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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나의 심장을 주고 싶어
작가 : May0821
작품등록일 : 2019.10.10

만나서는 안 되는 두 남녀, 강빈과 유채가 사랑에 빠지고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재회하지만 이미 그녀의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다.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꾸만 밀어내는 남자와 바라는 것 없이 곁을 지켜주는 남자.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한 여자.

운명vs 노력
사랑도 타이밍이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은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그 사람이어야 하는 것, 그것이 운명이고 사랑이다.

당신의 사랑 방식은 어느 쪽인가요?

여기 불완전한 세 남녀를 통해 완전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작성일 : 19-10-11 23:14     조회 : 595     추천 : 1     분량 : 8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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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

 

 

  2월의 눈. 갑작스레 내린 눈에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학교 등교시간이 뒤로 늦춰진 것은 물론 회사원들도 줄줄이 지각, 도로에는 쌓인 눈으로 정체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로 20분이면 올 거리를 무려 2시간에 걸려 도착했다. 쌓인 눈에 한발자국 내딛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걸을 때마다 발목이 푹푹 잠겼다.

 

  이런 날씨라면 거리가 휑해야하지만 금요일 밤의 대학로는 사정이 다르다. ot시즌이라 더 들떠있고 시끌벅적했다. 학생들은 눈이 쌓인 광경에 더욱 더 들떠있었다.

 

  레전드. 강빈이 스무 살 때부터 지겹도록 드나들던 술집이었다. 이곳의 주인은 가게 이름처럼 의대생들에게 전설적인 존재였다. 한국의대 수석입학생이 1년 만에 학교를 뛰쳐나가 학교 코앞에 술집을 차렸다. 다들 얼마 못 버티리라 예상했지만 모두의 예상은 빗겨나가고 말았다. 대학로에만 가게가 두 개, 그리고 다음 달 3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빈티지한 가게 문 앞에 서 있는 강빈은 그야말로 화보사진을 찢고 나온듯한 비쥬얼이었다. 184cm의 키, 엉덩이를 살짝 덮는 카키색 코트에 블랙팬츠를 입고 있었는데 두꺼운 겨울옷임에도 그의 딱 벌어진 어깨와 넓은 가슴,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배, 치골을 지나 엉덩이를 거쳐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탄탄한 근육을 가리지는 못했다. 한 손을 주머니에 무심하게 넣고, 한 손에는 담배를, 살짝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흐트러져 반듯한 이마가 반 정도 드러나 있었다. 살짝 그을린 피부에 짙은 눈썹과 그윽한 눈동자, 오뚝한 코. 남자다운 얼굴만큼 다부진 몸매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확 들어올 만큼 눈에 띄었다.

 

  강빈은 차마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 덕분에 번호를 따이는 귀찮은 일은 피했지만 열이면 열, 마주치는 사람마다 힐끔힐끔 곁눈질을 하는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워낙 남을 의식하지 않는 성격이기에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는 데에만 익숙했던 그의 시야에 한 여자가 들어왔다. 먼발치에서 봤을 때에는 빨간 머플러에 고개를 푹 숙여 얼굴도 잘 보이지 않아 눈사람이 걸어오는 줄 알았다. 여자는 맞은 편 골목 저 끝에서부터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었지만 걸음을 뗄 때마다 넘어졌다. 하도 넘어져서 몇 번이나 넘어지는지 무심코 세어버렸다.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하듯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강빈과 다섯 발자국쯤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칭칭 감은 머플러를 풀어헤치자 자그마하고 뽀얀 얼굴이 드러났다. 큰 눈망울에 웃을 때 발그스레한 볼 아래로 쏙 들어가는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염색을 한 적이 없는 듯 윤기 나는 흑발이 눈에 띄었다. 아무렇게 머플러를 동그랗게 말아 들고 강빈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만 눈뭉치들이 그의 코트에 묻어 버렸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90도로 숙여 몇 번을 거듭 사과하고 괜찮다며 강빈이 비켜서는 대도 여자는 기어코 눈을 다 털어내더니 마지막 엉덩이에 묻은 눈에까지 손을 뻗쳤다. 물론 미처 엉덩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한 행동이었으나 강빈의 심기를 건드렸다.

 

 강빈은 순식간에 여자의 손목을 잡아챘다.

 

 

 “아야.”

 

 “그만하라고 했죠? 어디까지 만질 셈입니까?”

 

 “그게 아니라...”

 

 “누가 내 몸에 손대는 거 질색입니다.”

 

 

 그녀는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강빈을 똑바로 응시했다. 강빈도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없이 기싸움을 하는데 유채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유채란 이름에 두 사람 모두 자동 반사했다.

 

  단발머리는 어느새 다가와 유채의 팔짱을 끼고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강빈과 유채를 번갈아 쳐다봤다. 노골적인 시선에 유채는 단발머리의 등을 떠밀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요.”

