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19화.
작성일 : 19-06-23 23:45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441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울리세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다. 사라졌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

 

 목이 잘린 병사의 반응도 하지 못한 얼굴이 땅으로 떨어졌다. 외침이 아닌 비명이 울려 퍼졌다. 불빛 사이로 피가 흩뿌려졌다.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은 칼 한 번 휘두르지 못했다. 아예 벌벌 떠는 이조차 있었다. 마티아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옮겨 기사단장의 팔을 붙잡아 끌었다.

 

 하지만 그는 따르지 않았다. 당황한 마티아는 그를 바라봤다. 기사단장은 긴장으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가십시오.”

 

 “이길 수 없어. 도망가야 한다네.”

 

 기사단장은 마티아의 팔에 손을 얹고 살며시 떼어냈다.

 

 “둘 다 도망칠 순 없습니다. 당신들이라면 또 다른 대안이 있을 것 아닙니까? 가십시오.”

 

 마티아는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칼을 뽑은 기사단장은 앞을 바라봤다. 이제 남은 병사는 거의 없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개죽음이 될 순 없지 않습니까!”

 

 그리곤 그는 마티아의 어깨를 밀었다. 턱을 떨던 마티아는 이내 마음을 잡고는 몸을 돌렸다.

 

 “…미안하네.”

 

 멀어져가는 발소리를 들으며 기사단장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깊게 심호흡을 했다. 이제 울리세는 마지막 남은 병사의 심장을 꿰뚫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미드는 어딨나?”

 

 사람이 아닌 눈빛을 보며 기사단장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어딘가에 있을 테지.”

 

 “그래.”

 

 울리세는 초점을 바꿔 말 쪽으로 달려가는 마티아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기사단장에게 달려들었다.

 

 “흡!”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기사단장은 검을 부딪치자마자 몇 미터나 뒤로 날아갔다. 검을 놓치지 않으려 잡았던 두 손바닥은 찢어졌고 손목은 부서졌는지 헐렁거렸다. 무릎을 꿇은 채 앉은 그는 울컥 차오르는 피를 토해냈다.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을 흘리며 꺼져가는 눈빛을 울리세에게 맞췄다.

 

 “….”

 

 그를 지나치던 울리세는 일순간 발에 무언가 걸린 느낌에 멈칫하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엎어져 팔로 자신의 다리를 묶은 기사단장을 내려다봤다. 그는 입을 벌린 초점을 잃은 상태로 어딘가를 바라봤다. 말할 힘도, 바라볼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울리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를 내려다보더니 있는 힘껏 그의 배를 걷어찼다.

 

 한참을 날아간 기사단장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집 벽에 처박혔다. 그리곤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울리세는 고개를 돌려 말을 타고 떠나는 마티아를 찾았다. 저 멀리 움직이는 형태를 찾아내자마자 그는 거리낌 없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은색과 회색 사이 어딘가의 색을 지닌 구름이 낮게 깔렸다. 전속력으로 말을 모는 마티아는 여름이었음에도 몸을 떨었다. 그는 그것이 땀이 말라서 그런 건지 공포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지칠 때까지 달린 그는 나무가 높고 빼곡하게 자란 숲 앞에 멈춰 섰다.

 

 힘겹게 말에서 내린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을 왼쪽으로 떠나보냈다. 그리고는 숨도 채 고르지 않고 숲 안으로 들어갔다. 어디쯤 들어왔는지도 확인하지 않고 그저 안으로 무작정 달렸다. 한참을 달리던 그는 다리가 후들거려 말을 듣지 않게 되었을 때쯤에서야 엎어지듯 주저앉았다.

 

 입에서 흐르는 침을 대충 닦아낸 마티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잡히는 대로 나뭇가지를 모아 아주 작게 모닥불을 피웠다.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자 그는 그제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무에 몸을 기댄 그는 천천히 눈을 감고 아까의 상황을 떠올렸다. 무력감이 그를 짓눌렀다. 가슴이 조여왔고 목덜미에 소름이 올라왔다. 할 수 있는 모든 건 한 셈이었다. 어마어마한 불에 탔음에도 멀쩡하다는 것은 그들의 손을 떠난 것이다. 마티아는 품에서 둘둘 말린 종이와 깃털 펜을 꺼냈다.

