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태동-1
작성일 : 16-09-24 21:40     조회 : 393     추천 : 3     분량 : 525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필립이 오른쪽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

 

  “내 아들이 죽은 곳이 어디요?”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눈치를 보던 소개소장이 필립의 말을 얼른 받았다.

 

  “말락이 안내할 겁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말락이 말했다.

  “음.” 필립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은 이 도시의 변두리 마을에서 자신의 장자가 죽었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비록 자신을 피해 도망갔지만 언젠가는 되돌아올 줄로 믿었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서, 그는 아들의 시체를 똑똑히 확인했다. 필립의 아들, 뷔크는 난자당한 채 죽어있었다. 살해현장에 도착했지만 필립은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들의 피로 덮인 바닥엔 오를 수 없었다.

 

  “어린아이라고?” 필립이 물었다.

  “네.” 말락이 대답했다.

  “어린아이가 내 아들을 죽이고, 그리고 그 아이를 마법사가 죽였다 그 말인가?”

  “맞습니다.”

  “그런데.” 필립이 문밖에 선 채 집 안을 둘러봤다. “그 아이의 시체는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말락이 땀을 훔쳤다.

  “아이의 누나가 있었다면서.”

  “네.”

  “영원한 잠에 빠진?”

  “네.”

  “그런데 왜 아무도 없는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자네가 본 게 확실한가?”

 

  필립이 뒤돌아서 말락을 쳐다봤다. 말락은 필립의 눈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 부리부리한 눈매 때문은 아니었다. 말락은 필립의 눈동자, 그리고 그 눈동자의 깊이에 두려움을 느꼈다. 필립의 눈동자는 끝을 모르는 우물과 같았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그 우물에 물이 차 있다는 것과, 물에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대상인 필립은 언제든 말락을 우물에 밀어 넣을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말락은 몸이 떨리는 것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다만 지진을 피하느라 이후에 일어난 일은 보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마법사의 얼굴을 아는 건 자네뿐이겠군.”

  “그렇습니다.”

 

  필립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자네 도움을 받아야겠군.”

  “네?”

  “죽은 자와 죽은 것과 다름없는 자가 제 발로 달아나진 않았을 테니, 분명 그 마법사가 빼돌린 것일 테지.”

  “그……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를 본 사람이 자네밖에 없으니 나로선 자네를 데리고 가는 수밖에 없어.”

 

  말락은 필립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정신이 아찔했다.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러나 그는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기회였다. 말락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보수는…….”

 

  말락은 말을 멈췄다. 그는 필립의 헛웃음을 들었다.

 

  “보수? 보수를 이야기했나?” 필립이 비웃듯 말했다. 말락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필립이 말을 이었다.

  “내게 보수를 논하다니. 나도 한물갔군. 그것도 내 아들이 죽는 동안 구경만 하고 있던 자가.”

 

  말락은 대상인에게 제안을 들이민 자신의 혓바닥을 잘라버리고 싶었다.

 

  “좋아. 보수를 주지. 이안!”

 

  필립이 외치자 그의 수행원 중 한 사람이 나섰다.

 

  “예.” 이안이 꼿꼿이 서서 대답했다.

  “장부에 적어놓게.”

  “네.” 이안이 품 안에서 장부와 연필을 꺼냈다.

  “나 필립 대럴, 여기 이 자의 도움을 받아 내 아들을 살해한 자나 그 자를 살해한 마법사를 찾는 경우, 각각 금화 삼백 냥을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

 

  말락은 금화 삼백 냥이라는 말에 혼이 뛰쳐나갈 것만 같았다. 금화라니! 그는 지금껏 금화를 손에 쥐어 본 적도 없었다. 거기다 각각 삼백 냥! 말락은 상상할 수도 없는 제안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러나!” 필립이 외쳤다.

  “삼 개월 안에 마법사를 찾지 못할 시.”

 

  필립의 눈이 번득였다.

 

  “내 아들의 죽음을 방관한 죄를 묻겠다.”

 

  말락은 눈을 질끈 감았다.

