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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인간과 외계인의 미묘한 관계
작가 : 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11

[현로판/외계인남주/인간여주/능력있는 남주/능력있는 여주]
인간과 외계인이 공존하는 에일 시티. 그곳에 사는 효은은 인간과 외계인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어느날 외계인 관련 살인사건에 휘말리던 효은은 외계인만 상대하는 특수수사대 팀장이자 외계인인 아이작과 마주치고, 그녀가 인간과 외계인을 구별할 수 있다는 걸 안 아이작은 그녀에게 무언의 부탁을 하는데...

 
비틀어진 탐욕(10)
작성일 : 19-03-13 00:21     조회 : 327     추천 : 0     분량 : 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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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 온몸이 다 쑤셔.”

 

 레이카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잔 탓에 누가 발로 짓밟은 것처럼 온몸이 쿡쿡 쑤셨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함이 그득그득 쌓여있어 움직이는 것조차 힘에 겨웠고 연달아 하품만 했다.

 

 “효은 씨.”

 

 바닥에 앉아 찌뿌둥한 몸을 풀고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레이카 씨, 잘 잤어요?”

 

 표정을 보니 잘 잔 것 같지는 않았다.

 

 “효은 씨야말로 잘 잤어요?”

 

 예상했던 대로 레이카는 대답을 회피하며 자신이 했던 질문과 같은 것을 물었다. 잘 잤다고 거짓을 말할까 하다가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답했다.

 

 “아뇨, 바닥이 너무 딱딱해서 잘 못 잤어요.”

 “그럴 것 같았어요.”

 

 레이카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싸구려 침대라 바닥에서 자는 것 같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카 씨, 세면대에 얼음 얼려놓은 거 녹았으니까 그걸로 세수하세요.”

 

 세면대에 나오는 물로 씻기에는 찝찝해 얼음을 얼려 자연스럽게 녹기를 기다렸다. 세면대에 쌓인 더러운 것들을 흘려보내고 다시 얼려서 녹이고를 반복하다보니 제법 깨끗한 물이 고일 수 있었다.

 

 “고마워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세면대로 향하는 레이카. 효은은 베개로 쓴 코트 주머니에서 티슈를 꺼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레이카가 비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물로 얼굴을 씻고 물을 흘려보냈다. 무언가 막힌 듯한 소리를 내며 내려가는 물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며 얼음을 채웠다.

 

 “무기가 아니라서 티슈는 그대로 내버려뒀나 봐요.”

 “네, 진짜 얼척이 없어서.”

 

 티슈로 물기를 닦아낸 후 어제 받은 봉지에 집어넣었다.

 

 “겨우 하루 지났을 뿐인데 꾀죄죄한 것 같아요.”

 “제 말이요. 죄도 짓지 않았는데 감옥에 있는 것 같아 더 찝찝합니다.”

 

 얼굴이야 얼음을 녹인 물을 사용하면 된다지만 말 그대로 얼음을 녹여서 사용하는 거라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원래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으니 머리를 감을 수도, 샤워를 할 수도 없었다. 이제 막 하루가 지났을 뿐이라지만 인간 이하의 취급에 벌써부터 지치는 느낌이었다.

 

 밥은 하루에 하나만 주는 것이 맞는지 레이카가 먹은 이후로는 음식을 넣어주지 않았다. 더욱이 일정한 시간 때가 아니라 자기들 멋대로 주고 싶은 시간에 줬으니 언제 넣어주는지도 알지 못했고.

 

 “레이카 씨 지금 몇 시에요?”

 

 의미 없는 질문이지만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기에 손목을 가리키며 물었다.

 

 “12시인데 낮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그럴 거예요, 설마 저희가 열두 시간 이상 잤을까요.”

 

 진짜면 심각한 건데.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주변을 살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둘이 자는 사이에 누군가가 오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을 했으나 부서진 감시 카메라도 그대로였고 무언가를 새로 달았다는 흔적도 없었으니까.

 

 “물 드실래요?”

 

 효은이 레이카에게 물병을 건네주며 물었다.

 

 “고마워요.”

 

 레이카는 군말 없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얼굴을 제외하고 씻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데 외계인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루나인의 특성(?)인지 전혀 씻지 않은 티가 나지 않았다. 헝클어진 머리만 정리한다면 막 씻고 나온 상태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자고 있어났을 뿐인데도 저렇게 예쁘냐? 효은은 엉망이 된 머리를 손으로 대충 정리하며 흐트러짐이 없는 레이카를 보고 속으로 부러워했다.

 

 “그건 그렇고, 생각보다 조용하네요.”

 “그러게요. 바깥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방음이 좋은 편은 아닐 텐데 말이죠.”

