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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3. 벌집(5)
작성일 : 19-07-03 23:06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8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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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쏟아지는 비, 말없이 서있는 두 사람과 그들을 지켜보는 아이엘. 그녀와 오래 지내기는 했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뭐, 그녀의 과거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일체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그녀가, 그를 만나고 난 뒤부터 약간씩 달라졌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이별했던 사람을 다시 만난, 슬프고도 그리워하는 눈빛이었다. 가끔은 졸 때, 그의 이름을 중얼거리기도 했었다. 화를 내면서도 미안해하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를 다시 만나고서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걸까? 괴수들과 싸우면서 잃어버렸던, 잊어버렸던 감정들이 되살아나는 것일까?’

 

 “맞아.”

 

 아델의 말에, 데미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차가운 빗물에 뜨거운 눈물이 섞여서 그녀의 발밑으로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대로 아델을 끌어안았다.

 

 “미안해.......... 정말로......”

 

 그 아이가 왜 그곳에 있는 걸까? 그걸 알아챘었다면, 리즌 녀석이 일을 벌이기 전에 막았었을 텐데. 힘이 되어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매번 그에게 폐만 끼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괜찮아. 그저 난, 모두가 남아 있어줘서 다행인걸.”

 

 슬프게 그의 품에서 우는 그녀를 아델은 토닥여주며 말을 했다. 오히려 가슴이 아픈 그 일 텐데, 항상 괜찮은 척 버티며 서 있는 그일 텐데.

 

 “저...... 저기......”

 

 아이엘의 말에 두 사람은 순간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떨어졌다. 그런 둘을 보며 아이엘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 굉장히 머릿속이 복잡하거든요? 도대체 두 분 사이가 어떤 건지, 아까 그 이야기는 뭔지........ 알아서는 안 될 이야기들을 너무 많이 들어버린 것 같거든요?”

 

 “아..... 이런.......”

 

 아델은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어느새 손수건을 꺼내 데미아의 눈을 닦고 코를 풀어주었다. 마치 여동생을 다루는 것처럼, 데미아 역시 그의 손을 딱히 거부하지 않았다. 한결 가벼워진 데미아는 그런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일단..... 비부터 피하자. 그게 좋을 것 같아.”

 

 

 

 막사 밖은 추적 추적을 넘어서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세 사람은 젖은 코트를 벗어 널어두고서, 난로 가에 쭉 둘러서 앉았다. 아델은 천천히 난로에 목탄을 집어넣으며 불을 붙였다.

 

 “그래서, 아까 한 이야기들은 뭔가요? 그리고 아델씨........”

 

 아이엘은 말끝을 흐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아델은 그런 그녀를 보며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 네가 말하고 싶은 거. 묻고 싶은 거 말이야.”

 

 알마지오가 멋대로 밀어붙인 이야기긴 하지만, 엄연히 그녀는 약혼 상대다. 그러니 이 이야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아델은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얘기를 진행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나는.......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어.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했었지. 그 사람은 데미아의 언니이기도 했고, 한 나라의 신관이었기도 했지.”

 

 “잠시 만요. 군단장님은 하만이잖아요. 아델씨가 고대인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그건 말이 안 돼......”

 

 “일단 얘기하기 전에 약속 하나만 해줄 수 있어? 이 일은 너만 알고 있는 걸로 말이야.”

 

 데미아도 마음을 다 잡았는지, 손을 꾸욱 움켜쥐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 아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자, 가장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니까. 그녀의 모습에 데미아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난 하만이 아니야. 지금은 하만처럼 보일 뿐이지. 내 진짜 모습은........”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난로 속의 타들어가던 목탄의 불이 휘어진 채로 멈춰 섰다. 말리기 위해 널어두었던 옷들에서 떨어지던 물방울들도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공중에 둥실 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 붉은 머리에 한 검은 깃털이 달린 날개를 가진 한 인간이 서 있었다. 아이엘은 그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 그 모습은........”

 

 “솔직히 신전에 그려진 모습들이 조금 그렇긴 하지. 무슨 이상한 괴조처럼 그려놨으니까 말이야.”

 

 “아델. 이 와중에 농담이야?”

 

 아름다운 외모와 검은 날개에서 나오는 광채, 그리고 매혹적인 붉은 빛의 머리칼과 눈, 그와 동시에 이마에 두 줄기로 난 뿔이 있었다. 한때 하만의 3명의 여신 중 하나로 받들어졌던 균형의 신, ‘아크토레아’. 그래서 성이 비슷한 발음의 ‘아크토리아’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 정말 군단장님이 맞으신가요?”

