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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8.과거는 지나왔기에
작성일 : 19-02-05 00:00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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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는 요 며칠 몸이 무거웠다.

 봄이 되어서 나른해졌나 싶다가도 어느 순간 손끝에 힘마저도 다 사라질만큼 기운이 빠졌다. 다들 처음에 태호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 힘들거라고 했다. 그러나 태호는 일부러 더 힘든 일을 하고 싶었고, 해야만 했었다. 그래서 정말 잘 견디고 있었고, 생각보다 괜찮다고 여유롭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날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

 태호는 그날 다시 마주치게 된 과거의 자신이 너무 그리웠고, 부러웠다. 머릿속에서 수도 없이 지웠지만 어느 순간 다시 태호의 머릿속을 어질러놓고 있었다.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을 때 태호는 좌절했다.

 ‘아직 멀었구나...’

 태호는 무너지는 자신을 붙잡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오늘도 겨우 몸을 일으켰다. 친구의 빈 집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던 태호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펐다.

 왜 여기에 이 시간에 있는지... 모든 것을 다 잃어서 다시 일어 설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태호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어떻게든 떨쳐내고 싶었다. 얼른 자신을 점점 끌어내리는 생각에서 벗어나야했다.

 봄이었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나타났다. 오늘은 특히나 하루 종일 구름인 날씨여서 몸을 더 움츠러들게 했다. 태호는 순간 몸속에 파고든 한기에 살짝 떨었다. 힘을 갖지 못한 몸을 끌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또 다시 바쁘게 일하면 괜찮아 질 거라 믿었다.

 편의점을 들어서는 태호를 보자마자 지훈이가 말했다.

 “형, 어디 아파요? 오늘 얼굴이 너무 안 좋은데요? ”

 지훈이의 걱정에 별일 아니라고 웃으려던 태호는 생각처럼 자연스럽게 웃지 못했다.

 “형, 오늘은 그냥 들어가요. 오늘 하루 푹 쉬어요. 형 이런 모습 처음 봐요. 한번 제대로 쉴 때인가 봐요.”

 태호는 어떻게든 일을 하고 싶었으나 지훈이의 만류와 도저히 괜찮아질 것 같지 않은 몸 상태 때문에 지훈이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다시 편의점을 나왔다.

 편의점을 나와서 걷던 태호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이 상태로 친구 집을 다시 갈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신세 진 것만으로도 미안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어디가요?”

 태호의 뒤에서 영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채의 목소리가 벽 뒤에서 들리듯 태호에게 살짝 아득하게 들렸다.

 온몸은 열기로 덮여 얼굴까지 뜨거워졌다. 감기는 눈을 떠서 뒤돌아 본 태호는 영채의 얼굴에 자신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살짝 웃었다. 그 모습에 영채도 태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표정이 안 좋은데요. 어디 아파요?”

 귀가 윙 거리는 것 같았다. 영채의 말소리가 자꾸만 사라져갔다.

 “감기 몸살인지 좀 안 좋네요.”

 태호 자신의 목소리도 멀게만 들렸다.

 “집에 다시 가는 거예요?”

 영채는 태호가 걱정스러워 물었다. 태호는 어떠한 말도 더 전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조만간 주저 앉아버릴 것 같았다.

 태호가 영채에게 먼저 가겠다는 행동을 취하고 뒤돌아서려는데, 영채가 태호를 잡았다.

 “지금 멀리 못갈 것 같은데, 그때 친구 집에서 지낸다고 했죠? 혹시 괜찮다면 우리 집에 갈래요?”

 순간적으로 말이 나왔다. 영채는 말해놓고 살짝 후회 했지만, 지금 태호의 상태로 그냥 보낸다는 게 나중에 더 후회할 것만 같았다. 영채의 말에 태호는 점점 아래로 내려가던 신경을 당겨 올렸다.

 “아니에요. 여기서 얼마 안 걸려요.”

 태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채는 태호의 팔을 잡고 당겨 앞장서 걸었다.

 “어디서 쓰러지면 아무도 못 도와줘요. 얼굴 보니 몇 발자국 못갈 것 같은걸요.”

 태호는 거절할 힘도 없었다. 꼬마아이 데리고 가듯 자신을 데려가는 영채의 뒷모습에 그 와중에도 웃음이 났다. 그리고 괜찮다면 지금 바로 눕고만 싶었다.

 영채의 집은 10분 거리였다. 태호는 어떻게 걸어왔는지 기억도 안 났다. 영채도 태호에게 필요한 게 뭔지 생각하느라 태호를 데리고 어떻게 집에 왔는지 몰랐다.

 영채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걸어오면서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씩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꺼 두었던 난방 보일러를 켰다. 그리고 수납장에 들어 있던 두꺼운 이불을 깔았다.

 태호는 어떻게 해야 될지도 몰랐지만, 너무 힘들어 겨우 버티며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대충 준비가 끝난 영채는 태호의 겉옷을 받곤, 태호를 깔아놓은 이불에 앉혔다. 태호는 양해도, 고마움도 전하지 못한 채 그대로 누워서 이불을 얼굴 쪽으로 당겨 덮었다. 그리고 곧 잠들어버렸다.

