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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워커즈하이
작가 : 고댄
작품등록일 : 2020.7.31

불가사의한 역장 안에 갇혀버린 태양계, 인간이 활동하기 어려워진 대지에서, 대신 일을 맡고, 시장 활동을 하는 안드로이드, '컨슈머'들의 이야기.

 
[00] P:lol.log
작성일 : 20-08-01 01:37     조회 : 506     추천 : 9     분량 : 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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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먼지를 문지르자 누런 먼지가 흩날렸다.

 끔찍할 정도의 흙먼지 덕분에 장기 보관용 플라스틱 상자는... 뭐 플라스틱이 아닌 마치 석판 같아 보였고, 여기서 몸을 조금이라도 틀면 먼지가 연기같이 피어오를 것이 분명했다.

 그녀의 목구멍에 있는 센서가 그 사실을 알려주었지만. 기침을 할 기분조차 아니었다.

 

 카츄샤는 진정으로 자기 힘으로 일을 이루려고 하는 이 순간에 살짝 도취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먼지를 문질러 닦은 그 곳에 붙여진 라벨에 적힌 것, 그것이 그녀의 첫 임무의 성공을 알려 주었으니까 숨조차도 죽일 정도로 흥분해 있었기에.

 

 “알피! 여기 보세요! 드디어 찾아냈어요. 진짜로 긴 시간 이었네요.”

 

 그녀는 들뜬 채로 알피... 우리 탐색팀의 리더였던 그녀를 불렀다, 상기된 듯 흔들거리며 미소가 떠나지 않는 그녀에게 알피라고 불린 탐색대의 리더는 어깨에 손을 올리며 두세 번 툭툭 쳐 주었었다.

 

 “그래, 이게 그거란 말이지? 잘했어 카츄샤. 그럼 잠깐 그 물건인지 봐볼까.”

 

 카츄샤는 그게 기쁜 나머지 마음속으로도 겉으로도 환희하고 있었다.

 일을 처음으로 성공적으로 끝마친 루키-, 그게 바로 그녀였고 참으로 어렸었다.

 

 “장장 3개월이나 이 물건을 찾기 위해 지구의 1/4를 뛰어다녔잖아요, 진짜로. 진짜로. 굉장하지 않아요? 그것도 처음 맡은 일인데. 이런 엄청난 것을 해내다니.”

 

 “저기 카츄샤, 조금 조용히 해줄래?”

 

 들뜬 카츄샤의 말의 알피는 부드러우면서도 차갑게 반응했다.

 생각해 보면 저게 처음이자 마지막 사인이었을 터이나.

 

 “왜 그래요 알피언니? 설마, 우리가 찾던 게 아닌가요? 분명이 제가 확인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말야. 네가 조금 목소리를 줄여줬으면 해서 말야.”

 

 알피는 그렇게 말하면서 카츄샤의 어깨에 왼쪽 팔 부품을 올려 목에 두르었다.

 그리고 그녀를 뒤에서부터 조금 안아주며. 귀에 속삭였다.

 

 “아니면 내가 도와줄게. 이렇게 하면 되려나?”

 

 [!!!] 그와 동시에 카츄샤의 등 쪽 센서에서 파손 신호가 전해져왔다. 그래. 인간들이 말하는 ‘고통’이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알피를 밀치었다.

 

 “으갹.... 으... 아... 알피 무슨 짓...” 혼란에 빠진 채. 카츄샤는 방금까지 그녀의 리더에게 묻는다.

 

 “꽤나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주네? 어차피 우리 둘 다 기곗덩이일 뿐인데 그럴 필요 없는데도 말야.” -알피는 그렇게 말하며 부드러우면서도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캬츄샤의 인공뇌의 연산장치가 아주 잠깐 오류를 내었다. 그녀에게는 현재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알피는 지난 3개월간 나와 다른 두 명을 합친 세 명의 루키를 격려해주며 일깨워준 참된 리더였으니까. 적어도 방금 자신의 등을 칼로 찔러 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좋은 신경을 달고있나봐? 중고로 팔면 어느 정도 나가려나? 저기 말야. 모델명을 알려줄래? 팔 때 용이하게 말야.”

 

 “지금 무슨 짓이냐고 묻고 있잖아!”

 

 카츄샤는 현재 상황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였다

 방금까지 신뢰 할 수 있던 리더가 갑자기 돌변했다.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고 느낀 카츄샤는 원격 해킹- 아니면 혼란을 일으키는 주파수가 알피를 조종하는지 찾기 위해 주파수 탐지를 시작하였지만.

 

 “난 해킹 따위 안 당했어, 카츄샤, 반대로 생각해봐. 내가 왜 너희랑 다녔겠어? 3개월간, 차라리 그냥 옛날 화성탐사 로버랑 같이 다니는 게 더 나을 정도로 쓸모없는 너희 루키 세 명이랑 말야.”