 

 

 강빈이 불러 세우자 유채가 마지못해 죄송합니다, 한마디를 내뱉고 다시 돌아섰다.

 

 강빈은 다시 부를까 망설이다 그만 두었다.

 

 

 ***

  한눈에 딱 봐도 신입생 ot 자리였다. 큰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신입생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 바로 송유채였다. 코트의 단추를 열자 그 사이로 여리여리하지만 볼륨 있는 그녀의 몸매가 드러났다. 아이보리 니트에 청바지,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한껏 차려입고 나온 그 누구보다도 돋보였다.

 

 자연스럽게 유채에게만 모든 질문이 집중되었다. 그래도 다른 남자동기들이나 선배들은 적당히 선을 지키는데 복학생 선배하나가 골치였다. 차진상. 이름처럼 딱 진상 짓만 골라하는 탓에 과에서 소문이 자자한 요주의 인물이었다.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자리를 피하는 데도 끈덕지게 따라붙었다. 불편해서 어디 앉아있을 수가 있나. 유채는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를 피했다.

 

 

 화장실 뒤편을 왔다 갔다 하며 예진이와 톡을 주고받았다. 학생회 선배들이 빨리 보내버리려고 복학생에게 술을 계속 먹이고 있는데도 여전히 나만 찾는단다.

 

 들어가자니 복학생이 기다리고 있고 계속 밖에 있자니 다리도 너무 아파왔다. 한켠에 세워진 차에 몸을 기댔다. 양손을 모아 입김을 불어 손을 녹여보지만 찬 기운만 느껴졌다.

 

 “너 도망가는 건 아니지?”

 

 진상은 작년에 신입생 하나가 화장실 간다고 도망친 전적이 있다며 입고 있던 코트를 억지로 벗어두게 만드는 바람에 얇은 니트가 전부였다. 유채는 오돌 오돌 떨었다.

 

 

 “흐어엉. 집에 가고 싶다. 춥다, 추워.”

 

 양팔을 애써 껴안고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데 보조석 창문이 열렸다.

 

 

 “타요. 그러다 진짜 눈사람됩니다. 저체온증이라도 오면 어떡하려고 밖에서 그러고 있습니까? 히터 틀어 줄 테니 잠깐 몸 좀 녹여요.”

 

 

 “저 아세요?”

 

 

 요즘 세상에 차에 타라니, 유채는 경계하는 눈으로 강빈을 응시하곤 차에서 저만치 물러섰다.

 

 “날씨는 춥고 안에 못 들어가는 사정은 또 있는 거 같고. 실례했습니다. 그래요. 그럼.”

 

 

 강빈은 잠시 차에 가지러 올 게 있어 왔다가, 같은 자리를 계속해서 배회하는 유채를 발견했다. 처음에는 그냥 차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다채로운 그녀의 표정을 지켜보다 그만 나갈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실은, 강빈은 가게 안에서도 유채에게 자꾸만 눈길이 갔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곤혹을 치르는 모습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그 남자무리들 중에는 익숙한 얼굴도 있었다. 강빈은 차문을 열고 나가 유채에게 담요를 건넸다.

 

 “친구한테 연락해서 옷이랑 가방 챙겨 달라고 해요. 나올 때까지만 몸 좀 녹이고. 그동안 내가 밖에 있을 게요.”

 

 

 유채가 거절할 틈도 없이, 강빈이 그녀를 차에 태웠다.

 

 유채는 강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차문을 열고 들어오시라고 말하려는 순간,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남자는 다 늑대야. 조심, 조심 또 조심.

 

 무남독녀 외동딸 홀로 서울에 보내놓고 걱정 한 가득인 엄마 생각에 염치불구하고 신세 좀 지자는 마음이 들었다.

 

 얼른 몸만 녹이고 예진이가 가방 들고 오면 집으로 가야지.

 

 예진이에게 톡을 보냈는데 숫자1이 사라질 생각을 안했다. 전화를 거니 도통 받지를 않는다. 5분, 10분. 야속하게 시간만 흘러갔다.

 

 추울 텐데, 저 사람. 어쩌지.

 

 엄마의 당부가 다시 귓가에서 맴돌았지만 엄연히 저 남자 차가 아닌가. 유채는 차문을 내려 강빈에게 말했다.

 

 

 “친구가 전화를 안 받네요. 톡 남겨놨으니 답 올 때까지만 신세 좀 질게요. 들어오세요.”

 

 

 강빈의 한짝 눈썹이 올라갔다. 그 표정이 마치 ‘내 차인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지만 별다른 말없이 차에 탔다.

 

 

 차안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유채는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숫자 1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어색해죽겠는데 강빈이 먼저 입을 연다.

 

 

 “한국대 신입생?”

 

 “네? 네. 맞아요. 한국대 1학년. 아, 혹시 저희 학교 선배님이세요?”

