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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27화.
작성일 : 19-07-08 19:36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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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을 뒤쪽으로 있는 산은 길이도 길이었지만, 굉장히 높았다. 완전하게 정상적으로 몸 상태가 돌아온 것이 아니었기에 둘은 무리해서 길을 뚫지 않고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걸었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꼬박 나흘이나 걸렸다. 땀에 전 셔츠를 흔들며 다니엘레는 진절머리 쳤다.

 

 사막은 산 정상에서도 보였지만, 내려온 이곳에서도 잘 보였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둘의 시선은 한곳에 닿았다. 지금 그들이 서 있는 곳과 사막의 중간쯤에 여러 채의 집이 우뚝 서 있었다. 마치 마을의 일부분을 떼어다 놓은 것처럼 보였다.

 

 “저기가 마지막 마을인가보다.”

 

 루치아도 들어본 적 있었다. 남쪽의 밀림처럼 북쪽의 사막 역시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만 다른 점은 밀림에 비해 이곳은 살아 돌아온 자가 드물게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사막 중간조차도 가지 못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는 여름에 갑작스럽게 내리는 소나기보다 훨씬 변덕스러웠다. 게다가 기온 차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차가 커 배짱만으로는 감당할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막을 가려는 발걸음은 끊길 듯 끊기지 않았다.

 

 “정말 저 끝에 보물이 있지는 않겠죠?”

 

 “왜, 있으면 가자고 하게?”

 

 그 이유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소문 때문이다. 설명이 되지 않는 풍경이 찰나가 아닌 채 그 자리에 계속 자리 잡고 있으면 없던 이야기도 만들어진다. 옛 왕가의 자손이 억울하게 죽어 써보지도 못한 금은보화가 그대로 남아있고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유령이 되어 그것을 지키고 있다는 둥, 바닷속에 사는 수인족 중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는 이가 옛날 바다를 지배했던 자의 배에 묶인 보물을 가져다 사막에 전시를 해놓았다는 시시콜콜한 소문은 살이 점점 붙어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었다.

 

 “그런 얘기가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거죠.”

 

 사실 다니엘레도 확언하지는 못했다.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소문에는 늘 진실이 아주 조금이라도 따라다니기 때문에 함부로 무시할 것이 아니라고 그는 늘 생각했다.

 

 ‘신기루도 있는데 그거라고 없을까.’

 

 그러한 이유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얻어 인생 역전을 노리는 이들이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제각각 의기투합하여 모여들었다. 덕분에 몇 없는 건물 안은 물론이고 주변에도 사람이 많았다.

 

 “낙타를 타고 가야 하겠지?”

 

 “그렇기야 한데 저 이제 가진 게 없는걸요.”

 

 품 안의 돈주머니를 가볍게 쥐어 들어본 다니엘레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까짓것 걸어가지 뭐.”

 

 식료품을 파는 곳 앞에 도착하자 다니엘레와 루치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앞에 내놓은 과일부터 시작해 안에 팔고 있는 음식과 물건 밑에 적힌 가격표는 너무나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기가 찬 루치아가 계산대 앞에서 지루한 듯 턱을 괸 채 딴생각에 잠겨있는 그녀 앞에 똑바로 선 채 말했다.

 

 “죄송한데 가격표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눈을 흘겨 바라본 그녀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제대로 된 거 맞아요.”

 

 “저 조그만 게 2실링이나 한다는 말이죠?”

 

 “예.”

 

 검지를 세워 가리킨 곳에는 한 줌도 안 돼 보이는 말린 고기가 묶여 있었다. 원래의 시세대로라면 2페니 정도밖에 하지 않았지만, 이곳은 그곳보다 여섯 배는 비쌌다. 신기루가 사막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에 최대한 챙겨야 하는 시점에 이런 일을 겪으니 그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물건도 받아요?”

 

 그녀가 폭발하기 직전인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다니엘레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루치아 앞에 서며 말했다. 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탐탁지 않다는 듯 말했다.

 

 “어떤 거냐에 따라 다르겠죠?”

 

 “이건 어때요?”

 

 그는 허리춤에 찬 칼을 풀어 계산대 앞에 올려놓았다. 오랫동안 차고 다녔음에도 사용한 일이 드물어 상태는 꽤 양호했다. 검집 또한 금색으로 왕가의 문양과 고급스러운 자수가 박혀 있었다. 국왕의 편으로 선물 받은 검이었다.

 

 주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덥석 집어 이리저리 대충 둘러보더니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팔짱을 낀 채 잠시동안 고민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 계산이 끝난 듯 그녀는 큰 포대에 담긴 고기 자루를 가리켰다. 루치아는 경악했다.

 

 “말도 안 돼, 난 인정 못한다고!”

 

 소리를 빽 지르며 주인을 노려본 루치아는 멱살이라도 잡을듯한 기세였다.

 

 “이게 어떤 건지나 알아요? 자그마치…….”

 

 “루치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홱 돌렸다. 새빨개진 얼굴에는 한마디라도 잘못 말했다가는 재미 없을 거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맘대로 해요!”

 

 말을 하다 만 그녀는 성질을 내더니 가게를 나가버렸다. 한쪽 머리를 쓸어넘긴 다니엘레는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주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같이 다니느라 피곤 좀 하겠네요.”

 

 “성격은 저래도 일은 확실하니 상관없습니다.”

 

 의미 없는 위로를 답한 그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봤다.

 

 “혹시 낙타도 팝니까?”

 

 “훨씬 더 비싼데 괜찮겠어요?”

 

 “…이렇게 벗겨 먹으면 오히려 장사가 안될 텐데요.”

