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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오데란드 전기 - 성왕전쟁 편
작가 : 듀얼won
작품등록일 : 2018.12.10

시오데란드 전기의 첫 시리즈.
15국으로 나뉜 시오데란드 세계.
민주주의, 유목민, 신성국, 마도국 등 다양한 이상과 가치관을 가진 나라들로 가득 찬 이 세계에서
제4왕자 클레이브와 그의 친구 시엔 스탈리스는 이상적인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꿈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유스메르 공작 (11)
작성일 : 18-12-31 17:42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10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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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콰지지지직’

 “으억!”

 “아니! 이게 왜 이래!”

 

 얼음 호수의 붕괴는 도합 2만 명의 무게를 타고 빠르게 가속화되었고 곧 시엔 군과 제이시커 군 모두는 얼음 밑의 호수로 빠지고 말았다.

 

 “으악! 차거!”

 “히이익!”

 

 엄청난 냉기에 다수의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댔다. 그러나 비명을 지르는 것은 대단히 양호한 케이스였다. 중갑옷으로 무장을 했던 제이시커 군 병사들 상당수는 그 갑옷의 무게에 의해 공기조차 마시지 못하고 그대로 호수 아래로 떨어져갔고 그대로 수장되었다.

 

 반면 시엔 군 5천은 모두가 옷을 겨우 걸치다시피 하고 있었기에 다들 약간의 추위만을 탔을 뿐 대부분이 헤엄을 쳐서 호수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크으으윽!”

 

 기마가 얼음 아래로 빠져드는 순간 민첩하게 갑옷의 이음새를 칼로 끊고 벗어 목숨을 부지한 제이시커 왕자는 간신히 안 깨진 얼음에 몸을 걸친 후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백 명을 겨우 넘길 정도의 아군 생존자들이었다.

 

 “이럴 수가... 1만 5천의 병력이 모두...”

 

 어느새 제이시커 옆으로 다가와 있던 월터 공작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파랗다 못해 검게까지 보이는 얼음 사이의 호수를 보며 말하였다. 그들의 병력 1만 이상을 한순간에 삼켜버린 호수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마치 지옥의 문처럼 보였다.

 

 ‘척 척 척’

 

 그리고 그렇게 넋을 잃고 있는 제이시커 등에게 이미 붕괴된 지역 밖으로 나와 있던 시엔의 병력 5천이 대열을 맞추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 놈들은 어째서 하나도 수장되지 않은... 설마?”

 “당한 것이다. 저들은 민병대도, 거지 부대도 아니었다. 잘 훈련된 귀족 사병들이 호수에 빠졌을 때 최대한 빨리 나오기 위해 갑옷을 입지 않은 것이었다. 후후... 내가 완전히 당해버렸군.”

 

 제이시커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빙판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런 제이시커의 주변을 살아남은 백여 명의 병사들이 둘러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소드마스터 난상, 고위 기사 하인리히, 기병 대장 도리아, 두리아 등은 모두가 살아남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정예인 그들이라 해도 5천의 적은 너무나 버거워보였고 시엔 등은 씨익 웃으면서 제이시커 군을 바라보았다.

 

 “도박은 대성공이었습니다. 하하.”

 

 ‘광창’ 아크마스가 은빛 창에 진기를 불어넣으며 기분 좋게 말했다. 이에 시엔과 노라드도 피식 웃었다.

 

 “이게 바로 민중의 힘이란 것입니다. 설마 수십 미터 두께로 유명한 얼음 호수에 이런 엷은 얼음 층의 지대가 있었다니... 이는 이곳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정보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정보인데... 그것을 이렇게 잡아내시고 활용하시는 노라드 경과 스탈리스 경은 참 대단한 것 같소.”

 “하하하.”

 

 5천 대 1만 5천의 절대 열세인 병력 비율을 한 방에 뒤바꿔버린 시엔 군은 그렇게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제이시커 군에게 다가갔다. 이에 제이시커 군 병사들의 표정은 파랗게 질려갔다.

 

 바로 그 때 제이시커 군에게 한 줄기의 빛이 내려왔다.

 

 ‘다다다다’

 

 기동력이 느려 후방에 뒤쳐져 있던 발디스의 1만 보병들이 당도한 것이었다.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무슨 소리가 나던데...”

