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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안녕하세요, 검은머리 아가씨
작가 : 김뎃뎅
작품등록일 : 2019.3.18

교역이 끊긴 동 제국의 사람들을 노예로 부리는 서 제국의 티보치나 백작가 둘째 딸로 입양된 로사의 이야기.

유일하게 동방문화를 배울 수 있는 제국학교에 입학한 로사. 모범생으로 학교 생활을 하지만 언제 들킬지 모르는 본 모습 때문에 속은 초조하다.

하지만 곁엔 본래의 모습까지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감추지마, 로사. 머리색이 검든 아니든 눈이 검은 색이든 아니든 로사 넌 예뻐. 그러니까 숨기지마. 네가 예쁜 건 다른 뭐도 아닌 로사라서 예쁜 거야."

조금씩 자존감을 회복하는 로사에게 내려온 황제의 명.

"동방과의 교역을 위해 네 스승이 들고 도망간 동 제국 시황제의 인장을 찾아오라. "

[아카데미물/ 여주성장물/ 동서양 혼합 배경/ 일편단심 남주/ 세계최강 든든한 언니/ 유일하게 서방에서 동양 문화를 공부한 동양인/ 스승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진짜 가족]


매주 월화수목 한편씩 차근차근 업로드 예정입니다.

 
11. 단죄(2)
작성일 : 19-06-13 11:09     조회 : 213     추천 : 0     분량 : 4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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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온 학교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갑작스레 총장이 사라져 부총장이 학교를 맡았으니까.

 

 교사들은 총책임자가 사라진 것에 더해 로사가 학교로 돌아온 것을 두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결국 부총장이 학생들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부총장은 교정한 가운데에 설치된 소리 증폭기 앞에 서서 학생들을 불렀다.

 

 그 장치 덕분에 학생들은 모일 필요 없이 교내 어디서든 부총장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 등교가 끝나지 않았을 때였다.

 

 일부 학생은 이미 교실에 있었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교실로 향하느라 바빴다.

 

 

 삐이!

 

 

 증폭기를 켠 소리가 들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움직이던 학생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교정한 가운데 선 부총장을 바라봤다.

 

 부총장이 낮은 단상에 올라 학교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학생 여러분, 불미스러운 일로 학교 사정이 좋지 않은 점 사과드립니다.”

 

 

 학교 건물에 들어서려던 로사도 부총장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등교하던 아냐가 로사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로사도 똑같이 인사를 하려 했지만 부총장이 말하기 시작해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걱정하지 말고 학업에 전진해주시기 바랍니다. 학교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공부에 힘쓰십시오!

 

 저와 교사들은 그 누가 어떤 말을 하던 학생 여러분의 편에 설 것을 맹세합니다!”

 

 

 부총장의 말에 학생들이 환호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로사를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로사 옆에 있던 아냐가 인상을 팍 찌푸렸다.

 

 

 “다들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괜찮아.”

 

 

 로사가 살짝 서글픈 표정으로 아냐를 달랬다.

 

 대신 울분을 토해주는 게 고마웠다.

 

 

 “그러니 학생 여러부우운- 커헉!”

 

 

 부총장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말을 하려 했을 때 긴 다리가 날아들어 부총장의 턱을 가격했다는 것만 모두 알았다.

 

 부총장을 가격한 다리의 주인은 쓰러진 부총장을 발로 밀어내고 단상 위에 섰다.

 

 

 “헉? 버지니아?”

 

 

 그녀를 알아본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소리 증폭기는 단상에 선 자의 말만 크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멀리서 말하는 학생들의 말도 크게 만들어 들을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버지니아가 진홍색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쓸어 올렸다.

 

 

 “그래, 나다.”

 

 

 머리색과 비슷한 립스틱으로 칠한 입술이 고혹적으로 움직였다.

 

 환한 햇살이 그녀를 여신처럼 비췄다.

 

 로사는 언니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버지니아를 보는 순간 단박에 알아챘다.

 

 오늘 로사가 괜찮았던 이유.

 

 버지니아가 로사의 곁에 있어 주어서.

 

 버지니아가 같은 공간에 있어서.

 

 세이지도 살몬도 아냐도 자신의 곁에 있었지만 달랐다.

 

 오래전부터 유일하게 로사의 편이었던 사람.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로사를 안아줬던 사람.

 

 항상 로사의 등을 받쳐줬던 사람.

 

 가족.

 

 제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같은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로사는 더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었다.

 

 버지니아의 목소리를 들은 몇몇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부르르 떨었다.

 

 그러든지 말든지 버지니아는 다음 말을 이었다.

