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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아내의 살 떨리는 고백
작가 : 화휘
작품등록일 :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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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 3년마다 남편을 죽일 수 있다는
아내의 살 떨리는 고백을 들은 남자가
이혼을 거부하고 자기를 죽일 수 있는 아내와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스릴러

 
1. 이제 죽는 건가? 이 가련한 나이에?
작성일 : 19-10-21 15:20     조회 : 409     추천 : 0     분량 : 8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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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살 떨리는 고백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명호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고가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저 흔하게 일어나는 단순한 접촉사고라고 믿고 있었다.

  접촉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차는 차도를 살짝 벗어나 인도 위로 올라가려다 은행나무를 들이 박았다. 차에 옆구리를 다친 은행나무는 살짝 몸을 떨더니, 누런 은행과 잎들을 창유리에 우두둑 떨어뜨렸다. 잘 익은 은행들이 차 유리창으로 떨어지면서 누린내가 진동했다.

  똥내를 맡으며 조수석의 명호는 생각했다. 곧 겨울이 오겠구나 라고.

  “으흠.”

  명호의 신음소리가 아니었다. 운전석에 앉은 준석의 소리였다.

  은행나무 옆구리를 박은 신형 외제차처럼 잘 빠진 준석 얼굴은 고통으로 심하게 일그러졌다.

  “괜찮아?”

  명호는 대뜸 준석에게 반말이었다.

  명호와 준석은 인척관계였다. 운전석에 준석은 사촌 처제 이은의 남편이었다.

  명호에게 준석은 동서였고, 준석에게 명호는 형님이었다.

  더구나 나이도 명호가 준석보다 여섯 살이나 많았기에, 고객임에도 명호는 준석에게 반말을 사용했다.

  “으흠. 으흠,,.”

  준석은 말 대신 연신 신음소리만 거칠게 몰아쉬었다.

  준석이 아픔으로 일그러져도 잘생김은 사라지지 않았다. 명호도 결혼 전에는 여자가 줄줄은 아니었지만 제법 인기깨나 끌었던 얼굴이었다. 세월이 흘러 아재가 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나름 봐줄 만한 외모였다.

  하지만 연예인처럼 잘 만들어진 준석 옆에 있으면, 명호도 그냥 중년의 키 큰 아저씨에 불과했다.

  그런 준석이 가슴에 손을 얹고 더욱 고통스러워했다. 급기야 고통으로 그는 의식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핸들에 눌렀다.

  빠아앙. 클락션 소리가 명호의 귀에 경고음처럼 울렸고, 그제야 그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다급해진 명호는 엎어진 준석 몸을 뒤로 재꼈다. 클락션 소리는 이내 끊어졌지만 준석은 의식이 여전히 없었다.

  “준석아. 준석아.”

  아무리 흔들어도 준석의 감긴 눈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명호는 순간 움찔했다. 어릴 적 돌아가신 할머니의 몸에서 느낀 차가운 죽음이 손으로 느껴졌다.

  순간 놀란 명호는 준석 몸에서 손을 급히 떼어냈다. 그는 한참을 준석을 바라보다 침을 꼴깍 삼켰다. 준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기 위해 머리를 준석의 가슴으로 가져다 되려다 다시 움찔했다.

  저건 또 뭐지?

  준석의 가슴으로 안개가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꿈틀거리는 검은 안개였다. 그것은 다른 색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검은색이었다.

  명호는 눈에 힘을 주고 다시 그 검은 꿈틀거리는 걸 응시했다.

  그는 자신이 보는 걸 가끔 의심해야했다. 늦은 나이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느라 눈을 혹사한 탓에, 남들보다 빨리 심한 노안에 시달렸다. 새벽에 딸 민나를 보고 귀신이라 착각해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다.

  그 큰 실수 후,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것에 더욱 신중해졌다.

  더구나 망막변성 초기라는 진단까지 받은 후로는 자기 눈에 비치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는 확인해 또 확인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확인해 확인을 해 봐도 변한 게 없었다. 준석 가슴 위로 구름처럼 검은 안개가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마치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듯이.

