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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안락한 게 아니고
작가 : 수요일
작품등록일 : 2019.11.9

"저 물어주세요."
안락사 시술소를 찾은 남자와 뱀파이어 여자의 차갑지만 뜨거운 동거.

 
1화
작성일 : 19-11-09 23:54     조회 : 426     추천 : 2     분량 : 7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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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솔직히 말하자면, 인생의 마지막 기억이 어떤 걸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윤오는 오십 번 정도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였다. 이제서야 여기가 내 마지막 기억이겠구나 싶어서였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남윤오. 눌러. 아니야. 아니 나 못하겠어. 아니 뭘 못해. 이거 누르는 거요.

 높은 벽과 단단한 나무문. 밤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그 문만은 선명히 보이는 듯 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골목에 선 윤오는 초인종 앞에서 손가락을 폈다 다시 쥐었다 하면서도, 발은 한 번도 뒤로 물러나거나 방향을 틀지 않았다.

 그래 죽는 건 한 번이지만, 사는 건 계속이야.

 그러나 윤오는 더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더이상 살고 싶지가 않다는 뜻이었다. 윤오가 입을 꽉 다물었다. 다문 입 아래 만들어진 호두턱이 꽤나 단단해 보였다.

 띵동-

 초인종이 울렸고, 윤오는 죽음이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실 오래전부터 그렇게 느꼈다.

 

 *

 

 “좀 늦으셨네요.”

 문은 금세 열렸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마당이 보였다. 곳곳에 작게 빛나는 불이 집 앞까지 가는 길을 비추고 있었다. 집 문은 대문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나무문이었다. 조금 덜 단단하고, 손을 대면 이상하게 따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 그 앞에 작게 켜진 노란 불 때문일 거라 윤오는 생각했다. 노크를 하려 손을 드는데 문이 열렸다.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저보다 조금 작은 키에 긴 머리를 아래로 단정하게 묶은, 흰 셔츠에 검은 자켓, 정장 바지를 입은 여자였다. 안녕하세요. 윤오가 건넨 인사에도 살가운 인사 하나 없이 고개만 끄덕하더니 처음 하는 말이 저랬다. 좀 늦으셨네요.

 “네에.. 죄송합니다...”

 안락사 시술소라고 했다. 딱히 붙은 이름이나 그런 것도 없는 불법 시술소.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비싼 비용이나 까다로운 절차 없이 안락사 할 수 있는 곳. 죽은 이들이 후기를 남길 수 있을 리 없으니 방법이나 어떤 절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죽고 싶은데 스스로 생을 끊을 용기가 없는 이들이 간다고 했다. 윤오는 망설일 게 없었다. 남 윤 오. 제 이름으로 예약을 하고 날짜와 시간을 잡으면서도 주저함은 없었다. 그래놓고 죽겠다며 제 발로 와놓고 문 앞에서 망설였다. 그러다 늦었다는 말을 하기가 민망했다. 그래서 그냥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만 거듭했다.

 “남윤오 씨. 맞죠. 여기 앉으세요. 몇 가지 질문을 해야 해서.”

 여자가 쇼파로 윤오를 안내했다. 거실이라기엔 너무 넓은 공간이었다. 차가워 보이는 대리석 바닥 위로 나무 책장이 벽처럼 솟아 있었다. 단야가 내어 준 슬리퍼를 신은 윤오가 단야를 따라 쇼파에 앉았다. 제 대각선에 앉은 단야가 윤오 쪽으로 몸을 틀고는 다리를 꼬았다. 그게 이상하게 위압감이 있어서 윤오는 다리를 모으고 무릎 위에 두 손을 단정히 올렸다.

 “왜 죽고 싶으세요.”

 묻는 말이 공간을 가르는 느낌이었다. 죽고 싶은 이유를 묻는 모양이 마치 차는 뭘로 하겠냐는 것 같아서 윤오는 얼결에 대답할 뻔 했다. 그러나 말을 하기도 전에 숨이 차는 듯 목이 메였다.