 

 라고 알피는 그 모습을 비웃듯이 다시 대답하였다.

 

 “입 다물어! 말하지 마!”

 

 만약 울 수 있는 장치가 내장되었다면 카츄샤는 울먹거리며 추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능을 달리지 않은 카츄샤는, 그저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으로 소리를 높여 비난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 너희는 단순히 쓰고 버리는 소모품으로 선택받았을 뿐이야. 회사랑... 그리고 나한테. 그러니까 기뻐하라고, 너희 같은 애들한테도 쓰일곳을 찾...”

 

 타아앙!

 

 알피의 말이 끊긴 직후 그에 뒤 따르듯이 총성이 울려 퍼졌다.

 명중했기에 말을 멈추게 된 게 아니다. 카츄샤가 리볼버 권총을 꺼내드는 순간 입을 닫고 적은 량의 압축 공기 분사로 간단히 피해버린 것이다.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지. 중간에 끊어버리다니 예의가 없네.”

 

 압축공기분사로 인해 주변의 먼지가 연기처럼 피어올랐고, 두 기(機)는 서로 실루엣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흐릿해지었다, 목소리만이 똑바로 울려 퍼지는 둘 사이.

 카츄샤는 빠르게 위치정보를 머릿속에 연산하며 다음 사격을 준비 했다.

 

 타앙! 타앙-탕! 타앙!

 

 먼지 안개가 걷히기도 전에 연사, 실루엣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총알은 철판이나, 아니면 인공 세포로 이루어진 고기 벽이나. 그런 게 박히는 소리 대신. 그보다 좀 더 멀리에서 벽에 튕겨져 나가는 맥 빠지는 도탄 소리만이 들려온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등 뒤에서 찰칵하는 기계음과 함께, 큭큭, 비웃는 걸 숨기지 않는 웃음소리가 들리어 왔다.

 

 [어느새 뒤로?!!] 라고 카츄사의 인공뇌에 질문이 울려 퍼졌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이다.

 

 카츄사는 다리 쪽으로 현재 가지고 있는 압축공기를 전부 분사해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꽈악...! 등 뒤에 있던 알피는 간단히 카츄샤의 다리를 붙잡아버렸다.

 

 “으-읏..!” 그럼에도 저항하며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 카츄샤,

 허나 알피는 그녀의 총알 따위 맞지도 않는다는 듯 목표를 크게 벗어나는 총알의 궤도에는 신경도 안 쓰고 바닥에 무자비하게 쳐 박아 버리었다.

 

 “꺅!” 하고 외마디 비명과 카츄샤는 함께 바닥에 쳐 박히고 알피의 발에 등을 밟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알피는 그런 그녀를 위에서 개미와도 같은 미물을 보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고 싶겠지? 정답은 홀로그램 조사장치. 보통 가까이 라면야 딱 봐도 알만할 정도로 대충 만들어진 녀석인데, 모래먼지 덕분에 그리고 너의 개만도 못한 지능덕분에 간단히 통하는가 보구나. 안 그래?”

 

 알피는 천천히 새 나이프를 꺼내었다.

 카츄샤는 그 모습을 보며 머릿속에서는 위험신호가 끊이지 않으며,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끔찍할 정도의 굴욕감을 느꼈다.

 

 카츄샤가 움직이려고 하면 알피는 그녀의 등에 박힌 나이프를 꾸욱 하고 밟아 제지했다.

 

 “그래, 고통차단도 잊어 버릴 정도로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지? 어허 움직이면 안 돼. 단숨에 고장 내 주려고 하는데 발버둥 치면 내가 제대로 못 찌르잖아. 사람 말을 들어야지.”

 

 “너도 기계일 뿐이잖아!” 카츄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저항하려했다.

 굴욕감에 휩싸이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자에게 끝까지 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이 물건을 회사에 가져다주면. 나는 ‘명예 인간’이 되는 거란다. 물론 넷이나 임무를 같이 완료해도 나한테 주어질 정도로 이 물건이 가치 있는 건 아니지만. 뭐. 사고 때문에 너희가 사라지고, 너희 부품이 암시장에 팔리는 동안 혼자 회사에 도착한 뒤 적당히 감동적인 이야기를 지어내주면 그만큼의 가치는 될 수 있을거야.”

 

 알피의 광언에 젖는동안 카츄샤는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쥐며 알피의 머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표정을 지어본적이 없이 머릿속에서만 하는 방법을 알던 그녀였지만. 그만큼 그녀의 속은 불타고있었다.

 

 “어허, 총알 다 떨어진 것도 잊을 정도로 머리가 안 돌아가나 보네, 리볼버는 6연발 이잖...”

