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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23.우연의 절묘함
작성일 : 19-03-29 00:00     조회 : 262     추천 : 0     분량 : 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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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지훈이였다. 몇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영채의 소식을 문자로 전해주었다.

 ‘형, 나 아무래도 이쪽으로 나가야 될까봐요. 영채 누나 잘 지내고 있데요. 아직 결혼은 안했다니까. 글쎄요. 나머지는 형과 영채 누나의 운명에 맡겨야죠. 형 미안한데, 나 너무 신난다.’

 스스로를 너무도 뿌듯해할 지훈이의 얼굴이 그려졌다. 태호는 그런 지훈이가 살짝 얄밉기도 하고 그보다 몇 배는 고마웠다.

 영채는 요즘 인기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매니저로 있었다. 잘 지내고 있다니까 정말 다행이었다. 사실 영채의 슬픔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영재의 사연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영채의 단단한 눈빛만 떠올리면 영채는 분명 잘 지내고 있을 거였다. 그래도 태호는 영채가 궁금했고 걱정이 되었다. 또 깜깜한 밤 어디선가 혼자 울까봐.

 태호는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지훈이가 열심히 알아낸 정보를 가지고 바로 영채를 만나러 가야했지만, 분명 좀 전까지는 그 용기가 넘쳐흘렀었지만, 막상 영채의 소식을 듣고 나니 망설여졌다.

 문자메시지가 태호의 고민을 멈추게 했다.

 ‘태호야. 오늘 같이 저녁 먹는 거 잊지 않았지? 오늘 나 은퇴한 거 위로해줘야 하잖아. 나중에 장소 정해지면 연락할게.’

 태호는 깜빡 잊고 있었다. 오늘 성민이는 25년간의 선수 생활을 끝냈다. 태호는 자신의 일정과 성민이의 은퇴식이 살짝 겹쳐서 저녁에 따로 축하와 위로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봄과 예상치 못한 지훈이의 짐작과 가슴 떨리는 영채의 소식으로 정신을 못 차리고 성민이를 놓치고 말았다. 성민이의 문자에 태호는 진심으로 미안했다. 지금껏 태호를 붙잡아준, 일으켜준 성민이의 중요한 날을 잊은 게 너무 미안했다.

 ‘형,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형 덕분에 나도 있어요. 고마워요... 나중에 봐요.’

 태호는 오늘 더 이상의 방황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늘은 최선을 다해 성민이와 함께 해야 했다.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태호야, 요즘 유행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보자. 우리 와이프가 거기서 마음껏 먹고 싶단다.’

 태호는 겨우 밀어낸 영채를 또 데리고 왔다. 분명했다. 그곳은 영채가 있는 곳이었다. 이상했다. 오늘 영채의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가게 될 곳에 영채가 있다. 우연일까? 우연의 절묘함 치고는 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일어나고 있었다. 태호는 침만 삼켰다.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태호는 마음을 정했다. 이렇게 된다면 해봐야 했다. 모든 게 태호의 용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태호야, 차가 밀린다. 먼저 올라가 있을래?”

 성민이는 바쁜 일정에 겨우 태호와의 약속 장소로 출발할 수 있었지만, 퇴근시간에 맞물리면서 어쩔 수 없이 태호에게 양해를 구해야했다.

 “어, 저도 이제 곧 도착하니까 천천히 오세요. 먼저 올라가 있을게요.”

 태호는 30분전부터 도착해서 입구근처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다. 마음이 진정이 안 되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태호야, 미안한데. 우리 와이프가 그렇게도 가고 싶은 곳을 예약을 안했단다. 어쩌냐?”

 태호는 걱정 말라며 조심해서 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제 진짜 피할 수 없었다. 모든 게 태호의 몫이었다.

 태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계단을 올랐다. 2층에 위치한 그곳에 영채가 있었다. 태호는 시끌벅적한 그곳의 모습에 예전 기억이 떠올라 멈췄다. 그때는 그 문을 열고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태호는 드디어 그곳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나요?”

 “아니요. 예약 못했는데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한태호”

 “일행은 어떻게 되세요?”

 “아이까지 포함해서 4명입니다.”

 “대기석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태호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그곳에 어색하게 앉았다. 그리고 곳곳에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영채가 보일까봐 기대하면서, 긴장하면서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태호씨?”

 태호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조그마한 아이를 안은 아직도 예전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은희가 서 있었다.

 은희는 우연히 눈에 보인 태호를 보자 서둘러 태호에게 다가 왔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싶었다. 이제는 그럴 수 있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아주 오랜만이었다. 그러니까 그때 편의점 안에서 만나고 난 후 처음이었다. 신기했다. 이곳에서 그때의 우리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태호는 이제 은희와의 기억을 웃으며 떠올릴 수 있었다. 그때는 그 기억들이 큰 상처가 되어 떠올리기만 해도 아팠는데, 이제는 그냥 모든 장면들이 아무렇지 않게 스쳐지나갔다.