 

 종이를 무릎에 받친 그는 일순간 멈췄다. 마치 태엽 감긴 인형이 움직이는 것을 멈춘 것처럼 그 또한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눈동자만이 떨려왔다. 종이에 뭔가를 적으려는 척 손을 천천히 옮기며 그는 허리춤에 찬 검 손잡이에 가져다 댔다.

 

 “그만.”

 

 칠흑 같은 어둠보다 짙고 음산한 목소리가 낮게 퍼졌다. 힘겹게 침을 삼킨 마티아는 다시 천천히 손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더미드는 어디 있나?”

 

 “…모른다.”

 

 울리세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모닥불을 기준으로 마주 본 그들은 잠시간 그렇게 있었다. 이윽고 울리세가 검을 뽑아들었다. 마티아는 그 모습을 보고는 깃털 펜을 불 속에 휙 던져넣었다.

 

 “네 몸 안에 있는 진짜는 누구지?”

 

 의미심장한 말에 울리세는 멈칫했다.

 

 “당신,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밀림을 조사하는 게 내 일이다. 대답하라, 넌 누구지?”

 

 울리세는 말없이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체념한 마티아는 머리를 기대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체념은 했다만, 두려움까지는 막아내지 못했다.

 

 “난…울리세다.”

 

 동시에 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

 

 정신을 차린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그는 여전히 침대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손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 평소에 하인의 도움을 받지 않았지만, 그는 말없이 그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이마에 얹어져 있는 물수건이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허버트는 활짝 열린 창문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고통 때문에 몸이 뜨거웠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울리세에게 걷어차여 부러진 갈비뼈 덕분에 그는 숨만 쉬기에도 벅찼다. 하인이 이마의 수건을 만져보더니 그대로 집어 다른 것으로 갈아주었다.

 

 조심하고 세심하게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한 하인은 고개만 숙여 인사하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게 되자 그는 그제야 고통의 신음을 낮게 흘렸다.

 

 “다 죽어가는구만 그래.”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아차렸지만, 그는 직접 얼굴을 보고선 눈빛으로 반겨주었다. 짝 달라붙는 검정 바지에 회색 반소매를 입은 사내의 키는 허버트와 거의 맞먹을 정도로 컸다.

 

 긴 머리는 전부 뒤로 넘겨 촌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시원해 보이기도 했다. 작은 눈에 옅은 눈썹과 얇은 입술의 인상은 친구를 만나 반가워함에도 날카로웠다. 허리춤에 찬 검은 그의 길쭉한 팔다리와는 다르게 짧은 숏소드였다.

 

 “생각보다…늦었군, 체스터.”

 

 “여전한 거 보니 아직 살만한가 보네?”

 

 씩 웃으며 곁으로 다가온 체스터는 들고온 과일 바구니를 옆에 내려놨다.

 

 “빈손으로 오기 좀 그래서. 하나, 먹을래?”

 

 힘겹게 고개를 젓는 그를 보고는 체스터는 사과를 하나 꺼내 베어 물었다. 내용물을 씹으며 그가 말했다.

 

 “갑자기 사라져 몇 년 동안 소식조차 없길래 산속이라도 들어간 줄 알았는데 혼자 이렇게 좋은 데 취직하고 너무하는구만.”

 

 “업계 일인자가 엄살은….”

 

 “왜 이래, 요즘 이 바닥도 힘들다고.”

 

 힘겹게 말하는 허버트를 보며 그는 천천히 웃음을 거두었다. 장난식으로 말했을 뿐, 허버트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쯤은 그도 처음 들어오자마자 알 수 있었다.

 

 “과거이긴 하지만 마시모, 메이너드와 비벼볼 수 있는 네가 작살이 난 거면 누군지 감도 안 잡히는 걸.”

 

 “……울리세 모레티.”

 

 눈동자를 굴리던 체스터가 손뼉을 살짝 마주쳤다.

 

 “요즘 그 유명한 살인마 걔 말하는 거지?”

 

 “그래.”

 

 “그래서 걔를 처리해달라?”

