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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5.웃으며, 자연스럽게
작성일 : 19-02-28 23:59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3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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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는 오늘 유난히 피곤한 몸으로 집으로 왔다. 사실 지난밤 일이 신경이 쓰였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평소처럼 똑같이 하면 되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은 조용했다. 아침밥 냄새도 없었고 어떠한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영채가 없었다. 태호는 순간 불편해졌다. 그러니까 어제 영채를 본 게 확실해 진거다. 그냥 이 상황이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태호는 영채에게 연락할 자신이 사라졌다. 그런데 그 이유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늘 있던 이곳에 영채가 없다는 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알지도 못하지만 그냥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서 불안했다.

 태호는 씻고 누웠다. 몸도 피곤하고 눈조차 무거웠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분명 어제 그대로인 집안이 무언가 모르게 달라져 있었다. 그 느낌만은 확실했다.

 태호는 자신에게 불쑥 찾아온 희망에 기뻤다. 그래서 비록 현실은 잔인했지만, 그 희망을 자신의 현실을 이겨내는 힘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만했다. 그래야 영채에게 용기를 낼 수 있으니까.

 태호는 자신의 처지가 확실하지 못하기에 선뜻 영채를 마음에 담아두는 것도 자신이 없었다. 그러면 영채에게 더 미안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금씩 생겨나는 영채를 향한 마음을 무시했다. 차갑게 자신에게 말했다.

  ‘너 모습 좀 봐...’

 이번에 일이 잘 풀려서 스스로에게 더 당당해진다면, 그래서 더 이상 도망안가고 현실에 당당히 버텨낸다면 영채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제 지나친, 분명 본 듯한 영채의 눈빛은 이 모든 바람이 불가능 할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영채가 그렇게 자신에게서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러면 영채에 대한 태호의 용기도 사라질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태호는 이 현실이 다시 자신 없어졌다.

 얼마간 잠을 자고 일어난 태호는 한동안 앉아서 집안을 둘러보았다. 모든 게 똑같았는데, 무언가가 태호의 감정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태호는 느꼈다. 집안의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 있었다. 틈 하나 없이 그렇게 정리 되어 있었다.

 전화를 해볼까? 아님 오늘 영채 마칠 때 근처에서 살짝 기다려 볼까? 태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어떻게 해야 될지 종잡을 수 없었다. 고민이 계속 될수록 점점 용기도 사라져갔다.

 태호는 영채를 마주칠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평소처럼 지내보기로 했다. 지금 상황으로는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냥 혼자 심각하게 고민 한 것일 수도 있는 거였다.

 태호는 어두운 공기 속에서 나와 편의점으로 갔다.

 이틀 동안 영채를 볼 수 없었다. 태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똑같은 하루하루를 지냈다. 문자를 몇 번을 썼다가 지웠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분명 영채가 지내는 흔적은 집안에 남아 있었다. 아주 깨끗하게 아무것도 없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태호는 더 영채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태호의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영채였다.

 ‘오늘 저녁 같이 먹을 수 있어요?’

 단 한 줄의 문장 속에 많은 내용을 읽었다는 건 태호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태호는 그 문장을 계속 보았다. 지극히 평범한 한 문장이 이상하게도 낯설었다. 어디에도 태호가 지금껏 느꼈던 영채의 따뜻함이 없었다.

 ‘네. 어디서 볼까요?’

 저녁 6시 30분. 집 근처 식당에서 보기로 했다.

 

 영채는 그날 밤 결국 잠에 들지 못했다. 이 순간 여기서 그냥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영채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혼자서 꽁꽁 싸매고 살아왔으면 훨씬 괜찮았을 텐데 하는 후회가 자꾸만 영채를 괴롭혔다. 그러면 태호의 그런 모습에 이렇게 더 깊은 절망으로 빠지지 않아도 되었을 거다. 그래서 후회가 되었다. 태호랑 이렇게 지내는 게, 태호를 자신의 인생에 들여놓은 게.