 

 빠른 추격을 위해 기동 부대를 데리고 달려가면서 속도가 느린 편인 보병들은 발디스에게 일임하고 왔던 제이시커 일행은 예상보다 빨리 그들이 오자 다들 눈물을 흘릴 듯한 기세로 반가움을 표했다.

 

 “허억! 이게 대체...”

 

 발디스는 엄청난 규모로 부서지며 남색의 색깔을 보이고 있는 호수를 바라보며 깜짝 놀랐고 그에게 제이시커 일행은 바로 합류하며 물었다.

 

 “허허. 발디스 경. 어찌 이리 빨리 오셨는가?”

 “네? 아아... 워낙 춥다 보니 천천히 전진하면 더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뛰게 시켰습니다. 그런데 전방에서 이상한 굉음이 나면서 불길한 마음에 달려왔지요.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다른 병사들은...”

 “그것은 되었다. 일단은... 내 병사들을 수장시킨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겠지.”

 

 제이시커는 발디스의 의문을 끊으며 고개를 돌려 시엔 군을 노려보았다. 발디스의 가세로 병력 비율은 다시 1만 대 5천으로 제이시커 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변하였다. 또한 발디스 군 역시 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기에 둔기 등으로만 무장한 시엔 군보다 실제로 더 강하다고 봐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무리의 선두에 선 시엔의 눈빛에는 여유가 있었다.

 

 “잔여 병력이 도착할 것인가? 그러나... 그것이라면 우리 역시도 있지.”

 “와아아아아아아아”

 “!?”

 

 갑자기 자신들의 등 뒤에서 적지 않은 함성소리가 들리자 제이시커 일행은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돌라며 뒤를 보았다. 저 멀리에서는 한 무리의 병력이 지축을 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저들은... 바젤의 깃발을 들고 있습니다. 성에 있던 병력 같습니다.”

 “아뿔싸... 얼음 호수로 도망치는 것이 함정이었다면... 성에 걸린 백기 역시 거짓이었을 터... 왕자님. 성에 있던 1만 병력이 틀림없습니다.”

 

 월터 공작이 다급한 어조로 제이시커에게 말하였다. 이에 제이시커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이마를 짚었다.

 

 ‘지금 당장 공세를 퍼부어 시엔과 안젤라 등을 죽여야 하는가... 아니면... 등을 돌려 저들의 증원 군을 뚫고 퇴각을 해야 하는가...’

 

 제이시커는 여러 가지를 어지럽게 계산하며 고심을 하였다. 이에 월터 공작 등은 퇴각을 종용하는 조언을 하고 싶었지만 제이시커의 매서워진 얼굴을 보며 쉽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제이시커의 결단은 상당히 빨랐다.

 

 “전군 퇴각한다. 유스메르 공작 궁까지 갈 것이다.”

 “알겠습니다!”

 

 모두는 제이시커의 최선의 결정에 만족하며 등을 돌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후방을 향해 내달렸고 그 모습을 보며 시엔 등은 5천 병력을 이끌고 제이시커 군의 등을 쳤다.

 

 ‘핑 피잉 핑 핑’

 “크악!”

 “나아악!”

 

 제이시커와 난상 등 고위 기사들은 아낌없이 검기를 난사하며 성에서 오는 적 증원 군 1만을 마구 맹폭했고 그 덕분에 큰 무리 없이 길을 뚫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직 활로를 뚫어내는 것에만 집중했을 뿐 병사들의 관리는 전혀 하지 않았던 탓에 1만의 제이시커 군은 1만 5천 시엔 군의 사방 공격에 휩쓸리며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갔다.

 

 그렇게 시엔 군의 추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을 때 제이시커 군의 생존자는 겨우 5천도 남지 않게 되었다. 5만으로 시작했던 전쟁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제이시커 군의 완패라 할 수 있는 결과였다.

 

 

 

 “......”

 상상도 못했던 참패를 하고 대부분의 병력을 잃은 채 공작 궁으로 돌아온 제이시커 일행의 표정은 그야말로 참담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 회의를 열기는 했지만 제이시커 왕자를 포함한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적의 잔여 병력은... 1만 3천 정도라 했는가?”

 “네... 그렇다고 합니다.”