 

 터엉. 알피의 말에 반하며 카츄샤의 총구는 불을 뿜었다.

 피잇- 하고 알피의 얼굴을 탄흔이 긁으며 지나가고, 처음으로 알피는 표정을 찡그린다.

 

 “.. 7연발이네. 오호라.” 살짝 감명 받았지만 별거 아닌 듯이 알피는 이야기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상처를 준 것이 평온했던 그녀의 마음속에 돌을 던진 듯 파문이 일었다.

 

 “꽤 하잖아, 카츄샤.” 그녀는 일그러진 미소를 다시 지으며 카츄샤의 머리를 계속 밟았다.

 퍽. 퍽. 퍽. 의미는 없이 그저 울분을 풀려는 듯, 카츄샤를 고장 내 트려는 것이 아닌 단순한 화풀이로 계속 밟다가. 카츄샤의 목덜미를 잡아끌어 일으켜 세웠다.

 

 카츄샤는 얻어맞으면서도 미소를 지었고. 알피는 그것이 더욱 마음에 안 들었는지. 강화 플라스틱 수지와 티타늄 합금으로 된 팔로 카츄샤의 목을 조르듯 붙잡고 귀 옆에 속삭였다.

 

 “몇 가지 철회할게, 너는 쓸 만해 카츄샤. 여기서 버리면 안 될 것 같기도 한데.”

 

 알피가 이야기하는 동안 저 멀리서부터 무언가 소란이 난걸 알아챈 나머지 두 기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카츄샤! 알피! 괜찮아?] 무선과 함께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두 기가 다가오는 것에 카츄샤는 순간 인공뇌에서 공포라는 감각이 자신의 등을 타고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다.

 알피가 저 두 사람을 그냥 둘리가 없다는 걸 깨달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러는데 말야. 한 가지 제안 하는 건데 지금 이 상황을 저 두 명이 보게 되면 어떻게 느낄 것 같니? 너라면 알겠지? 그러니까. 저 둘이 오지 않게 하면 좋겠네? 이왕이면 네가 ‘도망쳐’ 나 ‘안 돼 오지 마’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말야. 쟤네가 눈치 채지 못하게.”

 

 그런 말을 하는 동안에도 두 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이제 목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까지 오고 있었다. 알피는 카츄샤의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총알을 한발씩 장전한다.

 

 “아.. 아무것도…….” 카츄샤는 웅얼거렸다. 하지만 평정을 연기 할 수 없이 그녀의 목소리는 기계임에도 어딘가 떨리는 듯했다. 당연히 그 두기는 그걸 눈치 챈 듯 발걸음을 빠르게 했고.

 

 “...?!” “뭐...야?”

 그 두기와. 알피의 눈이 마주쳤다.

 

 “안 돼! 오지 마! 도망쳐!!” 카츄샤가 절규하듯 소리였다.

 그제서야 문가 이상함을 느낌 두기는 발을 돌리려 했지만.

 

 “흐-음, 실망했어.” 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알피의 목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두 발의 총성. 두 기는 그 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실망이야 카츄샤, 내가 하지 말란 두말을 정확하게 말하고, 결국 둘도 구하지 못하고 말이야.” 알피는 카츄샤를 놀리듯이 말하며 카츄샤를 밀치고선 더 이상 흥미를 잃은 듯 걸어 나갔다.

 

 “... 이럴수가. 이성아... 오쿠무라.” 카츄샤는 망연자실 한 채로 인공뇌가 박살나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두기의 동료를 보며 읊조렸다.

 

 “그럼 다음에는 즐겁게 해줘 카츄샤.”

 알피는 카츄샤의 권총을 손가락으로 장난치듯 회전시키며 말을 건넸다

 

 “잠깐 왜 나는 안 죽이는 거야! 차라리 죽여!” 카츄샤는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할 수 있었으면 울부짖듯 소리치며 이야기했지만.

 

 “응? 무슨 소리야 너는 쓸 만한 아이니까 그렇지. 쟤네들은 아니고. 뭐 다음에 만날 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안녕, 다음에 보자.”

 알피는 간단히 대답해 버리곤 카츄샤를 이 묻히고 잊힌 유적이나 다름없는 곳에 버려둔 채 멀어져 갔다...

 

 남겨진 카츄샤는 그 모습을 쫒지 못한 채로, 그녀의 이성은 더 이상 이 상황에 대해 버티지 못한 채로, 쇼트 해버렸다.

 

 그렇게. 망가진 세 기의 컨슈머 만이 이 공간에 남기어 졌다...

 

 
작가의 말
 

 고댄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뭘 잘 부탁 하냐고요? 글쎄요 처음 작가의 말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단 말이죠.

 

 9-15 갱신, 몇개의 맞춤법과 오타수정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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