 

 “흠... 나는 아델이랑 같지 않으니까 장난은 치지 않을 거야. 나는 한때 너희들의 신으로서, 세계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신 ‘아크토레아’야. 정확히는 신에게서 받은 능력을 이용하는 ‘선주’라는 어떤 종족의 일원이었지만 말이야.”

 

 선주라는 말에 아이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종족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고는 고고학자들을 제외하고는, 한때 오리엔트를 이끌던 오리에셀들이나 제국의 하이앤더들을 뿐이었다.

 

 “선주라는 종족은 그 힘을 이용해 자신들 만의 세력을 꾸려나갔었지. 신으로 받들어지는 녀석도 있었고, 만든 신의 대리인으로서, 그냥 자연에 섞여서,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살아가기도 했지. 물론 이 녀석들이 나타나고 나서 자취를 감출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야.”

 

 그녀는 아델을 노려보며 말을 했다. 하이앤더들이 세운 제국은 국가의 팽창을 위해 주변의 많은 종족들을 탄압했으며, 그들 중 가장 위험한 존재인 선주들을, 악이라고 규정하여 토벌하고 다녔었다. 선주들은 원래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나름 자신들과 연이 있던 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한때 괴수 대전 이전에 있었던 거대한 전쟁들도 존재했었다.

 

 “그러던 도중, 아델 녀석 때에 그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지. 그건 아마도 그의 스승의 영향도 있었지만, 내 언니의 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지.”

 

 제국의 용사는 한 나라와의 전쟁에서 그녀를 만났었다. 무자비하다고 알려져 있던 그는 그녀를 만나고 난 뒤, 이례적으로, 그 나라의 사람들을 구해줬었다. 덕분에 제국에서는 많은 질타를 받았지만, 상관이 없었다. 그에게는 그녀가 무엇보다 소중했으니까.

 

 “신분과 종족을 속이고, 한 나라의 신관에서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되었지만, 언니는 행복했었어. 그와 많이 만나지 못했지만, 모두의 축복 속에 그의 비어있는 한 자리를 메우겠다고 맹세했었거든.”

 

 사랑하는 이와 닮은 아이를 낳고, 기뻐하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평소의 그녀는 남들의 행복을 바라만 볼 뿐인 존재였었으니까. 그렇게 기뻐하는 언니 옆에서, 같이 기뻐해주며 축복해준 것도 엊그제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 망할 녀석들이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모르겠지만, 언니가 숨어있던 거처를 찾아서 습격을 했었어. 언니는 필사적으로 그 아이를 지키려고 자신을 희생하여, 금지된 힘을 사용했었지. 덕분에........ 언니는 그들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델도 모르는 이야기였다. 그때 그는 사도들과의 전투를 치르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사도들과 싸웠던 것도, 그녀를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그녀가 웃을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줄도 모르고, 난 항상 너를 미워했었어. 그저 언니를 뺏어갔다고 생각했고, 나에게 짓궂은 장난만 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고.”

 

 그녀는 다시 한 번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신의 모습으로 어린 아이처럼 울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약간 괴리감이 느껴졌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것보다, 모든 것을 잃어가며 싸워왔던 그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아이에게는 아직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군요.”

 

 아이엘의 말처럼, 그는 아직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었다. 밝히기에도 아마 애매할 것이다. 수백...... 아니, 적어도 그 아이가 깨어난 지 수십 년이 지나있다. 그 상태에서 갑자기 찾아온 사람이 자신이 아빠라고 그러면 그 아이가 그 사실을 받아드릴 수 있을까? 그를 본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데 말이다.

 

 “그래, 맞아.”

 

 그의 어조는 담담했지만, 그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언제든 울 것 같은 표정이지만, 그의 얼굴은 억지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난 데미아는 천천히 자신의 힘을 풀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그러자 멈춰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듯, 목탄의 불꽃이 힘차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걔가 그렇게 말했군요. 억지로 웃지 말라고.......”

 

 전에 부대에서, 그 아이와 같이 얘기를 나누는 그를 본적이 있었다. 중간에, 그 아이가 억지로 웃지 말라고 하며 울 땐 울어도 된다는 말을 하는 것에, 그는 피식 웃으며 끝까지 그 아이 앞에서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마치 힘들어도 힘들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건 어쩌면, 그녀를 닮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 아이에 대한 그의 배려가 아닐까 싶었다.

 

 어느새 이야기를 하다 보니, 밖에서 내리던 비도 그쳐 있었다. 황무지에서 보기 드문, 맑은 하늘이, 따스한 저녁 햇살이 그들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뭐, 그럼 된 거네요.”

