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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9.엄마...
작성일 : 19-03-15 00:00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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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채는 점점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고 있었다. 늘 똑같은 날들을 보내고, 아무 일 없이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되었다. 영채를 힘들게 했던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은 정말 괜찮은 날들이었다. 그러나 영채는 이런 괜찮은 날들이 그렇게 반갑지가 않았다. 그랬다. 누군가 보면 뒤늦게 봄을 탄다고 할 정도로 영채는 무료해보였다.

 영채는 한동안 자신을 신경 쓰게 했던 일을 드디어 해보기로 했다.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해봐야 될 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엄마의 그때로 다가가보기로. 예상하지 못했던 과거를 알게 될까봐 겁도 났지만, 혹시 지금 영채의 마음을 위로해줄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지나친 기대감도 있었다. 그만큼 지금 영채는 무언가가 간절하게 필요했다.

 영채는 그때 맹세를 했었다.

 ‘엄마를 절대 이해하지 않을 거야...’

 영채는 그럴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영채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채의 인생을 흔들어버렸다. 아니 정확하지 않아도 비슷할 것 같았다. 그래서 궁금했다. 그게 맞는지, 지금 영채가 겪는 이 모든 게 그 사랑이라는 감정과 관계가 있는지.

 영채가 열어본 공책에는 엄마의 글씨가 가득했다. 글을 본 순간 엄마의 글씨를 기억해냈다. 엄마가 늘 무언가를 적던 그 많은 날들이 조금씩 기억 속에서 떠올랐다. 그래서 반가웠고, 그래서 너무도 아팠다.

 엄마의 그 많은 기록들에는 엄마의 인생에 대한 원망과 좌절, 그래도 희망을 갖고 싶다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엄마가 바보같이 도망만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순간 영채는 엄마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한참을 읽던 영채는 어느 순간 엄마의 글이 행복이 넘치고 있음을 발견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보였고, 강조되고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하나. 엄마는 처음에 ‘사랑’을 믿지 않았다는 것.

 ‘나는 엄마의 인생을 힘들게 한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아빠는 이기적이다. 엄마는 그래도 아빠를 좋게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건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망설여졌다. 이 감정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사랑이라는 그런 감정을 믿어도 될까. 내가 본 게 있는데. 그런데 믿고 싶어졌다. 아니 이 사람이라면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바꿔달라고....’

 예전에 언뜻 들었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엄마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었다는 것을. 그래도 엄마가 잘 자란 건 오직 할머니의 노력이었다. 할머니는 영채도 잘 자라게 해줬다. 할머니는 그랬다.

 엄마는 할머니처럼 살지 않기 위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정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영채의 아빠가 엄마의 그런 마음을 흔들어버린 것이었다. 엄마는 아빠에게서 지금껏 못 받은 사랑을 받았다. 영채는 기억이 났다.

 ‘나도 엄마 아빠처럼 살고 싶다.’

 영채는 그때의 행복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그 시간들이 영채의 모든 감각을 깨웠다. 그 모든 게 너무 그리워 영채는 목이 메었다. 지금껏 잊고 있었던, 잊어야만 했던 모든 순간들이 후회될 만큼 그리웠다. 떠올리기만 해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었는데, 영채는 어리석을 만큼 그 모든 기억들을 밀어냈었다.

 ‘그 사람이 사라졌다. 내 눈앞에 이제 그 사람은 없다.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그렇게 혼자서 외롭게 가버렸다. 혼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왜 하필 그 순간이었을까.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그는 그렇게 떠났다. 내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외롭게 가게 안했을 텐데. 미안해서 죽을 것 같다. 그 순간만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다. 미안해...’

 엄마는 자신을 탓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게 유일했다.

 ‘어쩌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엄마라서 버텨야 되는데, 내가 잘 할지 자신이 없다. 그 사람 없이 내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미안한데 용기가 없다. 제발...도와주세요.’

 눈물이 떨어진 자국과 번진 글자들로 가득한 그 글에 영채는 같이 울었다. 엄마는 아빠를 보내고 그렇게 버텼다. 결국에는 그런 선택을 했지만. 엄마가 얼마나 아팠을까, 힘들었을까. 그 생각이 들자 엄마가 한없이 애달팠다.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영채는 그때 엄마를 안아주지 못한 게 슬펐다. 그때 엄마를 더 꼭 안아줬더라면...