  명호가 눈을 비비고 왼쪽 눈을 가리고 오른쪽 눈을 가리고 쳐다봐도, 준석 가슴에 검은 안개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또렷해졌다.

  근데 저건 또 뭐야?

  검은 안개 속에는 긴 막대기 같은 게 박혀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던 명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화살?”

  준석 가슴에 박힌 건, 진짜 화살이었다. 막대기라고 생각했던 건 화살대였고 화살대 끝에는 날개처럼 희미한 깃도 있었다.

  처음엔 화살 전체도 안개도 검은색이라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검은 안개는 화살을 중심으로 위성처럼 움직였다.

  명호는 일단 안심했다. 자기 눈에 비치는 게 가짜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 순간 갑자기 사라졌다. 갑자기 준석 가슴에 있던 화살과 안개가 순식간에, 한순간 자취를 감췄다.

  명호는 다시 심한 혼란에 빠져 얼굴이 일그러졌다. 화살이 진짜인지 아니면 자기 눈이 만들어 낸 허상인지 알 수 없었다.

  명호의 혼란은 준석이 의식을 찾자 금세 사라져버렸다.

  “으음...”

  준석이 가늘게 눈을 떴다. 명호는 기쁜 마음에 대뜸 소리가 높아졌다.

  “준석아. 정신 들어? 가슴은 어때?”

  의식은 찾았지만 준석은 말도 못한 체 얼굴을 구긴 체 고통스러워했다.

  “119에 전화 할 테니까 잠깐만... 아니다. 아니.”

  핸드폰을 다시 잠바에 집어넣은 명호는 조수석 문을 열고 차 밖으로 나갔다. 운전석 문을 연 명호는 준석의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

  “다남초등학교 끼고 돌면 새로 연 다남병원이 있어.”

  명호 뒤로 5층짜리 건물 벽에 ‘다남초등학교’라는 글씨가 보였다.

  “구급차 기다리느니 내가 가는 게 빠르겠다.”

  명호는 준석을 안기 전에, 팔에 힘을 넣기 위해 차를 잡고 팔굽혀 펴기를 두세 번 실시했다. 팔에 힘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자, 그는 준석과 운전석 사이에 손을 집어넣곤 준석을 바짝 들어올렸다.

  “으아악.”

  생각보다 무거운 준석 때문에 명호는 자신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준석을 든 명호의 몸은 잔뜩 힘이 들어갔고 얼굴은 터질 듯 금세 붉어졌다.

  준석을 들었을 뿐인데 명호는 힘이 바닥난 기분이었다.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했지만 사람 목숨이 달렸기에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으아아아악.”

  준석을 팔로 안은 명호는 괴성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는 명호의 얼굴은 더욱 붉어졌고 괴성은 더욱 커져갔다. 힘들어 헛구역질이 나올 거 같았고 이마의 핏대는 터질 듯 튀어나와 팽팽했다. 더구나 흰자위는 실핏줄이 하나둘씩 터져 더욱 붉어졌다.

  그럼에도 명호는 쉬지 않고 달렸다. 걸을 수 없었다. 걸으면 이대로 바닥에 주저앉을 거 같아서였다.

  달리고 달려, 다남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명호는 준석을 의료진에게 던져주곤 그만 바닥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는 더위 먹은 개처럼 입을 벌리고 혀를 늘어뜨린 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명호는 반쯤 정신이 빠진 사람처럼 초점 없이 응급실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얼굴은 붉은 끼가 모두 사려졌지만, 핏줄이 터져버린 눈은 여전히 붉었다. 그는 한 시간 전보다 십 년을 더 늙어보였다.

  퀭한 눈으로 그는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힘을 다 써버려 졸음이 쏟아졌다.

  목이 마른 명호는 입을 쩝쩝대며 일어나 정수기로 걸어갔다. 일회용 작은 물컵으로 세 번 정도 물을 받아 마시고 나서야 목마름도 가라앉았다. 그는 힘이 빠진 팔을 축 늘어뜨린 체 흐느적거리며 아까 자리로 돌아가 축 늘어졌다.

