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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3. 벌집(4)
작성일 : 19-07-02 23:03     조회 : 312     추천 : 0     분량 : 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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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군단장님.”

 

 “.........”

 

 울프강의 보고를 들은 아바르는 고개를 잠시 내리고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괴수의 숫자도, 괴물의 숫자도 점점 가면 갈수록 많아지는 것이 조금 수상하긴 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니.

 

 “역시 하이브가 있었을 줄이야.”

 

 20마리가 넘게 있다면 주변의 ‘호위병’녀석들까지 합하면 300마리가 넘어갈지도 모른다. 반대로 얘기하면, 녀석들 역시 그곳에 힘을 집중하고 있다는 애기라는 것인데...........

 

 곰곰이 생각을 하는 그를 보며, 잠시 망설이는 울프강은, 곧 마음을 먹었는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그에게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그건 그렇고........ 군단장님, 그 이야기 사실입니까?”

 

 “응? 뭐가?”

 

 “그..... 군단장님이 집적 나서신다는 것 말입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차라리 저나 에트만이 가는 게........”

 

 아바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울프강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해맑게 웃으며 그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아, 그거. 이미 결정 난 사항이니까 신경 쓰지 마.”

 

 “그래도 말입니다. 군단장님 신변에 큰일이 나면........”

 

 “결정 난 사항이라니까.”

 

 순간 엄청난 위압감이 울프강을 짓눌렀다. 저 해맑은 미소와 달리 그의 주변에서 느껴지는 압력에 그의 털이 모두 빳빳하게 서버렸다. 움직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그런 힘이 그의 목을 죄는 것 같았다. 옆에 있는 에트만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라고. 그리고 나만 가는 게 아니야. 3군단장도 간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 그게 더 문제 아닙니까! 한 번에 두 군단의 수장들이 간다는 게!”

 

 “3명이야. 2군단장까지 하면.”

 

 “아아아아악! 이 사람들이 뭔 단체로 마약이라도 드셨나! 도대체 그 망할 계획은 누가 짠 겁니까!”

 

 “너, 나, 우리?”

 

 정말이지 이성은 그를 한 대 치고 싶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처음 만났었을 때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렇게 둥글둥글한 사람만 남다니.........

 

 “크흠...... 장난은 이쯤까지만 하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서 그래. ‘그게’ 녀석들한테 먹힐지 파악해보려고 하거든.”

 

 “네? 설마, 그걸 사용하려는 겁니까?”

 

 “정확히는 10분의 1정도로 위력을 낮춘 거. 또,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하니까 말이야.”

 

 “그건 부하들을 시켜도........”

 

 “그럼...... 검을 들어 날 이겨라. 6군단의 전통으로 네가 날 넘는다면 네 뜻대로 하겠다.”

 

 강한 의지. 그의 눈빛에서 오는, 온몸에서 퍼져 나오는 힘에 울프강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6군단의 전통, 능력이 되는 자가 군단을 이끈다. 물론 군단장은 상임위 추천이지만, 그 외의 직책들은 전부 자신의 능력으로 올라온 것이다. 물론 멍청한(?) 에트만은 논외지만.

 

 울프강은 6군단의 전 1기사단장이었던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나이가 많아 군단장에서 은퇴를 선언한 알레르를 자신의 부관으로 포섭하고, 자신을 1기사단장으로 임명했을 뿐만 아니라, 제일 까다로운 종족인 오리에셀을 부하로 만들 정도로 대단했던 사람이다.

 

 아, 오리에셀이라는 종족은 옛 고대 종족의 후예라고 불리며 유일하게 고대인(하이앤더)과 대등한 전쟁을 했던 종족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괴수 토벌부대를 제외하고 1대1로 괴수들을 상대 할 수 있는 유일한 종족이다. 단단한 피부와 높은 재생력, 그리고 근육에서 나오는 흉악한 힘은 전사들의 선망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자신이 없나? 그럼 내 뜻을 따르도록 해. 이건 이제 부탁이 아닌 명령이야. 그럼 이제 가서 쉬도록 해.”

 

 그런 그들을 5명이나 때려눕히고도 멀쩡히 서있는 사람이니, 덤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니, 나서도 안 된다. 그랬다가는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

 

 아바르는 그 말을 끝으로, 울프강이 준 보고서를 들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울프강은 바라만 봤다. 언제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옆에 알레르가 와서 그의 어깨를 토닥거릴 뿐이었다. 그도 방금 전까지 설득하려다가 실패했었으니, 그의 기분을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군단장님. 병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심합니다. 차라리 제가 따라가는 게.......”