 영채는 자신이 없었다. 태호를 똑같이 대할 자신이 없었다. 굳이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묻고 싶을 만큼 영채는 지금 태호를 마음속에서 밀어내고 있었다. 그냥 그래야 될 것만 같았다. 태호에게 이 슬픔의 원인을 덮어씌워야 하는 것처럼.

 영채는 마음을 정했다. 아침 일찍 집안을 깨끗이 정리를 했다. 하나의 여유도 두지 않고 그렇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이른 시간 집에서 나왔다.

 결심을 하면 결론도 나와야 했다. 그러나 결론을 마무리하기까지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다.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그렇게 말하기가 영채의 결심에도 쉽지 않았다. 영채는 스스로를 다그치며 마음을 준비했다. 지금껏 그랬듯 연습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무언가를 짐작한 것처럼, 태호의 연락은 없었다. 그래서 영채는 더 힘들었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아무렇지 않게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겨우 용기를 내어 문자를 했다. 저녁을 먹자고. 태호랑 만나기로 결정이 되자 영채는 몇 번이고 그 상황을 떠올려보았다. 머릿속으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상상조차 어려운 그 상황을 몇 번이고 그려보았다. 그려지다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결론은 정해졌다. 이제 다른 건 생각 안하기로 했다. 그래야만 했다.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다른 곳을 알아보세요.’

 

 집 근처 조그만 식당이었지만, 깔끔했다. 영채가 계속 지나다니면서 보아왔던 곳이었으나 혼자 들어가기가 어색해서 그냥 보기만 했던 곳이었다. 그곳을 태호랑 처음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영채는 서운했다.

 저녁시간이었지만 생각보다 한산했다. 영채는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작은 창으로 밖을 볼 수 있었다. 밖은 아직 환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서 이 계절, 이 시간에서만 볼 수 있는 여유가 느껴졌다. 따뜻한 공기, 저녁시간, 그리고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약간의 환한 하늘. 이 조건들이 만들어 내는 조화가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런 날이었다.

 태호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자연스럽게 영채는 손을 들어 태호에게 흔들었다. 영채는 생각했던 것만큼 그 순간이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편했다. 태호를 본 순간, 그냥 태호였기에. 비록 그때의 잔인했던 기억이 떠오를까봐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 걱정보다 더 많이 가지게 된 함께한 시간 덕분에 사실 정말 괜찮았다. 영채는 몰랐지만...

 영채는 연습의 결과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꼭 그래야만했다. 마음의 결정은 이미 내려졌기에 더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 했다. 그래서 자신의 진심도 확인하지 못했다.

 태호는 영채의 얼굴을 본 순간 그날의 마지막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영채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영채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그때 거기 있었다고...

 태호는 자연스럽게 영채 앞에 앉았다. 한동안 아침을 같이 먹어서 그런지 이 순간이 어색하지 않았다. 익숙함이 많이 고마웠다. 그래서 태호는 지금 이 순간이 다행이었다.

 “오늘, 날씨 너무 좋죠?”

 영채는 태호가 앉자,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러게요.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아서 더 좋은 거 같아요. 지금 계절, 저녁 시간. 느낌이 상당히 묘해요. 밥 먹으라고 부를 것 같은...”

 태호가 멋쩍은 듯 웃자 영채도 같이 웃었다. 영채는 태호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살짝 아려왔다.

 영채와 태호는 편안하게 그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는 몰랐던 이 봄이 너무 좋다고 태호가 말하자 영채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채는 자신도 지금껏 봄을 제대로 몰랐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채는 이 봄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영채는 소박하게 담겨 있는 반찬과 담백한 음식에 할머니 생각이 난다고 울컥해지는 마음을 참으며, 웃으며 말했다. 그런 영채에게 태호는 어릴 때 반찬투정해서 엄마한테 혼났던 때를 말하며 그때를 떠올렸다. 잘 모르던, 그래서 큰 걱정 없었던 그때가 몹시도 그리웠다.

 저녁을 먹고 나온 영채와 태호는 그렇게 식당 앞에서 각자의 길로 갔다. 웃으며, 자연스럽게... 그렇게 그 시간은 끝이 났다. 모든 게 곧 끝날 줄 알았지만, 태호와 영채는 몰랐다. 그 순간이 그때의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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