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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3.다시 시작해보자
작성일 : 19-01-18 00:00     조회 : 293     추천 : 0     분량 : 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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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채는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었다. 그래도 불쑥 찾아오는 슬픔에 눈물이 쏟아져 나와 곤란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든 다른 생각을 하던지, 손바닥을 꼬집어 스스로 슬픔에 대한 관심을 돌렸다.

 영채는 오늘 같은 이런 날을 좋아했다. 하늘은 화창했고 바람은 아직 차가운, 곳곳에 흩어져 있는 봄의 느낌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그런 날.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런 하늘, 이런 바람을 느끼다가 이상한 불안감과 죄책감에 날씨에 설레었던 마음을 어떻게든 마음 한구석으로 보내버렸다.

 출근을 하는 영채의 얼굴에 차가운 공기 속 살짝 스쳐지나가는 따뜻한 바람이 영채를 자극했다. 그래서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공기를 무시하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영채는 레스토랑 근처에 도착했다. 너무 열심히 걸었던지 배가 고팠다. 근처 편의점에 들어갈까 바로 레스토랑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다가, 배도 고프고 기분전환도 할 겸 그런 핑계를 대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의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재밌게 보이는 사탕과 우유 하나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영채는 자신에게 늘 반갑게 인사해주는 지훈이에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는 몇 달 전부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이었다. 늘 성실해 보였고, 친절하게 행동했기에 영채는 지훈이가 고마웠다.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지훈이였지만, 그래서 지나친 마음이었지만, 그냥 지훈이를 보면 뿌듯했다.

 “잘 지냈어요? ”

 영채는 지훈이에게 말을 건네며 물건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지훈이는 계산을 하며 영채의 뒤쪽을 향해 누군가에게 말했다.

 “형, 그 물건은 여기에다 두면 되요.”

 영채는 계산이 끝난 물건을 들고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순간 당황했다. 영채의 눈앞에 며칠 전 보았던 태호가 서 있었다. 물건을 들고 걸어오던 태호는 영채를 본 순간 그날이 생각났고, 그래서 어색해졌고, 어쩔 줄을 몰랐다.

 “둘이 아는 사이예요?”

 둘 사이의 어색함을 눈치 챈 지훈이가 물었다. 그제서야 영채와 태호는 약간은 서툴고 소란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는 영채는 간단히 눈인사만 하고 서둘러 나갔다. 태호는 그런 영채의 뒷모습을 보다가 지훈이 쪽으로 갔다.

 “며칠 전에 이 근처에서 봤었는데, 좀 오해가 있었어요.”

 지훈이에게 말하며 태호는 그날의 일이 떠올랐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저 누나 이 옆 건물 레스토랑에서 일해요.”

 지훈이는 태호가 들고 온 물건을 정리하며 태호에게 말했다. 그제서야 그날 거기서 영채를 만날 수 있었던 게 설명이 되었다. 다만, 태호 자신이 하필 왜 그 장소에 있었는지는 아직도 그냥 궁금할 뿐이었다.

 편의점을 나온 영채는 태호를 본 순간 그날의 장면이 다시 그려졌다. 사실 그날은 영채가 슬펐던 날이었는데 태호가 나타난 이후로 그날은 제일 당혹스러운 날이 되어버렸다.

 ‘저 사람이 왜 저기 있지? 저기서 일하나? 어쩌지...’

 영채는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왜 하필...영채는 자신의 공간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궁금해졌다.

 ‘그날 거기에 왜 있었을까.’

 영채는 직원 휴게실에서 사온 우유를 마시고 앉아 있었다. 그때 민선이와 주은이가 들어왔다. 주은이는 이번에 대학을 졸업하고, 이일을 시작한지는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늘 활달하고 에너지가 넘쳐서 분위기 메이커였다. 주은이는 혼자 들떠서 신나게 민선이에게 말하고 있었다.

 “영채언니, 언니 편의점 다녀왔어요?”

 영채의 손에 있는 우유를 보며 주은이가 물었다. 영채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은이는 신나하며 말했다.

 “언니, 새로운 알바생 봤어요? 완전 키크죠. 지훈이가 그러던데 농구선수래요. 부상으로 더 이상 못한다고 하니, 선수였다고 해야 되나...”

 역시 주은이었다. 온갖 정보가 넘쳤다. 그러고 보니 영채가 사람의 인기척에 놀라긴 했지만, 태호의 덩치에 사실 더 놀랐었다.

