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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현로판/외계인남주/인간여주/능력있는 남주/능력있는 여주]
인간과 외계인이 공존하는 에일 시티. 그곳에 사는 효은은 인간과 외계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어느날 외계인 관련 살인사건에 휘말리던 효은은 외계인만 상대하는 특수수사대 팀장이자 외계인인 아이작과 마주치고, 그녀가 인간과 외계인을 구별할 수 있다는 걸 안 아이작은 그녀에게 무언의 부탁을 하는데...

 
비틀어진 탐욕(12)
작성일 : 19-03-17 00:39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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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영과 얘기를 나눈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카와 효은의 차례가 되었다. 두 사람은 얌전히 자리에 앉아 메이크업을 받았다.

 

 ‘냄새가 묘해.’

 

 제 볼을 두들기는 파우더 향이 묘한 것이 아까 맡았던 장미향과 비슷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것도 환각제가 들어갔다는 얘기인데, 레이카가 옆에 있어서 취하거나 하진 않았으나 계속 맡으니 머리가 아파왔다.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으나 헤어와 메이크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거울에 비친 담당자의 원래 모습을 보자 한숨만 튀어나왔으나 애써 내색하진 않았다.

 

 누군가에게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을 리도 없으며, 만약 받는다고 하면 왠지 모르게 연예인이 된 기분을 느끼거나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야 하는데.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형 대하듯이 멋대로 꾸미는 것 같아 오히려 불쾌함만 들었다.

 

 “제법 예쁘네.”

 

 헤어까지 끝낸 담당자가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제법? 저 사람들이 진짜……. 이가 갈리는 것을 참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쪽 구석에 앉아 레이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효은아’

 

 아이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작!’

 ‘지금 상황은 어때?’

 ‘옥션에서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피해자들을 자기들 멋대로 꾸미고 있어.’

 ‘역시, 그런 건가.’

 

 예상했던 상황인지 그다지 놀란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도 그런데 피해자들에게 환각제을 먹인 것 같아. 다들 제정신이 아냐.’

 ‘……젠장.’

 

 욕지거리가 들려왔지만 모른 척했다. 자신도 지금의 상황을 보고 욕이 튀어나왔는데 아이작이라고 별수 있을까. 피해자들을 물건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서 약을 먹여 인격체를 완전히 죽이려고 한 행동이니.

 

 ‘그리고 우리에게 의뢰를 한 꼬마의 누나를 찾았어. 레이카 씨의 피로 정신을 차리기는 했지만…….’

 

 주변 환경과 더불어 겪은 일로 인해 잔뜩 겁에 질린 상태였다.

 

 어떻게든 구해줄 거라고 믿음을 줘서 간신히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이대로 둘 수도 없었다. 헛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은 상대방을 기만하는 행위였다. 희망이 깨지는 순간 절망으로 변해버려 결코 헤어나지 못할 테니까.

 

 ‘어쨌든 환각제를 먹여서 자의로 도망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

 ‘그래? 알았어, 우리가 환각제를 깨울 방법을 생각할게. 조금만 버텨줘.’

 ‘너무 무리는 하지 마.’

 ‘무리하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정한 말투에 왠지 모르게 안심이 돼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작은 가끔씩 효은에게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안심을 시켜줬다. 생각해보면 납치되어 두려움에 휩싸일 자신을 위로해주기 위해서, 구해주겠다는 말을 헛된 희망이라 여기면서 좌절하지 않도록. 그걸 알기에 효은은 아이작을 믿고 기다릴 수 있었다.

 

 ‘고마워, 덕분에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어.’

 ‘좀 이따 다시 말을 걸게, 그때…….’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뭔가를 말하려다 중간에 끊겼음에도 효은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이작이라면 어떻게든 저에게 달려와 줄 테니까.

 

 “효은 씨, 괜찮아요?”

 

 레이카가 효은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 네. 괜찮아요.”

 

 그래, 아이작도 힘내고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효은은 주먹을 꽉 쥐며 환각제에 취한 이들을 깨울 궁리를 했다.

 

 ‘레이카 씨의 피를 계속 사용할 수는 없어.’

 

 혈액의 양을 떠나서 많은 인원을 같은 방법으로 깨운다면 분명 의심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 안에도 감시 카메라가 있을 텐데 운 좋게 한 번은 넘어갔다고 해도 두 번 넘어갈 바보는 없다. 만약 레이카가 자신의 피를 이용해 환각제를 깨웠다는 걸 알게 되면 100% 분리다.

 

 “레이카 씨, 다른 루나인에게 도움을 받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상관없기는 합니다만, 뭐가 됐든지 간에 걸리기는 할 거예요. 루나인의 특성을 모르는 이는 없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죠. 그럼 무언가 다른 방법이…….”