 “아군의 2배 이상이군. 그래. 북방에서 오는 원군은 언제쯤 당도한다고 하는가.”

 “도르치 공이 최대한 빨리 병력을 편제하여 3만 병력을 보내신다고 하셨습니다만... 디스카이온 서부의 귀족들이 쉽게 길을 열어줄 지는 의문이긴 합니다. 그래서 3만 병력까지 모으는 것이긴 합니다만...”

 

 디스카이온 서부의 귀족들은 대부분이 유스메르 공작과 친분이 있었던 이들이었고 서부 중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형제들의 싸움 결과에 관심이 많은 상태였다. 그리고 최근 흐름이 급격하게 장남 바젤하게 기울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상대편인 몽펠리에를 위하여 자신의 영지 길을 열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그 때문에 월터 공작은 최악의 경우 전투도 불사하여 길을 뚫어낼 수 있게끔 3만 정도의 병력을 보내달라고 도르치에게 명령했고 그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리고 있었다.

 

 “그들이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열흘은 걸릴 것인데... 적들은 이미 지척까지 접근을 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도리아가 이를 바득 갈며 말하고는 저만치에 앉아있는 하인리히를 흘겨보았다. 따지고 보면 그의 잘못된 정보가 제이시커 군을 이 모양으로 만든 것이었으니 말이었다. 그런 시선을 받은 하인리히는 더욱 움츠러들며 고개를 푸욱 숙였다.

 

 “뭐 수성을 하면 어떻게든 시간은 벌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 유스메르 시의 외곽 성은 수비하는 데에 나쁘지 않으니 5천 대 1만3천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으음... 아무래도 그것이 최선이겠지.”

 

 수에서도 절대 열세이고 사기 또한 바닥인 상황에서 이 열세를 뒤집을 수는 있을 리가 없었다.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장군들 대부분이 수성을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제이시커 왕자도 어쩔 수 없이 이것에 동조하려 할 때 갑자기 어딘가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후훗... 너무나 쉬운 문제를 두고 다들 엉뚱한 답을 찾으니 어이가 없군요.”

 “!?”

 “누구냐!”

 

 갑작스럽게 음침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소드마스터 난상을 비롯한 모두는 허리에 찬 검을 뽑고 놀라 외쳤다. 그러자 제이시커가 팔짱을 낀 자세로 손을 들며 모두에게 진정하고 앉으라 했다.

 

 “왕자님?”

 “아샤스이다. 다들 진정하도록.”

 “후후후... 역시 제이시커 왕자님이십니다.”

 ‘스아아악’

 

 제이시커의 말과 함께 그의 뒤에서 잠시 검은 연기가 생겼고 곧 아샤스가 미소년의, 그러나 매우 음침한 얼굴을 드러내며 나타났다. 이것에 월터 공작은 놀라며 외쳤다.

 

 “아니, 네가 왜 이 곳에 있는 것이지?”

 “후후. 왜... 제가 오면 안 되는 곳이 있습니까? 저는 오직 제이시커 왕자님 만을 따를 뿐... 다른 분의 지시는 받지 않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리고! 지금 이렇게 와서 보니 참으로 다들 한심하십니다. 어떻게 보필을 했기에 제이시커 님께서 이런 상황에 몰리신 것입니까. 그러고도 북방의 검은 사자를 따르는 자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아샤스가 날카로운 음성으로 모두를 꾸짖다시피 하자 월터 공작 등은 속으로 이를 바득 갈았다. 그러나 내용에 틀린 것이 없었기에 다들 불만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였다.

 

 “그렇다면 아샤스... 너라면 이 상황을 바꿀 수가 있단 말이냐...”

 “후후.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저라면 한순간에 제이시커 님께 승리를 안겨드릴 수 있답니다.”

 “어떻게?”

 

 월터 공작이 비웃음을 흘리며 묻자 아샤스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자신감을 보이며 답했다. 이에 제이시커 왕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묻자 아샤스는 섬뜩하게 이를 보이며 웃었다.

 

 “간단한 것입니다. 저들 군세를 이끄는 것은 시엔 스탈리스이나... 그들이 따르는 존재는 바로 유스메르 가문의 장남 바젤과, 그의 어미인 안젤라이지요. 그 두 사람만 암살을 할 수 있다면... 이 전쟁은 끝납니다.”

