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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기루
작가 : 대방
작품등록일 : 2019.6.1

생기지 말아야 할 것을 얻은 자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
행복을 좇는 그의 뒤에는 불행만이 따라오고
질서를 위한 노력은 그 불행을 지우는 것에서 시작된다.

 
8화.
작성일 : 19-06-12 00:12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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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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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에 기대 한숨을 길게 푹 내쉰 그는 좀 전의 전투는 거짓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꼈다.

 

 ‘리카르도는 어떻게 됐을까?’

 

 그는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그는 자신에게 시선이 닿고 있음을 깨닫고 울리세를 바라봤다. 뭔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왜?”

 

 숲 안이어서 그런지 주위는 어둠으로 가득했다. 울창하고 큰 나무 아래서 빗소리를 들으며 다니엘레는 팔짱을 꼈다. 그는 아무래도 이 자리가 불편했다. 과거가 어떻게 되었든 그를 데려가야만 했다. 하지만 그 혼자서는 무리였다.

 

 아무리 신성력을 가진 양이나 다루는 능력이 그들 중에서 월등하다 하여도 아까 본 그의 몸놀림을 보면 불가능했다. 그는 옆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앉아있는 그를 자꾸만 의식했다.

 

 “아까 시모네와···.”

 

 “울리세.”

 

 말을 끊은 다니엘레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고 단호했다. 흘러내리는 젖은 머리칼을 대충 쓸어 넘긴 그는 울리세를 바라봤다. 잠시동안 빗소리만이 어두운 숲에 남았다.

 

 “우리가 아무리 친구라 해도 비밀을 전부 알려줄 수는 없어. 내가 숨 한 번 헐떡이지 않는 너에 대해 묻지 않았듯이 말이야.”

 

 순간 울리세의 팔이 움찔했다. 다니엘레는 마주친 눈이 흔들리지 않게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여기서 몸이 반응하면 끝이라는 걸 그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울리세의 눈은 미세하지만 흔들리고 있었다.

 

 서서히 둘의 시선이 서로를 놓았다. 빗줄기가 서서히 가늘어졌다. 덕분에 울창한 나무 아래에 있던 그들은 비를 맞기 않게 되었다. 다니엘레는 맞고 있었을 때는 몰랐지만, 멈추고 나니 젖은 옷 때문에 오한이 들었다. 한차례 몸을 떠는 것을 보고는 울리세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걸어갔다.

 

 “어디가?”

 

 “장작 좀 구하러. 쉬고 있어.”

 

 다니엘레는 그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고선 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하루빨리 이 사항을 알려야 했다. 가죽 주머니를 열자 펜을 빛나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종이 위에 올려놨고 마티아에게서 앨버트에게 들은 이야기를 알 수 있었다.

 

 “······.”

 

 그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섞여진 이야기가 차례대로 퍼즐 맞춰지듯 이어지기 시작했다. 울리세는 두 명을 찾고 있는데 한 명은 옛날에 헤어진 동생을 찾는 것이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자를 찾는 것이다. 찾는 이유는 모르긴 몰라도 복수일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게 돼선 안 될 일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더미드 프라이스를 죽인다는 것은 후폭풍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서둘러 울리세의 능력과 그가 더미드에게 가기 전에 잡아야 하니 왕국에 연락해 지원을 요청해 달라고 보냈다. 그들에겐 이동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따라잡을 여건은 충분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이었다. 불길한 예감이 올라왔다.

 

 ‘그래도 안 된다면 그곳으로 갈 수밖에···.’

 

 “안 젖은 게 이것밖에 없군. 이따가 다시 가보던가 해야겠어.”

 

 울리세는 어느새 장작 몇 개를 손에 쥐고 돌아왔다. 다니엘레는 자연스럽게 옷을 여미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가 또 안 오길 바라야지.”

 

 “그나저나 저쪽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군.”

 

 그의 말에 이제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저택 쪽을 무심코 바라본 다니엘레는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땅에 놓인 장작을 불 피우기 좋은 형태로 가지런히 모았다. 그리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부싯돌을 꺼내 불을 피웠다.

 

 “알잖아. 가망 없다는 거.”

 

 앉은 채로 모닥불 앞에 다가간 그는 불을 쬐며 무심하게 답했다. 그의 말 속에는 안타까움이나 죽어간 이들에 대한 연민조차 없었다. 울리세는 말없이 그의 반대쪽에 가 앉았다. 다니엘레가 지나가듯 말했다.

 

 “걱정이라도 되는 거냐?”

 

 답은 곧장 들려오지 않았다. 하염없이 불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가진 상태인지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다니엘레는 잠자코 기다렸다. 어둠 너머에서 부엉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아닌 것 같다.”

 

 “그거 마음에 드는데? 나도 그래. 어차피 돈이면 뭐든 하는 족속들이야. 감정 같은 거 줄 가치 따윈 없어.”

 

 “···이렇게 큰 전투는 처음이다 보니 솔직히 무슨 기분인지 모르겠어.”

 

 이미 울리세가 밀림에서 나온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라 그는 울리세의 말이 그곳과 연관되어 생각했다.

 

 “그거참 신기하네. 실력만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보다 더한데 말하는 건 꼭 사람 드나들지 않는 곳에서 수련한 것처럼 하니 말이야.”