 

 허버트는 고통을 참으며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했다. 수십 발의 화살과 불에 타도 죽지 않았어. 하지만 딱 하나 안 한게 있지.”

 

 말을 맺으며 그는 체스터의 검을 바라봤다. 어깨를 으쓱한 체스터는 그를 내려다봤고 허버트가 말하길 기다렸다.

 

 “몸 안에 독이 들어간다면 놈도 어쩔 수 없겠지.”

 

 “음, 화살을 맞아도 안 죽고 심지어 불태워도 멀쩡하면 인간이 아니잖아? 확실한 거 맞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허…황당하기 짝이 없네.”

 

 다리를 꼰 채 팔짱을 낀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친구의 부탁에 대해 어찌해야 할지 생각했다.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아 거짓말은 결코 하고 있지 않았지만, 역시 그로서는 믿기지 않았다. 일단 이 사실부터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는 난감했다.

 

 “그 녀석 출신지가 어디야?”

 

 “아스레인의 밀림.”

 

 “농담?”

 

 인상이 구겨지는 허버트를 보며 체스터가 빠르게 다시 입을 열었다.

 

 “거기서 뭔가 얻기라도 했나 봐? 뜬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

 

 허버트는 내막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내용이 너무 길었고, 말할 시간도, 힘도 부족했다. 남은 부분을 모두 베어 문 체스터를 보며 그가 낮게 읊조렸다.

 

 “내가 널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만 같아서 미안하군.”

 

 “자존심 건드리려는 수법이라면 관둬. 인간은 어차피 누구나 약점이 있어. 불이 안 통한다고? 네 말대로 그럼 독이 통하겠지.”

 

 고개를 끄덕인 허버트는 눈동자를 탁자로 옮겼다.

 

 “선금으로 보수의 반을 주마. 저기 봉투 안에 있는 어음이 있으니 확인해. 부족하지는 않을 거다.”

 

 탁자로 걸어간 그는 종이에 적힌 금액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도 넣었네. 생명수당까지 챙겨주는 건가?”

 

 “그런 셈이지.”

 

 “뭐, 일단은 알겠어. 조만간 다시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인사도 없이 방을 나갔다.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허버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언젠가부터 하지 않게 된 기도문을 속으로 올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36 35화. (마지막) 2019 / 7 / 23 194 0 6309   
35 34화. 2019 / 7 / 21 190 0 4304   
34 33화. 2019 / 7 / 19 208 0 3880   
33 32화. 2019 / 7 / 17 177 0 4924   
32 31화. 2019 / 7 / 15 204 0 5129   
31 30화. 2019 / 7 / 12 180 0 4231   
30 29화. 2019 / 7 / 11 196 0 4436   
29 28화. 2019 / 7 / 10 212 0 3832   
28 27화. 2019 / 7 / 8 200 0 4814   
27 26화. 2019 / 7 / 4 203 0 4153   
26 25화. 2019 / 7 / 3 194 0 4378   
25 24화. 2019 / 7 / 2 191 0 5305   
24 23화. 2019 / 6 / 30 188 0 5652   
23 22화. 2019 / 6 / 27 188 0 4860   
22 21화. 2019 / 6 / 25 182 0 4800   
21 20화. 2019 / 6 / 25 203 0 4479   
20 19화. 2019 / 6 / 23 196 0 4418   
19 18화. 2019 / 6 / 22 194 0 5204   
18 17화. 2019 / 6 / 21 174 0 4488   
17 16화. 2019 / 6 / 20 203 0 5036   
16 15화. 2019 / 6 / 18 208 0 5676   
15 14화. 2019 / 6 / 18 187 0 5703   
14 13화. 2019 / 6 / 16 187 0 5829   
13 12화. 2019 / 6 / 15 195 0 5053   
12 11화. 2019 / 6 / 14 211 0 4480   
11 10화. 2019 / 6 / 13 197 0 4905   
10 9화. 2019 / 6 / 13 184 0 4826   
9 8화. 2019 / 6 / 12 193 0 4492   
8 7화. 2019 / 6 / 10 194 0 6272   
7 6화. 2019 / 6 / 9 189 0 594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잿빛하늘
대방
독버섯
대방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