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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26화.
작성일 : 19-07-04 23:05     조회 : 202     추천 : 0     분량 : 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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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일어나기에는 너무 이른 새벽 깊숙한 시각. 마을은 잠잠했고 어두웠다. 별들이 비추는 덕택에 건물의 윤곽만 알아볼 수 있었다. 다니엘레는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루치아가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는 리베리오와 더미드가 아무렇게나 엎어져 자고 있었다.

 

 “루치아….”

 

 목에 모래를 넣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콱 막힌 목을 뚫고 연약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루치아가 화들짝 놀라며 깨더니 그의 머리맡에 떨어진 수건을 집어 들어 얹어주었다. 그녀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

 

 “가야 해.”

 

 “절대 안 돼요. 그 몸으로 어딜 가려고요!”

 

 말썽꾸러기 아이를 혼내는 선생님처럼 그녀는 쌍심지를 켜며 단호하게 말했다. 멎을 듯 안 멎을 듯 천천히 숨을 쉬던 다니엘레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바로 앞까지 쫓아왔을 거야. 산을 넘어야 해서 지금은 무리니, 날이 조금이라도 밝으면 곧장 출발하자. 그때 깨워줘. 너도 가서 자.”

 

 걱정되는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알겠다고 말하며 옆방으로 넘어갔다. 그녀 역시 무리했던 몸이었기 때문에 기절하려는 것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엎어지듯 침대에 눕는 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왔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조금이라도 더 자둬야 했다.

 

 “…….”

 

 세 시간이 지났을 무렵 다니엘레는 다시 눈을 떴다. 왜 떴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목이 마르지도, 어딘가 크게 아프지도 않았고 화장실이 가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숨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일부러 소리를 죽이는 발걸음이 복도에서 느껴졌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여전히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비명을 질러대는 몸을 손으로 끌어 침대에서 겨우 내려왔다. 그리고는 그 밑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덜그럭….

 

 ……끼익.

 

 다니엘레는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았다. 자연스럽게 몸이 떨려왔다. 문 앞에 잠시 서 있던 울리세는 더미드 앞에 서더니 무릎을 꿇고선 그의 목덜미를 후려쳤다. 그리고는 옆에서 자고 있는 리베리오의 어깨를 살짝 흔들어 깨웠다.

 

 “형……?”

 

 쉿하는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손짓을 하는지 말은 들려오지 않았다. 리베리오는 일어서더니 문 밖을 나갔다. 무릎을 짚고 일어선 울리세는 잠시 그렇게 서 있었다. 다니엘레는 숨소리가 삐져 나올 것만 같아 손으로 더 틀어막았다.

 

 울리세는 침대로 걸어오더니 그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간절한 심정으로 다니엘레는 내려앉은 매트리스를 바라봤다. 진공 같은 침묵이었음에도 너무도 시끄러웠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싶어도 대답해주지 않겠지.”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앞에 상대가 있는 것처럼 말했다. 다니엘레는 막았던 손을 떼었다. 그는 이미 자신이 밑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니엘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일을 구한 거라고 생각했다.”

 

 불규칙적이던 맥박이 서서히 돌아왔다. 공포심은 서서히 다시 가라앉았다.

 

 “그런데 네가 나에게 공격한 걸 보고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어.”

 

 분노와 우울함이 섞인 복잡한 말투였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울리세는 지금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을 억지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넌 처음부터 내 존재를 알고 접근한 거였어. 네가 나에게 했던 말들과 믿음, 신뢰는 다 거짓이었나?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놀아난 거고!”

 

 절규가 퍼졌다. 강제로 세상에서 버려진 그는 다시 한번 철저하게 버림받은 것이다. 비참했다. 텅 빈 마음은 전보다 더 커져 전체가 비어진 것만 같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렇다 해도 나에게 살갑게 해준 사람은 네가 전부다. 이게 얼마나 속이 찢어지고 짓밟히는지 너는 모를 거다. 나 혼자만의 추억이겠지만, 그래도…그래도 그때 느낀 감정은 진짜였으니 살려줄게. 다신 볼 일 없었으면 좋겠다.”

 

 “울리세 이 개자식!”

 

 문 너머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루치아가 검을 내질렀다. 깔끔하고 빨랐지만, 울리세는 가볍게 튕겨내며 그녀의 목을 잡고선 벽에 던져버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진 루치아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루치아!”