 “그...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자가 윤오를 쳐다봤다. 왜 묻는 말에는 답도 않고, 되려 이상한 것을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정단야.”

 곧 죽을 사람이 이름을 묻는 게 퍽 웃기다는 걸로 보였다. 윤오는 더 모을 것도 없는 다리를 더 딱 붙이고 허리를 세웠다. 그러면서도 제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는 갈색 눈이 인상적이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제 질문에도 대답. 왜 죽고 싶으시죠.”

 “꼭... 대답 해야 하나요?”

 “네.”

 단야가 별 표정 없이 답했다. 예약자 중 이런 사람이 처음은 아니었다. 죽을 이유를 물으면 망설이는 건 제 마음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특징이었다. 그러면 단야는 이 시술소의 원칙을 말했다.

 죽고 싶은 이유를 말하면, 신문 기사에서 그 똑같은 이유를 찾는다. 자살 기사에는 수많은 이유들이 나와 있다. 의뢰인이 말한 안락사를 원하는 이유와 일치하는 기사가 있으면 안락사 시술은 진행됐고, 해당되지 않으면 예약자는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이제껏 그런 식으로 집으로 돌아간 이는 없었다. 사람들이 죽고 싶은 이유는 생각보다 더 다양했기에, 비슷하거나 같은 이유는 꼭 신문에 활자로 나와 있었으니까.

 “말씀 안 하시면 죽으실 수 없어요.”

 단야의 말에 윤오는 눈에 띄게 망설였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가, 결심한 표정이다가, 다시 풀리는 표정에 단야는 쇼파 뒤로 등을 조금 기댔다. 어차피 작업 시간에는 사람들이 망설이는 시간까지 계산돼 있었다. 편하게 자세를 잡은 단야가 윤오를 봤다. 예약 신청서에는 스물 일곱 살이라 적혀 있었던 거 같은데, 그보다 좀 어려 보였다. 거기에는 그 나이대에 비해 반짝이는 눈 탓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밤에도 투명하게 보이는 밝은 갈색의 눈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쓸데 없는 생각을 윤오가 깼다.

 “저는...”

 “네.”

 말해보라는 듯 단야가 몸을 앞으로 조금 뺐다.

 “저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죽고 싶어요.”

 그때 윤오를 돌려보냈어야 했다. 이 밤이 좀 길겠구나. 오래 살아온 세월치고 그저 조금 순진하게 생각한 게 이 힘겨운 밤의 시작이었다.

 

 *

 

 “나가. 아니면 말해.”

 말은 짧아진 지 오래였다. 한 시간 째 이유는 못 말한다 그냥 죽고 싶다 죽여달라 하는 윤오앞에서 단야는 더이상 피의뢰인으로서 차릴 예의가 없었다.

 ”왜 죽고 싶은데.”

 같은 질문만 반복되는 거 지치지 않냐는 표정을 보면서도 윤오는 쓸데없이 한결 같았다.

 “살기 싫으니까요.”

 “그러니까 왜 살기 싫으냐고.”

 “말하기 싫어요.”

 야이... 저 혼자 입을 꾹 다무는 윤오에 단야가 저를 진정시키려 손바닥으로 반듯이 빗은 제 머리를 쓸었다. 말하기 싫으면 선택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럼 나가. 여긴 죽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만 죽을 수 있는 곳이야.”

 얇은 입술이 꽤 냉정했다. 윤오는 이 집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시선을 깔았다. 푹 숙인 고개 아래로 아까부터 계속 물리기만 하는 입이 고집스러웠다. 단야는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선택하라는 듯 가만히 보고 있던 정수리가 들렸다. 되게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눈이 간절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냥 죽여 주시면 안돼요? 저 하루이틀 생각하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치기에 이러는 거 아니란 말이에요.”