 “!!”

 “아, 암살...?”

 

 아샤스 다운 말이었다. 귀신 같은 첩보 부대를 이끌고 있으며 또한 일전에 국왕을 암살하기까지 한 아샤스라면 그것은 충분히 가능해보였다.

 

 “처음부터 저를 쓰셨다면 이 전쟁은 사실 할 필요도 없었는데... 제이시커 왕자님께서 그대들을 너무 믿은 나머지 쓸데없는 고생을 하셨습니다. 왕자님. 이번 일은 제게 맡겨주시길... 후후...”

 

 아샤스의 뱀 같은 말에 월터 공작과 장군들은 태초부터의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뭐라 반박을 하기에는 자신들이 해낸 성과가 너무나 없었다. 이에 그들은 제이시커 왕자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것이 없었고 그런 시선을 받으며 제이시커는 한숨을 쉰 후 답했다.

 

 “아샤스에게 일임하겠다.”

 “후후. 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

 

 아샤스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곧 검은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그 장면을 다들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제이시커 군의 군사 회의는 종료되었다.

 

 

 

 한편 시엔 군은 하루 종일 행군을 한 끝에 유스메르 시의 외곽 성벽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 그곳에다 진지를 구축하였다.

 

 장남 바젤과 안젤라는 참으로 오랜만에 유스메르 시를 바라보며 여러 가지 감정이 샘솟는 듯 하였다. 그러한 그들의 얼굴을 보며 시엔은 미소와 함께 말하였다.

 

 “하하. 이제 며칠 후면 저곳에 입성을 하시게 될 텐데 감개가 무량하시겠습니다.”

 “호호호. 스탈리스 백작은 싸우기도 전에 너무 확신을 하는 것 아닌가요. 유스메르 성의 방위도는 만만치 않답니다.”

 “하하. 그래 보입니까? 그러나...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서 그렇습니다. 현재 노라드가 저 도시 내의 주요 길드 등에 손을 써둔 것이 있습니다. 그들이 잘만 내응을 해준다면... 아마 유스메르 성의 5천 병사는 앞뒤에 적을 두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오오!”

 

 시엔이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바젤은 약간 어색하게 탄성을 지르며 호응했다. 그렇게 시엔은 전투를 앞두고 안젤라, 바젤 등의 주요 인사들을 불러 간단히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었고 밤이 늦자 숙소용 막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아샤스를 비롯한 그의 친위 부대 10인이 시엔 군의 막사 옆 나무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후... 과연 시엔 스탈리스로군. 제법 훌륭한 포진이 아닌가. 파고 들어갈 빈틈이 거의 보이지 않는군.”

 “그러나... 우리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이겠죠. 크큭!”

 “그렇겠지. 다들 명심해라. 우리의 목표는 안젤라와 바젤이다. 두 사람의 숙소 막사는 이미 파악해둔 지점이니 5인 1조로 나뉘어서 처리하도록.”

 “넵...”

 

 아샤스의 지시에 따라 검은 복면을 한 그들은 둘로 찢어지며 흩어졌고 각자의 타깃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이동했다.

 

 아샤스가 향한 곳은 바젤의 숙소였다. 그 앞에는 두 명의 보초가 서서 지키고 있었고 그들을 향해 아샤스는 품 안에 있던 표창 두 개를 꺼냈다. 그는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두 표창을 던졌고 이는 빠르게 날아가 보초 두 명의 목에 명중했다.

 

 “컥!”

 

 표창에는 강한 마비 독이 발라져 있었고 이 독이 퍼지면서 두 보초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며 쓰러졌다. 그런 그들을 신속하게 지나치며 아샤스 조는 막사 안으로 진입했다.

 

 ‘스캉’

 ‘슈아악’

 “크억!”

 

 아샤스와 옆의 조원이 막사의 입구 천을 드는 순간 안쪽에서 두 갈래의 검이 찔러져 들어왔고 아샤스는 이것을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간신히 막아냈다. 그러나 옆에 있던 조원은 순식간에 목이 뚫리며 그대로 절명했다.

 

 “크윽! 뭐지?”