  오늘 준석이 명호를 찾아온 건, 새로 이사할 집을 보기 위해서였다.

  준석은 아기를 낳고 기를 집으로, 마당이 있는 주택을 원했다.

  공인중개사인 명호는 근사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자, 서둘러 준석에게 오라고 재촉했다.

  주택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나온 탓에, 다른 부동산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터라 급박한 상황이었다.

  아까 명호과 준석은 그 주택을 보러 가는 중이었다. 근처에 다남초등학교가 있어 차는 겨우 시속 20킬로도 안 되는 느림보로 가고 있었다.

  조수석에 있던 명호는 핸들을 잡고 있는 준석 손목을 대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준석 손목엔 번쩍거리는 롤렉스가 명호를 유혹했다.

  “처제는 집을 구하는 거 알지?”

  “아뇨. 아직 말하지 않았습니다.”

  준석 목소리는 중저음으로 호감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준석은 잠시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집 계약하면 그때 말하려고요.”

  “서프라이즈? 이런 곤란한대. 자네 같이 이벤트맨들 때문에 나 같은 일반 사람들이 욕먹는 거야.”

  명호는 툴툴거리며 여전히 롤렉스에 눈을 떼지 않았다.

  “시계...좋아 보이네. 나 한번 차 봐도 되나?”

  준석은 말 대신 핸들을 잡고 있는 오른손을 명호에게 내밀었다.

  명호는 들떠 얼른 준석 팔을 덥석 잡고 명품시계를 풀렸다.

  그때였다. 느린 속도로 달리던 차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은행나무를 받았다.

  하도 경미한 사고라 에어백도 터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준석은 심한 통증을 느끼고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 잠깐이었지만.

  명호는 화살을 다시 떠올렸다. 준석 가슴에 박힌 검은 안개에 쌓인 화살.

  “말도 안 돼. 요즘 시대에 무슨 화살이야.”

  더구나 그 화살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명호는 머릿속에서 화살을 털어내려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준석은 매년 3회 이상 마라톤대회에 나가는 운동마니아였다. 그런 준석이 의식을 잃자 명호는 적잖이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는 손으로 자기 옆구리를 집어보았다. 두툼한 지방덩어리가 만져졌다.

  “오늘부터 다이어트다.”

  결의를 다지는 순간, 명호에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민나아빠.”

  고개를 돌려 보니, 명호의 아내 다연이었다. 긴 머리를 깔끔하게 묶은 모습은 단아했고, 살짝 화장을 한 얼굴은 아름답기보다는 기품이 느껴졌다.

  그에 반면 다연이 부축임을 받는 처제 이은은 화려했다. 얼굴은 다연과 비슷했지만, 이목구비가 더 뚜렷했고 화장도 진했다.

  더구나 명품인 노란색이 가미된 원피스와 파란색 높은 하이힐은 그녀를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다.

  병원 안 모든 시선이 한순간 이은에게 쏠릴 정도였다.

  오늘 명호의 부인인 다연은 사촌 여동생인 이은과 병원에 있었다. 이은은 결혼한 지 3년 차지만 아기 소식이 없었다. 혼자 산부인과에 가는 걸 부끄러워 한 이은은 남편 준석을 대신해 사촌 언니 다연과 동행했다.

  처제. 산부인과를 저렇게 차림으로 간 거야?

  명호는 산부인과마저 명품을 걸치고 간 처제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그에 비해 다연은 검은색 긴 코트를 걸치고 옅은 화장을 한 깔끔한 그 자체였다.

  다연은 처제의 코트를 든 체 쓰러지기 일보직전인 처제까지 묵묵하게 부축이며 오고 있었다.

  남편의 사고소식을 들은 이은의 낯빛은 창백하다 못해 핏기가 하나 없었다. 그녀는 말도 없이 형부인 명호를 쳐다봤다.