 

 음식을 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누군가가 이 방의 문을 열지 않았다. 자신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이 아예 근처도 오지 않았다. 저희에게 상관을 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다행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방심하게 만들어 틈을 보인 순간 쳐들어와 무슨 짓을 할수 있을 테니까.

 

 “옥션이 시작될 때까지 이러고 방치할까요?”

 

 곧 있으면 옥션이 다가오는데 조용한 것이 이상했다. 자신이야 그렇다 쳐도 레이카는 어떻게든 붙잡으려고 아등바등 거렸던 자들인데.

 

 “옥션 하루 전날에 반응을 보이긴 할 겁니다. 저를 붙잡으려고 했던 자들이니까요.”

 

 레이카 역시 효은과 같은 생각을 했다.

 

 “음식을 넣어주는 이를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에요.”

 

 구멍을 통해 얼어붙게 만들고 틈을 이용해서 밖으로 나갈 생각까지 했으나 무엇 때문인지 얼음은 문 근처에만 가도 녹아버렸다. 음식을 넣는 구멍도 바깥에서만 열수 있어서 바깥으로 얼음을 내보낼 수도 없었다.

 

 “이러는 동안에도 팀장님은 다른 분들과 같이 저희와 피해자들을 구할 방법을 알아내시겠죠?”

 “아마 그럴 거예요.”

 

 효은은 자신의 오른쪽 손등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아이작이라면 틀림없이…….”

 

 *

 

 옥션이 얼마 남지 않은 탓인지 플렌더어의 보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예민한 상태의 보스를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목이 남아나질 않기에 부하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불똥이 떨어질까 잔뜩 겁에 질린 채 옥션 준비에 열을 올렸다.

 

 “로버.”

 

 방으로 돌아가던 로버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얼굴을 본 로버는 눈을 크게 뜨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카이토 님!”

 “잘 지냈어?”

 

 카이토라 부른 남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럼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옥션 준비 때문에 바쁘지만요, 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카이토는 플렌더어는 아니지만 보스와 여러 번 만나 옥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요번 옥션도 그의 작품으로 부자들을 꾀어낸 후 플렌더어에게 플로라인과 루나인을 대량 납치하게 시킨 장본인이었다.

 

 “옥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로버는 자신 있는 말투로 답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납치한 여성들을 비추고 있는 모니터가 놓여있었다.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 있던 스틸은 카이토의 등장에 살짝 표정을 굳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카이토 님.”

 “네가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그건 그렇고, 스트로가 보이지 않네?”

 

 카이토는 고개를 돌려 스트로를 찾았다. 그 이름이 나오자 로버와 스틸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도망칠 당시 스트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 그를 데리고 갈 수 없었다. 간신히 루나인을 붙잡긴 했으나 그 과정에서 떨거지 하나가 딸려왔고. 차마 떨어뜨리지 못하고 같이 두기는 했으나 스트로를 놓고 왔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이성이 없는 상태로 개조해서 그들에게 거래 장소를 불거나 하진 않겠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자신들을 지킬 개가 한 마리 필요했으니까.

 

 “저 그게…….”

 “사정이 생겨서 여기 없습니다.”

 

 로버는 스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자신들의 실책을 굳이 남에게 얘기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하는 수 없지 뭐.”

 

 그건 그렇고. 카이토는 모니터 화면 속 여성들을 찬찬히 살폈다.

 

 “얘네 너무 피폐해져 있는 거 아니니?”

 

 감시 카메라로 통해 보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피폐해져 있었다.

 

 제대로 된 식사가 제공되지 않은 건 둘째치더라도 감옥 같은 곳에 갇혀 있으니 제대로 생활하지 못 했다. 대부분은 겁에 질린 채 내보내달라고 아우성치거나 아예 포기하여 한 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심지어는 실성하여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들도 있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그들이 납치한 피해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관심 없으나 상품에 흠집이라도 나면 곤란했다.

 

 “그 영감들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아?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바로 반품이라고.”

 

 그 역시 그들을 상품 취급할 뿐, 전혀 인격체로 취급하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옥션 전에 깔끔한 상품으로 만들어놓을 테니까요.”

 “그럼 다행이지만. 아, 요번에도 팔리지 않은 상품들은 내게 보내, 돈은 많이 얹어줄 테니까.”

 “실험에 쓰실 생각입니까?”

 “당연한 거 아냐? 이럴 때 아니고서는 언제 실험을 해보겠어, 안 그래?”

 

 카이토는 가끔씩 팔리지 않은 상품들을 실험을 빌미로 몇 번 사들였다. 팔리지 않는 자들은 플렌더어에게 버려져 다른 행성에서 외로이 죽을 수도 있으니 차라리 자신이 사서 유용하게 쓰는 것이 인류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실험체가 되면 적어도 살아있을 수는 있으니까.”