 

 “괜찮대도. 그리고 그 바보들만 보내면 내 마음이 놓이지 않아.”

 

 평소의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그녀와 다른 감정이 섞인 모습에 아이엘 역시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거나 한 적은 없었던 그녀가 지금은 완고하게 버티고 있다. 매번 옳은 판단을 내리던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역시 뭔가가 있죠? 그렇죠? 말씀하세요. 아델씨랑 무슨 관계에요?”

 

 “왜 거기서 그게 나와?”

 

 “솔직히 궁금한데 참고 있었다고요. 그날 왜 아델씨 뺨을 때린 거예요? 2군단장님이랑은 그렇게 또 왜 싸우시고......”

 

 순간 데미아는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건 더 이상 묻지 마. 해결했으니까.”

 

 “웃고는 있지만 불편해 하는 거 다 보입니다. 제가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궁정에서 지내면서 오랫동안 사람들을 많이 봐온 그녀에게는 사람들의 웃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귀족들의 권력다툼은 언제나 그렇듯, 냉혹한 것이니까.

 

 데미아는 그녀의 말에 손이 다시 떨려왔다. 아이엘은 그런 그녀를 보며 다시 한 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결했다고 하시는 분이, 매번 그의 이야기에 반응 하시는 겁니까? 제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두 분 사이에 있다는 건가요?”

 

 “그럼 너는 왜 관심을 가지는 거지? 아델 이야기만 나오면 너도 반응이 만만치 않은 것 같아.”

 

 갑자기 훅 들어오는 데미아의 말에 아이엘은 당황스러워했다. 반격을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들어올 줄은 몰랐다. 그러다보니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떠오르는 말을 그대로 뱉어버렸다.

 

 “당연하죠. 물론 제 아버님에게 떠밀리기는 했지만, 약혼 할 사이니까요.”

 

 순간 둘 사이에 엄청난 정적이 흘렀다. 일단 말하고 보긴 했지만, 막상 말하니 얼굴이 붉어졌다. 화끈해진 두 볼 사이로 작은 김이 나오는 것 같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것 같고, 왜 이런 말을 꺼냈을까 마구 후회됐다.

 

 “약........ 혼?”

 

 데미아는 그녀의 말에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세간에 발표되지 않은 이야기라, 아직 아는 사람이 적었다. 아마 아는 사람이라고는 본인과 원로 귀족, 그리고 아델과 아델 주변의 몇 명 뿐. 에테레아를 이끄는, 동부의 동맹의 맹주의 하나뿐인 외동딸에 대한 이야기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귀족들의 정치판은 원래 그런 거니까.

 

 반대로 리즌은, 아냐는 알고 있었던 이야기를 자신은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데미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마치 그녀를 뒤로 밀어내는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자신을 멀찌감치 놔두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아냐가 이끌고 왔어야 하는 부대를 아델이 스스로 데리고 오질 않나, 리즌 녀석은 그 녀석이 아픈데도 밀어 넣지 않나. 무엇보다 그걸 담담하게 받아드리고 있는 그도 그렇고.

 

 ‘왜.... 나만.......’

 

 “여어, 데미아! 여기 있었네? 그 얘기 사실이야? 너랑 아바르가 같이 간다는 거.”

 

 하필 아델이 그녀들을 향해 걸어왔다. 아이엘과 데미아는 흠칫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이엘은 먼저 말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녀보다 먼저 데미아가 움직여 입을 열었다.

 

 “어..... 사실이야.”

 

 “군단장이면서 다들 왜 그러는 거야. 그러면 나만 골치 아프다고.”

 

 아델은 머리를 긁적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리즌 녀석이 또 무슨 일을 벌인 모양인 듯싶다. 있다가 잔소리 좀 심하게 해야겠다는 생각........

 

 “네가 전에 말했지. 너 왜 이리 무모해? 라고 말이야.”

 

 데미아의 말에 아델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그건 왜? 나야 항상 그랬잖아.”

 

 “항상? 매번? 정말?”

 

 “내가 또 한 성격하잖아. 그거 빼면 아델이 아니라고.”

 

 아델의 모습에 데미아는 다시 한 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 언니 때문에 그러는 거야? 언니와의 약속 때문에 말이야.”

