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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꿈꾸지 않는 자
작가 : 양박사
작품등록일 : 2019.11.4

한번도 꿈꿔본 경험이 없는 주인공이 어느 날 처음으로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람들이 동시에 잠들고 동시에 깨는 특이한 증상을 가진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상하게 주인공을 포함한 극소수만이 이 증상으로부터 자유로운데...

 
꿈꾸지 않는 자 (1~3)
작성일 : 19-11-05 08:13     조회 : 388     추천 : 0     분량 : 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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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 하나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신체적 비밀, 은밀한 습관, 시답잖은 비밀, 아니면 무덤까지 가져갈 수밖에 없는 그런 것까지...

 

 나에게도 비밀 하나가 있다.

 그리 거창한 건 아니다. 사는 데 지장도 없다.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꿈’이라는 것을 꾼 적이 없다.

 남들이 가끔 꿈 얘기를 하지만 나는 그것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프로이드는 꿈이 무의식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학문으로까지 발전시켰지만 내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저 자면서 떠오르는 상상 같은 것이려니 하고 추측할 뿐.

 철이 들면서 나는 꿈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뭐 이건 도무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나에게 잠은 그저 ‘누워서 눈을 감는다 → 잠든다 → 암전 →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는 느낌이 든다 → 알람이 귀를 괴롭히거나, 아침 햇살 따위가 눈을 괴롭힌다 → 깨어난다’ 정도의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떤 연구 결과는 꿈을 몇 시간 이상 꾸지 않으면 죽는다고 한다. 단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꿈을 꾸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것이란다.

 그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과학자 놈들이 얘기했으니까 말이다.

 사실 나는 과학자 놈들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공학을 전공했음에도 말이다.

 편협한 시각과 아집 가득한 오만한 놈들, 자신이 아는 것이 진리인양 여기는 놈들, 무지(無知)의 지(知)를 모르는 놈들.

 유사 이래로 단 한번이라도 과학이 완벽했던 적이 있었던가.

 과학 맹종자 놈들은 유행하는 옷을 입고 뽐내다가 십 수 년 뒤 촌스러운 과거 사진을 보며 부끄러워하는 놈들이랑 다를 게 없다. 훗날 예외가 발견되거나, 수정되거나 아예 전체가 뒤집히기도 하니 말이다.

 

 뭐 어쨌든 그 오만한 자들과 함께한 과학이 세상을 진보시켰음은 인정한다.

 과학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니까.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단 말이다.

 

 다시 돌아가면, 어쨌든 나는 꿈을 꿔본 적이 없다.

 때문에 나는 가끔씩 그 기이한(?) 체험을 해보고 싶을 때도 있다.

 단지 타인과의 공감차원에서 말이다.

 그것은 가위에 한 번도 눌려보지 않은 사람이 (그리 강렬한 바람은 아니나) 약간의 호기심과 타인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리라.

 그리 간절히 원하지는 않는단 말이다.

 뭐 대단한 거라고.

 하지만 나는 이 비밀을 쉬이 털어놓지 않는다. 털어놔봤자 대부분 ‘정말? 거참 신기하네.’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다. 그들에게 나의 비밀은 금세 사라지는 늦가을 아침 입김 마냥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사회에 나와서 내 비밀은 더욱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고된 직장에서 지난 밤 ‘꾸지 않은 내 꿈’ 따위는 햇빛에 떠다니는 먼지보다 무가치한 것이니 말이다. 누군가 물어오지 않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나 역시도 그 무가치함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이 시시한 비밀을 빼고 내게 특별한 것이 있을까?

 보통 대학에, 보통회사, 무난한 직장생활,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그런 연애 스토리, 그리고 결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스러운 딸.

 평범함의 집합체라고나 할까?

 그게 내 삶이다.

 뭐 딱히 불만은 없다.

 내가 딱 원하는 정도의 삶이기도 하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뒤쳐지지도 않는 그런 삶 말이다.

 이런 중간적 위치는 내게 적잖은 안정감을 준다. 뭐 전형적인 한국 사람이라고나 할까?

 그 밖에 나만의 특징을 굳이 찾자면 미간 위에 있는 붉은 반점 정도? 그것도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나는 그런 시시한 인간이다.

 

 

 

 2.

 

 아...

 나는 누구인가.

 여름은 왜 더운가.

 더우면 왜 땀이 나고 짜증이 나는가.

 왜 아내는 이 더운 밤에 에어컨을 못 켜게 하는 건가.

 그리고 켜지도 않을 에어컨을 왜 12개월 할부로 샀단 말인가.

 이 밤은 왜 이렇게 긴가.

 세상은 놀라운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장마가 떠난 뒤 시작된 열대야에 잠을 설쳤다. 젠장.