 영채는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왔다. 자신의 집에 처음으로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게다가 남자인 태호였다. 다른 사람이 봤다면 어쩌면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영채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믿고 싶었다. 잘했다고 스스로에게 하는 칭찬을 다짐처럼 되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믿음 뒤에 살짝 후회가 자꾸만 따라오려 했다.

 ‘뭐 어때? 오해하라지 뭐...’

 그렇게라도 스스로에게 배짱을 부려야했다.

 태호가 순식간에 잠이 들었는지 거친 숨소리가 나왔다. 그 숨소리 중간 중간 살짝 앓는 소리도 들렸다.

 ‘정말 아팠나 보네...’

 영채는 태호 가까운 곳에 물과 약을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스탠드의 불을 최대한 태호 쪽에 안 가도록 조절하고 자신의 집에서의 퇴근 후의 일상을 조심스럽게 했다.

 씻고, 오전에 빨아 널어둔 빨래를 정리하고, 물을 데워 페퍼민트차를 한잔 마셨다. 어느 순간 태호는 아까보다는 편한 숨소리를 뱉어내고 있었다.

 영채는 태호 발밑을 살짝 지나서 창가 옆 자신의 침대로 가서 누웠다. 몸은 피곤했는데 정신은 또렷했다. 쉽게 잠들 것 같지가 않았다. 스탠드를 끄고 깜깜해진 방안에 눈을 깜박였다. 곧 눈은 어둠에 적응했다. 그리고 태호의 얼굴이 보였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좀전보다 훨씬 편해보였다.

 저렇게 크고 튼튼해 보이는 사람도 아프면 한없이 약해 보인다는 게 신기했다. 영채는 점점 자신의 결정에 만족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태호는 눈을 떴다. 어두운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제서야 생각이 났다. 영채의 집에서 자신이 잠을 잤다는 것을. 시계는 새벽3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을 잔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영채가 자고 있는 옆모습이 살짝 보였다. 기분이 약간 이상했다. 여자랑 이렇게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순간 어색했다. 그러나 태호는 자신의 상황과 달리 마음이 점점 편안해짐을 느꼈다. 자신의 반응에 살짝 당황했지만 태호는 결국 이유를 만들어냈다.

 ‘우는 것도 이미 들켰고... ’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다. 방안은 어두웠지만 바깥에서 들어오는 밤의 불빛들이 방안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영채의 방안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영채가 놓아둔 물과 약도 보였다. 태호는 조용히 일어나 약을 먹었다. 앉아서 보니 자고 있는 영채가 더 잘 보였다. 이불로 얼굴을 반 정도 덮고 눈만 살짝 보이게 자고 있었다.

 영채의 집은 가구라고 할 만 한건 딱히 없었다. 화장대 겸 책상이 한쪽에 있었고, 서랍장이 그 옆에, 그리고 낮은 책장이 있었다. 군더더기 없이 정말 필요한 것만 있는 공간이었다. 깔끔하다는 것 빼고는 여자가 사는 집의 특색은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그때 영채의 흐느낌이 잠꼬대처럼 들렸다. 그러다가 잠잠해졌다. 태호는 영채의 얼굴을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영채가 흐느꼈다.

 ‘꿈이 슬픈가...’

 태호는 영채를 처음 본 그때가 다시 생각났다. 옥상에서 비 내리는 밤하늘을 향해 소리 지르며 울었던 영채의 모습이 눈앞에 다시 그려졌다. 태호는 그날 영채가 왜 울었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다. 태호 자신의 사정은 영채가 다 알고 있는데, 자신은 영채에 대해 이름과 나이, 직장을 빼면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영채의 집에 와있다. 그래서 더 신기했다.

 태호는 가장 가능성 있는 영채의 사연을 그려보았다.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 밖에 생각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슬프게 울었을 거고, 그래서 지금 자신이 이렇게 와 있을 수 있는 것 같았다. 태호가 할 수 있는 빈약한 추측은 거기까지였다.

 다시 누웠다. 얼마 만에 이 시간에, 이렇게 따뜻한 곳에 누워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 따뜻했고, 그래서 너무 편안했다. 눈을 감으면 다시 잠들 것 같았다.

 지금껏 아팠던 것들이 몸에서 사라지는 것 같았다. 과거의 기억으로 힘들었던 좀 전의 자신을 아까의 잠속에 다 두고 온 것만 같았다. 영채가 또 그렇게 태호를 살려줬다. 태호는 영채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절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자신을, 영채는 그때마다 짠하고 나타나서 아무렇지 않게 구해줬다. 영채는 몰랐겠지만...

 눈을 감고 영채와의 기억을 되짚고 있었다. 그때 다시 영채의 흐느낌이 들렸다.

 ‘뭔지 모르겠지만, 너무 고마우니까, 꿈에서도 이제 울지 마요...’

 태호는 그렇게 바랐다. 영채가 행복한 꿈을 꾸기를, 그리고 비오는 밤에 혼자 울게 되지 않기를 그렇게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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