 

 “보통 준비를 다 해오죠. 몇 없는 손님한테 제 가격 받으면 굶어 죽을걸요? 게다가 낙타 같은 경우는 여기 말고는 구하기도 어려우니 비쌀 수밖에요.”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쾌한 감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는 억지로 도로 삼켜냈다.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몇 없는 손님은 아무것도 모른 채 온 뜨내기를 뜻함을 모르지 않았다.

 

 사막에 가기 위해서 낙타는 필수다. 걸어서 가기에는 체력도 금방 고갈되고 수분 섭취량을 수통이 도저히 버티지 못한다. 그녀의 말대로 낙타를 구하기는 어렵다. 가진 것 중 값나가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던 그는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이거면 제값 주고도 남을 겁니다.”

 

 마티아가 준 반지를 빼낸 그는 그녀의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묵직한 무게를 느낀 그녀는 딱 봐도 값비싼 것임을 알아차렸다. 서랍에서 감정 기구를 꺼낸 그녀는 세심하게 그것을 살펴보았다. 다니엘레는 팔짱을 낀 채 굳은 얼굴로 그녀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반지를 꼈던 손가락이 시렸다. 주인은 감쪽같이 속마음을 숨긴 채 인심 쓴다는 투로 말했다.

 

 “두 마리에다가 물주머니까지 넉넉하게 얹어드릴게요. 이만하면 됐죠?”

 

 “그럽시다.”

 

 “언제 떠날 거죠? 얘기해주면 그때 맞춰서 준비할게요.”

 

 “지금 바로 해줘요.”

 

 그녀는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선 뒷문으로 나갔다. 계산대에 몸을 기댄 그는 한숨을 뱉으며 다시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마티아의 유품이 되어버린 그것을 팔아버린 건 견디기 힘든 감정이다. 아직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마음속에서마저 안녕을 고하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저릿했다.

 

 ‘더미드는 아직 살아있을까?’

 

 루치아가 던졌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었다. 어느 쪽일지 그도 몰랐다. 다만 걱정 하나가 준 것만은 확실하다. 지켜야 할 존재가 사라졌으니 오로지 울리세에 대해 생각만 하면 됐다.

 

 그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신기루 속을 단체 사람이 아닌 자가 같이 들어가는 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이미 드러날 건 거진 다 드러났음에도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천지 차이였기에 내심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군다나 이제 시간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울리세의 목표는 더미드였으니 그를 죽인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니엘레는 울리세 안을 지배하는 영혼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역시 아니었다.

 

 애초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랬다면 처음부터 더미드를 쫓지 않았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밀림의 영혼이라면 신기루로 갔을 거란 판단이 섰다.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주인은 다시 가게로 들어왔다.

 

 “아가씨 데리고 건물 뒤쪽으로 나와요.”

 

 “잘 간직하고 있어요.”

 

 “소중한 건가 봐요?”

 

 어떤 것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앞에 서 있는 사내의 표정이 한없이 진지하면서도 어두워 보여 그녀는 장난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죠.”

 

 그는 고개만 끄덕이고는 가게를 나왔다. 문 바로 옆에는 루치아가 벽에 몸을 기댄 채 한쪽 발을 그것에 댄 채 생각에 잠겨있었다.

 

 “가자.”

 

 “얘기가 잘 됐나 봐요?”

 

 “말투가 왜 그래?”

 

 “제 말투가 뭐 어때서요?”

 

 묘하게 날이 선 말투에 다니엘레는 어리둥절하며 답했다.

 

 “아냐, 아무것도.”

 

 걸으며 그가 그녀를 슬쩍 바라봤다. 시선이 느껴졌음에도 루치아는 바라보지 않았다. 부아가 슬그머니 올라왔지만, 그는 애써 무시하고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건물 뒤쪽에 가니 주인이 낙타 두 마리와 안장 옆에 물주머니를 각각 여섯 개씩 달아놓고선 기다리고 있었다.

 

 “행운을 빌게요.”

 

 마지막이라 그런지 그녀는 루치아에게도 그렇게 말해주었다. 낙타에 올라타며 루치아는 그녀가 저 말을 수도 없이 했으리라 생각했다. 처음은 진심으로, 두 번 세 번 지날 때마다 돌아오지 않은 이들을 확인하며 점점 무미건조해졌을 것이다. 관심 없어 하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됐다.

 

 “고마워요.”

 

 고개를 까닥여 인사를 건넨 그들은 사막을 향해 낙타를 몰았다. 다니엘레는 고삐를 쥔 손을 다시 내려다봤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왠지 틀린 것만 같았다.

 

 가슴이 쿡쿡 찌르듯 아파왔다. 쪼그라든 듯 공허했고 찬바람이 들이찬 것만 같았다. 아직 단체에 남은 인원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들의 이름조차 모른다. 좁디좁은 자신의 울타리 안에 남은 건 이제 루치아 하나였다. 들어오려 했던 울리세도, 들어와 뿌리박았던 마티아도 이젠 없다.

 

 “선배, 무슨 일 있어요?”

 

 재빨리 표정을 감춘 그는 루치아를 바라봤다. 더위에 한쪽 눈을 찡그린 게 인상적이다. 새삼 그녀가 다르게 보였다.

 

 “아니, 왜?”

 

 “그냥 표정이 심각해 보여서요.”

 

 “생각 좀 하느라고, 괜찮아.”

 

 시선을 앞으로 던지자 이제 그들은 사막에 막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입을 다물었다. 아직 평범한 사막과 다름없었지만, 분위기 자체가 달랐다. 마치 꺼림직한 곳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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