 

 슬쩍 떠보며 다니엘레는 그의 눈치를 봤다. 천천히 팔짱을 낀 울리세는 고개를 조금 숙인 채 다시 모닥불을 바라봤다. 따뜻한 불 앞에 앉아 있었더니 피로에 노곤해진 다니엘레는 거리를 벌리고 대충 아무렇게나 돌아누웠다.

 

 불티가 타닥거리는 소리가 아늑하게 퍼졌다. 주변에서는 풀벌레가 크지 않은 적당한 소리로 울어댔다. 옅은 바람에 흔들리는 모닥불을 보고 있던 울리세는 슬쩍 고개를 들어 다니엘레를 바라봤다.

 

 “다니엘레.”

 

 “···왜?”

 

 “······.”

 

 불렀음에도 말이 없자 다니엘레는 기다리다 뭔가 이상함에 고개를 돌리려 했고, 그 순간 천천히 말이 들려왔다.

 

 “···아니다. 아무것도 아냐.”

 

 다니엘레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고,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잠에 들려는 그는 은근히 뭔가 털어놓으려 한 걸 하지 않은 것에 섭섭함이 밀려왔다. 어색한 감정을 맛보며 그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울리세는 그가 자는 모습을 보고는 한참동안 고민에 빠진 채 밤을 지새웠다.

 

 **************************************************

 

 주변이 밝아올 쯤 일어난 다니엘레는 지체하지 않고 숲을 빠져나갔다. 울창한 숲을 빠져나오자 여름의 뜨거운 햇빛이 그의 눈을 괴롭혔다. 순식간에 달라진 온도차에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어디로 갈 건가?”

 

 “너는? 아, 동생은 어디 있대?”

 

 “벨한다의 수도에 있다고 하더군.”

 

 다니엘레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벨한다라고? 이야, 나도 거기로 가려고 했는데 잘됐다.”

 

 “다행이군, 가는 길을 몰랐는데. 그런데 누굴 만나러 가나?”

 

 “어, 여자친구?”

 

 너무 바보 같은 대답이었던 것 같아 그는 아차하며 울리세의 눈치를 봤다. 예상과 다르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는 빠르게 다시 말했다.

 

 “벨한다 가는 길이야 어렵지는 않지. 멀지도 않고. 그런데 여기서 벨한다까지 거리도 거리인데 수도가 나라 중앙에 있으니 좀 걸리겠다.”

 

 “그래도 다행히 챙겨둔 돈은 넉넉히 있으니 배곯을 일은 없겠네. 잠도 좀 좋은데서 자고.”

 

 그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찾는 두 명이 같은 곳에 있는 것 있는 아이러니함에 그는 좋아해야 할지 그렇지 않아야 할지 난감했다..

 

 ‘그 아이도 모르고 있지는 않을 텐데. 나였으면 그 방향으로 오줌도 안 눌 텐데 왜 거기에 머물고 있는 거지?’

 

 그는 수도까지 도달할 거리를 어림잡아 짚어봤다. 벨한다까지는 분명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수도까지 걸어서는 거리가 꽤 되기에 말을 타야 했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촉박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은 조급해졌다. 그의 계획으로는 울리세가 동생을 먼저 만나고 더미드에게 갈 것이라 생각했었기에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생각을 하던 그에게 한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저렇게 태평한 거지?’

 

 그는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아니, 십 년이나 안에 갇혀 있다가 나오면 눈깔 안 뒤집히고 배기나? 나였으면 앞뒤 안 보고 잡으러 갔을 것 같은데. 왜 저러지?’

 

 그는 머릿속을 메운 생각들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어차피 이제 몰아서 잡는 일만 남았기에 그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

 

 “리카르도쪽 병사들이 당했다면 내 병사들을 보낸다 하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야.”

 

 고급스런 의자에 몸을 기댄 국왕은 머리는 물론 수염마저 하얗게 세었다. 얼굴과 손에 자글자글한 주름들은 그의 인생이 평탄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입은 값비싸고 화려한 옷과 잘 어울렸고 파란 눈동자의 눈빛은 생생히 빛났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있었다. 마티아는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그럼···.”

 

 “그렇다 해도 그 역시 같은 사람.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수적으로 밀어붙이면 지치게 되어 있어. 그대는 프라이스 가에 가서 현 상황을 보고하고 그들과 함께 그곳에서 대비하라. 내 병사들을 보내주겠다. 허나 무장 없이 분산시켜 입국시킬 것이야. 제때 도착하도록 하겠다.”

 

 마티아는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 일은 극비리에 행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프라이스 가에 얘기할 때도 적당히 꾸며서 얘기하라.”

 

 “알겠습니다.”

 

 마티아는 인사를 하고 잰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성을 빠져나온 그는 곧장 루치아에게 연락해 그곳의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았더라도 곧장 프라이스 가문으로 가 대비하라고 일렀다. 추가로 그는 뭐라 말해야 할지도 써주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다니엘레와 연락을 주고받으라고 전했다.

 

 그는 펜을 넣고서는 다른 깃털 펜을 꺼냈다. 그가 소속된 단체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을 대부분 소집시켜 곧장 프라이스 가문으로 향하라고 전했다.

 

 “마티아님, 타시지요.”

 

 언제 준비했는지 국왕은 성문 앞에 마차를 대기시켜놨다. 그는 자리에 들어가 앉자마자 마부에게 일렀다.

 

 “벨한다의 수도로 가지. 최대한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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