 “아들이야?”

 태호는 은희 품에 안긴 아이를 보고 웃었다. 은희도 태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소식은 들었어. 다행이야. 그리고 보는 것처럼 나는 엄마가 되었고.”

 태호와 은희는 예전의 멀어진 기억에 웃으며 그렇게 인사를 했다.

 “그럼. 갈게.”

 은희는 그렇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번엔 웃으면서 그렇게 돌아갔다.

 

 태호는 자리를 안내받았다. 그리고 곧 성민이네 가족이 도착했다. 성민이와 성민이 아내, 그리고 성민이의 딸. 하루 종일 정신없었을 그들 가족은 이제야 여유를 찾은 듯이 보였다. 배고프다고 맛있는 거 많이 먹겠다고 선전포고를 하며 음식을 골랐다. 태호는 웃으며 직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했다.

 성민이를 보고 놀란 직원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 모습에 태호는 웃음이 나왔다. 다양한 음식을 시키고, 성민이네 가족의 오늘 하루 동안의 모험을 전해 들으며 태호는 그 시간을 즐겼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던 긴장과 설레임은 순식간에, 예상 못한 우연들 속에서 살짝 잠잠해졌다. 그리고 다행인지 영채는 보이지 않았다. 물을까 싶었지만, 아직 그 용기는 무리였다.

 “저기... 제가 최성민 선수 팬입니다. 오늘 은퇴하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분명히 팬이 확실한 그 직원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직원의 얼굴이 살짝 상기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성민이는 웃으며 고맙다고 했다.

 “그리고, 제가 팬이라고 하니까, 저희 매니저님이 서비스로 가져다 드리라고 하셔서...”

 직원이 내려놓은 초코 케익에 성민이는 감동했고, 성민이 아내는 기뻐했고, 성민이 딸은 먼저 맛을 보았다. 그 모습에 태호는 웃었다. 너무 예뻐서 부러웠다.

 그리고 다시 매장 안을 둘러보았다. 분명 매니저라하면 영채였다. 그런데 영채는 역시나 안보였다. 오늘은 아마 영채를 못 볼지도 모르는 거였다. 어쩌면 다행이었고, 그래서 아쉬웠다.

 태호와 성민이네는 모든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태호는 계산을 끝내고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보았다. 영채가,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오늘 하루 종일 그렇게도 바랐던 영채가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다. 태호는 너무 반가워서, 너무 보고 싶어서 그래서 울컥했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성민이네 가족이 보여서 태호는 아무렇지 않은 듯 그들에게로 갔다.

 “오늘 정말 잘 먹었어. 태호야, 이제 네가 나 어떻게 좀 해줘라.”

 웃으며 농담처럼 전하는 성민이의 진심을 태호는 알 수 있었다. 그건 태호가 선배였다. 태호가 먼저 경험한 과정이었다. 그래서 태호는 성민이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형, 형은 우선 쉬세요. 곧 형 찾는 사람 많아 질 거니까. 그때 후회 말고 열심히 쉬세요.”

 태호는 웃었다. 성민이도 태호의 말에 웃을 수 있었다. 자신보다 먼저 모든 걸 경험한 태호가 오늘 유난히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때 태호의 마음을, 그때는 거의 짐작하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진심으로 미안했다.

 태호는 성민이네 가족을 보내고 혼자 길 위에 섰다. 그리고 결심했다. 오늘 영채를 만나야 했다. 그러라고 오늘 모든 게 이렇게 우연처럼 일어난 것이었다. 태호는 그 우연의 도움으로 오늘 영채를 만날 수 있는 거라고 믿었다. 그 우연의 절묘함이 영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태호는 몰랐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우연은 짓궂었다. 너무 그럴 듯해서 깜빡 속아 넘어간다. 무슨 뜻이 있을까봐, 어떤 의미가 있을까봐. 우연이 쳐놓은 장난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 갈수 없다. 우연의 장난에 넘어가지 않는다면 상처받지 않는다. 그러나 장난에 넘어간다면... 바로 눈앞에 있는 진실을 보지도 못하고 뒤돌아서버린다. 영채가 그랬듯이...

 태호는 살짝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그 봄의 밤에 서 있었다. 기다림이 끝날 시간이 드디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태호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영채를 기다렸다.

 영채가 보였다. 많이 지쳐 보이는 영채가, 예전의 그 단단한 눈빛은 아직 그대로인 영채가, 웃으며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있었다. 태호는 용기를 냈다. 그리고 그 비 오던 밤처럼 그렇게 영채에게 다가갔다. 영채가 태호를 봤다. 영채랑 태호가 드디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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