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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현로판/외계인남주/인간여주/능력있는 남주/능력있는 여주]
인간과 외계인이 공존하는 에일 시티. 그곳에 사는 효은은 인간과 외계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어느날 외계인 관련 살인사건에 휘말리던 효은은 외계인만 상대하는 특수수사대 팀장이자 외계인인 아이작과 마주치고, 그녀가 인간과 외계인을 구별할 수 있다는 걸 안 아이작은 그녀에게 무언의 부탁을 하는데...

 
비틀어진 탐욕(11)
작성일 : 19-03-14 01:42     조회 : 343     추천 : 0     분량 : 5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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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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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철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침대와 바닥에 누워있던 효은과 레이카는 그 굉음에 놀라 눈을 다 뜨지도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잡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들어와 두 사람의 양팔을 붙잡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잠이 다 깨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몸을 일으킨 탓에 두 사람 모두 눈살을 찌푸리며 앞에 있는 로버를 노려봤다.

 

 “아침부터 뭐하는 거야?”

 “뭐하긴, 옥션을 앞두고 준비를 해야지.”

 

 무슨 준비? 라고 말하기 전에 억지로 끌고 어디론 가로 향했다.

 

 “악!”

 

 어느 문 앞에 선 그들은 나무로 된 문을 열자마자 두 사람을 밀었다. 강제로 끌려와 밀쳐졌으니 일어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아, 진짜!!”

 

 잠이 다 깨네!!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따지려는데 문이 닫혔다. 문 앞에 조그마한 구멍이 있긴 했으나 높이가 높아 상대방의 눈만 보였다.

 

 “얌전히 우리 말 듣는 게 좋을 걸?”

 “뭐가 어째? 그리고 여긴 어딘데? 어딘데 자고 있는 사람을 데리고 가서 다짜고짜 밀치는 건데!!”

 “씻고 준비된 의상으로 갈아입어. 허튼 짓 했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테니.”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자기 말만 하고는 구멍까지 닫아버렸다. 아아악!! 짜증이 솟구친 효은은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온갖 짜증을 내고 있는 효은과 달리 레이카는 주변을 살펴봤다.

 

 “장미향이 나요.”

 “네?”

 

 혹시나 싶어 눈앞에 있는 미닫이문을 열어보니 여러 색의 장미가 띄워져 있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다. 샤워시설과 더불어 주변에 널려있는 물품들은 어릴 적부터 봤던, 굉장히 익숙한 것들이었다.

 

 “설마 여기…….”

 “목욕탕인 것 같네요.”

 

 설마 했는데, 그들이 억지로 데리고 온 곳은 목욕탕이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곳이 아닌 별장 혹은 조그마한 대중목욕탕의 모습. 왠지 모르게 신기해하는 레이카와 달리 효은의 얼굴에는 어이없음이 가득했다.

 

 “우리보고 알아서 씻고 나오라는 거야? 어이 없네 진짜.”

 

 생각 같아서는 목욕이건 뭐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려곡 궁리를 했을 텐데, 뭘 해도 꺼내주지 않을 것 같아 잠자코 있었다. 주변에 감시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한 레이카가 코트를 벗어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씻고 나오라고 했으니 우선은 씻을까요? 안 그래도 몸이 찝찝해서 씻고 싶었거든요.”

 “네? 괜찮을까요?”

 “괜찮을 겁니다. 감시 카메라도 없고, 가만히 있어도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뭐, 그건 그렇지. 효은은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겉옷을 벗었다.

 

 친한 친구하고도 목욕탕을 같이 가본 적이 없는데. 직장 동료 앞에서 그것도 저보다 몸매가 좋은 사람 앞에서 알몸을 보이는 것이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런 걸 따지기에는 좋은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망설이지 않고 옷을 벗었다.

 

 속옷까지 벗어 바구니 안에 집어넣은 후, 옆에 있는 수건으로 몸매를 최대한 가린 채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으,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들어가네요.”

 

 욕조 안으로 들어가자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 레이카 역시 물 온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몸을 뒤로 기댔다.

 

 “그러게요, 좋긴 하지만 찝찝한 기분도 같이 들어요.”

 “공감합니다.”

 

 차가운 물만 나오는, 감옥 같이 차디찬 방 안에 갇히게 해놓고는 갑자기 따뜻한 물이 있는 목욕탕으로 집어넣는다? 무슨 꿍꿍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상품이라고 귀한 취급하는 건가? 아니, 함부로 대하는 걸보면 그건 아닌 것 같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어떻게든 유추해보려고 했으나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일단은 몸에 쌓인 노폐물과 피로를 씻기 위해 목욕하는 것에 집중했다. 은은한 장미향이 피로를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효은 씨!!”