 

 “응? 뭐가?”

 

 “군단장님. 꼭 따라가세요.”

 

 아이엘의 말에 아델은 그제야 자신이 여기 온 이유에 대해 떠올랐었다. 아이엘과 함께 그녀를 설득하려는. 하지만 이미 늦은 듯싶었다. 아니, 오히려 그녀가 나서는 것을 말릴 수가 없게 되었다. 데미아는 그런 아델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하아..... 알았어. 데미아, 대신 최대한 다치지 말라고.”

 

 “알았어. 꼭 그럴게.”

 

 

 

 - 전진 기지 제 5 전투지역, 외곽 통칭 ‘벌집’ 앞 -

 

 

 괴수들의 소리로 가득 차있는 동굴 안. 어두컴컴한 곳에서 두려움에 떠는 괴수들 앞에 갈색 로브의 남자(?)가 서 있었다. 녀석은 괴수들을 바라보며 섬뜩한 눈알을 굴려댔다.

 

 “흐음? 그렇단 말인가요? 저번에도 쥐새끼들을 놓치더니 이번에도 놓치자면 어떻게 하지는 거죠?”

 

 녀석은 즉시 그 자리에서 괴수를 찢어 죽였다. 찢긴 시체를 보면서 괴수들은 벌벌 떨며 그르렁거렸지만, 녀석은 그런 그들을 보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뭐... 하세요? 어서 먹어요. 여태껏 굶주렸잖아요. 안 그래요?”

 

 “키.... 키아아아악......”

 

 “하아....... 먹어라. 이 망할 돼지새끼들아.”

 

 쾅! 순간 동굴 전체를 울릴 정도로 거대한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녀석이 친 벽의 한 면이 그대로 부서지면서, 반대쪽 공동과 연결이 되어버렸다. 그쪽에는 무수히 많은 괴수들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언제까지 너희들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너희들은 그저 우리의 장기 말일 뿐이라고.”

 

 “크... 키아아아악!”

 

 괴수 한 마리가 이빨을 들이밀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괴수의 공격은 녀석의 손가락 하나에 그냥 저지당하고 말았다.

 

 “어머, 대단한 녀석이네? 다른 녀석들도 널 본받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콰지직. 가볍게 버튼을 누르듯, 손가락이 그대로 밀려들어간다. 그대로 괴수의 머리가 목 안쪽으로 구겨졌다. 다른 괴수들은 그 모습에 그대로 바닥에 엎드리며 그르렁 거릴 뿐이었다.

 

 “그럼. 다음번에도 실수하면 저 녀석들의 먹이로 줘버릴 거예요. 그러니 내 앞에서 실패할 생각 하지마라.”

 

 “키... 키아아악....”

 

 괴수들은 순식간에 흩어졌다. 갈색 로브는 그대로 손에 묻은 불결한 액체를 툭툭 털어내며 천천히 동굴 안쪽으로 발걸음 옮겼다.

 

 

 한참을 걸어 들어간 동굴 안쪽. 안쪽에는 마치 회의장에 온 것과 같이, 돌로 조각된 책상과 의자들 늘어서 있었다. 의자들에 각각 다른 색의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이 앉은 의자에는 각각 도형들이 새겨져있었는데, 팔각형의 도형이 새겨진 의자는 그 수가 매우 적었다.

 

 그리고 그 팔각형 도형이 새겨진 의자에 앉아있는, 갈색 로브의 녀석이 걸어오는 것을 본 붉은 로브의 남자가 그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어이, 이제 오는 거냐?”

 

 “뭐죠? 제가 늦은 건가요?”

 

 갈색 로브는 멋쩍게 웃으며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녀석 역시 팔각형이 새겨진 의자에 앉았다. 그 반대편에는 회색로브를 걸쳐 입은 남자가 머리를 책상에 쳐 박고 자고 있었다.

 

 “늦기는, 제시간에 왔지.”

 

 “근데, 그 @#$%@#$는 안 왔나요?”

 

 “아, 녀석은 다른 임무 때문에 다른 곳에 있어.”

 

 “그런가요? 흠...... 도통 보기가 힘드네요, 그이는......”

 

 녀석은 손가락을 쪽쪽 빨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녀석을 보며 붉은 로브의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괜히 녀석에게 붙잡히면 귀찮아지니까 말이다.

 

 “키... 키아아아악!”

 

 안쪽 공동에서 갑자기 거대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갑자기, 거대한 괴물의 머리가 탁자 위로 날아 들어왔다. 흥건한 피와 잔해물이 회의장에 덕지덕지 묻었다. 하지만 어떤 이들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하하! 다들 여기 있었나?!”