 

  ***

 

  라비는 하늘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봤다. 사막 한가운데의 옛 도시. 무너져가는 고대의 건축물과 그 안의 유령들. 라비는 생각했다.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있을까? 그리곤 곧 그럴 수 있다는 걸 떠올렸다.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라비는 천천히 활강했다. 도시의 시민들이 보였다. 그들은 분명 그곳에 있었지만 라비의 눈동자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그들은 실체가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그림자이자, 무덤에 묻힌 육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한 고아였다. 남겨진 유령들이 어째서 이 도시에 모여 있는지는 누구도, 그들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도 있었다. 도시의 시민은 결코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라비는 그가 만나야 할 사람을 찾아 유령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유령들은 모두 무기력했다. 그들은 의미 없는 걸음을 오랫동안 이어왔고, 또 영원히 도시를 배회할 것이었다. 그런 그들이 걷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것밖에 할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흉내에 불과했다. 유령들은 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들의 걸음은 아무 소리도 남기지 않았다. 라비는 생각했다. 죽은 자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고 싶어 하다니.

 

  그때, 무언가가 정적을 깼다. 라비는 도시에 온 뒤, 처음으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대화였다. 그들은 격정적으로 토론하고 있었다.

 

  “왜 못 나가게 하는 거예요?”

  “못 나가는 게 당연하니까.”

  “시도해 본 적도 없잖아요.”

  “해보지 않아도 알아.”

  “전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안 된다.”

  “나갈 거예요.”

  “요른!”

 

  요른! 라비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찾던 자가 거기 있었다. 라비는 곧 요른의 모습을 확인했다. 검을 둘러찬 요른은 한 유령과 같이 있었다. 노인의 모습을 한 유령은 요른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요른이 라비를 쳐다봤다. 요른과 라비의 눈이 마주쳤다. 요른이 말했다.

 

  “드디어 오셨군!”

 

  요른이 라비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라비는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한 요른의 태도에 당황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요른은 곧 라비 앞에 도착했다. 그가 라비를 가리키며 유령에게 말했다.

 

  “아버지! 절 데리고 나갈 사람이에요.”

 

  그러자 유령이 라비에게 다가왔다.

 

  “여기 시민이 아니군.” 유령이 라비를 관찰하며 말했다.

  “네. 바깥에서 왔습니다.” 라비가 대답했다.

  “젊은 처자가 이곳엔 웬일이지?”

  “요른을 데려가기 위해서입니다.”

  “역시!” 요른이 흥분하며 말했다.

  “왜 요른을 데려가려는 거지?” 요른의 호들갑에도 유령은 여전히 라비만을 응시했다.

  “그의 운명입니다.”

 

  라비의 대답을 들은 유령이 별안간 라비의 코끝 까지 다가섰다.

 

  “웃기지 마. 아직 때가 되지 않았어. 넌 누구냐. 어떻게 요른을 알고 찾아왔느냐.”

  “이미 요른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의 최후도 확인했지요.”

 

  라비의 대답에 유령과 요른 모두 눈을 치켜떴다.

 

  “내…… 내 최후? 그게 무슨 소리야? 엉?”

 

  요른이 라비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러자 유령이 요른을 말리며 말했다.

 

  “요른, 그만하거라.”

  “아버지!”

  “자네, 마법사군.” 유령의 말에 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 요른이 드잡이를 멈췄다.

  “요른은 결국 실패했던 건가?”

  “네. 제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그럼 자네가 죽였나?”

  “아닙니다.”

  “그럼 누가 죽였지?”

  “제가 죽이려 하는 자입니다.”

  “그렇군.”

 

  유령은 먼 곳을 바라봤다. 유령과 라비의 영문 모를 대화 사이에서 요른은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곤 한 마디 내뱉었다.

 

  “아! 과거로 돌아온 거군!”

 

  라비가 요른을 바라봤다. 요른이 자신감에 차 말을 이었다.

 

  “난 지금껏 아버지의 뜻을 따라 검을 익혀왔지만 그게 무엇을 위한 건진 몰랐어. 그런데 이제 알겠군. 마법사. 그들이 내 적이었어.”

  요른은 유령을 바라봤다.

  “하지만 왜요? 제가 왜 마법사를 죽여야 하죠?”

  “마법사가 우리를 이곳에 가뒀기 때문이다.” 유령이 요른에게 말했다. 유령은 여전히 그림자에 불과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는 실재했다.

