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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21.시간은 흘렀다.
작성일 : 19-03-22 00:00     조회 : 253     추천 : 0     분량 : 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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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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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자 메시지 소리가 울렸다. 영채는 요 며칠 너무 바빴기에 오늘은 어떻게든 늦잠을 자고 싶었다. 그러나 습관처럼 눈은 떠졌고, 영채는 다시 잠들지 못한 채 온갖 생각들로 머릿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상하게 뒤숭숭한, 설명할 수 없는 두근거림. 영채는 휴대폰을 확인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봄이었다.

 ‘고모, 나 유치원가요.’

 조카 유주가 유치원 가는 길에 찍은 꽃나무 아래에서의 사진이었다. 벚꽃이 만발한 봄이었다. 그리고 다시 울린 문자메시지 소리. 3년 전에 태어난 유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누나 유치원 가는 길, 배웅하는 중’

 영채는 혜영이가 보내준 사진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영채는 가족들 덕분에 웃었다.

 영채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후회하든, 세상의 시간은 흘렀다. 다시 첫 번째 새로운 봄이 왔을 때, 영채는 어쩔 줄 몰랐다. 떠오른 기억들이 살짝 잔인하게, 너무 선명하게 영채를 아프게 했다. 늘 봄이 힘들었지만, 이제 다른 식으로 영채를 흔들었다. 그래서 영채는 허탈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아픔은 원망하고, 비난해도 영채가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다고 온갖 거짓 위로를 스스로에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바쁘게 살아야 했다. 그 시간만 무사히 지나간다면, 그 다음은 영채의 의지는 더 이상 필요 없었고, 보통의 날처럼 아무렇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유독 봄이 문제였다.

 영채는 커튼을 걷었다. 환한 햇살이 온 곳에 가득했다. 상큼한 햇살은 신기하게도 에너지가 되어 영채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영채는 라디오를 켜고 들리는 노래에 집중했다. 다들 봄을 즐기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봄이었다. 영채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영채는 웃어버렸다. 많이 괜찮아졌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예전보다 나아졌다. 그건 확실했다.

 영채는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한 후, 봄의 길 위로 나섰다. 영채가 보고 있는 이 봄은 어떠한 그림보다도 예뻤다. 이제 피하는 방법은 싫었다. 그렇게 날카롭게 날 세우며 지내봤자, 자신만 힘들었다. 지쳐버렸다. 그래서 영채는 이제 더 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했다. 지나간 시간이, 그때의 기억이, 가보지 못한 미련이 그렇게 영채를 바꿔놓았다.

 영채는 혼자 걷는 길을 즐길 줄 알았다. 충분히 가능했고, 생각보다 괜찮았다. 가끔 예전의 그 소박했지만, 영채에 인생에 있어서 완벽한 추억이 된 그때가 떠오르면 너무 그리워서 그 자리에 잠시 서야 했다. 그 추억이 영채는 너무 소중했다. 처음에는 지워버릴까 고민했지만, 그게 영채의 의지로 가능할까 싶었지만, 그러나 그러기 싫었다. 나중에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때 그 순간 영채는 정말 행복했었다.

 영채는 커피 한잔이 필요했다. 조용한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주문한 후, 밖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표정은 봄에 어울리게, 행복해보였다.

 영채는 기분이 잠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자꾸 어떤 장면이 이 길 위에, 자신의 있는 곳에 겹쳐졌다. 영채는 휴대폰을 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이 나타나려 할 때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시간에 빈 공간이 생길 때는, 습관처럼 그냥 세상 소식에 관심을 돌렸다. 영채는 밖의 풍경에서 시선을 돌려 조그마한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영채의 관심을 끌만한 내용은 없었다. 봄에 관한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영채는 그러다가 한 줄의 기사 제목에 시선을 멈췄다.

 ‘선수에서 코치로. 인생역전을 이루어낸 한태호 코치.’

 처음이었다. 한 번도 찾지 않았고, 들은 적 없었던 태호의 소식이 이 봄에 이렇게 찾아왔다. 영채는 손끝이 간질거렸다. 누르고 싶은데, 누르면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두려웠다. 계속 모르는 게 나은지, 아님 이렇게라도 보는 게 나은지 영채는 고민했다. 그런데, 너무 보고 싶었다.

 영채는 기사제목을 눌러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보였다. 5년 만에 보게 된 태호의 모습이 그렇게 그 화면에 가득 차 있었다.

 태호는 그 모습 그대로처럼 보였다. 시간은 흘렀지만, 태호의 모습은 영채의 기억 속 그대로였다. 그래서 반가웠고, 그래서 눈물이 났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멋있게 지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렇게 태호를 보내고, 영채는 태호를 떠올릴 때마다 간절히 바랐다. 제발 이제 행복하라고...

 ‘너무 빨리 선수 생활을 마치게 되어서 늘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방황도 했었죠. 다행히 좋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지나왔습니다. 그냥 뭐라고 할까요? 먼저 모든 걸 경험했을 뿐이에요. 인생의 실패와 꿈의 좌절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까 결국에는 제가 지나가야 되는 길이었더라구요. 남들보다 빨랐기에, 그 점이 조금 섭섭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행이었다. 태호는 그렇게 그 길을 무사히 지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영채는 목이 메었다. 그때, 태호를 보낸 게 맞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서운했다. 자신이 그렇게 보냈으면서, 자신의 인생만으로 벅차서 그렇게 태호를 보냈으면서 지금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왜 이런 감정으로 태호를 떠올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생각이 들기 전에 그만 읽어야 했다. 그래서 영채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약, 그때 태호랑 그 시간들을 지나왔다면...’

