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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러니까 우리는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1.10

그렇게 괜찮지 못한 우리는 언젠가 괜찮아질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이 시간들이 그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어줄것을 기대해봅니다.

 
1.희망이라는게 존재한다면
작성일 : 19-01-11 00:01     조회 : 482     추천 : 1     분량 : 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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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태호는 눈을 떴다. 방안은 어두웠다. 집 전체는 고요했다. 커튼이 쳐져있었지만, 밖의 축축함이 유리창을 통해 커튼에까지 느껴졌다.

 ‘비가 오는구나...’

 태호는 한쪽으로 치워둔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가 살짝 지나고 있었다.

 그렇게 깨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들었는데, 이렇게도 어중간한 시간에 눈이 떠졌다. 아니 어쩌면 다행일수도 있다. 곧 밤이 될 테니까.

 태호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한참을 낯선 듯 자신의 방안을 둘러보았다. 지금 이 모든 게 꿈이라면, 자신이 겪는 감정들이 모두 진짜가 아니라면 좋았겠지만, 태호의 모든 감각은 이 모든 게 현실이라고 솔직하게 느껴주었다.

 태호는 더 이상의 반항도, 좌절도, 인정도 싫었다. 그냥 이 순간 확실해졌다. 가능하다면 그만두자고...

 태호는 눈앞에 보이는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썼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집안에 지금 태호 말고는 아무도 없는 게 확실했지만, 태호는 얼마 전부터 늘 그렇게 소리를 내지 않고 지내왔다.

 거실로 나온 태호는 정리된 집안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쿡쿡 거렸다. 마지막 결심처럼 집안을 둘러본 태호는 주방 식탁위에 놓인 음식들에 눈이 갔다. 다 식어 있었다. 그리고 보인 쪽지에는 태호 어머니의 글씨가 적혀있었다.

 ‘태호야, 맛있게 먹어...’

 짧은 글이었지만, 그 속에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삼키고 만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태호는 한 달 전부터 최선을 다해 없는 듯이 지내왔기에, 그런 자신을 위해 집안을 비워둔 어머니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해 늘 음식을 준비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태호의 마음이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래서 괜찮다는 말도 예의상 하지 못했고, 가능하면 마주치는 순간을 피하고 있었다. 다행히 태호의 부모님은 그런 태호를 기다려 주셨다. 그래서 태호는 고마웠고, 미안했다. 그러나 이제 태호 자신이 더 이상 그 모든 것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태호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제 그만두자.’

 밖을 나온 태호는 어두운 공간속 내리는 비에 편안함을 느꼈다. 비 때문에 더욱 쌀쌀했다. 우산은 없었고, 입고 있던 점퍼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렸다. 그리고 모자를 최대한 눌러써서 걷기 시작했다. 아무도 자신을 유심히 보지 않기를 바라며, 우산 속에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뚜렷한 목적지도 없었다. 그냥 이렇게 걷다 보면 적당한 곳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한참을 걷던 태호는 편의점이 보이자 들어갔다. 하나도 계획 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것들이 태호 앞에 나타났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되어 왔던 것처럼.

 “어서 오세요.”

 편의점 직원의 목소리에 태호는 살짝 어색한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렇게 망설이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태호는 주류 냉장고 쪽으로 가서 한 번도 사보지 않았던 소주를 두병 샀다. 태호는 지금껏 술의 필요성도 몰랐고, 맛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제일 필요한 게 술이라는 걸 태호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계산대에 올려놓은 소주 두병을 직원이 계산을 하는 동안 태호는 환한 편의점 불빛이 불편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힐끔 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아서 태호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저 혹시 운동하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태호는 순간 당황했다. 말은 나오지 않았고, 고개만 서둘러 저었다.

 “아, 키도 크고 몸이 예사롭지 않아서요...”

 태호의 반응에 민망한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편의점 직원이 대답을 했다. 돈을 지불하고 뒤돌아선 태호는 그제야 안심하고 문을 나섰다.

 “또 오세요.”

 태호는 편의점 안에서의 짧은 당혹감에 스스로가 어이가 없었다. 여기까지 담담하게 왔는데 예상외의 상황에 태호의 단단한 다짐이 살짝 빗나갔다.

 

 태호는 아까보다 조금 더 굵어진 빗줄기를 한없이 바라보며 서 있었다. 모든 게 이제 준비 되었다. 그래서 태호는 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러나 괜찮다면, 그래서 만약 가능하다면 아무 일 없길 바라는 것처럼 그렇게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결국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온 옆 건물로 당연한 듯이 들어갔다.

 1층은 은행, 2층은 패밀리 레스토랑, 다른 층은 알 수 없는 5층짜리 건물이었다. 은행은 영업이 끝났고,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어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건물이었다. 무작정 그 건물의 계단을 올랐다. 2층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음악소리와 불빛에 태호는 또 예상치 않은 변수가 나타날까봐 조심히 지나쳐 올라갔다. 자신과 달리 행복해 보이는 그 안의 모습에 태호는 서글펐다.

