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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계림일록 ~난세의 잠룡~
작가 : 태평
작품등록일 : 2018.11.11

어린 여왕이 즉위한 계림은 혼란에 빠져 흔들린다.
이 난세 속에서 반란을 일으킨 진만의 군이 중경으로 향하고,
중경에선 중앙군과 지방군이 합하여 이를 저지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야심을 품고 몰래 움직이는 이들이 생기며 혼란은 가중된다.
그러는 동안 중경유수의 딸 박인하는 난세 속에서 미소를 짓는데...

 
05.누란지위(累卵之危) (3)
작성일 : 19-02-02 20:13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4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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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나라에서 직접 관리할 만한 차라 여겨지는 그 향과 맛을 느끼며 박경은 역시 차를 마시며 여유로이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딸을 응시했다.

  언제부터인가, 아마도 그녀의 어머니이자 그의 부인이 세상을 뜬지 1년 남짓한 시기부터인가부터 박인하는 변했다. 정확히 어떻게 변했다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래 분명 변했다. 그건 그 누구도 모를 수 없도록 말이다.

  부인이 살아있을 때에도 장난꾸러기이고 제멋대로인 기질을 지니고 있기는 했지만 그건 그 나이대 아이들이라면 보일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변하고 말았다. 마치 아이가 어른이 된 것처럼.

  어머니를 잃기 전에는 천진난만했던 미소는 마치 요염한 기녀들이나 지을 그것으로 변했고, 제멋대로여도 정도는 지키던 행동도 통제불능이 되어 박경의 근심과 걱정을 안겨주었다. 도저히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딸의 행동과 그 행동들을 통해 점차 드러나는 그녀의 재능은 분명 주변으로 하여금 경계와 의심을 가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때문에 박경은 자신이 중경유수로 좌천되었을 때 속으로 안심했었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시선들이 넘치는 중앙에서 벗어나서 안심했고,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기억이 담긴 금경으로부터 멀어지어 딸이 머리를 식힐 기회가 생겼다고 안심했다.

  허나 그것이 착각이었음은 곧 드러났다. 오히려 경계와 의심의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워진 그녀는 더더욱 거릴낄 것 없이 행동했고, 박경 스스로도 난세가 낳은 수많은 업무로 정신이 없어지면서 더더욱 딸에 대한 통제가 소홀해지고 말았다.

  사실 박인하가 이렇다 하게 문제가 될 행동을 보인 건 아니나 멋대로 밖을 나돌아 다니고 수상한 인물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아버지인 박경에게 근심과 걱정이 아니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직접 전장까지 갔다오기까지 했으니…….

  처음엔 단순 어머니의 부재로부터 온 일탈로 여겼지만 이젠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면 딸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늦은 감이 컸다.

  온갖 사태가 겹쳐서 결국은 큰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중앙에서 온 석지만은 은연 중에 박인하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그가 직접 말을 한 것은 아니나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 대강 짐작이 갈 수 있었다. 아니, 그렇게 가도록 그가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든 박인하에 대해 어떻게든 감독을 하거나 그 속내라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고나니 뭐라 말을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 박경은 그저 말없이 차만 홀짝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박인하는 순수한 의문을 갖고 물었다.

  “왜 그러시옵니까, 아버님?”

  딸의 물음에 계속 차를 마시며 뚫어지게 딸만 보고 있던 자신을 자각한 박경은 정신을 차리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이미 비어버린 찻잔을 보고 스스로 생각에 너무 잠겨 있었음을 깨달은 박경은 몇 번의 헛기침을 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걱정에 찬 딸의 물음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답변을 한 박경은 잠시 생각했다.

  지금 자신을 걱정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딸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기에도 뭔가 어색한 박경이었다. 여태껏 아내를 잃고 나서 바쁘다는 핑계로 딸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은 그로선 도대체 딸에게 뭔 말을 꺼내야할지 잘 몰랐다.

  그렇다고 이렇게 시간만 보낼 수 없기에 박경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어딜 그리 돌아다니느냐?”

  떠듬거리며 물은 박경에게 박인하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저 세상 구경이옵니다. 이곳은 금경과 많이 다르기에 재미있사옵니다. 하여 자꾸 돌아다니고 마옵니다.”

  말도 안 되는 답이었다. 이곳 중경에 온지도 벌써 2년이다. 게다가 박인하는 하루가 멀다하고 밖을 나돌아 다녔다. 그 정도면 충분히 중경의 많은 걸 봤을 것이다. 더군다나 구경이라 할 수 없는 행동도 보였으면서 구경이라 말을 하니 기가 찰 일이다.