 늘 그 만약이 영채의 미련거리가 되었지만, 영채는 하필 이 순간, 태호가 잘 지나온 모습을 확인 한 후에 든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에 놀랐다. 그래서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춰야 했다.

 영채는 걸었다. 그렇게 걷던 영채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아주 짧은 순간 그때의 영채로 돌아갔다. 모든 게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반복되고 있었다. 그때의 장면들이, 그렇게 다 잊은 줄 알았던 기억들이 다시 하나씩 떠오르고 있었다. 그때의 자신이 보이자 영채는 미안했다. 좀 더 잘 지내볼걸. 덜 아파할 걸... 그리고 한참 만에 든 확신. 다시 그때로 가도 결론은 똑같을 거라는 걸 영채는 깨달았다.

 영채는 서둘러 걸었다. 봄이 만들어 주는 동화 같은 환상을 영채는 재미없는 뻔한 드라마로 만드는 게 싫었다. 영채는 더 이상 이 봄을 망치기 싫었기에 바쁜 현실로 얼른 들어가야 했다.

 

 “예약하셨나요?”

 바쁜 시간 영채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손님을 맞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신없이 바쁜 봄날의 저녁이었다. 봄이 온 게 확실했다.

 “대기자 명단에 올려 드리겠습니다. 성함을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리고 들렸다.

 “한태호님. 일행은 몇 명이세요? 아이까지 4명이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영채는 어쩔 줄 몰랐다. 무엇을 해야 될지 몰랐다. 동명이인일 수도 있었다. 그런 일은 가능했다. 그러나 다행이었는지 지금껏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오늘 낮에 영채는 기사에 난 태호를 보았다. 그래서 이상했다. 아닐 수 있을 거라는 의심보다 맞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더 강하게 들었다.

 손에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확인이 먼저였지만, 정말 태호가 맞을까봐 긴장되었고 아닐까봐 두려웠다. 그러니까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정말 태호이길 바랐다.

 영채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걸었다. 자연스럽게, 늘 하던 대로 그렇게 걸었다. 가는 길에도 영채는 사실 망설였다. 잘하는 행동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냥 모른 척 있는 게 덜 후회할 것 같기도 했지만, 영채의 다리는 걷고 있었다.

 “어, 죄송합니다.”

 영채는 갑자기 나타난 손님과 부딪혔다. 아기를 안고 있는 젊은 엄마였다.

 “아니에요. 제가 죄송해요.”

 영채는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손님을 바라보다가 멈췄다. 영채의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태호를 만나러 왔던 그 알 수 없는 느낌을 가진 여자.

 머뭇거리고 있는 영채의 곁을 아이를 안고 빠르게 지나갔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실망감에 영채의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태호는 그 여자를 다시 만난 거였다. 그것 말고는 이 모든 게 설명 되지 않았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태호의 이름을 오늘 드디어 듣게 되었지만, 태호를 만나러 왔던 저 여자도 지금 여기에 있었다. 우연히 이 모든 게 일어날 순 없었다. 그러니까 영채는 더 이상 기대하면 안 되는 거였다.

 영채는 순간 그려지는 모든 내용에 울 뻔했다. 괜한 기대를 가진 거였다. 그래서 영채는 서둘러 돌아갔다. 볼 자신이 없었다. 확인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영채는 귀에서 들리는 직원들의 바쁜 목소리에 더 이상 집중할 수 없었다. 영채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조용히 앉아 있고 싶었다.

 “매니저님, 어디 계세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영채는 다시 돌아 가야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영채는 자신을 찾는 직원에게 갔다.

 “은우야, 나 왜 찾았어?”

 살짝 상기된 은우가 영채에게 물었다.

 “저쪽에 제가 좋아하는 농구선수가 왔거든요. 최성민이라고요. 매니저님 아세요?”

 횡설수설 말하는 은우의 모습에 영채는 웃음이 났다. 그 감정이 부러웠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은퇴를 했는데요. 여기서 볼 줄이야. 그러니까 제 말은요, 제가 서비스 하나 해도 될까요? 오랜 팬으로서.”

 영채는 은우의 진심이 느껴져서 웃었다.

 “당연히, 내가 그건 알아서 할 테니까. 잘 전해드려.”

 “네?”

 “서비스는 내가 할 테니까 잘 전해드려. 은우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 보니까 내가 그 정도는 해도 될 것 같은데.”

 영채는 은우의 모습에, 은우의 감정에, 그리고 괜히 은퇴한 농구 선수라는 말에 마음이 갔다. 한번은 그래도 될 것 같아서, 그때 태호에게는 못해준 게 마음에 남아서 그러고 싶었다.

 “진짜요? 그럼 언니 내가 나중에 커피 살게요.”

 기쁘게 뛰어가는 은우의 모습에 영채는 좀 전의 무겁던 마음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서둘러 바쁜 업무에 투입되었다. 이럴 땐 역시나 정신없이 바쁜 게 좋았다.

 모든 업무가 끝났다. 결국 영채는 아무것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확인했다면, 그래서 자신이 예측했던 게 모두 사실이었다면 영채는 더 힘들었을 거였다. 모르는 게 나았다. 영채는 스스로를 그렇게 위로하며 매장을 나왔다.

 입구에서 직원들과 헤어지며 인사하던 영채의 앞에 누군가가 섰다. 갑자기 나타난 큰 형체에, 영채는 뒤로 살짝 물러섰다. 그리고 기억했다. 이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들었다. 태호가 영채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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