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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죽음이 살고 있다.
작가 : 꽃잎그늘
작품등록일 : 2019.10.30

어느날 벌어진 살인 사건.
그 살인의 과정에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끼어 있다.

형사 여운은 평범해 보이는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존재와 접촉하여 은밀한 거래를 하게 되는데...

 
1화. 인도자
작성일 : 19-10-30 09:09     조회 : 375     추천 : 0     분량 : 4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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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인도자

 

 눈 내린 골목. 한 여자가 속옷만 입은 채 골목의 입구에 서있었다.

 밤새 내린 눈이 창백하게 쌓여 있었다. 붉은 입술을 통해 뿌연 입김을 끊임없이 뱉어내는 그녀는, 공포에 가득 찬 표정으로 멈춰 있었다.

 

 탁!

 

 뒤에서 달려온 남자가 그녀의 손을 빠르게 낚아챘다.

 다부진 체격을 가지고 있는 그 역시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칼날 같은 바람이 세차게 불어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여자의 손목을 움켜쥔 남자가 다급히 소리쳤다.

 

 “빨리!”

 

 반쯤 넋이 나간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남자는 급히 골목길을 내달렸다.

 그들의 어깨 너머로 또 다른 남자가 보였다. 눈이 반쯤 뒤집어 진 채 두 사람을 뒤쫓는 그는, 눈이 반쯤 뒤집어진 상태였다.

 깡마른 체구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30대 중반의 남자, 의찬이었다.

 깨끗한 눈 위에 점선 같은 발자국을 남기며 달리던 두 남녀는 얼마 가지 않아, 우뚝 발을 멈췄다.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벽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왼쪽도, 오른쪽도 뚫려 있는 곳은 없었다. 길이 있다면, 지금까지 도망쳐 온 그 길을 되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어, 어떡하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던 남자는 재빨리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의찬은 그들의 등 뒤까지 바짝 쫓아와있었다.

 씩씩거리며 서있는 그의 손에는 서슬 퍼런 식칼이 쥐어져 있었다.

 

 “이런 씨벌 년놈들이…… 도망을 가?”

 

 관자놀이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슥 훔친 의찬은, 눈앞에 있는 것은 뭐든 찢어발길 기세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을 마주 본 두 남녀는 비로소 추위를 느꼈다. 땀으로 흠뻑 젖어 있는 팔 다리 어깨 무릎 복부 위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갔다.

 남자가 의찬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서며 힘겹게 입을 뗐다.

 

 “저…… 그쪽 입장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말로 합시다. 네?”

 “말로 하니까 도망갔잖아!”

 

 버럭 내지르는 의찬의 목소리에,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 멈춰 섰다. 그리고 그의 눈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쪽이 갑자기 쫓아오시니까…….”

 “네가 내 애인이랑 여관에 들어가는 걸 봤는데, 지켜보고만 있어?!”

 “아니, 저는 이 여자 분이 그쪽 애인인지 모르고…….”

 “오빠! 왜 그래…… 그게 내 직업이잖아. 칼은 또 왜 들구 있어. 내려 놔. 오빠 그런 사람 아니잖아. 응?”

 

 슬쩍 눈치를 보는 남자가 못 미더웠는지,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던 여자가 급히 끼어들었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여자의 눈동자를 보자, 의찬의 가슴 속에 불같이 타오르던 분노가 누그러 들었다. 그가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데?”

 “칼 들고 있는 사람.”

 

 여자는 심각하고 진지하게 한 대답이었다. 그가 칼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공포스럽고 무서웠다. 그래서 그냥 눈앞에 보이는 대로 말한 것뿐이다.

 하지만 왜일까, 옆에 서있던 남자는 그녀가 시덥잖은 농담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만.

 

 “큽!”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마치 딸꾹질처럼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왜 그런 상황에서 그런 식의 웃음이 터져 나왔는지, 남자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죽을 때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런 씨벌, 웃어?!”

 

 웃음의 대가는 치러졌다. 의찬의 손에서 살벌하게 번쩍이던 식칼이, 남자의 배를 향해 시퍼런 날을 쑤셔 박았다.

 

 푹-

 

 “윽!!”

 

 포대 자루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남자의 몸이 격하게 오그라들었다.

 눈 위로 고꾸라진 그의 복부에서 붉은 핏물이 꽃잎처럼 번져 나왔다.

 의찬이 엎어진 남자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 후, 손에 쥔 식칼을 그의 몸에 쉬지 않고 찔러 넣었다.

 

 “또 웃어봐! 어? 웃어! 웃어! 웃으라고!”

 

 한 마디를 할 때마다 한 번씩, 의찬의 손에 쥐어진 칼날은 남자의 몸을 파고 들었다가 다시 빠져 나왔다.

 그 때마다 남자의 몸에서는 붉은 핏물이 활화산처럼 솟구쳐 올랐다.

 핏물은 하얀 눈을 붉게 적시며 녹아내렸다. 녹아내린 눈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저렇게 찌르면서 어떻게 웃으라고 할 수 있을까. 얼굴을 가린 여자의 손가락 사이를 타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벌집처럼 엉망이 된 남자의 몸이 다시 눈 위에 처박히는 장면을 보자, 가슴 속에 첩첩이 쌓여두었던 공포심이 무너져 내렸다. 여자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쏟아져 나왔다.

 

 “꺄아아아악!!!!”

 

 주변에 있는 것들을 날카롭게 긁어내는 소리였다.

