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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서장
작성일 : 16-08-30 06:14     조회 : 670     추천 : 6     분량 : 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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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장

 

  라비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무너졌던 성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라비는 성의 크기와 주민의 수를 가늠했다. 이백 명은 되겠군. 라비가 고개를 가로젓자 성문이 열렸다. 그는 성안으로 들어갔다.

 

  매캐한 냄새가 라비의 코를 찔렀다. 까맣게 탄 시체들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다. 독수리나 까마귀가 날아올 법도 했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몇 마리의 쥐가 시체의 살점을 떼어냈지만 이내 뱉었다. 그건 살이 아니라 재였다. 라비는 그 모습을 보며 이들이 맞서야만 했던 불길의 뜨거움을 짐작했다.

 

  성을 둘러본 라비는 손을 휘둘러 시체를 광장 중앙에 모았다. 모두 모으니 삼백 명을 크게 웃돌아 보였다. 라비가 검지를 내밀자 시체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는 시체들을 겹치지 않게 흩뜨렸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라비가 말했다.

 

  “일어나라.”

 

  그러자 시체들의 까맣게 탄 피부가 떨어져 나가고 새 살이 돋았다. 다리가 떨어진 자는 다리가 자랐다. 머리를 잃은 자는 머리를 얻었다. 사람들은 긴 잠에서 깨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발가벗은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비는 그들을 등지고 성 밖을 향해 걸었다. 그는 수백 명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갓난아기의 울음이었다. 기억은 되살릴 수 없지. 라비는 성을 떠났다.

 

  ***

 

  달리안은 자신에게서 힘이 떠나가는 것을 느꼈다. 미들이 사색이 돼 달려왔다.

 

  “느꼈어?”

  “그래. 녀석이야.” 달리안이 두건으로 얼굴을 감추며 대답했다.

  “어떻게 얻은 건데. 개 같은 놈.”

  “곧 여기로 찾아올 거야.”

 

  달리안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태양과 달이 마주 선 가운데, 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미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망치자.”

  “소용없는 거 알잖아.” 달리안은 자리에 앉았다. 그는 내심 추격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령 도망칠 방법이 있었다 한들, 그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달리안은 추격자를, 마법사를 처단하러 다닌다는 그 괴물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소문만큼 강할까?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수도. 하지만 그럴 리 없어. 우리가 힘을 빼앗겼다는 건, 놈이 모든 걸 돌려놨다는 거니까. 그건 불가능해. 하지만 놈은 해내고 있어. 그리고 날 쫓아오고 있지. 강한 힘. 막강한 힘을 보고 싶어. 놈이 오고 있어. 그리고…… 그리고 어쩌면 내가 놈을…….

 

  “저기 봐!” 미들이 외쳤다. 달리안은 태양을 등진 채 달려오는 그림자를 봤다. 그는 검은 로브를 입고 검은 말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안은 그것이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추격자의 뒤에서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태양 때문에 일어난 착시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정말 그림자에 불과하던가. 그러나 추격자는 다가오고 있었고 마침내 그들 앞에 도착했다. 미들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움직이면 죽인다!”

 

  추격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미들이 다급하게 손을 뻗자, 달리안이 그를 말렸다.

 

  “잠깐만 기다려. 뭔가 이상해.”

 

  미들은 미간을 찡그리며 추격자를 살폈다. 그리곤 내밀었던 손을 거두며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뭐야. 아니잖아.”

 

  미들은 행인에게 다가갔다. 행인은 검은 말을 타고 있지도, 검은 로브를 입고 있지도 않았다. 말은 나귀였다. 등에 찍힌 희고 커다란 점이 마치 안장처럼 보이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것 없는 갈색 나귀였다. 행인은 망토를 두르고 있었는데 색이 심하게 바래 거의 잿빛이었다. 미들이 말했다.

 

  “이봐요. 여긴 위험하니까 다른 곳으로 가요.”

 

  그때, 달리안이 미들의 어깨를 툭툭 쳤다. 미들이 고개를 내밀자 달리안이 속삭였다.

 

  “죽이자.”

 

  그러자 미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저런 사람 죽여 봤자 아무런 이득도 없어.”

  “무슨 소리야. 저런 사람이라도 죽여야 우리가 살아 돌아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는 거야. 우릴 쫓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

  “하지만…….”

 

  미들은 불안했다. 그는 마법을 위해 사람을 죽였지만 그 선택이 쉽지는 않았다. 늘 고뇌했고 그 끝에서 살인을 택했을 뿐이었다. 따라서 불필요한 살생은 언제나 피했다. 큰 힘을 얻을 수 있는 대량 학살만 제외하고.