 

 멍하니 장미향을 맡고 있는데 레이카가 효은 앞에 있는 장미를 손으로 쳤다. 손에 의해 밀리는 물과 함께 내쳐진 장미는 욕조 밖으로 떨어졌다. 앞에 있던 장미가 사라지자 초점 없이 흐릿한 눈을 하고 있던 효은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레이카 씨?”

 “정신이 들어요?”

 “네, 근데 제가 뭘 하고 있었죠?”

 

 의아함에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물 위에 떠 있던 장미가 모두 욕조 밖으로 떨어져있었다. 레이카는 물 위에 떠 있는 꽃잎을 욕조 밖으로 버리며 말했다.

 

 “장미처럼 보이지만 환각제입니다.”

 “환각제요?”

 “네, 아무래도 환각제를 이용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인간은 효은은 환각제로 인해 좋은 향이라 생각하고 계속 맡으려 했으나 루나인인 레이카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도리어 역겨운 냄새를 맡고 그것이 장미가 아닌 환각제라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장미를 욕조 밖으로 밀어냈다.

 

 “고마워요, 하마터면 정신줄 놓을 뻔했어요.”

 “아니에요, 위에 있는 장미는 다 떨어졌으니까 더는 환각에 걸릴 일은 없을 거예요.”

 

 환각에 걸릴 일은 없지만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오싹해져서 욕조에 더 있고 싶지 않았다. 먼저 씻겠다는 핑계를 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부스로 향했다.

 

 “이것도 환각제가 섞인 건 아니겠지?”

 

 샴푸와 린스, 샤워젤 등 고급스러운 것들로 놓여 있었으나 환각제가 섞여 있을까 사용하기가 뭐했다. 망설이다가 결국 레이카에게 도움을 받아서야 간신히 사용할 수 있었다. 샴푸와 바디로션 냄새를 풀풀 풍기며 밖으로 나온 효은은 준비했다는 의상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무슨 파티 참석해?”

 

 속옷은 그렇다 쳐도 겉에 입을 의상은 척 보기에도 파티 의상이었다. 멍하니 옷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씻고 나온 레이카가 효은의 옆으로 다가왔다.

 

 “어머, 뭐예요?”

 “저희가 입을 의상이래요.”

 

 레이카는 말없이 바구니에 담긴 의상을 확인했다.

 

 레이카의 것은 몸에 밀착되고 옆라인이 트인 새하얀 롱드레스였고 효은은 푸른색인 미니 오프숄더 드레스였다. 살아생전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은 드레스를 유심히 보던 효은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드레스를 패대기쳤다.

 

 “이걸 어떻게 입으라고!!”

 

 레이카 역시 말은 하지 않고 있으나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이성을 되찾아 드레스를 다시 줍기는 했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준비한 의상을 입기는 했으나 영 어색하고 적응이 되지 않았다. 전신거울 앞에서 쭈뼛거리며 제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몸에 달라붙고 아무리 미니라고 하지만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짧아 겉옷으로 다리를 가리고 싶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의상을 입으라고 준 거야…….”

 

 그때 뭔가가 생각난 효은은 미간을 구겼다.

 

 “레이카 씨, 저들이 이런 의상을 준 이유요. 설마 저희를 옥션에 내보내려고…….”

 “그거 말고는 이유가 없죠.”

 

 역시나, 고객님들에게 예쁘게 보여서 팔게 하려는 수법이구나. 머리끝까지 짜증이 밀려왔으나 화를 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참자, 우선 참자.”

 

 화를 누그러뜨리며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으나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누군가를 납치한 것도 문젠데 인간이든 외계인이든 인격체로 생각하지 않고 상품 취급하는 태도가 분노를 유발했다.

 

 “우선 나갈까요.”

 

 의상을 입은 레이카가 효은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레이카를 보니 눈앞에서 연예인와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름다운 루나인의 모습에 넋이 나간 채로 보던 효은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두들겼다.

 

 “다 입었으니까 그만 열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이 열리며 바깥에 있던 이들이 두 사람을 감쌌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반 강제적으로 끌고 간 곳은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룸이었다.

 

 두 사람이 들어갔을 때에는 이미 다른 이들이 멍한 얼굴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있었다. 루나인을 제외하고는 대기하는 이들도,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 이들 전부 눈에 초점이 흐릿한 채 바닥만 쳐다봤다.