 

 괴물의 머리가 날아온 쪽에서 남색 로브를 걸쳐 입은 한 덩치 큰 남자가 걸어 들어왔다. 그의 로브에는 수많은 체액이 묻어있었다. 아마 이 괴물을 이렇게 만든 것은 녀석의 짓인 듯싶었다.

 

 “당연하지. 너는 뭐하다가 이제 온 거냐?”

 

 붉은 로브는 그런 그를 보며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남색 로브는 그런 그의 반응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보다 시피 한바탕 했지! 근데 여기에 있는 녀석들은 꽤 근성이 없나본데? 다 한방에 나가 떨어지질 않나.....”

 

 “그만해요. 아직 아가들이 한창 커야 한다고요. 애기들 상대로 어른이 무슨 짓이에요?”

 

 “어이쿠! 할망구도 왔었네? 미안미안. 난 또 잘 큰 녀석들인 줄 알았지.”

 

 “할망구라니! 참, 정말! 당신은 실례라는 걸 모르는 건가요?”

 

 한편 책상 위에 떨어진 괴물은 마지막 발악을 위해 눈알을 굴려 사방을 훑기 시작했다. 마치 살기 위해, 무엇인가를 먹어야겠다는 의지로 말이다. 그리고 마침 가장 가까이에 있던, 머리를 쳐 박고 자고 있는 회색로브의 남자를 향해 머리가 달려들었다. 뜯겨진 살점 틈으로 거대한 촉수들이 튀어나와 남자의 몸을 휘감으려고 했다.

 

 “아이씨..... 시끄러워.”

 

 콰드득. 푹.

 

 머리를 박고 있는 채로, 손이 녀석의 촉수들을 그대로 휘어잡아 뜯어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괴물은 자신의 촉수가 뜯긴지도 몰랐었다. 녀석이 다시 한 번 달려들려고 했을 때,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시끄럽다고 안 했냐?”

 

 “키... 키아아아...... 악.”

 

 괴물의 머리는 그대로 책상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회색로브의 모습을 보던 붉은 로브의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몸에 적응을 했나보네?”

 

 “웃지 마.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싫다고.”

 

 “저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요? 저번보다 좀 더 좋아진 것 같다고요.”

 

 “오오? 새로운 몸으로 바꾼 거냐?! 그럼 나랑 한판 붙어야지!”

 

 “이 아저씨가..... 난 아저씨한테 맞는 거, 싫다고. 그리고 가까이 오지 마. 난 네가 제일 싫어.”

 

 어느새 갈색 로브 녀석이 그의 옆에 다가와 요염한 자세로 그를 쓰다듬고 있었다. 회색로브는 그런 녀석의 손길에 질색하며 최대한 녀석을 떼어내려고 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네 사람과 달리 다른 로브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시선이라고는 아랑곳 하지 않는 갈색 로브가 회색로브에 바짝 붙어서, 계속 장난을 치면서 그를 놀려댔다. 둘의 끈적끈적한(?) 장난이 계속 되자, 결국 보다 못한 붉은 로브가 박수를 치며 둘의 주의를 끌었다.

 

 “자자, 다들 진정하고. 이제 곧 아카레니님이 오실 거다.”

 

 “히잉...... 난 그년이 싫어.”

 

 유일하게, 아카레니에게 반말을 쓰는 사람. 하지만 어느 누구도 녀석에게 반문하지 않았다. 그건 그/그녀만이 지니고 있는 특권이니까 말이다.

 

 “아카레니님이 들어오십니다.”

 

 한쪽에 서있던 로브를 입은 사람이 말을 했다. 동시에 그 쪽에서 천천히,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빛나는 금발을 가진 여자 걸어 들어왔다. 그러자 일제히 모두 그녀를 향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다만, 그녀의 모습에 갈색로브는 뚱해진 듯, 손목으로 턱을 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머, 다들 오랜만이에요. 다들 잘 지내고 있었죠?”

 

 “퍽도 잘 지내고 있었다.”

 

 “여전히 까칠 하네요. 당신은.”

 

 툴툴대는 녀석을 보며 그녀는 미소 아닌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갈색 로브의 옆자리로 걸어와 앉았다. 그녀가 앉고 나자, 다들 고개를 들며 자신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이로서, 팔각형이 새겨진 의자 3자리를 제외하고, 남은 자리가 모두 채워졌다.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부채를 조심히 책상 위에 올려두면서 말을 꺼냈다.

 

 “자, 그러면 현 시간 부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현재 상황부터, 모든 일들에 대해 말해보세요.”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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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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