  처제의 꽉 다문 입술이 떨리는 게 보이자 명호는 자기 탓도 아닌데 괜히 미안한 맘이 들었다.

  “준석이가... 아직 의식이 없네. 처제.”

  이은의 눈에서 순식간에 눈물이 뚝 떨어졌고 명호는 당황해 눈만 끔뻑거렸다.

  그걸 놓칠 리 없는 다연이었다. 그녀는 눈에 힘을 주며 남편을 쳐다보자, 명호는 재빠르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농담이야. 처제. 준석이 잠깐 의식 잃었지만 지금은 아주 말짱해.”

  이은은 형부에게 눈 흘릴 세도 없이 눈물을 훔치며 응급실로 뛰다시피 걸어갔다.

  다연은 나무라듯 남편 명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명호는 뻔뻔했다.

  “괜찮으니까 장난한 거지. 죽게 생겼으면 하겠어?”

  명호는 다연에게 볼멘 목소리로 연신 투덜댔다.

  “준석이 아주 말짱해. 그렇게 말짱할 줄 알았다면, 내가 안고 뛰지도 않았다고.”

  억울한 명호는 벌겋게 변해 버린 눈을 크게 뜨며 아내 다연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핏줄이 죄다 터졌어. 허리는 조만간 수술 들어갈지 몰라. 이걸 어디다 청구하나.”

  “잘 했네. 고생했어.”

  다연은 명호에게 칭찬을 하나 먹으라는 듯 던져주곤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그런 다연을 명호가 불러 세웠다.

  “어디 가?”

  “이은이 혼자 둘 순 없잖아. 늦을 수도 있으니까, 민나 오면 같이 저녁 먹어.”

  명호는 내심 싫어하며 되물었다.

  “내가 저녁 차려 먹으라고?”

  “아니면 초등 5학년 민나 시키던가?”

  명호는 여전히 징징거렸다.

  “준석이 진짜 괜찮다니까.”

  다연은 짧은 한숨을 쉬곤 익숙하게 남편을 달랬다.

  “알았어. 제부 괜찮으며 바로 갈게.”

  “민나엄마. 잠깐만.”

  다연은 남편의 말을 무시하곤 쌩하니 응급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준석이 지금 거기 없어. 검사 받으러 갔다고.”

  명호는 알려주려 응급실로 들어가려다가 막 나오던 간호사와 딱 마주쳤다.

  간호사는 명호를 아는 듯 사무적으로 충고했다.

  “아까 자신은 보호자 아니라고 하신 분 같은데요?”

  명호는 준석 보호자냐고 묻는 간호사의 물음에, 보호자가 오고 있다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보호자 왔습니다. 저는 그 보호자 동행, 제 부인한테 중요한 걸 물어봐야 해서요.”

  “핸드폰으로 연락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병원 규칙상, 보호자이외엔 응급실 출입을 불허하고 있습니다.”

  “잠깐 말만 전하고 나올 겁니다.”

  응급실로 들어가려는 명호 앞을 간호사가 다시 재빨리 막아섰다.

  “사람 부를까요?”

  간호사의 단호함에 명호는 되돌아가면서 점퍼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간호사가 발길을 옮기자 눈치를 살피던 명호는 재빨리 응급실로 발을 들여놓았다.

  명호는 응급실 안을 살피며 투덜댔다.

  “저녁을 왜 안 말해 줘. 뭘 해 놨는지 알아야 차려 먹을 거 아냐.”

  명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저녁메뉴였다. 그에겐 저녁메뉴가 준석이 검사실에 있다는 것보다 더 중한 문제였다.

  응급실 안은 여전히 지독한 약품냄새로 코가 얼얼할 정도였다.

  명호는 아내와 처제를 곧 발견했다. 그녀들은 침대를 살피며 없는 준석을 찾고 있었다.

  명호는 혀를 차며 우쭐했다.

  “그러니까 내 말을 다 듣고 갔어야지.”

