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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1.가능하다면...
작성일 : 19-02-15 00:00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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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채는 아침을 준비했다. 그렇게 잘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태호를 기다렸다.

 그날 오랜만에 만난 태호와 영채는 어쩔 수 없이 서로의 현실을 말해야 했다. 영채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태호의 얼굴에 정말 진심으로 괜찮다고 강조해야 했다. 그리고 영채의 말은 사실이었다. 영채는 태호에게 말하면서 더 확실히 깨닫게 된 자신의 진심에, 떠올려지는 각자 노력했던 모습에, 지금 이 상황에 살짝 웃음이 났다.

 영채와 태호는 변화를 주기로 했다. 출근 시간보다 서둘러 나가는 영채와 마치면 살짝 먼 길로 돌아오는 태호는 별일 없으면 이제부터 태호가 퇴근해 오면 같이 아침을 먹고 영채는 출근을 하기로 했다. 대신 태호는 뒷정리를 한 후 자신의 시간을 보내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태호가 강력하게 부탁했다. 쉬는 날은 꼭 말해주기로. 아직 그 후로 쉬는 날은 없었다.

 영채는 태호가 오기 직전이 살짝 긴장이 되었다. 분명 불편한 것 때문이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두근거림을 영채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태호가 들어오는 순간이 사실은 어색함의 절정이었다. 그 순간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도 태호와 영채는 촌스러울 만큼 어색했다. 그리고 마주 앉아서 아침을 먹었다. 날씨 이야기, 아침뉴스 이야기를 하며 서서히 편안해져갔다. 이제 태호와 영채의 아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영채가 출근을 하고, 태호가 정리를 하게 되면서 집안에 있던 긴장감과 어색함은 사라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허전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태호는 영채가 출근한 이후부터 서서히 나른해지며 졸음이 느껴졌다. 그래서 얼른 마무리를 하고 자리에 누웠다. 몸이 피곤했기에 누우면 금방 잠이 들것 같았지만, 얼마 간 멀뚱멀뚱 눈을 뜬 채로 온갖 생각들을 겹겹이 쌓으며 누워 있고는 했다. 그리고는 조용한 공간 속에서, 따뜻한 공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태호는 깨었다. 화면에 나타난 이름에 태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 이름이 이 순간 너무 반가웠다. 신기했다. 목을 가다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형, 잘 지냈어요?”

 성민이었다. 태호의 5년 선배로 태호가 간 길을 먼저 걸었던, 태호가 너무도 좋아하는 선배였다. 지금도 선수로서 활동하지만, 성민이도 늘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재활해서 다시 도전하는 멋있는 형이었다. 그 모든 것을 보아 온 태호였기에 성민이처럼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결국 태호는 성민이가 되지 못했다.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성민이에게도 그 동안 연락하지 못하고 지내왔었다. 성민이 뿐만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괜찮지 않은 지금의 모습을 보일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다들 태호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었다.

 “한태호, 이제 돌아와야지.”

 태호는 성민이의 말에 가슴 저 밑에서부터 뜨거움이 느껴졌다. 울컥했다.

 ‘돌아와야지...’

 성민이는 태호를 기다렸다. 태호가 느끼는 고통이 어떨지 상상할 수 없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태호의 모든 시간들이 절망적일 것을 알기에 연락을 먼저 하지 못했다.

 위로라는 게 제일 어려운 일임을 살아오면서, 주위에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자신도 겪어보면서 깨달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따르던 태호의 고통의 시간에 어떠한 위로도 전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그렇게 태호가 그 모든 것들을 잘 지나오기를 바랐다.

 얼마 전 성민이는 태호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다. 태호의 선택이 의외였지만, 조금 안심이 되기도 했다. 조만간 연락을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가 드디어 온 것 같았다. 태호의 번호를 눌렀다. 안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순간 들어, 휴대전화로 흘러나오는 통화 연결음에 얼마 간 긴장했다. 들려온 태호의 목소리에 성민이는 조용히 혼자 환호했다. 태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제 정말 괜찮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태호야, 힘들겠지만, 운동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너무 아까워. 그러니까 이제 나랑 방법을 찾자. 넌 이쪽에서 계속 있어야 해.”

 태호는 성민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처음 태호가 농구를 그만두었을 때 주위에서 다들 그랬다. 직접 운동 안 해도 이쪽에서 태호가 할 일은 많다고. 태호는 싫었다. 그렇게 주위로 물러나야 하는 게 끔찍했다. 그럴 바에야 농구 쪽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그만두었지만 더 이상 농구를 못한다는 사실이, 그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만큼 농구는 태호 인생의 전부였다. 그렇게 방황을 했고, 아직도 불쑥 끼어드는 삶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에 이렇게 밤낮을 바꿔 아르바이트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태호의 마음 어딘가부터 변화가 점점 일어나고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태호에게 변화를 주고 있었다. 더 이상 피하고 싶지 않았고,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그것을 꼭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형,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너무 하고 싶지만...”

 태호는 처음으로 솔직하게 말해보는 것이었다. 실패자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었고,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면서도 다시는 뒤돌아보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태호는 성민이의 말에 이제야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무얼 원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태호는 얼마 되지 않은 지금의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벗어나려 했던 자신의 과거가 아니, 지금까지 했던 자신의 노력들이 아까웠다. 그리웠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자신의 인생이 다 사라져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다는 사실이 두렵고, 화가 났다.

 태호는 조만간 성민이를 만나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성민이는 앞으로 같이 생각해보자고, 분명 좋은 방향으로 길이 생길 거라고 태호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허무맹랑한 희망이 아니었다. 태호는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그건 성민이 자신이 장담할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태호가 드디어 자신의 위로를 받아줄 마음의 상태가 되어준 것에 성민이는 감사했다.

 성민이와의 통화가 끝난 후 태호는 설레임과 긴장감에 가슴이 떨려 몸은 아직 피곤했지만 다시 잠들 수 없었다. 태호는 가능하다면 이제부터 좋아하는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그 근처에서라도 맴돌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지금 태호의 머릿속 전체에 가득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태호는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래도 된다면, 다시 한번 무언가에 희망을 가져보고 싶었다. 그러면 지금은 비록 이렇게 살고 있는 자신이지만, 모든 것에 더 떳떳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그러면...

 태호는 그러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른 삶을 보게 해주었고, 지금 이렇게 도와주는 영채에게 자신도 무언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영채에게 지금까지의 자신 말고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색해 하고, 힘들어 했던 모습이 아닌, 아직까지 본적 없고 보여준 적 없는 자신의 예전 같은 모습. 그러니까 태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해낸다는 걸 영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한없이 유치했지만, 그 생각에 도달하자 태호는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그 생각만으로도 태호는 달라지는 것 같았다. 영채가 태호의 마음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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