 

 아샤스와 다른 조원 셋은 상당히 놀란 나머지 입까지 놀리면서 뒤로 물러섰고 막사 안에서는 두 명의 기사가 검을 세우고 걸어 나왔다. 그들의 검은 모두 빛을 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뒤로는 바젤이 다소 겁을 먹은 표정으로 따라 나왔다.

 

 “정식 기사 급 두 명을 배치해놓다니... 시엔 놈... 함정을 팠구나...”

 “바로 맞췄다. 노라드 님께서 말씀하신대로군. 제이시커 군이 할 만한 수라고는 이제 암살 밖에 없을 것이라 하셨는데...”

 

 아샤스를 바라보며 정식 기사 중 하나가 말하였고 이에 아샤스는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답했다.

 

 “하기사... 너무나 뻔한 수이긴 했지. 그런 뻔한 수도 생각해내지 못한 것이 제이시커 왕자의 사람들이긴 하지만... 그런데 말이다. 노라드란 자가 생각은 있는 것 같지만... 그 대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군. 설마 정식 기사 둘이서 나를 막을 생각을 하다니 말이야... 후후.”

 “뭐라고?”

 “이 자식! 건방 떨지 마라!”

 

 아샤스의 도발에 정식 기사 중 하나가 검기로 빛을 내며 덤벼들었고 이에 아샤스의 뒤에 서 있던 암살 조 셋은 일제히 표창을 던져댔다.

 

 ‘챙 창 차앙’

 

 그러나 정식 기사 급의 실력자에게 그런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시피 막혔고 그 기사는 현란하게 검을 휘두르며 아샤스의 미간을 노렸다.

 

 ‘펄럭’

 

 정확히 들어갔다고 생각하며 검을 그대로 내리긋는 순간 그 기사의 손끝에는 굉장히 허무한 감각만이 느껴졌다. 아샤스가 입고 있던 옷만이 펄럭거러며 그의 검에 잘려나갔을 뿐 살이나 뼈를 취한 듯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것에 어리둥절하며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아샤스는 그의 등 뒤에서 나타나 손에 든 단검을 휘둘러 그 기사의 목에 박았다.

 

 “컥!”

 

 그 단검에는 역시 검기로 추정되는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것에 강하게 목이 베인 기사는 그대로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이 모습에 남아 있는 정식 기사 하나의 얼굴도 파랗게 질려버렸다.

 

 “검기? 설마... 정식 기사 급 실력자가 암살자 따위를 하고 있는 것인가!”

 “후후. 왜... 안 될 이유라도 있는가? 진기를 다룰 줄 아는 자는 모두 너희 기사들처럼 고상한 척을 해야 하나?”

 “너 깟 놈이 신들의 힘인 마나를 쓸 수 있다는 것이 통탄할 노릇이구나.”

 “후후후. 그렇게 이모탈들이 좋다면... 그들 근처로 보내줘야겠군.”

 

 아샤스는 그렇게 상대를 비웃으며 양 손에 든 단검에 진기를 불어넣었고 그의 양 손은 검기를 뿜으며 빛이 났다. 바젤은 그 뒤에서 오들오들 떨 뿐이었다.

 

 “그럼 잘 가라! 웃!?”

 

 자세를 낮추며 접근을 하려 했던 아샤스는 갑자기 측면에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는 창을 느끼고는 재빨리 몸을 틀어 땅을 굴렀다. 그리고 그 창은 아샤스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 막사의 축을 이루는 기둥에 부딪쳤고 그 힘에 기둥이 부러지며 막사가 무너져 내렸다.

 

 “추가 병력인가. 너무 시간을 끈 모양이군.”

 

 아샤스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옆을 보았고 그곳에는 방금 창을 던진 미켈이 호흡을 고르고는 다시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에는 두 명의 정식 기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안젤라 측에서도 이 정도의 방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인데... 그쪽으로 간 암살 조는 당연히 실패를 했겠군. 하아... 이렇게 되면 두 타깃 모두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누구를 노려야 하는가...’

 

 아샤스가 생각 이상으로 탄탄한 시엔과 노라드의 방비에 내심 감탄을 하며 계략의 수정을 가하고 있을 때 갑자기 멀리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바젤아~!”

