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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20화.
작성일 : 19-06-25 01:37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4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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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어, 왼쪽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갈림길에서 고삐를 잡은 다니엘레가 오른쪽으로 들어서자 루치아는 당황한 채 그렇게 말했다.

 

 “빚 받으러 간다.”

 

 “웬 빚이요?”

 

 “시간 벌이 하나 만들어둘까 해서.”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에 그녀는 어리둥절했다. 더 캐물어도 말해줄 것 같지 않았기에 그녀는 잠자코 앉아 기다렸다. 한참을 달려 마차는 돌로 이루어진 커다란 산 앞에 천천히 멈춰 섰다. 말을 진정시킨 다니엘레는 마차에서 내렸다.

 

 울퉁불퉁한 돌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던 더미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듬성듬성 나무가 있었지만, 대부분 돌이었다. 아주 큰 바위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여긴 왜 온 거지?”

 

 “호랑이 부족이라고 들어봤냐?”

 

 더미드는 미간을 모으고 기억을 되새겨봤다.

 

 “들어본 것 같은데.”

 

 “그들의 주거지가 바로 여기야. 얘네한테 울리세를 잠깐 묶어두게 할 생각이다.”

 

 “그냥 빠르게 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루치아의 말에 다니엘레는 뒤를 돌아봤다. 대답은 했지만, 시선은 리베리오에게 향했다. 그의 눈엔 분노가 서려 있었고 리베리오는 그런 그의 눈을 살짝 피했다.

 

 “마차를 타고 간다해도 따라잡힐 거야. 마음먹고 묶어두자면 시간을 더 벌 수 있겠지. 게다가 북쪽과 아예 반대도 아니잖아.”

 

 말을 맺으며 그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삼십 분 정도 걸었을 때쯤 좁은 길 너머로 천막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희미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모습에 힘을 얻은 다니엘레는 조금 더 속도를 냈다.

 

 그곳은 몇 없는, 조금의 모래마저 있는 평평한 땅 중 하나였다. 성큼성큼 나아간 다니엘레는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미 그들이 이곳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사람들의 이목은 집중되어 있었다. 몇은 알아보는 듯 했고, 아예 처음보는 듯 경계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니엘레, 잘 지냈나?”

 

 “그럭저럭요. 족장님 좀 뵐까 하는데.”

 

 남자는 엄지를 펴 쳐진 천막들 중 가운데에 있는 곳을 가리켰다.

 

 “저기로 가.”

 

 대충 인사한 그는 곧장 사내가 말한 곳으로 갔다. 천막 안에는 족장 혼자 앉아 쉬고 있었다. 다니엘레는 따라오던 그들에게 기다리라 말하고는 혼자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이네요.”

 

 “사 년만인가?”

 

 “벌써 그렇게 됐나요?”

 

 “그때 이후로 처음이니까.”

 

 다니엘레는 더 무슨 말을 할지 몰랐기에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하신 말 기억하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족장은 고개만 끄덕여줬다. 다니엘레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는 내뱉었다.

 

 “시간이 필요해요. 한 명이 저희를 쫓는데 너무 빨라서 곧 따라잡힙니다.”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나?”

 

 “딴 건 없습니다. 그 녀석이 저희를 따라오지 못하게 최대한 시간만 벌어주면 됩니다.”

 

 족장은 길게 자란 회색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왜 죽여달라 하지 않고?”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하면 전부 죽을 겁니다.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거예요.”

 

 “뭐…일단은 알겠네. 슬슬 해도 지고 있으니 자고 가게.”

 

 한쪽 눈썹을 매만지던 다니엘레는 한참동안이나 고민했다.

 

 “산 입구에 마차를 두고 와서 곤란한데요.”

 

 “그건 걱정 말게. 애들을 보내서 지키라 할 테니.”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지금 이 와중에도 따라오고 있을 울리세를 떠올리면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족장의 말대로 벌써 어둠이 깔리고 있었고, 어두워진 이곳을 내려가기에는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을 소모해야하는 일이었다. 그럴 바에 제대로 보충하고 떠나는 것이 위험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더 안전해 보였다.

 

 “…저 친구랑 연관된 거야?”

 

 “조금요?”

 

 족장은 손이 묶여있는 리베리오를 턱끝으로 가리켰다. 다니엘레는 짧게 답했다. 관련이 있다면 있는 것이고 없다면 없는 수준일 정도여서 불친절하게 들릴 수 있는 대답이었지만, 가장 적합한 대답이었다. 족장은 신경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천막을 나온 그는 원주민의 안내를 받아 방금 쳐진 듯 한 빈 천막에 들어갔다. 재료가 한정적이었기에 루치아도 같이 들어갔다. 다니엘레는 제대로 쉴 요량으로 리베리오의 손목과 발목을 신성력으로 땅에 붙여두었다. 리베리오는 인상을 쓰며 불쾌해했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어느새 곯아떨어졌던 다니엘레는 오랜만에 개운함을 느끼며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아직 자는 그들을 깨운 그는 다 같이 나와 호랑이 부족과 함께 식사를 같이했다. 그릇을 거의 비웠을 때 쯤 한 원주민이 다가와 무거워 보이는 큰 보따리를 건넸다.

 

 “이게 뭐죠?”