 

 ‘언니? 그게 무슨.......’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는 입술 사이로 나온 말에, 아이엘의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누가 들어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니면, 그 아이가 여기 있어서 그런 거냐고!”

 

 말없이 서 있는 아델.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데미아. 둘 사이에는 미묘한 정적만이 감도는,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아보였다. 그 사이로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들이 그들을 적셔갈 뿐이었다.

 

 

 

 

 

 한편,

 

 “흐음. 이걸 이렇게!”

 

 6군단 내의 숙영지에서 아멜은 새로 익힌 기술을 실험하고 있었다. 한층 더 가벼워진 몸이, 그녀의 힘을 한 번 더 끌어내주는 것 같았다. 물론 조심해야 할 건 있었지만 말이다.

 

 ‘조금은 편하지? 하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란다. 나는 그 사람들처럼 마법을 쓰지 못하니까.’

 

 ‘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저씨가 쓰는 건 그... 마법 아니었나요?’

 

 ‘이젠 가물가물해서 기억이 잘나진 않지만, 내가 용사로 있던 시절에는 나와 네가 가진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문가들을 따로 부르는 말이 있었단다. 그걸 법칙화한 것이 마법이라는 거고. 나는 흉내만 내고 있지만, 진짜들은 다르단다. 나는 너에게 걸린 그 저주를 완화시켜 줄 수는 있지만, 그 사람들이라면 완전히 저주를 없애줄 수 있을 거란다.’

 

 ‘그 말은.......’

 

 아직 저주가 풀린 것은 아니다. 다른 저주로 상쇄를 시키고 있지만, 부작용으로 힘에 의한 갈증이 심해질 거라는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힘을 끌어다 올리는 것은 금물이다. 주기적으로 그가 완화를 시켜줘야 하는 것도 덤이고.

 

 “아멜! 뭐하고 있어?”

 

 기술 연습을 하던 그녀에게로, 스피넬이 걸어왔다. 어깨에 창을 짊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녀도 훈련을 위해 온 것 같아보였다. 아멜은 그런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 그냥 검 연습하고 있었지.”

 

 “역시 아멜이네. 연습 벌레라니까.”

 

 “그냥....... 매일 같이 하고 있는 것뿐인걸.”

 

 언제나 항상 꾸준하게 시간이 되면 몸을 움직이는 그녀가 대단했다. 가끔은 쉬고 싶어서, 귀찮아서 안하려고 할 텐데, 아멜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다.

 

 “참! 그렇지. 너, 그 얘기 들었니?”

 

 “응? 무슨 얘기?”

 

 창을 어깨에서 내려놓고 몸을 풀려던 스피넬은 마침 아까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아멜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스피넬은 방금 전에 기사들이 하던 얘기에 대해 말했다.

 

 “아, 조만간에 특별 임무가 주어질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하필이면 그 인원들이.......”

 

 “인원들이? 왜?”

 

 “그게...... 나랑 너랑 1명의 토벌부대 대원 외에 군단장님들이라는 거야.”

 

 “뭐... 뭐라고?!”

 

 아멜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아니, 어느 누가 들어도 놀랄 이야기다. 갑자기 군단장이랑 같이 싸우라면, 그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우리는 군단장님들이랑 같이 싸운다는 거야.”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그 외의 전력들도 기사단장들이나 최고 인원들로 선발될 것이다. 그렇다면 실수라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잘못되어서 인원들이 다치게 된다면, 토벌부대에게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아저씨는? 그 얘기 알고 있으셔?”

 

 “알고는 있는데, 그 이야기 때문에 군단장님들 만나러 가신다고 하더라고.”

 

 방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스피넬은 그 이야기를 듣자 굉장히 놀란 그의 표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정말이지 그 표정은 ‘말도 안 돼!’를 넘어선, 마치 ‘이 결혼은 반댈세!’라고 외치는 한 딸의 아버지 같은 표정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저지 하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의 발걸음이 놀라운 속도로 빨랐으니, 지금쯤이면 아마 사령부에 도착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아..... 우리야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만, 이렇게 되면 엄청 불편한데.”

 

 스피넬은 툴툴대며 잠시 내려두었던 창을 들어올렸다. 그녀가 여기 온 것도 훈련 할 겸, 생각을 정리하러 온 것일 것이다. 그녀는 창을 아멜에게 겨누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으쌰. 그럼 부탁해도 돼?”