  본인도 자신이 한 말이 우습기는 한지 박인하는 킥킥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아무래도 제대로 대답을 해줄 뜻이 박인하에게 없다는 걸 확인한 박경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압적으로 밀어붙일까 생각은 해봤으나 그런다고 제대로 대답할 딸이 아니고, 자신 역시 고압적으로 할 자신이 없었다.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행동을 벌여봐야 역효과만 날 것이 자명하기에 박경은 그만두기로 했다.

  따지고 보면 박인하가 어머니를 잃은 뒤에 제대로 돌봐주지 못한 자신에게 원인이 있다고 여기며 박경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님,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자꾸 한숨을 내쉬는 박경에게 박인하가 살짝 걱정된다는 투로 물었다.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다음달이구나. 네 어머니가 세상을 뜬 날이…….”

  “어머니…….”

  어머니에 대한 언급에 박인하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자신의 딸이 아무리 여유롭고 제멋대로인 모습을 보여준다해도 역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어린 소녀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박경은 그것만으로 안심했다.

  “인하야.”

  “예, 아버님.”

  “요즘 밖이 어수선하다는구나. 너도 잘 알다시피 요즘 시절이 어수선하다못해 시끄러울 정도다. 그러니 너도 괜히 밖을 나돌아 다니지 말고 집 안에 있거라.”

  “밖에 나가면 아니되옵니까?”

  “답답할 터이나 시절이 시절이니 이해해 주거라.”

  너무나도 뻔한 얘기를 내놓은 박경이나 과연 들어나줄지 의문이었다.

  “네 어머니도 네가 이렇게 위험한 행동을 벌이는 걸 원치는 않을 것이야.”

  죽은 부인을 들먹이며 딸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훈계하는 자신의 모습이 우습게 여겨졌으나 박경은 이런 식으로라도 그녀를 얌전히 있게 하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를 지키고 박경 자신도 무탈하게 이 험한 시기를 넘길 수 있다고 여기며 말이다.

  “알겠사옵니다. 한동안은 얌전히 집안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박인하가 너무 순순히 받아들이자 오히려 불안해진 박경이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급하게 유수부로 오라는 전갈을 하인이 가지고 왔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대로 있어봐야 뭔가 제대로 된 대화가 나올 수는 없다는 건 알지만 딸과의 소중한 휴식을 방해받은 박경은 살짝 불편한 낌새를 내보였다. 그렇다고 공적인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생각하에 그는 딸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고 유수부로 향할 채비를 서둘렀다.

  홀로 다과상을 앞에 두고 남은 박인하의 허리춤에 매달린 가면에서 오무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른 이들은 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로 오무가 물었다.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는군요.”

  “어차피 난 원하면 원하는 대로 외출할 수 있거든.”

  당당한 그녀의 대답에 오무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녀라면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나설 때가 아니야. 지금은 마련한 무대 위에 누구누구가 난입할지를 살펴볼 때야. 그리고 나서야 내가 나설 때지. 아니, 그 때가 되면 내가 나서야만 할 거야.”

  기분 좋게 웃어보이는 그녀를 보며 시중을 들던 별이 한숨을 쉬었다. 그 때가 되면 도대체 자신은 얼마나 이 아가씨에게 휘둘리며 고난과 역경을 맛볼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보다……, 어머니라…….”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박인하는 작게 중얼거렸다.

 

  무수성으로 향하는 병사들의 뒷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난 뒤, 미리내는 멀뚱히 성벽 위로 걷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받지 않으며 걷는 그의 뒤에는 한울이 신기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따라 걷고 있었다.

  “의외인가?”

  “의외고 말고. 자네가 밖을 내돌아다닌다는 게 얼마나 신기한 일인데.”

  “나도 밖을 돌아다닌다만.”

  “자네가 마지막으로 밖을 돌아다닌 게 아마 10년 전이었지?”

  “그렇게 되었나?”

  “그렇게 되었지.”

  담담하게 한울과 말을 주고받던 미리내의 시선이 서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중경 서쪽에 위치한 하늬동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걱정인가?”

  “아니 그럴 수 있겠나. 분명 정도령은 얌전한 인물이나 한 번 이거다 싶으면 거침없이 움직이지. 더군다나 그를 받드는 몇몇 이들은 그를 난세를 끝내줄 구세주라 여기며 그를 모욕하거나 함부로 언급하는 이가 있으면 거칠게 행동을 한단 말이야.”

  “그거까지 내가 그 아가씨에게 알려는 주었네만……아, 그리 노려보진 말게.”

  한울은 자신을 째려보는 미리내에게 손을 내저었다.

  “내 그 아가씨에게 위험한 걸 알려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령이 함부로 이곳 중경을 건드리겠나? 자네도 있는데.”

  혀를 차며 서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 미리내가 말했다.

  “말했을 텐데. 그 녀석은 이거다 싶으면 거침없이 행동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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