 

 알람이 울린다. 세 번째 알람이 울리고 나서야 회사에 가지 못할 삼백오십개의 (잠결에 생각하면 매우 구체적이고 합리적이지만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면 아주 똥멍청이 같은) 이유들을 포기하고 이내 몸을 일으킨다.

 

 “으~음, 여보 잘 잤어?”

 

 아내가 겨우 눈뜬 채 내게 말을 건다.

 

 “아, 더워서 조금 설쳤어.”

 “에어컨 켜고 잘걸 그랬나? 오늘도 더우면 에어컨 켜고 자자.”

 

 더우면 에어컨 켜고 자자는 말은 벌써 만이천삼백오십팔번째다. 하지만 막상 에어컨을 켤라 손 치면 전기세를 탓하면서 못 켜게 한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렇지.

 

 “이럴 거면 왜 비싼 돈 주고 에어컨 샀냐고!!”

 

 짜증 섞인 말투로 크게 외쳐본다.

 오직 마음속으로만...

 그런 얘기를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일주일간 식탁에는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마지못해 출근을 한다.

 움직이고는 있지만 정신과 몸이 아직 완전히 깨진 않았다.

 코로 들어오는 뜨거운 공기가 기도를 넘어 폐로 들어온다.

 습식사우나에서 마냥 나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 내가 적응해야만 한다.

 명치 바로 윗부분 부분부터 답답함이 꾸욱하고 가슴을 짓누르며 올라온다.

 만성식도염이다.

 짜증은 덤이다.

 

 죽겠네.

 

 버스를 타러 간다.

 아직 3분정도 여유가 있지만, 혹시나 간발의 차이로 놓칠까 하는 강박에 걸음을 재촉한다.

 이마랑 등에서 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왼쪽으로 50여 미터 떨어져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저 멀리 사람들이 뭔가를 둘러싸고 모여 있다.

 

 뭐지?

 

 궁금증에 나도 무리에 끼어본다.

 

 오, 쓋!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를 안아 올리려 한다.

 아이는 축 늘어져있다.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이다.

 한 젊은 여성이 핸드폰을 잽싸게 꺼낸다.

 119에 신고하려나보다.

 역시, 요새는 젊은 여성들이 가장 정의롭다.

 

 “찰칵”

 

 ??!

 

 미친... 페이스타그램에 올리려고 찍었나보다.

 아무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누군가 하겠지...... 나라도 해야 하나...... 괜히 이런데 얽히는 건 싫은데...

 

 사람들이 나를 쳐다본다. 여기 젊은 남자는 나뿐이라 그런 것 같다.

 그들은 이미 눈빛으로 나를 혼내고 있다.

 곧 눈에서 레이저라도 쏠 기세다.

 

 아 쉬바...... 지들도 아무것도 안하면서...... 그래, 내가졌다.

 

 용기를 내본다.

 

 “119 불러드릴까요?”

 

 휴대전화를 꺼내면서 아이 엄마에게 물어본다.

 

 “아, 괜찮아요, 부르지 마세요...... 저희 애가... 원래 조금 이래요. 괜찮습니다.”

 

 아이 엄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린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집에서 편하게 입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회색 원피스 그 위로 대충 걸치고 나온듯한 흰색 카디건, 창백한 피부,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 뒤로 한번 질끈 묶은 길고 검은머리, 그리고 이 상황에 전혀 당황한 기색 없는 무표정한 얼굴...

 이것들이 어우러져 조화인지 부조화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만든다.

 뭔지 모를 위화감이 이 아침 습한 공기에 떠 있다.

 그녀는 축 쳐진 아이를 안더니 아파트단지 입구로 슬슬 걸어간다.

 나랑 같은 아파트 단지 쪽이다.

 우리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나 보다.

 아이가 쓰러졌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너무 느긋하다.

 아니, 엄마는 맞는 걸까?

 그녀의 해괴한 여유가 찝찝하다.

 

 어느새 버스가 와있다.

 눈빛으로 나를 혼내던(정작 지들은 아무것도 안하던 쉐리들) 사람들은 이미 버스에 타 있다.

 

 쉬바, 순간이동 능력자들인가? 분명 조금 전까지 여기 있었는데...

 

 버스에 오르면서 갑자기 아침에 있을 회의가 떠오른다.

 잠시 잊고 있었던 짜증이 다시 명치 쪽을 압박하면서 조금씩 올라온다.

 성부장 개놈쉐리...월요일 아침부터 쓸데없는 회의를...

 성부장... 아주 훌륭하신 분이다.

 공은 본인에게, 책임은 부하에게 아낌없이 베푸시는 아주 훌륭하신 분이다.

