렸다고요? 바로 옆에서 죽여버리겠다 소리치고…왜 왔냐고 추궁하는 사람부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목소리요.”

 

 그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미세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칼에 찔린 듯 커다랗게 커졌다. 비틀리는 얼굴을 보자 그는 다시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마…. 이거 쥐고 있어 봐.”

 

 천천히 목에 걸린 목걸이를 빼낸 그는 그녀의 손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목걸이에서 손을 떼었다.

 

 “조금만 더 다가와 봐. 바로 죽여줄게.”

 

 “이쯤하고 돌아가는 게 어때? 내 말 들어서 손해 볼 거 없다고.”

 

 “날 여기서 꺼내줘, 제발!”

 

 “내 말에 대답해! 눈알을 뽑아버리기 전에.”

 

 시야가 닫혔다. 분명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귀가 찢어질 듯 엄청난 목소리에 다니엘레는 깜짝 놀라 헛바람을 들이켜며 얼굴을 찌푸렸다. 열 명? 아니, 수십 명은 족히 넘을 목소리가 제각각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은 기분에 그는 재빨리 손을 휘둘렀다.

 

 “선배!”

 

 “…허억!”

 

 심장을 움켜쥔 채 그는 힘겹게 숨을 쉬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모든 게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돋쳤던 소름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루치아가 쥐여준 목걸이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이게….”

 

 “앞을 나아가게 해주는 물건인가 봐요.”

 

 “맞아.”

 

 그들은 멈춘 채 서로 목걸이를 쥐고 있었다. 이렇게라면 갈 수가 없었다. 어떡하냐는 물음이 담긴 그녀의 눈빛을 보며 그는 뒤를 가리켰다.

 

 “뒤에 타.”

 

 그녀는 무언가 말을 하려 하다가 다시 도로 삼켰다. 둘 다 낙타에서 내려 루치아의 낙타에 짐을 전부 옮긴 뒤 고삐를 다른 낙타와 연결시켰다. 매듭을 지은 뒤 다니엘레가 먼저 올라탔고 손을 뻗어 그녀가 올라올 수 있게 도와주었다.

 

 “허리를 잡든, 어디든 잡아.”

 

 그는 다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그녀는 다니엘레의 허리를 조심스럽게 잡으며 머리를 등에 기댔다. 자신의 심장 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다. 지겨웠던 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그들은 가운데라 생각한 곳에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사실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조차 확신할 수는 없었다. 잠들기 전에 표시는 한다고 했지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도 같은 풍경이 펼쳐질 거라 생각하니 제자리를 걷는듯한 느낌이었다.

 

 엿새가 지나자 아끼고 아꼈음에도 가져온 물이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다. 푸석해진 입안을 침으로 연명하며 여전히 온몸에 땀으로 적신 채 나아가던 다니엘레의 눈이 무언가에 사로잡혔다. 오아시스였다. 또는 신기루였다. 뿌연 안개 위에 길쭉한 원형의 강이 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나무가 붙어있었으며 그 뒤로 건물이 즐비해 있었다. 건물은 온통 금빛으로 빛났다. 그는 몸을 흔들어 루치아를 부른 뒤 턱짓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저건가요?”

 

 “글쎄, 아닐 수도 있겠지.”

 

 그들은 묘한 이끌림을 느꼈다. 저것이 찾던 그것이길 바라는 마음과,처음 보는 장면에 대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로 한시도 그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눈을 깜빡이는 찰나의 순간에 사라져버릴까 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점점 가까워짐에도 신기루의 형체는 그대로였다. 루치아는 그 사실에 서서히 확신이 피어났다. 그녀가 듣기로 신기루는 환상이지 실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가 가까워짐에도 그것은 흐려지지도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거리는 고작 오십 미터밖에 남지 않았다.

 

 “뭐야, 얘 왜 이래?”

 

 잘 걷던 낙타는 갑자기 굳어버리기라도 한 듯 멈춰서더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호흡은 거칠고 강렬했다. 조금이라도 건들면 터져버릴 것처럼 보여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내려왔음에도 낙타는 여전히 조금의 흔들림 없이 꼿꼿이 서 있었다.

 

 “짐 챙겨.”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알아보기라도 한 걸까요?”

 

 “동물은 워낙 감각이 뛰어나니까. 그런데 그런 것치고 반응이 심각해 보이는데.”

 

 남은 짐을 꺼낸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신기루를 향해 걸었다. 하지만 첫발을 내디딘 다니엘레는 네 걸음을 못가 멈춰 섰다. 그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루치아 역시 같은 표정이었다.

 

 “…우연인가?”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아닌 것 같은데요.”

 

 “가도 되려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하늘은 급격하게 어두워졌었다. 그들이 세 번째 발자국을 남겼을 때 드넓은 하늘은 삽시간에 어둠으로 바뀌었고 번쩍이며 천둥마저 울어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빛을 뿜는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벼락을 내리꽂을 것만 같았다.

 

 “설마 확인도 안 하고 죽이기야 하겠어, 안 그래?”

 

 원칙주의에 하나하나 따지던 그에게서 그런 말을 듣자 루치아는 입을 조금 벌리며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바뀌어도 너무 크게 바뀐 듯싶었다.

 

 “선배, 그건 좀….”

 

 “어쩌겠어. 여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

 

 말을 맺으며 다니엘레는 다시 걸음을 떼었다. 낮게 울던 천둥은 이제 하늘을 찢을 듯이 포효했다. 루치아는 손을 가슴에 모으고는 간절한 심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세 발자국 디뎠을 때, 순식간에 바람이 휘몰아쳤다. 하늘은 한 점을 중심으로 돌돌 말려있었다.

 

 거센 바람 때문에 다니엘레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눈마저 제대로 뜨기 힘들어 그는 실눈을 뜨고는 하늘을 바라봤다. 어둠보다 더 어두운 무언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람 때문인지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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