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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1
작성일 : 19-10-17 23:59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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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닥. 타닥. 불빛이 옅게 감도는 방 안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자가 매서운 눈빛으로 불빛 앞에 앉은 노파를 노려봤다.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도 끌끌 웃으며 장작 하나를 던졌다. 다시 화르륵 불길이 타올랐다.

 

 "그래서. 제대로 말 안 할 생각이야?"

 

  여자의 말에 노파는 끌끌 웃었다. 그녀를 농락하듯 비웃는 모습에 여자의 눈썹이 꿈틀한다. 그녀의 손길이 놓여있던 술잔으로 향한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힌 술잔이 산산히 부서져 떨어졌다. 노파는 웃던 얼굴을 굳히고 여자를 쳐다보았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아닙니다. 감히 제가 마마께 장난을 치겠습니까."

 "그렇다면 얼른 말해. 내 앞에서 감히 웃어?"

 

  차갑게 굳어 노려보는 눈을 보며 노파는 비소를 지었다. 참을성이 없는 우리의 마마님. 들어보십시오. 이것은 예언입니다. 모든 나라에 예언가 하나씩 있지 않습니까. 저는 다 죽어가는 노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언을 못하는 건 아니지요.

 

  아, 그리 노려보실 필요 없습니다. 모든 건 마마께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한 초석일 뿐입니다. 예언가들은 웬만해서는 예언을 입에 담지 않습니다. 이 예언이 멸망으로 가는 길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노파, 마마를 위해 지금부터 말씀 드리겠습니다.

 

  올해가 완전히 가시기 전에, 마마가 계신 나라가 모든 세상을 차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든 새들을 멸족시켜야만 하실 겁니다. 하나라도 남을 시, 을련국은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입니다.

 

 "뭐라?"

 "반드시 명심하셔야 합니다. 하나라도 남아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모든 새들이라. 하지만 모든 새들을 멸족시킬 수는 없지 않는가?"

 "아시지 않습니까. 단순한 '새'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은요."

 

  여자는 턱을 괴고 톡톡 두들겼다. 여자는 노파의 말의 의미를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을련국은 비정상적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어차피 탐욕을 가진 동물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더욱 더 몸을 불리기 위해 누군가의 것을 뺏어야만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완전히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멸족해야 한다는 말인가. 죽음의 길로 이끌어야 한다?

 

 "만약 하나라도 남아있다고 하면?"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없어질 겁니다. 을련국은 다시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고, 기록에 최악의 나라로 남게 될 겁니다."

 

  역사는 승자의 것입니다, 마마님. 새 하나로 인해 죽어버린 나라가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거라고 보십니까? 노파의 말에 여자는 입술을 까득 깨물었다.

 

 "그래. 어차피 죽이는 거야 어렵지 않지."

 

  여옥아! 그녀의 말에 문이 열리며 시종 하나가 허둥지둥 들어왔다. 당황했는지 눈을 굴려가며 주위를 살펴보다 차가운 여자의 눈빛에 납작 엎드렸다.

 

 "부, 부르셨습니까, 마마!"

 "지금 당장 소문 하나를 퍼트려야겠다."

 

  소문? 여옥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아름답게 올라간 눈꼬리가 팍 올라간다. 여옥은 다시 바짝 엎드려 물었다.

 

 "어, 어떤 소문 말씀하시는 건지요?"

 "나이야족이 멸망을 불러올 존재라고."

 "네?"

 "날개를 가진 종족은 천하고, 멸망을 불러오며, 불길한 존재란 소문을 내란 말이다. 알겠느냐."

 

  여옥은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마마는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목을 잘라내실 냉정하고 무서운 분이었다. 무조건 토 달지 말고 따라야 했다. 여옥이 나가자 그녀 또한 일어날 준비를 했다. 그때 노파가 말했다.

 

 "을련국은 비대해지고 강대해질 겁니다."

 "……."

 "마마께서 원하시는 대로 될 겁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탐욕에 빠져 그 어떤 것에도 뒤돌아보지 않는 나라가 될 겁니다. 노파는 그 말을 숨기고 씩 웃었다. 그녀는 그런 노파에게 슬쩍 눈길을 주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방 안은 모닥불 타오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

 

 

  아, 이것은 비극이로다. 불행의 씨앗으로 불린 나이야족은 처절한 외면과 사나운 질타로 인해 죽어갔다. 그들은 자신이 나이야족임을 숨기기 시작했다. 남들과 다른 날개와 눈동자를 감추고 다녔다. 허나, 어떻게든 그들을 속출하고 찾아내 하나 하나 죽여갔다.

 

  그러는 와중 을련국은 점점 강해지고 탐욕스러워졌다. 나이야족이 살던 아름답고 작은 섬을 부수고, 평화롭게 살던 작은 나라들을 집어삼켰다. 작고 힘없는 나라들은 없어지고 싶지 않아 속국을 자처했다. 을련국과 가장 비등하고 강대했던 금국은 패배와 함께 망국이 되어 사라졌다. 아, 결국 이 지상에 강한 을련국만이 남았다.

 

  나라가 사라진 망국민은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한 채 떠돌아다녔다. 을련국민에게 차별 당하고 억압 받는 그들만이 남았다. 그들은 더는 국민이 아니었다. 노예만이 남아있었다. 아, 이제 모든 것이 을련국을 위해서 돌아간다.

