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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10화.
작성일 : 19-06-13 13:03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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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태연하게 칼집에 검을 꽂으며 울리세는 그를 돌아봤다. 다니엘레는 그 평온한 얼굴에서 공포감을 느꼈다. 그 유명한 전사들과 견주는 아니, 아마 그들도 그의 손에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확신했다. 자신조차 신성력을 이용해 움직임을 겨우 쫓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자신보다 더한 무감정의 사람을 만난 기분에 그는 조금 겁이 났다.

 

 혼이 나간 사람처럼 그의 뒤를 따라 뛰는 다니엘레의 뒤에서는 소란을 듣고 지원을 온 많은 병사가 뒤쫓아 오고 있었다. 앞장서던 울리세는 입구에 배치되어 있는 병사 둘을 단숨에 베어 넘기고는 유유히 밖으로 나갔다.

 

 턱 끝까지, 토하기 직전까지 뛰고서야 더 이상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다.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다니엘레는 근처 나무둥치에 엎어지다시피 몸을 기대며 털썩 앉았다. 힘없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근처에 자리 잡고 앉는 울리세는 역시나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숨조차 변화가 없었다.

 

 ‘생각보다 위험하겠어.’

 

 그는 내심 물량으로 밀어붙인다면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산산이 부서졌다.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는 데 지치지도 않고 체력도 어림잡을 수 없는 상대를 어떻게 막아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으로 불길한 상상이 떠올랐다. 수많은 죽음과 프라이스 영토가 불타고 더미드가 처참하게 죽어있는 것을. 그의 머릿속에 최후의 방법이 떠올랐다.

 

 ‘곧장 거기로 가야 하나?’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거리도 거리일뿐더러 그도 들어만 봤을 뿐, 실제로 가보지 않았기에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마티아가 준 반지를 바라봤다..

 

 ‘그래도 체력이 무한이지는 않겠지. 국왕은 병사를 얼마나 내어줬을까? 루치아는 지금쯤 도착했을까? 얘기는 잘 했나?’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나마 단체에서 가장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였기에 그는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리를 주무르던 그는 핀잔섞인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왜 죽였어?”

 

 “······.”

 

 울리세는 그를 바라보지 않고 일부러 딴 곳에 시선을 던졌다. 다니엘레는 포기하지 않았다.

 

 “정의감이라도 들었냐? 의적이라도 될 참이야?”

 

 “권력으로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죽여도 된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울리세는 억울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그럼 보고만 있나? 앞으로 수많은 사람이 피해 볼 거다. 저런 놈은 죽어 마땅해!”

 

 “아니, 틀려. 정당하게 죗값을 치르게 해야지. 감정적으로 나갔다간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기 마련이지. 그래서 법이 있는 거고.”

 

 울리세는 법이라는 말에 눈썹을 찌푸렸다.

 

 “법? 그 허울뿐인 법을 말하는 건가? 평민들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배부른 자들에겐 한없이 자비로운 그 법? 이상적인 소리다.”

 

 대충 끝내려 했던 다니엘레는 답답함에 조금씩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게다가 거의 처음 보는 울리세의 격한 감정의 화살은 자신에게 반항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전형적인 피해 의식이네. 그럼 하나 묻자. 어떻게 그리 확신하냐?”

 

 “그건···.”

 

 울리세는 말을 이으려다 굳게 다물었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그는 다니엘레를 노려볼 뿐이었다. 다니엘레 역시 지지 않고 마주 보았다. 먼저 시선을 회피한 것은 울리세였다.

 

 “그건 말할 수 없다.”

 

 “왜지?”

 

 “아무리 친구라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있는 법이지.”

 

 한 방 먹었다는 짜증과 전에 느꼈던 서운한 감정이 동시에 그의 마음속을 침범했다. 감정이 상한 다니엘레는 코웃음을 쳤다.

 

 “거 참 미안하게 됐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더 이상 얘기해봐야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끝끝내 옳다고 생각했다. 사회의 구조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한 산물이었고 그만큼 구조적으로 잘 잡혀있다고 믿었다.

 

 그런 그의 생각과 정 반대되는, 그가 생각하기로 어린애와 같은 울리세의 논리는 정말이지 우스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혼란스러웠다. 분노가 가라앉은 자리에 침착함이 자리잡자 그는 울리세가 방금은 사람다웠다고 느꼈고 그 기분에 스스로 당황했다.

 

 정을 주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던 그는 가슴속이 꽉 막혀 답답한 이 기분이 불편했다. 실리주의에 철저히 개인주의인 그에게는 생소한 감정이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 병사들이 쫓아올지 몰랐기 때문에 다니엘레는 하는 수 없이 마지못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마을까지는 아니더라도 해 질 때까지는 걷자고.”

 

 감정이 채 갈무리되지 않아서 그의 말은 퉁명스러웠다. 울리세도 그걸 안 건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나란히 걸으면서도 어색함에서 오는 불편함은 좀처럼 씻겨지지 않았다. 그는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뜨고는 좀 더 건설적인 생각을 하기로 했다.

 

 ‘확실한 지원이 있을 테니 프라이스 쪽에서 무조건 잡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의 머릿속으로 문득 새로운 의문 하나가 피어올랐다.

 ‘잡은 다음은?’

 

 답이 곧장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사실 떠올랐지만 그게 맞는 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잠재적 위험이 있으니 죽여야 하는 것이 원칙. 아주 오래전 마티아에게 배웠던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게 옳은 일일까? 한 사람이 죽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가진 채 울리세를 바라봤다. 악감정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럼 얘는 뭐가 되는 거지? 인생을 찢은 사람에게 복수한다는데 생판 관련 없는 사람이 말리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 드는 것이 옳은 걸까?’