 오늘 아침 회의도 윗분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오로지 그 목적만을 위한 회의다.

 사장님이 임원들과 새벽회의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어디서 쥐새끼처럼 듣고 와서는, 혹시나 사장님께서 우리팀을 지날 때 ‘우리 팀은 아침부터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어필할 목적인게다.

 왜 윗사람들은 저런 십상시같은 놈을 좋아할까? 쉬바 다 똑같은 부류라서 그런가?

 회의 안건? 개뿔. 기껏 해봐야 2/4분기 원가가 어떻다는 둥 매출이 어떻다는 둥 이미 한 달도 지난 얘기 조금 하다가 법인카드 사용할 이런저런 구실 만들고, 오늘 점심 뭐 먹을까나 정하겠지. 그리고 결국 성부장 지가 좋아하는 청국장으로 정하겠지. 그러다가 임원들 회의 끝나면 아무 임원한테 붙어서 존나 심각한 듯 인상 팍 쓰고 “상무님 모닝 담배 피우셨습니까?” 이 지랄하면서 아침에 일찍 나왔다는 거 생색이나 내겠지...

 아오 쉬바. 밉상쉐리....

 그 쉐리의 보여주기에 내가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짜증난다.

 

 아낌없는 냉방으로 버스 안이 시원하다. 이토록 은혜로운 에어컨을 틀어주시는 버스기사님은 아마 공자님 다음으로 훌륭한 인격자임에 틀림없다.

 

 버스가 집보다 낫구만...

 

 나의 마그마같던 분노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금세 사그라든다.

 나는 어찌 이리 단순한 일들에 일희일비하는가...

 나도 이런 내가 어이없지만. 이게 나다.

 이렇게 인간이 간사하고 멍청한 존재인가보다.

 쉬바, 설마 나만 이런 건 아니겠지?

 

 조금 전에 있었던 아이와 엄마의 기이했던 일은 모래사장 위 쓰여진 기억처럼 ‘일상’이라는 시시한 파도 두어 번에 지워지고 말 것이다.

 죽기 전에 나는 단 한번이라도 이 일을 떠올릴 수 있을까?

 

 

 

 3.

 

 일요일이다. 여전히 덥다.

 오전인데 벌써 33도다.

 두 살 된 딸은 이 더위에도 에너지가 넘친다.

 놀이터로 나가자고 보챈다.

 다행히 놀이터의 반은 아파트 그늘에 잠겨있다.

 더워서인지 다른 아이들은 한 명도 없다.

 이 더위에 밖에 있는 내가 비정상이지.

 딸내미는 나를 놀이터 여기저기로 끌고 다닌다.

 시소, 그네, 놀이터 한 켠에 있는 모래밭.

 아오 덥다...

 딸이랑 놀이터 구석에 있는 정자에 앉는다.

 자기도 이제 더운가보다.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간다.

 맨날 보던 그 고양이다.

 검은색과 갈색, 흰색 얼룩무늬 고양이.

 최근에 새끼 낳은 것 같았는데... 새끼들은 어디 안전한 곳에 뒀나보다.

 

 “하진아, 저기봐! 고양이다! 야옹~!”

 

 딸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오직 땅바닥을 쏘다니는 개미만이 딸의 관심사다.

 고양이가 잠시 멈춰 이쪽을 한번 본다.

 그리고는 그냥 또 무심히 떠난다. 언제나처럼.

 고양이가 사라졌던 그 길로 한 남자아이와 엄마가 놀이터 쪽으로 온다.

 저 꼬마 녀석도 에너지가 넘치나보다.

 

 낯이 좀 익은데?

 

 아, 며칠 전 정류장에 쓰러져있던 아이와 엄마다.

 저만할 때는 엄마랑 잘 안 놀고 친구들이랑 놀 나이인데...

 

 남자아이는 혼자 미끄럼틀에 그네에 신이 났다.

 아이 엄마가 우리가 있는 정자에 와서 앉는다.

 

 “아우 예뻐라, 아이가 몇 살이에요?”

 “아, 22개월 됐어요.”

 “한창 귀여울 때네요.”

 “아, 네.”

 “이름이 뭐에요?”

 “하진이요”

 “하진아 안녕?”

 

 딸은 여전히 개미만을 보고 있다. 딸은 조만간 개미의 언어를 통달할 것만 같다.

 

 “이 아파트 사시나 봐요?”

 “네. 104동이요.”

 “저는 여기 108동 살아요.”

 

 108동은 한 층이 2가구 밖에 없는 넓은 평수만 있는 동이다.

 

 부잔가?

 

 아이 엄마의 수수함이 갑자기 절제와 검소의 미덕으로 미화되어 보인다. (그래 나는 속물이다.)