 

 

 “누가 내 동생 괴롭혔어.”

 

 

 다짜고짜 묻는 말에 로사가 이마를 짚었다.

 

 곁에 있던 아냐가 작게 손뼉 쳤다.

 

 너희 언니 최강이라고 말하며.

 

 버지니아의 말에 학생들이 수군거렸다.

 

 멀리서 하는 말을 들은 버지니아가 그 말을 한 학생을 가리켰다.

 

 

 “거기 너. 나와.”

 

 

 지목당한 학생이 도리질 쳤다.

 

 버지니아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버지니아의 손짓 한 번에 학생은 순식간에 버지니아 앞으로 옮겨졌다.

 

 

 “히이익!”

 

 

 깜짝 놀란 학생이 소리를 질렀다.

 

 도망가듯 뒤로 넘어지는 학생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얼굴을 바싹 당긴 버지니아가 조용하게 물었다. 하지만 무섭게.

 

 

 “방금 로사가 검은 머리라 내 동생이 아니라고 지껄였지? 검은 머리 따위 이 나라 귀족이 아니라고.”

 

 “아, 아니요!”

 

 

 학생이 고개를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래? 아니야? 그럼 검은 머리도 귀족일 수 있겠네?”

 

 

 겁에 질린 학생이 눈물을 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무슨 답을 하는 줄도 모른 채.

 

 학생의 반응을 본 버지니아가 사악하게 웃었다.

 

 그리곤 친절하게 학생의 머리칼을 만져줬다.

 

 

 “그럼 귀족인 너도 머리색이 검은 게 좋겠지?”

 

 

 버지니아의 손길을 따라 학생의 노란 머리가 점점 검게 물들었다.

 

 변하는 제 머리색을 비춘 유리창으로 목격한 학생이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아악!”

 

 

 버지니아가 시끄럽다며 학생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학생이 엎어진 부총장 위에서 뒹굴었다.

 

 학생들이 쥐죽은 듯 고요했다.

 

 간사한 학생들을 보며 버지니아가 단상 위에서 발을 굴렀다.

 

 

 쿵!

 

 

 작은 소리가 증폭돼 마치 건물이 무너지는 것처럼 크게 울렸다.

 

 깜짝 놀란 학생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검은 머리, 검은 머리. 웃기고들 있네. 어디 한번 계속 떠들어봐. 자고 일어나면 너희들 털이란 털빛은 죄다 시꺼멓게 변해 있을 테니!”

 

 

 버지니아의 말에 학생들이 제 머리카락을 부여잡았다.

 

 색색이 알록달록한 머리들을 붙드는 꼴이 우스웠다.

 

 누구도 버지니아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어차피 친동생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편을 들어?”

 

 

 날이 선 목소리로 아레나가 앞으로 나왔다.

 

 하던 말을 마무리 짓고 내려가려 했던 버지니아가 싸늘한 얼굴로 아레나를 바라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버지니아가 아레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

 

 

 “누군데, 넌.”

 

 

 무덤덤하게 던진 말에 아레나가 발끈했다.

 

 수도의 파티에서 몇 번이고 마주쳐놓고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열 받았다.

 

 자신은 이렇게 잘 기억하고 있는데!

 

 아레나가 잔뜩 뿔이 난 얼굴로 버지니아가 있는 단상까지 걸어갔다.

 

 아까 로사에게 무시당하듯 맞은 뺨이 계속 아팠다.

 

 교내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버지니아와 아레나에게 쏠렸다.

 

 로사가 말려야하나 고민하는데 어느 새 다가온 세이지가 로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냥 내버려 두란 듯이.

 

 로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레나였다.

 

 그리 나서고 싶지 않았다.

 

 아레나가 버지니아 앞에 똑바로 섰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아레나의 용기에 감탄했다.

 

 버지니아는 단상 위에서 삐딱하게 선 채 아레나를 내려다봤다.

 

 아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레나 푸치. 푸치 후작가의…….”

 

 “아, 그 쓰레기.”

 

 

 버지니아가 중얼거렸다.

 

 로사를 구하러 남쪽 항으로 가던 길에 누가 로사를 팔았는지 짐작 간다고 세이지가 말했던 이름이었다.

 

 버지니아는 죽어서도 그 이름 잊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

 

 감히 내 동생을 노예로 팔다니!

 

 반면 아레나는 자신을 쓰레기라 지칭한 버지니아의 행태에 당황했다.

 

 대놓고 그런 저급한 말을 들어본 건 처음이었기에.

 

 아레나가 발끈해 버지니아를 공격했다.