 

 웃기네, 그래봤자 실험에 실패해 끔찍한 몰골이 되면 죽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할걸? 스틸은 그의 말에 비웃음을 지었으나 대놓고 티를 내진 않았다.

 

 “어디 보자, 또 누가 있으려나.”

 

 콧노래를 부르며 모니터 화면을 일일이 살피던 그가 오른쪽 맨 끝 모니터를 가리켰다.

 

 “근데, 여긴 왜 이래?”

 

 그가 가리킨 모니터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검은 화면만 띄워진 채 지지직거리는 화면을 본 로버는 아, 하고 탄식을 내뱉었다.

 

 “그게 말입니다, 루나인을 잡는 과정에서 떨거지 하나가 들어왔는데…….”

 “그런데?”

 “감시 카메라를 부쉈더군요.”

 “감시 카메라를? 어떻게 부쉈는데?”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얼음 능력을 사용할 줄 알았습니다. 보아하니 외계인과 계약을 맺은 것 같은데―.”

 

 인간이 얼음 능력? 외계인과 계약을 맺어?

 

 “설마…….”

 

 뭔가가 떠오른 카이토는 손을 입에 대고 뭔가를 깊게 생각했다.

 

 “카이토 님?”

 “혹시 저 방의 감시 카메라가 부서지기 전에 두 사람이 찍힌 모습을 볼 수 있나?”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앞으로 간 로버는 컴퓨터로 무언가를 입력했다. 엔터키를 누르자 감시 카메라가 부서지기 전 화면이 모니터에 비쳤다. 흐릿한 화면으로 비치는 두 사람이 모습. 한 사람은 루나인이었고 한 사람은 인간이 맞았다.

 

 루나인과 같이 있는 인간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카이토의 얼굴이 급속도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증오와 분노가 가득담긴 표정에 로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시는 여자입니까?”

 “너무 잘 알아서 탈이지.”

 

 왜 또 저 여자가 엮여있는 거야?

 

 저 여자만 생각하면 절로 이가 갈렸으나 한번 건드리려고 했다가 보스에게 죽을 뻔한 기억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했다.

 

 도대체 저 여자는 누구인데 방해꾼임에도 불구하고 보스가 애지중지하는 것일까.

 

 “저 여자는 내가 살 테니까 옥션에 절대로 내보내지마!”

 “네? 네, 알겠습니다.”

 

 가뜩이나 처리 문제로 골치 아픈데 그가 산다고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 어차피 옥션이 끝나는 직후 죽이거나 다른 행성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파는 것이 더 이득일 테니 그가 하자는 대로 했다.

 

 “그럼 이만 가볼 테니까 수고들 해.”

 “네, 살펴 가십시오.”

 

 카이토는 저를 노려보는 스틸에게 눈을 흘기며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기가 무섭게 스틸이 하, 하고 내뱉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지가 우리 주인이라도 돼? 건방지게.”

 “그래도 우리 VIP 고객 중 하나야. 싫어도 비위 맞춰.”

 “저 남자 때문에 고생은 다 했는데도 우리에게 떨어지는 것이 없으니까 그렇지.”

 

 온갖 욕지거리를 내뱉던 그가 화면에 띄워진 효은에게 시선을 뒀다. 꽤 예쁘장하게 생긴 얼굴인데 그의 실험체로 두기는 아까웠다.

 

 “로버, 저 여자 정말 팔 거야?”

 “팔아야지. 우리가 데리고 있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아.”

 “그래? 마음에 드는데.”

 

 카이토 놈에게 주기는 싫은데. 스틸은 눈을 빛내며 효은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강 알아차린 로버는 골치 아픈 일만 벌이지 말라며 화면을 원래대로 돌렸다.

 

 한편, 방에서 나와 복도 끝까지 걸어가던 카이토는 표정을 굳히고는 밀려오는 불안함을 떨쳐내기 위해 손톱을 깨물었다.

 

 “또 그 여자야.”

 

 그 여자하고 무슨 원한을 가졌길래 하는 일마나 나타나 방해를 하는 거냐고!

 

 “그래, 차라리 내가 사서 블레이즈 님에게 바치는 것이 나아.”

 

 우연을 가장해서 블레이즈 님에게 드리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는 낫겠지.

 

 처음에는 플렌더어에게 죽이라고 시키려고 했으나 생각을 바꿨다. 저 여자가 죽으면 어떤 식으로든 그의 귀에 들어갈 테고 그렇다면 제 목숨은 사라지고 몸뚱이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 사라질 테니까.

 

 “젠장, 역시 저 여자가 끼어들면 되는 일이 없어.”

 

 아니면 기회를 봐서 내 손으로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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