 ‘그랬구나...’

 주은이의 말에 영채는 태호에 대한 추측이 몇 가지 연결되었다. 그래도 아직 많은 것들이 궁금했지만 딱히 무엇이 궁금한지는 영채도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우리 주은이가 이렇게 신난 것 보니 새로운 알바생이 잘생겼나봐.”

 민선이가 주은이의 말에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영채언니, 그 정도면 너무 멋있는 거 아니예요?”

 주은이는 영채에게 동의를 구했다. 영채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주은이의 물음에 별생각 없이 그랬던 거 같다고 말했다.

 다들 일을 준비하러 밖으로 나갔다. 주은이는 영채의 옆에서 걸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알바, 언니랑 나이가 같더라구요. 27살.”

 영채의 마음을 아는 듯이 주은이는 자신이 알아온 내용들을 영채에게 전해주었다.

 영채는 그날의 태호가 이해되고 있었다. 그날의 슬픔과 그날의 알콜 냄새가 뭔지 모르지만 다 이해가 되었다.

 

 태호는 편의점 일이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지훈이가 태호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다만 어색해서 힘들었다. 처음이니까 안 해봤던 일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잘 참고, 잘 견디고 있다.

 그날, 비가 내리던 그날, 태호가 그렇게 마지막을 생각한 그날, 태호에게 말을 걸어주었던 지훈이는 태호가 다시 편의점에 찾아왔을 때 아는 사람인 듯 반가워했다. 그래서 태호도 그렇게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지훈이에게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다.

 태호의 모습을 보면 다들 운동을 했을 거라고 짐작했고, 그래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에도 궁금해 했다. 굳이 숨기고 싶지 않았지만, 태호의 말에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그것 또한 크게 마음먹고 나니 쉽게 받아들여졌다. 너무도 어려운 일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잘 넘어갔다. 그렇게 며칠을 태호는 잘 지내고 있었다.

 영채를 다시 만났을 때는 살짝 민망하기도 했지만, 사실 정말 반가웠다.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서 제일 엄청난 사건이 생길 수 있는 찰나에 만난 사람을, 그렇게 지나가는 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뭔가 신세를 진 것 같아서 고마웠다. 아직도 태호의 상처는 깊었지만, 그 시간 이후 태호는 그 순간 자신이 멈출 수 있었던 것에 무척 감사하고 있었다.

 태호는 자신이 그렇게도 좋아하던 농구를 이렇게 못하게 될 줄 몰랐다. 지금껏 수많은 부상을 당하고 회복을 반복하며 열심히 살아왔었다. 그런데 작년에 당한 부상이 그 이후 계속 태호의 노력을 헛되게 만들었다. 재활을 하고 거의 회복되었다고 믿었지만, 그건 태호의 바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태호는 선수로서 마지막을 맞고 말았다.

 그 이후 태호는 더욱 아팠다. 이제는 농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금껏 당한 부상보다 더욱 아팠고, 힘들었고, 견딜 수 없었다. 부모님은 태호의 마음을 알기에 어떠한 위로도 전하지 못했다. 그 위로가 더 상처가 될까봐. 최선의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들을 탓했다.

 태호도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짐작했기에, 아무말 없이 아들인 자신의 고통을 같이 참아내는 모습이 보였기에 더 괴로웠다. 그 모든 일들을 감당해내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멈추고 싶었다.

 태호가 아르바이트를 할 거라고 말했을 때 부모님은 태호의 손을 한번 잡아주셨고, 등을 한번 토닥여주셨다. 아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했지만 이제 괜찮을 거라는 말도, 이왕이면 다른 일을 알아보라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태호에게는 지금 그냥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아셨다.

 그래도 태호가 밤낮 구분 없이 자는 것보다, 며칠을 방안에서 꼼짝 않고 얼굴도 못보고 지나가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은 당연했다. 태호의 인생이 걱정스러웠지만, 태호를 믿기로 했다. 태호는 지금껏 부모님에게 그런 아들이었다.

 태호는 지금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하나만 보고 지금껏 살아왔기에 그 다음을 결정하는 건 아직 힘들었다. 그러나 그때의 절망과 두려움이 이제는 다음에 대한 궁금함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가끔, 태호는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답은 아직 없었다. 그러나 분명 태호에게 지금의 모든 것들은 좋은 시작이 되어줄 것이 확실했다. 비오는 그날 태호는 자신의 인생을 버리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믿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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