 

 

 “그래봤자 친동생도 아니면서 극성스럽긴. 한낱 노예…….”

 

 “누가 내 동생 아니라 그래.”

 

 

 듣기 싫었는지 버지니아가 아레나의 말을 또 끊었다.

 

 기분 상한 아레나의 눈이 뾰족해졌다.

 

 자꾸 제 말을 끊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뭐?”

 

 

 아레나가 말을 하건 말건 버지니아가 학교 안에 있는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것들이 내 동생 키우는데 쥐뿔도 보태준 것도 없으면서 어디서 입을 떼. 안 닥쳐?”

 

 

 버지니아가 싸늘한 눈으로 학교 안 학생들을 전부 훑었다.

 

 학생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잘못 말이 나왔다간 앞으로 끌려갈 거니까.

 

 교실 안에 있는 학생 교사할 것 없이 더는 말하지 말라며 눈짓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학교가 조용했다.

 

 더는 로사를 향해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상황이 아주 마음에 든 버지니아가 자축하는 박수를 두어번 치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버지니아의 말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아레나가 그냥 보낼 순 없는지 뭐라고 한마디 하려 입을 열었다.

 

 

 “너……!”

 

 “닥쳐.”

 

 

 아레나 옆을 지나던 버지니아가 아레나를 향해 공중에서 손을 그었다.

 

 그러자 아레나는 입을 뻐끔거리기만 할 뿐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목을 부여잡고 아레나는 주저앉았다.

 

 

 “쓰레기.”

 

 

 그냥 가려던 버지니아가 주저앉아 울먹이는 아레나를 내려다보며 그녀를 불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아레나가 버지니아를 올려다봤다.

 

 

 “두고 봐. 넌 아주 특별히 찢어발겨 줄 테니.”

 

 

 그렇게 말하며 버지니아가 홱 돌아섰다.

 

 매정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훑었다.

 

 버지니아가 지날 때마다 교내의 모두가 숨이 턱턱 막히는 경험을 공유했다.

 

 진홍색 머리를 우아하게 넘기며 버지니아는 로사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버지니아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침부터 로사 곁에 딱 달라붙어 있는 벌레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사.”

 

 

 동생을 본 언니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싸늘한 버지니아를 보던 학생들이 그녀의 얼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동공을 흔들어댔다.

 

 지진이 날 정도로.

 

 

 “언니.”

 

 

 로사가 웃으며 버지니아를 반겼다.

 

 너무 격한 환영식이었지만 덕분에 주변이 조용해져서 좋았다.

 

 버지니아는 미소를 지으며 로사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어깨로 로사의 곁에 있던 세이지를 밀쳐냈다.

 

 

 “자, 로사. 교실로 가자.”

 

 

 일부러 밀어낸 게 분명한 버지니아의 행동에 세이지가 황당해하며 버지니아의 팔을 잡았다.

 

 그러다 팔을 놓으라는 의사를 분명히 전하는 버지니아의 눈에 슬그머니 놓았지만.

 

 세이지가 숨을 푹 내뱉었다.

 

 저 성질머리.

 

 툴툴대는 세이지를 향해 살몬이 버지니아 앞에선 로사 가까이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세이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내가 좋다는데 어쩌라고.

 

 살몬이 고래 사이의 새우가 된 기분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

 

 

 고개를 젓던 살몬이 기분 나쁜 느낌에 얼굴을 번쩍 들었다.

 

 그러곤 순식간에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공중을 향해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행동에 놀란 세이지가 움찔 뒤로 물러섰다.

 

 살몬이 검을 휘두른 방향은 세이지가 있던 쪽의 반대였지만 위험하게 느껴지긴 마찬가지였다.

 

 

 “위험하게 뭐하는 짓이야!”

 

 

 익숙한 목소리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세이지가 놀라 바라보자 그 곳엔 츠티지가 있었다.

 

 그는 검에 잘린 소매부분을 아쉬운 듯 바라보다 살몬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에 못지않게 살몬의 분위기 역시 험악해보였다.

 

 

 “그러게 갑자기 튀어 오르랍니까?”

 

 

 살몬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츠티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다시 튀어 올랐다.

 

 

 “버! 지! 니! 아!”

 

 

 챙!

 

 

 버지니아를 향해 날아오르려던 츠티지는 살몬의 검에 가로막혀 바닥에 주저앉았다.

 

 

 “에이씨!”

 

 

 츠티지가 짜증스럽게 모자를 벗어 바닥에 내던졌다.

 

 

 “왜 자꾸 막아!”

 

 “왜 자꾸 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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