 단야는 저런 종류의 간절함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런 간절함들로 배를 채워왔다. 그 간절함은 무력감에 가득찬 이의 마지막 의지였다. 그 진심은 몇 백번을 봐도 도저히 익숙해 지지가 않았다. 단야가 잠시 찌푸렸던 눈썹을 한 번 들어 올렸다.

 “다 나중에 괜찮아질 거라 하는데요. 저는 아니라서요.”

 단야는 정말 원칙대로 일했다. 그건 제가 일하는 방식이자 서로를 편하게 하는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건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깨진 적 없던 것이었고, 깰 마음도 없었다. 근데 이상하게 이번에 그 원칙을 깰까 생각이 들었다. 단야는 제 생각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게 죽으러 왔으면 왜 죽고 싶은지나 이야기할 것이지 되도 않게 튕겨서 상황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집에 들어온 이후로부터 죽 저를 뚫어져라 보던 갈색 눈이 아래로 깔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괜찮을 거라고, 좀 더 살아보면 나을 거라고 그런 막연한 희망 속에 저 우울을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다. 단야가 저만 들리게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제가 세운 규칙이니 깬다 해도 뭐라 할 이는 없을 거였다.

 “네?”

 “죽여줄게.”

 “헉. 진짜요?”

 잔뜩 물먹은 솜같이 처져 있던 어깨가 올라왔다. 아니 죽여준다는 거에 저렇게 좋아하니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단야는 익숙한 문장을 외웠다.

 “안락사 작업은 방이 따로 있어 나랑 같이 거기로 가는 거야. 죽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5초. 처음엔 좀 아플 거야.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죽고, 죽으면 아픈 거 못 느끼니까 좀 참아봐. 그리고….”

 “저... 어떻게 죽이시나요.”

 조심스레 손을 든 윤오가 자연스럽게 말을 끊고 물었다.

 “그건 일단은 비밀이야. 죽기 전에는 알겠지. 그리고 질문은 내 말 끝나고 따로 받을 거니까 기다려. 안락사 후 너는 양지 바른 곳에 묻힐 거야. 어디에 알릴 순 없으니 제사나 납골당처럼 찾아가는 건 기대 안 하고 죽는 게 좋아. 혹시 주위에 죽으러 간다고 알린 사람 있어? 없길 바라면서 묻는 말이야. 뒤처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지만. ”

 “없어요.”

 “그래 좋아. 질문?”

 “우리가 누구예요?”

 “비밀.”

 “이것도 죽기 전에 알게 되나요?”

 “아니. 이건 죽어서도 모를 거야. 유서나 누구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

 “전달해주시게요?”

 “아니. 그러다가 상황 복잡해질 일 있나. 그냥 말만 하라는 거야. 그거 말 못하고 죽으면 딱 죽기 전에 뭐라뭐라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근데 그건 잘 안 들리니까. 하고 싶은 말도 끝까지 못하는 거 같고. 이게 15초가 생각보다 되게 길어 보여도, 사실 되게 짧거든.”

 “음... 없어요.”

 “그렇구나. 그럼 따라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 단야를 따라간 곳에는 나무 계단이 있었다. 천천히 계단을 따라 오르자 긴 복도에 닫힌 문들이 보였다. 걷는 길마다 불이 들어왔다. 어디까지 가냐고 물으려는데 단야의 걸음이 멈췄다. 복도 맨 끝 방이었다. 다른 방과 똑같이 생긴 문이었지만 손잡이가 조금 달랐다. 다른 문과 달리 손잡이가 무쇠로 만들어진 것처럼 무거워 보였고, 알 수 없는 조각이 작게 새겨져 있었다. 단야가 문을 열었다. 왠지 서늘한 냄새가 났다.

 “들어와.”