 

 “그래.”

 

 아멜 역시 그녀에게 검을 겨누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검과 창이 맞부딪히면서 대련 아닌 대련이 시작되었다. 생각을 비우고, 날을 맞대고 있으면 잡념 따윈 떠오르지 않는다. 오롯이 검에 집중하게 되어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으니까.

 

 

 1시간 정도 흐른 뒤, 두 사람은 바닥에 앉아 물을 마셨다. 못해도 30분정도면 끝났을 일을 1시간이 넘도록 검을 맞대었다. 아, 그 정도면 부족한 게 아니냐고 싶지만, 그녀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적어도 1번 부딪힐 때 4 ~ 5합을 주고받는다. 단시간에, 일반 기사들이 주고받는 합에 몇 백배는 주고받는다. 또 위력도 일반 훈련장이라면 견디기 힘들 정도다. 움푹 파인 바닥들을 보며 스피넬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야외여서 다행이네. 분명 다른 곳이었으면 아저씨가 기겁했을 거야.”

 

 “리엔 언니가 더했을 걸? 훈련장을 하도 박살내서 청구비가 많이 나갔었잖아.”

 

 “그러게. 5명이서 할 때는 더하지 않았었나?”

 

 다섯의 대련은 훈련장 벽까지 금을 냈었다. 평소에 파인 바닥을 메우는 것으로 끝났었던 일이, 벽에 금이 가다 못해 부서지기 직전이라 훈련장을 보수 공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열 받은 리엔이 모두의 식단을 두부탕수로 바꿔서 한동안 괴롭게 지냈었던 것도 같이 떠올랐다.

 

 “하아....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문득 두 사람은 부대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매번 아침을 깨워줘야 하는 스티네아나, 지금은 조금 어른스러워지긴 했지만, 가끔 이상한 것들을 모아오는 쌍둥이들, 그리고 항상 열정이 넘치는 예네프나 그 반대로 축져져있는 아냐. 그 외에 항상 사고를 치고 다니다 리엔에게 혼나는 대원들. 잘 지내고 있겠지 싶으면서도 어딘가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뭐, 이쪽은 언제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라 이쪽이 더 걱정 받아야 하지만.

 

 “잘 지내고 있겠지. 우리도 다들 괜찮으니까.”

 

 스피넬은 다시 한 번 수통의 물을 들이마셨다. 투입은 조만간에 한다는데, 과연 군단장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괴수를 잡는 것은 잘 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사람을 잘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면 확신 할 수가 없다. 반대로, 너무 실력이 모자라서 그들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검을 맞대면서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었다.

 

 “일단 가서 생각해야지.”

 

 늘 그랬듯, 아델이 말해왔던 대로.

 

 “그래. 일단 부딪혀봐야지 뭐.”

 

 톡! 갑자기 머리 위에서 차가운 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정확히 아멜의 콧등에 떨어지면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멜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응? 뭐지?”

 

 투둑. 투투투투둑.

 

 황무지의 날씨가 변덕스럽긴 하지만, 어두워진 하늘은 그저 해가 저물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차가운 방울들이 연신 그녀의 머리와 얼굴로 날아들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우.. 우와악!”

 

 “비가 내리네! 방금 전까지 바람만 부는 맑은 하늘이었는데........”

 

 끊임없이 흩날리던 모래먼지가 가라앉는다. 맑기는 하지만, 그래도 뿌옇던 하늘에 껴있던, 먼지들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치 모든 것을 쓸어내는 것 같이. 곧 이어서 맑고 투명한 작은 방울들이 내려왔다.

 

 “오늘은 씻을 필요는 없겠네.”

 

 둘은 피식 웃으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로, 얼굴에 묻은 먼지들을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평소의 비라면 피하려고 했겠지만, 둘은 마음껏 그 비를 맞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평소 갑자기 내리는 비는 그렇게 좋은 의미는 아니지만, 물이 부족한 황무지에서의 비는 길조의 상징이다. 물론 이런 의미는 그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빨래 거리는 늘어났지만 말이야.”

 

 “꼭 그렇게 초를 쳐야겠니?”

 

 두 사람은 바닥에 놓인 무기를 들고 아까와 다르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곧 있을 저녁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머리에 묻어있는 물기를 쓸어내리면서 말이다.

 
작가의 말
 

 예비군 갔다오니 본격적으로 더워지네요... 살려줘요! 너무 더워요!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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