 계단만 보고 걸어 올라간 태호는 큰 철문 앞에 섰다. 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문이 다행히 열려 있었고, 태호는 문을 밀고 옥상으로 나갔다. 계단을 올라오는 사이 빗방울은 더욱 세어졌고, 바닥을 때리는 빗줄기에 태호는 이상하게도 안도감을 느꼈다.

 철문 옆으로 비를 피할 수 있는 처마가 있었고, 그 밑에서 태호는 실컷 비구경을 했다. 어느 순간 공기의 차가움에 태호는 손에 든 술병을 열었다. 자신이 그렇게 술병을 들고 술을 마실 줄 몰랐다. 다들 술을 안 마시는 태호를 특이하게 여기기도 했지만, 술의 의미, 아니 맛을 모른다고 늘 말했던 태호였기에 그렇게 권하지 않았다.

 술이 들어가자 몸 안에서 뜨거운 열기가 점점 느껴졌고, 코와 입은 알콜 냄새로 뒤덮혔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건 맞는데, 아직도 태호는 술의 맛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마셔야 될 것 만 같았다.

 어느 순간 뱃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나른함이 태호의 예민한 신경도 서서히 무뎌지게 했다. 그 나른함은 어느 순간 용기가 되었고, 태호는 다시 술병을 들어 마셨다. 이 순간 술의 의미를 알 것 같기도 하는 이상한 용기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빗줄기를 본 순간 태호는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꾸물거리며 올라오는 슬픔에 눈물이 났다. 이 현실의 모든 것을 부정하기에는 모든 장면들이 뚜렷했고, 느꼈던 감정들이 태호의 모든 감각에 다시 와 닿아 있었다. 태호는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마지막 술을 들이켰다.

 그 순간 옥상의 철문이 열리고 우산이 펼쳐졌다. 태호는 당황했지만, 우산을 펼친 사람은 태호의 존재를 아직 몰랐다. 그렇게 태호가 한쪽 구석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 있을 때, 우산 속에서 누군가의 울부짖음이 빗소리 사이사이에 들렸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용기를 내어 소리를 지르는 우산 속 영채는 그렇게 밤하늘을 향해 온갖 슬픔을 쏟아내고 있었다. 바로 뒤에서 태호는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태호는 언뜻언뜻 들리는 내용에 가슴이 아팠다. 자신처럼 아파하는 사람을 본다는 건 미안하지만, 위로가 되기도 했다. 궁금했다. 무엇이 그렇게 아플까. 그리고 그렇게 무언가를 소리칠 수 있다는 게 살짝 부럽기도 했다.

 그때였다. 우산 속 영채가 옥상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태호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황을 생각하기도 전에 외쳤다.

 “안돼요.”

 예상치 못한 큰 소리에 영채는 깜짝 놀라 “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우산을 놓칠 뻔 했다. 상상하지도 못한 존재에게서 느낀 두려움에, 갑자기 깨닫게 된 공간에 대한 무서움에 뒤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앞만 보며 영채는 서 있었다. 그리고 영채 뒤에 태호가 서 있었다.

 태호도 그 상황에 쳐하자 다음을 수습할 수 없었다. 짧은 침묵 속에 영채가 용기를 내어 뒤돌아 보았다. 영채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과 빨개진 눈뿐 아니라 놀람과 민망함도 함께 있었다.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순간 겁도 났지만, 빗물에 젖은 태호의 얼굴에 영채는 자신도 모르게 안도했다. 그 순간 태호의 얼굴은 영채에게 분명한 한 가지를 말해주었다.

 ‘나는 슬퍼요...’

 태호와 영채는 그렇게 어색하게 서 있었다. 모든 상황 파악이 마무리된 태호는 자신의 오해가 미안해졌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영채의 소리를 들었기에 무안하기도 했다.

 “아, 미안합니다. 나는 그쪽이 옥상 난간 쪽으로 가길래...”

 영채는 태호의 말에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뭔지는 몰라도,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몰라도, 그러니까 태호의 오해였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말을 들었을지도 모를 태호가 갑자기 너무도 불편해졌다. 얼른 이 자리를 피해야 했다.

 “아... 아니예요. 그냥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놀랐을 뿐이예요.”

 그러고는 살짝 고개만 숙여 ‘그럼 이만...’을 표현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영채는 태호의 옆을 지나오면서 전해진 슬픔과 느껴졌던 알콜 냄새로 태호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분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옥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그렇게 다시 혼자 있게 된 태호는 자신의 행동에 웃음이 났다. 영채가 들어오기 전에는 분명 자신이 준비하던 모습이었는데 그럴 생각이 없었던 영채를 오해했다. 그리고 영채가 그럴까봐, 무언가 중대한 결심을 할까봐 순간 걱정이 되었고, 무서웠다. 그래서 태호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달려 나가버렸다.

 태호는 영채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던 모습과 분명 울었지만, 그 단단하던 눈빛이 태호의 머릿속에 박혀버렸다.

 중대한 결심은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태호는 영채가 궁금해져버렸다. 태호는 한참을 그렇게 빗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씻어져 내려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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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나 19-02-08 21:35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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