 

  달리안은 초조했다. 언제 추격자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데 언제까지고 미들의 선택을 기다릴 순 없었다. 그는 품에서 칼을 꺼냈다. 마법은 쓸 수 없었다. 힘을 아껴야 했다.

 

  “용서해라. 재수가 없었던 거야.”

 

  달리안은 행인의 심장에 칼을 겨누고 달려들었다. 놀란 미들이 달리안을 향해 팔을 뻗었다. 달리안은 행인이 도망치지 못할 것을 알았다. 그는 마법사 이전에 칼잡이였다. 애초부터 칼을 부려 마법의 힘을 얻은 자였다. 달리안은 마법만큼이나 칼을 다루는 데 능숙했고, 가벼운 눈길만으로도 상대의 급소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이 행인은…… 온몸이 급소였다. 어딜 노려도 죽을 것 같은 몸이었고, 자세였다. 그러니 다른 곳을 겨눌 이유가 없었다. 심장을 찌르는 게 최선이었다. 죽여 봤자 작은 힘에 불과하겠지만 큰일을 앞두고서 만전을 기하는 게 나쁜 일은 아니겠지. 미들 저 녀석은 마음이 너무 약해. 내가 아니었으면 마법은커녕 살아남지도 못했을 거야. 지진을 일으킬 줄 몰랐다면 데리고 다니지도 않았을 텐데. 만약 추격자에게서 벗어나게 된다면 다른 파트너를 찾아봐야겠…….

 

  “달리안!”

 

  미들은 자신의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었다. 달리안은 빨랐다. 그는 동료의 칼솜씨를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난 일은 솜씨 이전의 문제였다. 달리안은 단숨에 칼을 꽂아 넣었다. 자신의 심장에.

 

  ***

 

  미들은 달렸다. 그는 직감했다. 그 행인이 바로 추격자라고. 무언가 타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냄새가 풍겼다. 등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미들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어쨌거나 달리안은 동료였다. 그러나 슬퍼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음은 자기 차례라는 걸, 미들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는 불타는 달리안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달렸다. 그러고서도 안심하지 못해, 별이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멈춰 선 곳은 외딴 오두막이었다. 오두막에 난 작은 창 안으로 희미한 불빛이 보였다. 미들은 숨을 헐떡거리며 문을 열었다. 안에는 추격자가 있었고, 미들은 절망했다.

 

  “……어쨌든 네가 성을 무너뜨렸지?”

  “예.”

  “네 친구가 사람을 태웠고.”

  “예.”

  “왜 그랬지?”

  “아시잖아요.”

  “마법 때문인가.”

  “예.”

  “그게 목숨과 맞바꿀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예.”

  “수백 명의 목숨과도?”

  “예. 당신도 알지 않나요?”

  “내가 안다고?”

  “당신 정도의 마법사라면 수백…… 아니 수만은 죽였을 거 아녜요.”

  “……그래.”

  “그런데 왜 마법사를 죽이는 거죠? 같은 부류잖아요.”

  “그래서 죽이는 거야.”

  “어째서요? 우리는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요.”

  “아니, 너희는 이해 못 해.”

  “아니에요. 이해할 수 있어요. 정말요.”

  “이제 그만 해야겠군.”

  “제발요, 제가, 제가 당신을 도울게요. 잘할 수 있어요.”

  “필요 없어.”

  “전 살인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사람 죽이는 거…… 그건 미친 짓이었어요. 보세요. 전 성이나 집만 무너뜨렸을 뿐이라고요. 살인은 모두 달리안 몫이었어요.”

  “변명은 죽고 나서 해.”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달라고!”

 

  라비는 의자에 묶인 채 몸부림치는 미들을 뒤로 하고 오두막을 떠났다. 오두막은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미들의 욕설과 고함도 무너진 대들보 밑에 묻혔다. 라비는 자신을 기다리던 나귀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없었어. 다른 곳을 찾아가야겠어.”

 

  나귀가 짧게 울었다.

 

  “잘 가.” 라비가 말했다. 나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숲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라비는 나귀가 떠난 자리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먼 곳을, 숲 바깥을, 또 다른 목적지를 들여다봤다. 거기엔 잠든 여자아이와 그림을 그리는 남자아이, 그리고 마법이 있었다.

 

  “가 볼까.”

 

  라비는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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