  그는 자신을 보지 못한 아내와 처제에게 살금살금 접근하던 찰나, 아까 마주친 간호사가 들어오는 걸 보고 기겁했다.

  숨을 곳을 찾던 그는 급히 비어 있는 침대로 가 커튼을 쳐 버렸다. 그리곤 침대에 앉아 발까지 들고 완벽한 위장을 하려했다.

  “간호사님. 방금 응급실로 들어온 젊은 남자를 찾습니다. 환자 이름은 이준석이고 저희는 보호자입니다.”

  다연의 차분한 말에 간호사는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준석 환자분은 보조원과 함께 검사실에 가셨습니다. 곧 검사 마치고 오실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간호사는 명호가 숨은 침대 바로 옆 침대로 그녀들을 안내했다.

  간호사가 멀어지는 걸 확인한 명호는 들었던 발을 바닥에 놓고 일어서려 커튼을 손으로 잡았다.

  “내가 죽이려고 했어.”

  처제 이은의 목소리였다.

  “언니. 내가 준석씨를 죽이려고 했다고... 흑흑흑.”

  처제 말투엔 죄책감이 들어 있었다.

  다연은 사촌 여동생을 안타까워하며 위로했다.

  “사고야. 그냥. 너 잘못이 아냐.”

  “아니. 아냐. 내가 준석씨를 죽이려 한 거야.”

  여전히 침대에 엉덩이를 붙인 체 명호는 귀를 바짝 세워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이제 준석씨 어쩌지? 언니. 진짜 죽어버리면... 흑흑흑.”

  처제의 흐느낌은 처절했다.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명호는 의문이 조금 풀리는 듯 했다. 운동마니아인 준석이 쉽게 쓰러진 이유는 바로 처제때문이었다.

  근데? 처제는 준석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명호는 TV속에서 봤던 남편을 살해한 여자 살인마 얘기들을 떠올렸다.

  설마 처제가 약물을 주입한 거야? 청산가리는 아닌 거 같고... 니코틴?

  처제 말소리가 다시 들리자 명호는 더욱 귀를 바짝 세웠다.

  “형부가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정도의 경미했다고 했어. ...내가 화살을 날리지 않았다면, 준석씨는 병원에 있지 않았어.”

  화살?

  명호는 준석 가슴에 꽂혀 있던 검은 화살이 불쑥 생각났다.

  “언니... 내가... 내가... 화살을 날린 거라고.”

  명호는 놀라 침을 꿀꺽 삼키곤 바닥에 놓았던 발을 다시 들어 올렸다.

  그는 들지 말아야 할 걸 듣고 난 뒤라 기분도 찝찝했지만 준석을 위해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처제의 코맹맹이한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근데 언니. 형부 알고 있어? 비밀?”

  명호는 그 말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비밀? 내가 모르는?

  명호는 자신도 모르게 더욱 다리를 더욱 바짝 올렸다. 지금 들키면 비밀을 알지 못할 거 같아서였다.

  “...아니.”

  아내 다연의 말투는 낮고 심각했다.

  “진짜 형부는 전혀 모르는 거야?”

  “응. 전혀 몰라.”

  명호는 입이 바짝 바짝 말랐다. 어떤 비밀이기래 차분한 아내를 이렇게 심각하게 만들었는지 무섭기까지 했다.

  다연은 쓸쓸하게 대답했다.

  “말해야지. 이제... 말해야 될 거 같아.”

  “잘 생각 했어 언니. 이제 형부도... 진실을 알아야해. 아니면 준석씨처럼.”

  쿵.

  명호는 중심을 잃고 그만 침대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아픔도 잠시... 명호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아내와 처제의 눈길에 덜컥 겁이 났다.

  다연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닥에 있는 명호를 서늘하게 쳐다봤다.

  “당신, 어디까지 들을 거야?”

  아내의 서슬 퍼런 말에, 명호는 준석 가슴에 박힌 검은 화살을 퍼뜩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명호는 공포에 휩싸였다.

  나... 나... 이제 죽는 건가? 이 가련한 나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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