 다크써클 약간. 다소 큰 눈.

 여전히 화장기 없고 창백한 얼굴.

 힘없는 나뭇가지마냥 길고 얇은 팔.

 처음 봤을 때와 한가지인 뒤로 대충 묶은 검은 머리. 회색 민소매 원피스.

 하지만 의도된 수수함이라기보다는 뭐랄까... 체념? 의욕상실? 여하튼 그런데서 기인하는 수수함처럼 느껴진다.

 

 “아이는 좀 괜찮나요?”

 “네?”

 “얼마 전에 요 앞 정류장 앞에서 쓰러져서 안고 가셨잖아요. 그때 저도 거기 있었거든요 119에 신고하려고 했던...”

 “아, 그분이시구나. 네, 괜찮아졌어요.”

 “다행이네요. 아이가 어디가 안 좋은가요?”

 “......”

 

 말이 없다. 아차, 뭔가 실수한 것 같다.

 쉬바, 괜한 오지랖이었다.

 쉬바, 머쓱하다.

 이놈의 주둥이는 청테잎으로 봉인해서 밥도 주지 말고 오십년에 한마디씩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평생 동안 두 마디만 하고 뒤지게 말이다.

 

 또 묘한 위화감이 든다.

 

 “털썩”

 

 소리가 난 곳을 본다.

 모래밭에 그 남자 아이가 쓰러져있다.

 열사병인가?

 나는 한걸음에 모래밭으로 달려가서 아이를 살핀다.

 아이 엄마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느릿느릿 걸어온다.

 

 “아, 괜찮아요. 별거 아니에요.”

 “...... 그래도 애가 쓰러졌는데......”

 

 이번에는 확신이 든다.

 이 여자는 아이의 친엄마가 아니다. 그리고 무언가 다른 목적으로 이 아이를 데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분명 재산을 노리고 재력가인 애 딸린 이혼남에게 접근해서 결혼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쉬바 뭔가 알 수 없는 무색무취의 뭔가를 애한테 먹이고 있는 게다. 그리고 남편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쉬바 어쩌지? 아까 오지랖 부렸는데... 나를 가만히 둘까? 어쩐지 아까 나한테 어디 사는지 물어보더라니... 이사가야하나?

 

 그녀는 아이를 안아 정자 그늘로 데리고 온다.

 여전히 느릿느릿하다.

 아이를 눕혀 무릎베개를 해주고 가져온 부채로 아이에게 부채질을 한다.

 

 “......”

 

 싸한 느낌이 든다. 나의 직감이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다.

 여전히 개미에 정신이 팔려있는 딸아이를 얼른 안는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뜨고 싶다.

 쉬바, 도망가야 하는데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 별거 아니에요. 그냥 잠든 거 에요. 아이가 기면증이 있어서요.”

 

 ...기면증? 뭐지?

 

 안도와 궁금증이 공존하는 내 표정을 읽고 아이 엄마가 말을 잇는다.

 

 “갑자기 잠드는 병이에요. 시도 때도 없이... 잠이 밀려오는데 그걸 참을 수가 없는 거래요. 그래서 이래요. 일상생활도 쉽지 않고요.”

 

 해탈한 듯 툭 내뱉는 말에 수년간 쌓여온 듯한 피로감이 가득하다.

 맘고생이 꽤나 심했나보다.

 

 “아. 그래서......”

 

 오해를 했다.

 내 부끄러운 망상이 민망하기 그지없다.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보다.

 위화감이 확 걷힌다.

 위로의 말을 떠올려본다.

 긴장이 갑자기 풀린 탓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뇌에 블루 스크린이 뜬 느낌이다.

 젠장.

 어영부영하다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어색함이 감돈다.

 

 “지~잉.”

 

 핸드폰이 울린다.

 아내다. 맙소사... 아내의 전화가 반가울 때가 있다니...

 

 “어, 여보.”

 “안더워? 얼렁 들어와. 들어와서 애기랑 씻고 밥먹어.”

 “어. 응, 바로 들어갈게.”

 

 전화를 끊는다.

 

 “애기 엄마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고 해서요. 먼저 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애가 얼른 건강해졌으면 좋겠네요.”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아가야 안녕~”

 

 딸이 그녀에게 손을 흔든다.

 목례를 한 번 더 하고 아이와 집으로 들어온다.

 더운 날씨 탓인지, 긴장한 탓인지 땀과 옷과 살이 하나가 되어 있다.

 옷을 벗다가 머리 없는 귀신이 되어 한참을 옷과 씨름을 한다.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나를 보고 있다.

 그래도 러닝셔츠를 입을 수는 없다.

 이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다.

 아저씨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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