 

 그때,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이 끝났는지 밖에 있던 플렌더어 조무래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일단 나중에 얘기하죠.”

 

 레이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익숙하다는 듯 환각제에 취한 사람들을 붙잡고 걸어가는데 효은과 레이카는 저를 붙잡으려는 그들을 노려보며 일단 뒤를 쫓았다.

 

 “뭐야, 여긴?”

 

 그들이 데리고 간 곳은 커다란 무대 뒤편이었다.

 

 강당으로 보이는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커다란 무대. 무대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층에는 고급스러운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팻말에 [VVIP]라고 적혀 있었다.

 

 VVIP 손님 전용의자가 따로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플렌더어에게 의뢰를 했거나 옥션을 통해 외계인과 인간을 사려는 자들이 틀림없었다.

 

 ‘역겨워.’

 

 도대체 인간과 외계인을 뭐로 생각하길래 저런 짓을 벌이는 걸까.

 

 자기들 멋대로 외계인이나 사람을 납치해서 상품 취급하는 플렌더어도, 그들에게 의뢰해 인간과 외계인을 사들이는 이들도 전부 똑같이 역겨웠다.

 

 일단은 아이작의 말이 있으니 가만히 있기는 하지만, 마음 같아서는 고드름을 마구잡이로 날려 이곳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다.

 

 “저기 있네.”

 

 낯선 목소리가 들린 동시에 내 앞으로 다가오는 무리들.

 

 “뭐야?”

 

 왠지 모를 불안함에 잔뜩 경계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갑자기 달려들어 효은의 양팔을 붙잡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데 로버가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여자는 상품이 아니니 다시 감옥으로 집어넣어.”

 

 뭐? 이게 뭔―.

 

 “효은 씨!”

 

 레이카가 다가가려고 했으나 다른 이들이 가로막아 효은에게 갈 수 없었다.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으나 외계인의 체력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거 놔, 레이카 씨, 레이카 씨!!”

 

 애절하게 부르며 손을 뻗었으나 가로막는 사람들이 많아 전혀 닿질 않았다. 허공에 뜬 손을 거둘 새도 없이 그들에 손에 이끌린 채 끌려 나갔다.

 

 그리고 끌려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악!!”

 

 뒤에서 밀어재끼는 바람에 감옥 안으로 넘어지듯 들어갔다.

 

 “옥션이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있으라고.”

 

 말이 끝나자마자 닫히는 철문. 걸어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이 울퉁불퉁한 탓에 넘어질 때 제대로 찧었는지 팔에 생채기가 났으며, 신었던 스타킹이 찢어지고 양쪽 무릎에 커다란 상처와 함께 멍이 들었다.

 

 “하, 미치겠네.”

 

 욱신거리는 건 둘째치더라도 피가 다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침대 시트로 대충 닦을까 하다가 더러운 것을 보고 포기했다.

 

 “설마 나 혼자 떼어낼 줄이야.”

 

 저와 레이카가 있던 공간이 아닌 또 다른 감옥에 갇혔는지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카메라도 고드름을 날려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을 텐데, 힘 빼봤자 좋을 건 없으므로 우선은 참았다.

 

 “레이카 씨 혼자 괜찮으려나.”

 

 특수수사대이니 알아서 잘 하겠으나 그만큼 감시도 심할 텐데.

 

 침대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생각에 잠겨있다 피투성이가 된 다리를 쳐다봤다. 레이카가 있었다면 순식간에 치료될 상처이나 따로 떨어진 것도 있고, 주변에 구급상자는 물론 간단한 상처약도 없어 치료할 수 없었다.

 

 “그래, 나는 얼떨결에 딸려온 애니까 끝까지 떨거지 취급이라는 거냐?”

 

 왠지 모를 짜증과 분노가 밀려와 절로 치가 떨렸다.

 

 “상품 가치가 없는 자들은 떨거지 취급하고 상품 가치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팔아버리고?”

 

 인간이나 외계인을 사려는 것들이나 납치해서 돈 많은 자에게 팔려는 것들이나 죄다 똑같아. 똑같이 역겹고 더러운 놈들. 최소한의 양심도 존재하지 않는 거야?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치밀어 오른 분노로 인해 생성된 냉기가 주변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냉기로 인해 벽과 바닥, 천장 할 것 없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쨍그랑!

 

 얼어붙은 감시 카메라가 얼음 부서지듯 산산조각 난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

 

 “저 여자 또 카메라 부셨어.”

 

 효은을 감시하던 스틸이 혀를 쯧쯧 차며 중얼거렸다.