 영채는 자신의 입에서 ‘엄마’를 말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엄마를 수도 없이 부르고 있었다.

 그 공책의 마지막에는 엄마의 마지막 글이 짤막하게 적혀있었다.

 ‘영우야, 영채야. 엄마가 미안해. 그런데 엄마도 잘 안되네. 엄마를 지금은 용서하지 말아줘. 이렇게 말해서 또 미안해. 그런데, 언젠가 괜찮다면 엄마를 조금만 이해해줘. 이걸 너희들이 결국에는 안 봐야 되는데, 혹시 본다면 정말 미안해...’

 엄마는 결국 마지막까지 갈등하다가 결정을 내린 거였다. 그 결정을 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자꾸만 엄마의 그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을 하고, 받았던 한 여자로서의 그때의 엄마가... 이해가 되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를 미워했는데, 용서할 수 없었는데 지금 영채는 그때의 엄마를 위로하고 있었다.

 영채는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엄마의 아픔이 느껴져서, 엄마가 그리워서, 엄마를 미워했던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영채는 말하고 싶었다. 엄마의 사랑은 결국에는 틀린 거라고. 그런 선택을 하면 안 되는 거였다고. 나는 엄마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거라고. 그래서 엄마한테 보여줄 거라고. 사랑은 이런거라고...

 그러나 영채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태호에 대한 마음은 분명하게 확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옆에 태호는 없었다. 너무 늦게 깨달았다. 태호는 자신이 보낸 것이었다. 영채는 그 생각에 미치자 엄마한테 큰 소리 친 자신이 바보 같았다.

 영채는 모든 빛이 사라진 깜깜한 방안에서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오빠, 엄마가 행복했을까? 그런 결정이 엄마를 결국 행복하게 했을까?’

 영채는 영우에게 물었다. 엄마의 선택이 결국에는 엄마의 행복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영채의 문자에 영우는 지금까지 가슴속에 있던 묵직한 덩어리가 녹는 것을 느꼈다. 영채가 그렇게 엄마를 이해한 것 같았다. 아니 분명 이해를 넘은 질문이었다.

 ‘엄마는... 아마 행복하지는 않았을 거야. 다만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고를 수밖에 없으니까... 영채야, 고마워.’

 영우는 그렇게 영채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는 분명 완전히 행복하지 못했을 거다. 행복하면 좋겠지만, 엄마를 알기에 그런 선택을 했음에도 그 선택에는 약간의 후회도 있었을 거다.

 영우는 그때의 엄마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가끔 엄마의 웃음을 보았다. 그러나 그 웃음에 엄마는 없었다. 그냥 엄마의 얼굴이, 눈이 웃고 있을 뿐이었다. 얼굴이 만들어낸 웃음 사이로 공허한 엄마의 눈빛을 봤기에 엄마가 거기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었지만 영우는 그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예상 했었다고 할까. 매일 밤 잠 못 이루고 한숨을 쉬며 깨어있던,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생각 속으로 계속 빠져들던 엄마를 자주 보았었다. 어딘가에 있는 기억에, 그 기억의 끝에 있는 깊은 절망에서 못 올라오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영우가 아무리 엄마를 위해 손을 내밀어도, 엄마는 영우의 손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었다는 걸 그 일이 있은 후 알게 되었다. 그랬기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결국에는 그 선택을 하셨네요.’

 영채의 생일날 달라진 엄마의 눈빛에 기대를 했었다. 엄마도 이제는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엄마의 노력을 축하하고 싶었다. 그러나 엄마의 노력은 마지막을 위한 것이었다. 결국 엄마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을 살아내고 그렇게 혼자서 그 길을 가버렸다.

 그렇게 영우는 엄마의 선택을 받아냈다. 그래서 영채가 물었을 때 그렇게 말한 걸 후회했다. 엄마의 모습을 보고 예상했던 그 시간들이 어쩔 수 없는 이해로 바뀌었을 때 영우는 영채에게 그 말을 자연스럽게 내뱉고 말았다.

 ‘나는 엄마를 이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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