  “난 한때 검의 제왕이라 불렸지. 그러나 그 마법사에겐 어떤 날카로운 검도, 기술도 무용지물이었어. 마법을 벨 순 없었던 게지.”

 

  검왕의 유령은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그의 손엔 오랜 훈련과 살육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난 기억하고 있어. 그 마법사와 그가 저지른 일들.”

  “당신들을 이곳에 가뒀죠.”

  “그래. 그런데.” 검왕이 요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나만이 이 모든 걸 기억하고 있을까.”

  “혹시.” 요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때문일까요?”

  “그래, 요른.”

 

  검왕이 요른의 손을 잡았다. 유령의 시늉이었지만 요른은 느낄 수 있었다.

 

  “넌 유령이 아니다. 네가 내 곁에 있었기 때문에 내가 생전의 기억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요른이 검왕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눈엔 아버지를 향한 애정이 어려 있었다.

 

  “우리의 복수를 위해 널 가르쳤다. 난 죽어서도 큰 죄를 저지른 게지. 그래서 망설였다. 널 바깥으로 떠미는걸. 게다가. 넌 내 아들…….”

 

  요른이 고개를 저었다.

 

  “말씀 안 하셔도 알아요. 아버지. 아버지의 적은 제 적. 그리고.” 요른이 도시를 바라봤다. “고향의 적은 제 적이죠.”

 

  검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넌 내게서 실체가 없는 것을 베는 방법을 배웠다. 마법은 네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야.”

  “네, 아버지.”

 

  요른은 대답하며 검왕에게 다가갔다. 검왕이 요른을 안았다. 그들은 한동안 포옹을 풀지 않았다. 라비는 묵묵히 바라봤다. 검왕의 유령과 요른의 관계는 그녀가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한 때, 요른은 라비의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적이었고 그의 개인적인 사정 따위는 알 바가 아니었었다.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며 피 칠갑을 한 채 전장을 휘저었었다. 그러나 이제 둘은 동료가 되기 직전에 도달했다. 라비는 그와 같은 변화가 낮 설었다. 이게 옳은 선택일까. 라비는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털어냈다. 그녀는 부족했고 그걸 채울 수 있는 자는 마법을 베는 자, 요른 뿐이었다.

 

  “이제 남은 용무를 해결해야겠군.” 검왕이 포옹을 풀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라비가 말했다. 그러자 검왕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감사하다니?”

  “제 청을 들어주셨으니까요.”

  “아니, 아니.” 검왕이 고개를 저었다. “착각하는군. 마법사.”

 

  놀란 요른이 검왕을 바라봤다. 검왕이 말을 이었다.

 

  “나가는 건 내 아들뿐이다.”

 

  검왕의 목소리는 생전보다 또렷했다. 그는 불이 돼 타오르고 있었다.

 

  “아들아.”

 

  검왕의 부름에 요른은 검을 뽑았다.

 

  “복수를 시작해라.”

  “네, 아버지.”

 

  요른의 검이 푸르게 빛났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소제목 수정 안내 2016 / 10 / 31 899 0 -
20 작전-끝 2016 / 10 / 31 395 1 5261   
19 작전-7 2016 / 10 / 27 432 1 5103   
18 작전-6 2016 / 10 / 26 526 1 5199   
17 작전-5 2016 / 10 / 25 431 1 5363   
16 작전-4 2016 / 10 / 24 363 3 5312   
15 작전-3 2016 / 10 / 23 341 3 5183   
14 작전-2 2016 / 10 / 22 380 2 5084   
13 작전-1 2016 / 10 / 21 344 2 6023   
12 인형-끝 2016 / 10 / 15 336 3 6633   
11 인형-3 2016 / 10 / 12 344 3 5000   
10 인형-2 2016 / 10 / 8 352 3 5212   
9 인형-1 2016 / 10 / 6 535 3 6066   
8 태동-끝 2016 / 9 / 28 419 4 4555   
7 태동-1 2016 / 9 / 24 394 3 5250   
6 기적-끝 2016 / 9 / 13 421 3 5421   
5 기적-4 2016 / 9 / 8 445 4 5168   
4 기적-3 2016 / 9 / 3 369 4 5692   
3 기적-2 2016 / 9 / 2 416 4 5298   
2 기적-1 2016 / 8 / 31 376 6 5536   
1 서장 2016 / 8 / 30 671 6 401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