 

 입속의 음식을 삼킨 채 말한 그는 일단 그것을 건네 들었다. 무게가 꽤 나가는 게 제법 묵직했다. 한손으로 들려던 그는 만만치 않은 무게에 양손으로 쥐어 안을 확인해보니 말린 음식들이 잔뜩 있었다.

 

 “이거.”

 

 원주민은 둘둘 말린 종이를 건넸다. 다니엘레가 받고 펼쳐보자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수배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루치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니신 거예요?”

 

 “내 잘못 아니야.”

 

 설레설레 고개를 저은 더미드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범죄자들이 꼭 그렇게들 말하지.”

 

 종이를 구기며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은 그가 답했다.

 

 “울리세, 걔가 한 거야. 지나가던 악덕 영주를 죽였어. 난 같이 있다가 덤터기 씐 거고.”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보따리를 짊어 메었다.

 

 “그럼 이제 마을은 못 가겠네요?”

 

 “내 얼굴만 가린다면 안될 거야 없지. 어차피 잘 됐어. 한시 빨리 가야 하는데 음식도 충분하니 말만 교체하면 되겠네.”

 

 내려가기 전 족장을 만난 다니엘레는 울리세가 올 예상 경로를 알려주었다. 짧게 인사를 나눈 그는 그대로 산에서 내려왔다. 마차 앞에는 정말 원주민 두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대충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한 그는 마차에 올라탔다.

 

 “아니지.”

 

 앞에 올라타려는 더미드에게 손을 뻗으며 다니엘레가 말렸다. 무슨 일인가 싶은 더미드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뭐가?”

 

 “네 차례잖아.”

 

 다니엘레는 당연하지 않냐는 듯 마부석을 바라봤다. 기가찬 더미드는 헛웃음을 지었다. 뭐라 반박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만이 말을 몰지 않았다.

 

 “젠장.”

 

 손짓을 해 루치아를 부른 다니엘레는 앞자리에 태웠다. 뭔가 이상했지만,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일종의 배려를 받았다는 생각에 그녀의 가슴이 작게 뛰었다.

 

 마차는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정확히 이 대륙의 북서쪽 가장 끝부분이다. 짧은 산을 넘으면 곧바로 사막이 펼쳐져 있고 밀림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네 명 모두 모르진 않았다. 말없이 마차를 몰던 더미드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북서쪽엔 뭐가 있지? 내가 듣기론 사막에다가 날씨 변화가 너무 급격히 변해서 중간 이상을 들어가지 못한다던데.”

 

 샤워를 하지 못해 가려움이 올라와 목을 긁으며 다니엘레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신기루 알지?”

 

 “갑자기 뜬금없이 웬 신기루지?”

 

 “아, 거기로 들어갈 거거든.”

 

 더미드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하지만 아닌 것을 깨닫고는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사실인 걸 어떻게 말하냐.”

 

 아무렇지 않게 답하는 모습을 보며 더미드는 뒷목이 뻣뻣해졌지만, 꾹 눌러 참았다.

 

 “자세히 말해봐.”

 

 입술을 비죽 내민 다니엘레는 잠시동안 설명할 방법을 찾았다. 어디까지 알려줘야 할지 고민하며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던 그는 천천히 운을 띄웠다.

 

 “사막 끝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신기루가 있어. 그 너머에 이 모든 일의 시작이 존재해. 밀림이 생겨난 원인이. 한 마디로 쉽게 말하면 다른 차원의 대륙이 있다는 얘기지.”

 

 이제는 뭔들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그였기에 마음을 비우니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한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그런데 너는 그걸 어떻게 알고있지?”

 

 “그거야 초반에는 밀림 안의 것들이 우리처럼 정신을 잃지 않았었으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누적된 피로가 다시 찾아오자 다니엘레는 엄지와 검지로 눈을 문질렀다. 커피 한 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떠나기 전 건물에서 평화롭게 루치아와 얘기를 나누던 것도 떠올랐다.

 

 “그쪽 세계에도 신을 믿는 모양이야. 다른게 있다면 좀 더 직접적이라는 거지. 그들의 힘을 조금이나마 사용하는 것 같은데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여하튼 지금 밀림에 있는 사람들은 신을 잃어버렸고 그 대륙에서는 그렇게 되면 점점 자아를 잃고 육체의 껍데기만 남는다더라.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만장일치로 이곳으로 추방된 거고.”

 

 어느새 부르텄는지 오른쪽 입술에서 기분 나쁜 고통이 느껴졌다. 그는 그곳을 매만지며 말했다.

 

 “마지막 선물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대신 모든 능력이 몇 배를 뛰어넘지. 육체나 감각으로나.”

 

 “들으면 들을수록 싸구려 책에서나 나올 법한 내용이군.”

 

 잠자코 듣던 리베리오가 감상평을 내뱉었다. 다니엘레는 그 말에 동의했다.

 

 “뭐, 책이나 연극보다 더 말도 안 되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도 있으니까.”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하던 더미드가 끼어들었다.

 

 “그곳에 간 후의 계획은 뭐지?”

 

 “도와달라 해야지.”

 

 “도와달라고 도와준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도와줄 거야.”

 

 어처구니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헛웃은 더미드가 물었다.

 

 “어떻게 그리 확신하나? 만나본 적도 없잖아.”

 

 “그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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