 

 “역시 능력을 못 쓰는 방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미 만석이라 집어넣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 감옥에 모든 문은 외계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재질로 만들어졌으니 뚫고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무엇을 하는지 보이지를 않으니 불안함이 생겨났다.

 

 “로버에게 말해야겠지?”

 

 지금쯤이면 VVIP 손님을 맞이하고 있을 시간이다. 중요한 고객과의 만남 때 연락하면 분명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으나 만약의 사태는 대비해야하는 생각에 팔에 장착한 시계(로 위장한 통신기)의 용두 부분을 눌러 연락했다.

 

 스틸에게서 온 연락을 본 로버는 뭐야? 라고 중얼거리더니 몸을 돌려 팔에 찬 시계의 용두 부분을 눌러 연락을 받았다.

 

 “무슨 일이야?”

 

 그러나 상대방에게서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뭔데 그래? 라고 다시 한번 물었으나 돌아오는 목소리는 없었다. 아, 진짜. 잔뜩 짜증난다는 얼굴로 연락을 끊은 그녀는 곧바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제 옆에 있는 자에게 말을 걸었다.

 

 “어떠십니까?”

 

 로버의 물음에 C 기업 회장의 비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제가 든 노트북에 시선을 뒀다. 그가 든 노트북 화면에는 C 기업 회장의 얼굴이 떠 있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여 직접 오지 못해 그의 비서가 대신 참가했는데, 대신 회장이 직접 루나인을 고를 수 있게 병실에 놓인 또 다른 노트북을 통해 그들과 연락을 취했다.

 

 “죄송합니다, 신중하게 고르는 중이셔서 대답이 조금 늦는 것 같습니다.”

 “괜찮습니다. 원래 물건을 고를 때에는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법이죠.”

 

 원래 옥션을 통해 경매를 진행해야 했으나 회장은 직접 의뢰를 취한 자라 미리 상품을 보여줘 구매할 자를 빼냈다. 돈도 많이 받았겠다 어차피 다른 이들은 옥션으로 판매하면 그만이니 손해보는 장사도 아니었고.

 

 “회장님의 눈에 마음에 드는 루나인이 있습니까?”

 

 비서는 한 손으로 안경을 치켜 올리며 회장의 말을 기다렸다.

 

 [……저 여자.]

 

 무대 위에 서 있는 루나인을 살펴보던 그가 누군가를 가리켰다.

 

 [……저 여자……가 마음에…… 들어…….]

 

 간신히 말을 이으며 힘겹게 누군가를 가리킨 후 기침을 토해냈다. 주변에서 괜찮냐는 물음에 간신히 대답한 그는 비서가 제 말을 제대로 들었기를 바랐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루나인 말하는 거 맞으십니까?”

 

 역시 유능한 비서답게 자신이 원하는 자를 정확히 짚어냈다. 회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는 망설임도 없이 누군가를 가리켰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마음에 든다고 하십니다.”

 “역시 회장님, 안목이 탁월하시군요.”

 

 그가 가리킨 이는 다름 아닌 레이카였다.

 

 루나인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인물이라서 회장의 눈에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역시 잡아들이기를 잘했어. 로버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버서에게 말을 걸었다.

 

 “가장 좋은 상품입니다. 다른 루나인들에 비해 유능한 자이니 회장님의 병도 금방 고쳐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숨소리가 고르지 못할 정도로 그의 병세는 심각한 상태였다.

 

 많이 늙고 쇠약해지기는 했으나 죽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른 이들이 치료를 명목으로 허송세월 시간만 보낸 것과 달리 루나인이라면 분명 저의 병을 호전시켜줄 거다. 무능한 그들과 달리 루나인은 유능한 존재이니까.

 

 하루라도 빨리 루나인을 제 품에 두고 싶다는 생각인지 회장의 눈에는 오롯이 레이카만 담고 있었다.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읽은 비서는 레이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희가 사갈 테니 준비 제대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하죠,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그럼 밑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비서는 노트북을 덮고 정중히 인사한 뒤 밖으로 나갔다.

 

 “좋아, 좋은 상품 하나 팔렸으니 다음은―.”

 

 다음 상품을 팔기 위해서 주변을 정리하려던 로버는 순간 오싹함을 느끼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닫힌 문에서부터 새어나오는 냉기, 자연적인 냉기가 아님을 직감한 로버가 다른 이들에게 연락을 취하기 위해 시계에 손을 대려는 찰나.

 

 “아악!!”

 

 갑작스럽게 날아온 고드름에 의해 시계가 박살났다.

 

 “아아악!!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비명을 지르며 피가 흐르는 손목을 부여잡고 몸을 웅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사이,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안으로 들어왔다.

 

 “뭐긴, 탈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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