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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7.아무것도 아니었다.
작성일 : 19-03-08 00:00     조회 : 286     추천 : 0     분량 : 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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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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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이는 시계는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환한 창문은 다시 눈을 감지 못하게 잠들어 있는 감각들을 깨우고 있었다.

 영채는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눈도 감았다. 눈이 묵직했다. 그제서야 어젯밤 일들이 다시 떠올랐다. 그렇게 울었으니 얼굴은 아마 엉망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그래도 아침이 되니까 어젯밤의 감정에서는 많이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큰 슬픔이 아니었다. 밤이라는 게 원래 많은 감정들이 왔다가는 시간이었고, 그래서 그냥 스스로가 만든 감정들이었다고 영채는 믿고 싶었다. 그랬기에 지금 이 아침에는 괜찮은 거라고.

 영채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눈물 자국은 눈가 양쪽으로 남아 있었다. 다시 떠오른 어제의 장면에 영채는 다른 생각을 해야 했다. 우선 얼른 찬물로 세수를 하고 냉동실에 젖은 수건을 넣었다. 그리고 냉장고 손잡이를 잡은 순간 얼른 손을 뗐다. 그리고는 물을 끓인 후 주전자에 남아있던 것을 마셨다. 분명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냉장고를 열 수가 없었다. 다시 그 안을 볼 자신이 아직 없었다. 아침이라도,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그건 자신 없었다.

 그나마 일찍 일어나서 영채는 나가기 전까지 어느 정도 얼굴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 자세히 자신의 얼굴을 본다면 분명 어색한 표정을 눈치 챌 것이었다.

 영채는 가는 내도록 생각했다. 태호를 만나서 아무렇지 않게 인사할까? 아님 당분간 피할까? 그 생각으로 결론도 내지 못하고 편의점을 지나쳐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편의점 안을 볼 용기는 없었다.

 주은이가 얼떨결에 영채의 예전을 알게 된 그날 이후, 영채는 주은이를 가능하면 안 부딪히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마주친다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행동했다. 사실 그 행동들은 자연스럽지 못했다. 누군가 유심히 영채를 본다면 뭔가 어색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주은이와 영채의 그날을 몰랐기에, 다들 각자의 일로 바빴기에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주은이도 영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이 주은이의 행동을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영채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주은이는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영채의 비밀을 알게 된 사실이 괜히 민망스러웠다. 그래서 영채를 바라보는 자신의 표정에 자신이 없어서 영채를 피했다. 괜히 기분 탓인지 요 며칠 영채의 표정이 좋지 않은 듯 한 것도 같았다. 지레짐작인 것 같기도 했지만, 그 전 과는 분명 무언가가 달랐다. 그냥 모든 게 전 과 같지 않았다.

 영채는 아무 일 없이 그렇게 집으로 왔다. 도착한 집에도 아무 흔적이 없었다. 늘 똑같이 스탠드를 켜고, 라디오를 켜고 그렇게 예전으로 돌아왔다. 사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언제나 집에는 혼자 들어왔었고, 늘 하던 대로 했었는데, 영채의 마음은 큰 변화를 느꼈다.

 그리고 아직도 냉장고 문을 못 열고 있다. 냉장고 문을 열 용기가 없었다.

 영채는 시작도 끝도 구분할 수 없는 이 관계가 다행인 것 같기도 했지만, 태호를 떠올리면 가슴 한 구석이 아려왔다. 집에서 나가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별일은 없는지 문득 궁금해질 때마다, 그래서 자신에게 자꾸만 미련을 갖게 할 때마다, 영채는 그날 자신의 사연을 엿듣게 된 자신과 편의점에서 곤욕을 당하던 태호의 모습을 떠올리는 잔인한 노력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어딘선가 계속 올라오는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최선의 노력을 해서 영채는 태호를 마주치지 않고 며칠을 지냈다. 다행히 태호는 우연히 마주치는 기회조차도 영채에게 주지 않았다. 그전에는 그렇게도 마주쳤는데...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수도 없이 그렇게 되뇌어야했다.

 퇴근을 하는 영채는 앞에서 걸어오는 지훈이를 만났다.

 “어, 오랜만이예요.”

 지훈이는 영채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영채도 그런 지훈이에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지금 퇴근하는 거예요?”

 영채의 말에 지훈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부터 일해요. 시간이 바뀌었어요.”

 영채는 지훈이의 말에 궁금했다. 그럼 태호는...

 “태호씨가 일하는 거 아니었어요?”

 영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형, 그만 뒀어요. 다시 운동쪽 일을 하게 되었다고 그만 뒀어요. 누나 몰랐어요?”

 영채는 지훈이의 말을 계속 되새기고 있었지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만 뒀다고...’

 영채의 멍한 표정에 지훈이는 영채를 불렀다.

 “누나, 태호 형한테 연락할 일 있어요?”

 영채는 고개만 저었다. 아무도 태호랑 영채가 그렇게 지내온 것을 몰랐다. 그래서 영채의 지금 모습이 의아하긴 했지만, 지훈이는 굳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렇게 지훈이와 헤어지고 영채는 걸었다. 눈물이 계속 차올랐다. 왜 태호는 그런 좋은 소식을 자신에게 먼저 알려주지 않았는지 섭섭했다. 태호에게 자신이 그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에 서운했다. 영채는 자신 혼자 이 상황에 많은 의미를 둔 것 같아서 순간 창피해졌다. 혼자서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심각했던 거였다. 그래서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떠난 태호가 미웠다.

 순간 휴대전화 속 태호의 연락처를 삭제해버렸다. 그래야만 했다. 영채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집으로 온 영채는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버렸다. 스탠드도 켜지 않고 라디오도 싫었다. 할 수만 있다면 땅속 깊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영채는 자신의 눈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섭섭하긴 했지만, 영채가 먼저 태호에게 거리를 둔 거였다. 그래서 영채는 더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게 결국에는 자신이 만든 일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탓하는 고통을 견뎌 내야했다. 지금 태호가 너무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젠 만날 방법은 없는 거였다. 이렇게 일을 만들어 놓고 태호를 다시 찾을 자신이 없었다. 인정해야 했다. 모든 것이 진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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