 열린 문 앞에 서 있는 윤오에 단야가 고개를 까딱했다. 네... 네. 어버버하게 대답한 윤오가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단야가 말한 그 안락사 작업을 하는 방인 듯했다. 곧 죽을 방이라 생각하니 걸음걸음이 조금 긴장됐다. 방을 들어가자 윤오는 왜 서늘한 냄새가 났는지 이해했다. 좁지 않은 방에 놓은 건 얼마 없었다. 하얀 침대가 하나 보였다.

 “죽을 때라도 푹신한 게 좋지 않아? 이거 템퍼야. 비싼 거.”

 “옷이라도... 갈아 입어야 하나요...?”

 “아니. 여기가 무슨 미용실도 아니고. 그냥 누워. 편안히 누워서 죽음을 즐기면 돼.”

 “네?”

 “농담. 재미 없었나.”

 하얀 침대 위에는 새 것처럼 보이는 시트가 단정하게 주름 하나 없이 펴져 있었고, 웃기게 생긴 토끼 인형이 하나와 베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침대 옆에 작은 스툴이 하나 있는 게 다인 방이었다.

 “저건 뭐예요?”

 “아프면 잡고 있으라고. 보니까 치과에서 저런 거 쓰더라.”

 아니... 왜 아픈데요… 그럼 손들면 멈춰 주시나요…. 윤오가 물을 틈도 없이 단야가 짧게 한 마디를 뱉으며 윤오의 어깨를 눌렀다.

 “누워.”

 갑작스런 힘에 침대 위로 눕혀진 윤오 위로 단야가 올라 탔다. 그리고는 윤오의 어깨를 양손으로 꽉 붙잡고 고개를 숙여 윤오의 얼굴을 덮었다.

 “잠깐만요!! 지금 뭐하시는 거..!”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았던 얼굴이 멈췄다. 윤오는 그 와중에도 코앞의 얼굴이 참 하얗다는 생각을 했다. 햇빛을 한 번도 보지 않은 듯한 얼굴이었다. 단야가 조금도 무르지 않은 상태로 입을 열었다.

 “죽기 전에 알게 된다고 했잖아. 어떻게 죽는지.”

 저게 뭐야...? 그 입에서 윤오는 정말로 의아하다 못해 놀라 나자빠질 것을 발견했다. 아까 전에는 잘 안 보였던 송곳니였다. 저게... 일반적인 사람의... 송곳니인가...? 윤오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러니까 이게 진짜 죽을 때가 돼서 제가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는데요.

 “혹시 뱀파이어세요?”

 “어.”

 “...그럼 저는 피를 빨리고 뱀파이어가 되는 건가요?”

 “아니 피만 빨려. 그리고 천국을 가든 지옥을 가든, 어디 애매한 데로 가든, 그냥 죽어.”

 윤오가 빠르게 눈을 돌려가며 생각하는 동안 그 얇은 입술이 다시 제게로 내려 왔다. 단야의 목걸이가 셔츠 사이로 흘러 나와 윤오의 가슴팍에 닿았다. 그리고 단야의 입술이 윤오의 목에 닿으려는 순간,

 “악!!!!!”

 그 소리에 놀란 건 당연히 단야였다. 제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단야가 몸을 일으켰다. 자연스레 윤오 위에 앉은 꼴이 됐다. 그대로 팔짱을 낀 단야가 한숨을 쉬며 윤오를 내려다봤다.

 뭔데. 또 뭐가 문젠데.

 

 “죽고 싶다며...”

 “네에...”

 “너 진짜 죽을래?”

 단야가 셔츠 소매 단추를 풀어 슬쩍 소매를 걷었다.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평소보다 작업시간이 훨씬 더 길어지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1. 죽고 싶은 이유를 말하지 않겠다며 뻐팅겨서.

 2. 그래도 죽고 싶다며 매달리더니 이제 죽여주겠다니까, 죽여달라던 애가 아까부터 잠깐만요! 잠깐!! 잠깐만요!!!를 외쳐서.