 

  하지만 그들마저도 모르는 작은 씨앗 하나가 있었다.

 

 '기억하거라, 아가야.'

 

  누구나 비운의 존재라고 부르며 손가락질 한 나이야족의 작은 씨앗. 그 아주 작은 씨앗이.

 

 '너는 나이야의 희망이란다. 살아남으렴.'

 

  짙게 베인 고통 속,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발톱을 감춘 작은 아이 하나. 자신의 종족이 죽어나가는 걸 두 눈으로 보고 누구보다 분노를 키웠을 작은 아이 하나.

 

 '반드시 너에게 축복이 올 거란다.'

 

  을련국은 그 작은 아이 하나를 놓쳤다. 작은 씨앗이 심어졌다. 을련국의 예언은 지금도 실행되고 있었다.

 

 

 *

 

 

  꽃이 흐드러지는 정자 안, 매화는 자신이 들고 있는 꽃을 조심스럽게 꽂았다. 어머니께 들었던 잔소리를 기억한 매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여자는 얌전해야 한다, 꽃꽂이를 하도록 해라, 수 놓는 게 어렵다고 하지 않았느냐. 연습을 하거라. 잔소리를 급격히 그녀에게 쏟아졌고, 듣기 싫었던 매화는 그 말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지금, 정자 안에서 그녀는 옆에 쌓인 꽃들 하나씩 들어 천천히 꽂았다. 딱히 예쁘진 않은데 말이지. 굳이 꼭 내가 이걸 할 필요가 있을까. 연습한다고 이게 느는 걸까. 이미 재능이 없으신 건 아시지 않나. 아버지와 오라버니랑 같이 사냥하던 시기가 가장 즐거웠는데. 매화는 한숨을 쉬며 벌러덩 누웠다.

 

 "아이고, 아가씨!!"

 

  아, 덕이다. 벌떡 일어나자 덕이가 시근덕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콧김 뿜는 모습이 얼마 전에 만난 황소와 비슷했다. 다리를 추스리고 자리에 앉은 매화는 코로 노래를 부르며 꽃을 꽂았다. 나 몰라라 하는 건 매화가 제일 잘 하는 일이었다.

 

 "아가씨, 그렇게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누우시면 안 된다구요!!"

 "미안해, 덕아. 하지만 지겨운 걸."

 

  어머니는 내가 이쪽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아. 하지만 덕아, 너도 보면 알지 않니. 이게 재능이 있는 자의 결과물일까? 꽃은 화병에 엉성하게 꽂혀있었다. 축 늘어진 꽃은 덤이었다. 꽃병에 시선을 둔 덕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요. 하지만 다 알고 있습니다."

 "무얼? 우리 덕이가 무얼 알고 있는 거지?"

 "아가씨가 대충 한다는 걸요!"

 

  빽- 소리 지르며 하는 말에 매화가 눈동자를 돌렸다.

 

 "그랬나?"

 "아니, 제가 다 압니다. 표정도 이렇게 지으시고!"

 

  덕이는 두 손을 들어 눈꼬리를 축 처지게 만들었다. 못생긴 만두 같았다. 이런 말하면 싫어하겠지. 매화는 애써 웃음을 숨기며 어깨를 으쓱했다.

 

 "손은 설렁설렁 움직이셨습니다!"

 

  꾸물꾸물 열손가락을 문어처럼 움직이는 덕이를 보며 기어코 매화는 빵 터지고 말았다. 아가씨!! 덕이는 붉어진 얼굴로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런 적 없단다, 덕아."

 "그러셨어요. 제발 부탁인데 정성을 다 해주십시오! 마님께 제가 혼납니다!"

 

  아이고, 우리 덕이. 그랬어? 달래듯이 대충 말한 매화가 옆에 있는 노란 국화를 꽂았다. 덕이는 환장하겠는지 이마를 짚으며 작게 신음했다. 제 말을 듣지 않을 아가씨인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심했다.

  덕이가 스트레스 받아가며 머리에 손을 대고 있거나 말거나 매화는 재미가 없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꽃 하나를 대충 옆에 꽂아내렸다. 역시나 어딘가 괴기하고 이상한 작품 하나가 완성되었다.

 

 "또 덕이를 고생시키고 있었느냐?"

 "오라버니?"

 

  매화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늘 늦으신다고 하신 분이 이리 기척없이 나타나셨다. 결 좋은 하늘빛 머리를 흔들며 제게 다가온 그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팔을 벌렸다. 매화는 그 모습에 후다닥 뛰어가 그에게 안겨들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오라버니."

 "나도 그렇단다, 동생아."

 

  매화의 수줍은 미소에 그녀의 오라버니, 하문은 부드럽게 껴안아주었다. 그의 부드럽고 넓은 품에 안겨 있던 매화는 그의 뒤에 서있는 남자의 신발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가 서있었다.

 

 "오라버니, 이 분은 누구십니까?"

 "아, 이 분은…."

 

  그가 소개를 하기도 전에, 남자는 쓱 손을 내밀었다. 잡으라는 의민가? 어리둥절한 마음을 숨기고 매화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만나서 반가워요."

 "아, 네. 저는…."

 "망국의 태자, 금이안이라고 합니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차갑게 굳어가며 불안해하는 그녀와 다르게 그는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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