 의찬은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기절할 듯 초음파를 뿜어내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닥쳐.”

 

 조용한 한 마디에 여자의 비명 소리가 뚝 그쳤다. 대신 달달달 떨리는 이빨이 연신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의찬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여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피 범벅이 된 식칼을 바닥에 툭 꽂아 넣었다.

 

 “지윤아…… 연지윤…… 우리 왜 이렇게 된 거니. 응?”

 

 피투성이가 된 의찬의 손이 여자의 뺨을 어루만졌다.

 연지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불과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찬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사창가의 붉은 조명 아래,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랬다. 그래서 날마다 그녀를 찾아갔고, 섹스를 했다.

 지윤 역시 의찬을 사랑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의찬을 볼 때마다 지어보이던 웃음이 그 사실을 말해줬다. 가끔씩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가 확신을 줬다.

 그래서 의찬은 결심했다. 그곳에서, 그녀를 구해주겠다고.

 그런데 그녀가 배신했다. 다른 남자와 잠을 잤고, 심지어 ‘출장’까지 나갔다. 그러지 말라는 의찬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랬다. 그녀를,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앞에 있는 놈을 죽여 준 것뿐이다.

 의찬은 겁에 질려 있는 지윤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제, 반성 좀 했어?”

 “살려줘, 오빠…… 응? 살려줘…….”

 “그러니까, 반성은 좀 했냐고.”

 “바, 반성 했어…… 내가 앞으로 잘 할게. 응?”

 “정말, 잘 할 거야?”

 

 지윤은 울먹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신 이런 미친놈을 손님으로 받지 말자. 아니, 이 일을 그만 두자. 이 바닥을 향해서는 시선도 돌리지 말자. 씨발 그러니까 제발.

 파르르 떨리는 지윤의 얼굴을 살피던 의찬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눈 위로 그의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자신이 그녀를 무섭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좀 더 착하게 타이를 수도 있었는데…….

 그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사이, 지윤은 눈 위에 꽂혀 있는 식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빨갛게 얼어있는 손가락 사이사이로 눈이 녹아내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조금이라도, 도망갈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른다.

 지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킨 뒤 조심히 의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빠…….”

 

 의찬은 눈물을 닦으며 지윤을 바라보았다.

 

 “왜?”

 “나 죽일 거야?”

 “생각 좀 해보고.”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도망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지윤은 손에 한 가득, 눈을 쓸어 모았다. 그리고 의찬의 얼굴을 향해 힘껏 뿌렸다.

 영화에서 본 적 있다. 위기에 처한 악당이 주인공의 얼굴에 모래알을 뿌린 뒤, 달아나는 장면을.

 지윤은 악당이 되기로 했다.

 모래 대신 눈을 뿌리기로 했다. 그녀의 손에서 흘러나온 눈송이들은 의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바람에 날려 사라졌다…… 그 뿐이었다…….

 의찬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허공에서 반짝이는 눈가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

 

 지윤은 슬쩍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없다. 이대로 죽는 수밖에…….

 

 “으윽!”

 

 지윤의 온 몸을 지배하던 공포심이 좌절감으로 바뀌려던 그 순간, 옆에 쓰러져 있던 남자가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내며 꿈틀거렸다.

 순간, 의찬은 자신의 앞에 꽂혀 있던 식칼을 집어 들었다.

 

 “저 새끼 아직 안 죽었네?”

 

 마치 사형집행자라도 되는 양, 그는 남자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순간, 지윤은 자신의 코앞으로 뻥 뚫려 있는 길을 발견했다.

 좀 전에는 겁에 질려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지 못했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의찬이 남자에게 신경을 쏟고 있는 이 순간, 도망을 가려면, 그리고 죽지 않으려면, 이 순간 밖에는 기회가 없다!

 지윤은 망설이지 않고 일어났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길을 향해 달렸다.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서는 의찬의 몸을 힘껏 밀어냈다.

 성과는 있었다.

 의찬의 발이 쓰러져 있는 남자의 몸에 걸려 넘어졌다.

 

 “씨발년!”

 

 반사적으로 집어든 식칼은 눈에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허겁지겁 칼을 집어든 의찬은, 누군가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아래를 쳐다보았다.

 남자의 손이었다. 그의 뻣뻣한 손이 의찬의 바짓단을 꼭 쥐고 있었다.

 의찬은 신경질적으로 그의 손을 떼어낸 뒤, 골목길의 끝을 바라보았다. 지윤은 이미 대로변을 통해 사라진 후였다.

 

 “이런 씨벌놈이!!!”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의찬은 죽어가는 남자를 바라보며 그의 몸을 향해 사정없이 칼질을 시작했다.

 이미 숨을 거둔 남자의 몸은, 의찬이 칼날을 내지를 때마다 꿈틀꿈틀 움직였다.

 남자의 시선이 푸른 하늘을 향했다.

 그냥 외로웠을 뿐이다.

 그래서 돈을 주고 섹스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창가의 붉은 조명 아래에 있던 지윤이 마음에 들었고, 그녀를 선택한 것뿐이다.

 숨이 멎어가는 남자의 머리맡에, 꽃 한 송이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민들레의 모양을 하고 있는 그 꽃은, 새까만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하얀 눈 위에 펜으로 그린 그림처럼, 까맣게 핀 민들레는 금방이라도 불어오는 바람에 꽃씨를 날릴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죽어도 꽃이 핀다 (부제: 죽음을 안내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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