 

 침대에서 기어 나온 다니엘레는 일어서지도 못하고 울리세의 다리에 주먹을 휘둘렀다. 악에 받친 동작이었지만, 맥없이 날아간 주먹은 다리를 건드릴 뿐이었다. 울리세는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더니 복부를 걷어찼다.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다니엘레는 몸을 둥글게 말았다. 마른기침에서 피가 묻어나왔다. 눈 밑이 파들파들 떨렸다. 신경 쓰지 않은 채 더미드를 어깨에 얹고서 문밖을 나가려는 울리세를 보며 그는 남은 기운을 쥐어짜 소리 질렀다.

 

 “감히 마티아를…그를 죽여? 반드시 갚아줄게.”

 

 “마티아? 노인네를 말하는 건가?”

 

 누군지 생각하던 그는 자주 마주친 마티아를 기억해냈다. 다니엘레는 말없이 그를 노려봤고 울리세는 자신이 맞혔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쩔 수 없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말이야.”

 

 더 할 말이 없어진 그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숨을 토해낸 다니엘레는 팔로 기어 루치아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어 코에 가져다대자 옅은 숨소리가 느껴졌다. 안심한 그는 더 움직일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가장 먼저 일어난 건 다니엘레였다. 꼬박 반나절이 지나서야 그는 뻐적지근한 몸을 움직였다. 루치아는 여전히 엎어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녀를 앉아 든 그는 침대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몸 속을 확인해보니 아직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루치아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네 시간이 더 지났을 때였다. 맞은편 침대에서 쉬고 있던 그는 그녀의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일어나려던 루치아가 짧게 비명을 내질렀다.

 

 “무리하지 마.”

 

 인상을 구긴 채 허리를 짚은 그녀는 다니엘레의 목소리에 놀라 그를 바라봤다. 초췌하지만 멀쩡한 그를 보자 그녀의 눈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당황한 그는 눈을 뻐끔 뜬 채 바라보기만 했다. 입을 앙다물던 루치아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선배가 죽은 줄 알았단 말이에요. 살아서 다행이에요.”

 

 마음이 이상했다. 저릿하기도 하고 아리기도 했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았다. 울음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짙은 패배감이 몰려옴과 동시에 루치아에게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는 왼쪽 팔을 들어 루치아의 반대쪽 어깨 위에 어색하게 얹었다. 그녀의 어깨가 가슴에 닿자 찰랑이는 머리에서 달콤한 향이 맡아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빨라지는 맥박에 그는 적잖이 당황했다. 일단은 그녀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

 

 “난 괜찮아. 그만 울어.”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는 말이에요?”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려 했지만, 그녀에게는 아니었다. 표독스럽게 노려본 루치아는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계속 가야겠죠?”

 

 “그 방법밖엔 없겠지.”

 

 “죽었을까요?”

 

 다니엘레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적어도 지금은 아니야. 기절시킨 채 데려가는 걸 보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제 그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지?”

 

 “알아요.”

 

 정적이 찾아왔다. 붙어있던 둘은 그것을 새삼 깨닫고는 어색하게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루치아는 괜히 허리를 짚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다니엘레도 손을 떼며 고개를 조금 틀었다. 불편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 출발할 거에요?”

 

 “지금 당장 가면 좋겠지만, 너랑 나 둘 다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니 내일 가는 거로 하자.”

 

 “알겠어요. 일단 씻고 밥부터 먹어요. 치우는 건 그다음에 하고.”

 

 다니엘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건너갔다. 한숨을 푹 내쉰 그는 다시 찾아온 무력감과 패배감에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상황은 단숨에 역전됐다. 울리세는 점점 더 강해지는 것만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공포에 떨던 침대 밑의 자신이 생각났다. 치욕스러웠다. 태어나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절대적으로 두려워한 일은 씻을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신의 몸이 정상이었다 하더라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그건 붙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 큰 격차는 굳이 싸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다. 그는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어쩔 수 없었다고?’

 

 마치 고의로 그랬다는 게 아니라는 듯 말하는, 동정이 섞인 그 말투는 더욱 참을 수 없었다. 중요한 건 그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게 화가 났다는 점이다. 그는 양손을 주먹 쥐었다. 방을 나서며 그는 최후의 수단이 들어맞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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