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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6.완벽한 추억
작성일 : 19-01-29 00:00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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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조만간 해가 뜰 것이다.

 매 순간마다 맞이하는 이 아침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힘을 끌어내어 태호의 의지를 지켜주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힘은 이 시간, 이 계절하고 너무도 잘 맞았다. 그래서 태호는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다.

 이 일을 시작할 때 마음은 많이 힘들었지만, 신체 리듬이 생각보다 쉽게 적응해준 것에 태호 스스로도 놀랐다.

 태호는 처음부터 야간 아르바이트를 원했다. 낮에는 왜인지 모르게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비가 많이 내린, 아무 준비하지 않았지만 모든 게 준비되어 있던 그날, 태호는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유리문에 붙어있는 광고지를 보고 바로 들어와서 물었다. 아직 알바 구하냐고...

 태호의 무겁고 너무도 진지한 표정에 오히려 지훈이가 당황하며 사장님께 전화해보겠다고 정신없이 서둘렀었다.

 며칠이 지난 후 지훈이가 태호에게 말했었다.

 “형, 그날 형 표정 어찌나 단호하던지, 사장님한테 연락안하면 큰일 날 것 같았어요.”

 태호는 지훈이의 말에 웃었다.

 “그랬으니까 이렇게 너랑 같이 일하고 있지.”

 태호는 지훈이의 도움으로 사람을 만나는 게 많이 편해졌다. 태호가 많은 말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눈치 빠르고 싹싹한 지훈이는 태호에게 심적으로 여유를 갖게 도와주었다. 태호는 그때, 이 장소에서 지훈이를 만나게 된 것을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은 태호가 몇번을 생각해도 여전히 신기한 그런 날이었다. 많은 것들이 그랬다.

 한동안은 혹시나 알아보거나 지훈이처럼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당황해서 얼굴이 빨개지고 표정이 굳어졌었다. 요즘은 그냥 대충 얼버무리거나 살짝 웃어버리는 식으로 넘겼다. 사실 아직 쉽지 않았다. 태호의 가장 아픈 부분이었으니까.

 밝아진 밖의 풍경에서 태호는 봄의 매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 점점 풍성해지는 벚꽃들이 환한 햇빛을 배경으로 어찌나 예쁘던지, 태호는 설명할 수 없는 벅차는 감정에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저 꽃이 저렇게나 예뻤는지 처음 느껴 보았다. 지금까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다. 당연한 듯이 당연한 것들을 모르고 살아왔었다. 그래서 지금이 오히려 다행인 것처럼, 이렇게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곧 퇴근할 시간이었다. 그러나 요 며칠 태호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늘려달라고 부탁했었다. 태호에게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나았다.

 얼마 전부터 편의점과 더 가깝다고 집에서 나와 친구네 집에서 지내고 있었다. 사실은 이런 모습을 부모님께 보이는 게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그런 태호의 사정을 잘 아는 친구가 낮 시간에 집이 비니까 와서 지내는 게 어떻겠냐며 태호를 배려해 주었다. 친구한테 미안했지만, 태호는 다른 선택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많은 게 불편한 상황이었지만, 이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태호는 환한 햇빛에 눈을 감았다. 얼굴에 닿는 바람과 코끝에 스치는 꽃향기를 느꼈다. 자신에게도 그런 감각들이 있음을 태호는 이제야 알게 된 자신을 축복해주고 싶었다.

 바람을, 꽃을 한없이 느끼며 걷던 태호에게 몇 걸음 앞에 있는 영채가 보였다. 영채가 출근하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는데, 이 길 위에 영채가 있었다. 태호는 영채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영채도 태호를 발견하고 어색하게 손을 들려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지금 퇴근하는 거예요?”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영채가 태호에게 물었다.

 “영채씨도 지금 출근하는 거예요?”

 벚꽃 아래에 있는 영채가 너무 예쁘다고 생각을 하며 물었다.

 “아뇨, 내일부터 비 온다길래 오늘 벚꽃을 열심히 즐겨야 되겠다 싶어서, 오늘 좀 일찍 나왔어요.”

 영채는 벚꽃 잎에 파묻혀 있는 태호의 머리를 신기해 하며 말했다.

 영채는 이번 봄이 이상했다. 그냥 이 봄이 그렇게 지나가는 게 싫었다. 지금껏 최선을 다해 무시해왔던 봄을, 그렇게 남은 봄을 즐겨야 했다. 그러고 싶어졌다.

 생일은 지났으니까 라는 그런 변명을 하며, 아니 그 생각이 머릿속을 헤맬까봐 더 이상의 생각의 꼬리들을 막으며 온 감각으로 드디어 이 봄을 느끼며 이 길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길 위에 자신을 향해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태호를 보았다.

 벚꽃은 사람의 마음을 울렁이게하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영채와 태호는 벚꽃 아래에서 그렇게 마음이 일렁이는 것을 살짝 느끼고 있었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떨림이 무엇인지 짐작하지도 못하고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같이 벚꽃 구경할래요?”

 오늘도 역시 영채가 먼저 제안했다. 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벚꽃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길을 걸었다.

 바람의 길 따라 날리는 벚꽃 잎에, 한가로운 아침 공기가 환하게 빛나는 봄의 햇빛에 더해져서 너무 예쁜 그림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 장면 위에 태호와 영채도 함께 하고 있었다.

 “난, 벚꽃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어요.”

 한참을 감탄하다가 태호가 말했다.

 “그러니까요. 저도 이렇게 봄이 예쁜지 몰랐다니까요.”

 영채는 설레어 하며 말하다가 다시 약간 씁쓸해졌다.

 그렇게 태호와 영채는 걸었다. 피곤한 줄도 몰랐고, 어색한 줄도 몰랐다.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발걸음을 맞춰 걸었다. 함께 하는 이 공간이 낯설지가 않았다. 신기했다.

 얼마간 걷다가 앞에 보인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자고 영채가 말했다. 태호는 야외 테이블에 앉았다. 영채는 카페로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 두잔을 들고 곧 나왔다.

 “커피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영채에게 커피를 받아든 태호가 말했다.

 “며칠 전 맥주 샀잖아요.”

 살짝 장난기 있는 표정으로 영채가 말했다. 태호는 그런 영채의 표정에 마음이 살짝 간질거림을 느꼈다. 이상하게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기분에 태호는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

 유난히 맛있는 커피였다. 기분이 한몫했다. 분위기가 그렇게 만들어주었다.

 “우리 나이 같다는 거 알아요?”

 영채가 용기를 냈다. 처음 그렇게 나이를 알게 되었을 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지금 이렇게 몇번의 우연한 만남들이 있은 후 그 사실은 좋은 이유가 되어줄것 같았다. 서로를 공감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이유. 그래서 그냥 이 순간 말하고 싶어졌다.

 살짝 놀라며, 반가워하며 태호가 영채를 바라보았다.

 “우리 친구 할까요?”

 미소를 살짝 띤 태호가 이번에는 먼저 물었다. 영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아무렇지 않게 시선을 돌린 영채의 얼굴이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붉어져갔다.

 그렇게 태호와 영채는 친구가 되었다. 벚꽃이 만발한, 유난히 완벽한 이 봄에 둘은 좋은 친구를 얻어서 이 순간 행복했다. 그리고 이 행복을 기억에 남겨두기 위해 머릿속에, 마음속에 그리고 이 길 위에 새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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