 

 그가 더미드를 죽인 뒤에 평범한 삶을 살 것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다니엘레는 더욱 확신할 수 없었다.

 

 가슴에 돌이 얹어진 것처럼 답답함을 느꼈다. 왜 악으로만 보고 있던 것인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밀림에서 빠져나왔음에도 멀쩡한 사람임은 분명하기에 그가 악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의 머릿속에서 확신에 대한 혼동이 왔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이것이 올바른 판단일까?

 

 -------------------------------

 

 그녀는 분명 자신이 어디 가서 기죽는 성격은 아니라고 자부했다. 살아온 환경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할 말은 하지 않고는 못 배겼고 능력으로 오는 자신감은 뒤진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루치아는 방 중앙에 놓여있는 소파에 앉아 움츠러들어 있다.

 

 이름이야 듣기는 들었지만, 입구부터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큰 문이며 초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넓은 정원과 또 방은 얼마나 넓은지 천장은 고개를 휙 쳐들어야 끝이 보였고 크기 또한 넓었다.

 

 ‘진짜 귀족이 이런 거구나.’

 

 차를 홀짝이던 그녀는 자신의 전용 의자에 앉아있는 더미드와 눈이 마주쳤다. 촌스러워 보였다는 생각에 괜스레 헛기침을 두어번 한 그녀는 그의 옆에 비서인지 기사단장인지 모를 남자만 방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오면서 준비한 이야기를 꺼냈다.

 

 “울리세 모레티, 아시죠?”

 

 더미드 프라이스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딱 잘라 말했다.

 

 “모르겠는데?”

 

 애초에 그녀는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 십 년 전에 물건 훔쳐 달아나는 아이가 자기 때렸다고 그쪽이 독단적으로 밀림에 보낸 아이요. 기억 안 나세요?”

 

 “이봐, 말조심해라. 더미드님께 그쪽이라니.”

 

 기사단장의 끼어듦에 그녀는 언짢아진 표정을 숨기지 않고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욕지거리를 쏟아냄과 동시에 얼굴엔 미소를 띄웠다.

 

 “몰랐어요, 정정할게요. 더미드님. 됐나요?”

 

 그렇다고 그녀는 완전히 물러난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새침하듯 쏘아붙인 그녀의 말투에 기사단장은 화가 났지만,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그녀를 노려봤다.

 

 “그래, 기억났다. 근데 그게 뭐 어쨌다고?”

 

 “그가 거기서 살아나왔어요.”

 

 그녀는 더미드쪽으로 고개를 내밀며 조용하게 말했다. 그는 여전히 어쩌라는 표정이었다.

 

 “나더러 축하라도 해달라는 얘기냐?”

 

 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재촉하듯 말했다.

 

 “아이, 모르시겠어요? 그 사람이 나오면 뭐하겠어요? 당연히 복수하러 오겠죠!”

 

 더미드는 탁자에 올린 손을 올려 한쪽 눈썹을 문질렀다.

 

 “그러니까 아가씨 얘기는 조심하라는 얘기군? 잘 알아들었으니 그만 가봐.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은······.”

 

 “삼백 명.”

 

 “뭐?”

 

 너무 높게 불렀나? 그녀는 일단 지르고 보기로 작정했다.

 

 “혼자가 아니라고요. 언제 모았는지는 몰라도 삼백 명을 데리고 여기로 오고 있단 말이에요! 그뿐만이 아니죠. 개중에 이름 좀 날리는 전사들도 몇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거짓말을 들키지 않기 위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확실한 곳에서 얻은 정보야, 라고. 효과가 있었는지 더미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바실리오 국왕께서는 왜 미리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셨지?”

 

 예상한 질문이 나왔다.

 

 “저희도 알아차린 건 얼마 안 됐어요. 워낙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준비하다 보니. 국왕께서는 이 나라 왕에게 알리는 것보다 연관이 있는 프라이스 가에 직접 가서 말하는 게 낫겠다 싶어 절 보냈고요. 일종의 보호 차원이죠.”

 

 더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하나하나 일리가 있었다. 말을 꺼내려던 더미드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런데···나와 그의 일을 어떻게 알았지?”

 

 “그야 뒤를 조사했으니까요?”

 

 “아니지, 아니야.”

 

 그는 루치아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뭔가 잘못됨을 느꼈다.

 

 “울리세인지 뭔가 하는 놈이 그런 일을 벌인다면 보통 반역이나 산적쯤으로 판단하고 토벌하는 것이 원칙이지. 귀족이나 영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사병을 거느리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행동이니까.”

 

 더미드의 목소리가 한층 더 깊어졌다.

 

 “그런데 십 년 전에 사라져 소식조차 찾기 힘들었을 그를 공들여 뒷조사를 했다? 말이 안 되는군. 이쯤 되니 아가씨가 한 말들이 사실인지 의문이 가기 시작하는데···당신 누가 보냈나?”

 

 예상치 못한 전재다. 그녀는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함을 탓했다. 더 잡아떼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침묵이 서서히 길어졌고 기사단장의 손은 칼 손잡이로 점점 향했다. 그녀의 입술이 바짝 말라갔다.

 

 ‘이거 야단이네.’

 

 “내가 보냈소.”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중년에 가까운 사내는 곧장 그들에게 다가왔다. 경계하는 기사단장을 흘끗 보며 그는 국왕이 보냈다는 증표를 꺼내 잘 보이게 앞으로 내밀었다.

 

 “마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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