 3. 그것도 모자라 무섭다며 울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죽었다. 단야가 뱀파이어인 거에 놀랄 틈도 없이 죽은 사람도 있었고, 알고도 헐. 한마디 뱉고 죽은 사람도 있었다. 어쨌든 다 속전속결로 잘 처리됐는데, 얘는 왜 아까부터 이렇게 질질 끌지? 무슨 제단에 오른 어린양처럼 벌벌 떠는 걸 보니 제가 무슨 범죄를 저지르는 ―물론 합법은 아니긴 했다.― 사람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근데 사람 아니고 뱀파이언데 괜찮지 않나.―

 이때 단야가 해야 할 행동을 쓰시오.

 1) 걍 쫓아낸다.

 -> 뱀파이어인 거 들키면 어떡하냐고? 어차피 얘가 나가서 뱀파이어를 봤다고 사방에 떠들고 다녀도 믿을 사람은 없을 거라는 건 오랜 세월 살아온 경험치로 안다.

 2) 걍 죽인다. 하던 방식 대로.

 -> 이게 안락사 방법의 문제인데, 피를 확실하게 뽑을 수 있는 게 목을 따는 건데. 목에 이를 박아 넣으려면 일단 좀 안 움직여야 해서 어려움.

 3) 목 말고 다른 데에 이 박고 피 뽑는다.

 -> 15초 걸릴 거 15분 걸리는 수가 있음. 그럼 얘도 아프다고 징징댈 거고 그럼 또 몸이 흔들리고 그럼 또 피는 제대로 안 뽑히고..... 그렇다면 단야가 할 수 있는 건,

 

 “야. 너 가라.”

 몸을 일으킨 단야가 침대 옆에 서서 흐트러진 옷을 정리했다. 설령 참아주고 싶어도, 더이상 참아줄 시간도 없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창밖에 동이 트고 있었다.

 “아니에요!!”

 무섭다고 그렁그렁하던 눈은 단단해지려 애쓰고 있었다. 저 눈이 문제였다. 그냥 다 무시하고 어디든 콱 박고 끝내고 출근하자 싶다가도, 저 눈만 보면 무슨 살인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유쾌하지가 않은 거였다.

 “저 진짜 죽을 수 있어요!”

 앉았다 누웠다 반복하던 몸이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제 딴에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건지 눈에 힘을 주는 것도 단야에게는 그저 금방 툭 치면 무너질 두려움 같았다.

 “너 그 말만 삼백 번째야.”

 그리 날카롭게 한 말도 아닌데, 소매 단추를 채우며 건조하게 뱉은 말에도 금세 또 울먹거리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유쾌하지가 않았다. 이래서 규칙이 필요한 거야. 단야가 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까맣던 창에 어느새 푸르고 밝은 빛이 들고 있었다. 해가 뜨면 직장인은 출근을 해야 해요. 단야가 한숨을 쉬었다.

 “나가.”

 어깨를 잡자 올려다보는 눈이, 아무래도 너무 어렸다.

 

 *

 

 “정 선생님!!! 선생님 응급이요!!”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단야를 맞은 건 긴급 호출이었다. 잠이야 원래 잘 안 자니 그것 때문에 피곤한 건 아닐 텐데 이상하게 피로한 기분이었다. 밤새 그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시달린 탓이 분명했다. 그 얼굴을 떠올리던 단야가 간호사의 말에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호출을 따라 뛰어간 곳에는 피투성이의 환자가 누워 있었다. 환자를 본 단야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갔다.

 미친. 이게 진짜.

 “선생님. 자살 시도 환자고요. 현재 환자 상태 의식 없습니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는데 다행히 나무에 걸렸다가 그 옆에 누가 버려둔 이불 더미 위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윤오였다. 아침까지 제게 죽여달라며 제집 문틈을 붙잡던. 이제 정말 죽을 수 있다던. 어린 눈으로 저를 망설이게 했던 그 윤오였다. 단야는 아주 잠깐, 깊게 윤오를 노려보았다. 윤오는 아까처럼 저를 보지는 못했지만. 입이 썼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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