 

 “다들 환각제에 취한 것 같아요.”

 “이럴 수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며 주변에 냉기가 퍼져갔다. 효은 씨. 레이카가 다급히 효은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레이카와 눈이 마주친 효은은 그제야 제 실수를 깨달았다.

 

 냉기는 플로라인에게 독이므로 함부로 발산해서는 안 됐는데. 주변에 플로라인이 많은 것을 본 효은은 가까스로 냉기를 사그라뜨리고 억제했다.

 

 내가 못 살아. 자신의 실수를 자책하며 머리를 쓸어 넘기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을 때.

 

 “어?”

 

 구두가 전시된 부분 구석에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한 여성을 보게 되었다. 여성이라고 하기에는 앳된 소녀로 새하얀 머리카락과 노란색 눈동자는 마치 데이지를 연상하게 하는 외모였다.

 

 “데이지 꽃?”

 

 데이지 꽃을 연상하게 하는 익숙한 외모는 분명 어디선가―.

 

 “잠깐, 저 아이는…….”

 

 효은은 주변의 눈을 살피며 레이카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레이카 씨, 저기 앉아있는 아이 저희에게 의뢰한 아이의 누나 아니에요?”

 

 효은이 가리킨 곳을 쳐다본 레이카 역시 데이지 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의뢰인인 아이를 떠올렸다. 아이가 보여준 사진 속 인물과 유사했다.

 

 “맞는 것 같아요. 새하얀 데이지 꽃은 저 아이 밖에 없으니까요.”

 

 두 사람은 주변의 눈치를 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헤어와 메이크업 담당자는 다른 외계인을 맡고 있어 두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틈에 소녀에게 다가간 두 사람은 다른 이상이 있는지 살폈다.

 

 초점 없이 멍한 얼굴과 옆에서 불러도 대답하지 않은 것을 보니 소녀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환각제에 중독되어 있었다.

 

 “어떡하죠? 중독이 단단히 된 것 같은데요?”

 “걱정하지 마세요.”

 

 레이카는 손가락을 입에 넣고 깨물었다. 이빨로 인해 레이카의 손에 상처가 나며 우유 같이 새하얀 액체가 흘러내렸다. 레이카는 망설임도 없이 소녀의 입을 벌린 채 피가 흐르고 있는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역시, 레이카 씨의 피 색은 역시 하얀색이구나.’

 

 루나인의 피는 새하얀 피인 백혈(白血)이었다. 그들의 피가 누군가의 상처에 닿거나 수혈, 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흡수하게 되면 어떤 병이든 나을 수가 있었다. 독이나 환각제 같이 중독성 짙은 약에도 효과 만점이었다.

 

 그렇기에 레이카는 자신의 피를 흡수할 수 있게 손가락을 움직여 입안을 헤집었다. 어느 정도 흡수가 되었다고 생각해서야 손가락을 빼냈다. 입에서 나오자마자 손가락에 난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의 몸에 있던 환각제가 사라진 건지 소녀는 눈을 깜빡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여, 여기는 어디에요?”

 

 분명 자신은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로 인해…….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있었다. 어떻게든 탈출하려고 발악하던 사이 갑자기 들어온 누군가로 인해 무언가를 주입 당했고―.

 

 “기억이 거기서 끝이에요, 도대체 여긴 어디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레이카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치를 살핀 후 작은 목소리로 진정하라고 타일렀다.

 

 “저희는 특수수사대에서 나왔습니다.”

 “네? 특수수사대요?”

 

 목소리가 조금 컸던 탓에 레이카가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며 말했다.

 

 “네, 지금부터 저희가 하는 말 잘 들으셔야 해요.”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를 본 레이카는 입에 갖다 된 손가락을 떼며 말을 이었다.

 

 “화영 양 맞죠?”

 

 데이지 꽃 소녀, 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영 양을 포함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납치가 된 사람들이에요.”

 “납치요? 역시 저는…….”

 “저희는 납치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왔습니다. 혹시라도 저들이 눈치 채면 큰일이 벌어질 테니까요.”

 

 아, 하고 짧게 탄성을 내뱉은 화영은 입을 막은 채 주변 눈치를 살폈다.

 

 “동생분이 누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우영이가요?”

 

 우영아…….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는 듯 입을 악 다물었다. 거의 일주일 정도 가족을 보지 못했으니까 눈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했다.

 

 정신 바싹 차라지 않고 있으면 도망칠 수 없으니까.

 

 “저희가 어떻게든 화영 양을 포함해 여기 있는 사람들을 구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믿고 조금만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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