 

 상당히 굵으면서도 카랑카랑한 외침... 이것은 안젤라의 목소리였다. 이에 아샤스와 바젤의 고개는 동시에 돌아갔고 그곳에는 호위 기사들과 함께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안젤라의 모습이 보였다. 자기를 노리고 달려들었던 암살자들을 모두 처리한 후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달려오는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를 보며 아샤스 역시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는 것을 느꼈다. 이에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안젤라 쪽으로 달려갔고 그를 막기 위해 안젤라 쪽의 정식 기사 두 사람이 동시에 뛰쳐나와 아샤스에게 검기를 내질렀다.

 

 “훗!”

 

 그 검기에 이은 연속 공격은 그러나 아까와 유사하게 허공만을 갈랐고 아샤스는 그들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그들을 베기보다는 그대로 안젤라를 향해 달려갔다.

 

 “반푼이 같은 아들 놈보다야... 백성들에게 명망이 깊은 ‘마더’를 제거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겠지. 후후... 웃!?”

 

 안젤라와 아샤스 사이에는 어떠한 방해물도 남지 않았고 이에 아샤스는 눈을 빛내면서 단검을 높이 들어갔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그의 앞으로 나타나 몸을 날렸다.

 

 ‘푸우욱’

 

 이에 아샤스는 무의식적으로 단검을 내리 찔렀고 이것은 그 상대의 등 중앙에 박혔다. 이렇게 검을 박은 후 아샤스는 대단히 엉성하게 자신의 앞을 막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세웠고 그가 다름 아닌 바젤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젤아!!”

 

 아들이 검에 찔린 것을 본 안젤라는 눈물로 울부짖으며 달려오려 했으나 마침 그 자리에 도착한 시엔이 그녀의 앞을 막으면서 더는 다가오지 못했다.

 

 “안젤라 님! 위험합니다. 일단은 제 뒤에 계십시오.”

 “저 놈을 당장 잡아라!”

 

 시엔의 뒤를 이어 파에즈가 나타나 따라온 병사들에게 명했고 이에 수십 발의 화살이 아샤스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아샤스는 약간 멍한 표정을 지으며 따라온 암살 조들과 함께 달아났고 그 신출귀몰한 움직임에 시엔 군은 결국 아샤스를 놓치고 말았다.

 

 그렇게 암살자들을 생포하는 것에 실패한 시엔은 다시 돌아와 검에 찔린 바젤을 살폈다. 바젤이 입은 상처는 깊기는 했어도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아샤스의 검에 묻혀 있던 맹독이었다. 그것은 이미 바젤의 장기 곳곳에 퍼져 있었다.

 

 이에 시엔은 노라드를 바라보았으나 노라드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시엔 군에 있는 의사들이나 회복 마법사들의 수준으로는 치료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 어머니...”

 “바젤... 바젤아... 어서 정신을 차리거라. 이놈... 어미를 두고 갈 셈이냐...”

 

 바젤은 파랗게 변한 얼굴로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간신히 안젤라를 보았다. 그런 아들을 안으며 안젤라는 통곡을 하였다.

 

 “어머...니... 그동안 살아오면서... 참 부족한 아들이었죠? 제가...”

 “이 녀석아. 그게 무슨 소리냐. 너는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네가 있었기에 내가 이 집안에서 참고 살 수 있었다. 너는 내 최고의 희망이었단다.”

 “하하... 그런가요... 그러나... 저는 이제 그만하려고 합니다... 이 세상이... 대 가문의 장자라는 무게감이... 제게는 너무 무겁고... 또한 무서웠습니다... ”

 

 항시 어둡고 부담감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칙칙한 분위기를 풍겼던 바젤은 왠지 죽음을 앞둔 지금은 대단히 편안한 얼굴로 안젤라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 모습에 안젤라는 더욱 오열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이 녀석아! 네가 가면 나는 어찌 살란 말이냐!”

 “어머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금 저 위의 하늘은... 신들의 세계는... 이 세상보다는 제게 더... 편안한 곳이 될 듯 합니다... 제가 그곳에서 좋은 집을 짓고...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제 걱정은 마시고... 편히 사십시오...

 그래도 가기 전에... 어머니를 구하는 일을 하고 가서... 정말 바랄 것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할 말을 다 하던 바젤은 그러나 마지막 맺음을 하지 못하며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그 모습에 안젤라는 아들의 시체를 끌어안고 떠나가라 오열을 했다. 이에 시엔 군 병사들은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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