 

 

  말없이 강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통점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이 유채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감정을 못 숨기는 순수함. 따뜻한 공기가 두 사람의 거리감을 순식감에 줄여주었다. 몸도 녹였고, 얘기를 하다 보니 조금 편해진 듯 했다. 유채의 이야기 대부분은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이었다.

 

 강빈은 유채가 자신이 아는 그 아이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접었다.

 

 유채.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하나뿐일 만큼 독특한 이름도 아니었다. 몇 년 전, 유채라는 이름, 같은 나이란 이유만으로 어머니께서 생사람을 잡지 않았던가. 설사 내가 아는 아이와 같은 사람이라 해도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이다.

 

 마음이 무거운데 누군가가 거칠 게 창문을 두들겼다.

 

 

 “이야, 한강빈 맞지? 어디서 많이 본 차다 싶었는데 너 맞구나. 반갑다.”

 

 

 차진상.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3년 내내 같은 반이었지만 제대로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었다. 진상은 강빈에게 내내 친한 척했지만 일방통행이었을 뿐이다.

 

 

 “...치지마라. 좋게 말할 때 내 차 건드리지 마.”

 

 

 강빈은 나지막하지만 강한 어조로 진상에게 말하고는 창문을 다시 내렸다. 평소라면 찍소리도 못했을 진상이지만 술기운 탓에 호기를 부렸다. 창문 틈으로 뒷자리에 앉은 유채를 보고는 더욱 더 흥분한 모습이다.

 

 

  “어? 유채아냐? 유채맞지? 화장실간다더니 너 왜 여기 있어? 어?”

 

 

  진상은 차문을 발로 꽝꽝 차고 난리법석을 부렸다.

 

 

  “제가 나가볼게요. 참 부끄럽지만 어쨌든 저희 과 선배님이시네요.”

 유채가 차 밖에로 나가려는 것을 강빈이 막아섰다. 강빈은 진상과 얽히는 것은 싫었지만 워낙 지저분한 녀석이라 자신이 해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안 걸로 따지면 제가 더 오래 알았으니 제가 나가죠. 아까 그 단발머리, 그 친구에게 얘기하고 옷이랑 가방, 가져다줄게요. 기다려요.”

 

 

 강빈이 진상의 앞에 바짝 다가섰다. 진상은 까치발에 최대한 고개를 치켜들어봤지만 시선은 고작해야 강빈의 어깨에 닿을까 말까였다. 진상은 나온 배를 더 앞으로 내밀고 강빈을 밀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요즘 어떤 세상인데 신입생한테 치근거려? 보기 추하다.”

 

 

 강빈은 진상을 지나쳐 큰 걸음으로 가게 쪽으로 걸어갔다.

 

 

 “반지르르한 얼굴에 좋은 집안 믿고 새끼야 그러는 거 아냐. 그래, 잘난 척하는 너한텐 나도 볼 일 없다 이거야.”

 

 

  술에 취해 뒤뚱거리면서 진상은 강빈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쳤다. 정작 강빈에게 다시 다가가지는 못하면서…….

 

 정말 여전하구나. 하나도 변한 게 없어.

 

  강빈은 고개를 저었다.

 

  얼른 짐만 챙겨서 가져다주자. 더 이상 두 사람 다 그만 얽히자고 생각하는데 진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유채 너도 딴 여자애들하고 똑같구나. 내가 말 걸때는 그렇게 똥 씹은 표정을 하더니 너도 잘생기고 돈만 많으면 좋다 이거냐? 더러운 세상-. 근데 대체 뭘 먹으면 피부가 이렇게 좋은 거냐? ”

 

 

  진상이 음흉하게 두 눈을 반짝이며 유채에게 다가갔다. 강빈이 가게로 향한 사이, 진상이 유채가 있는 뒷좌석 문을 열고 차안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유채는 진상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역한 냄새에 구역질이 나려했다. 그가 거친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유채가 있는 힘껏 뿌리쳤지만 좁은 차안에서 역부족이었다.

 

  강빈은 차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차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 사이 차안에 따라 탄 진상이 차문을 잠가버렸다. 저 안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쾅쾅쾅쾅-, 강빈이 차문을 격하게 두들겼다. 진상은 작정을 했는지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강빈은 마스터 키가 가게 안에 있는 것이 기억이 났다. 급하게 들어가 키를 가져 온 후, 차문을 열었다.

 

  그리고 덩치만 컸지 힘이라곤 하나도 없는 진상을 강빈이 그대로 차에서 꺼내 벽에 던져 버렸다. 발라당 뒤로 넘어져 자기 무게에 못 이겨 허둥거리는데 그 꼴이 우습다.

 

 

 “네가 진짜 미쳤구나. 내가 말했지. 내 차에 손대지 말라고. 그리고 이 여자도 건들지 마라.”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진상이 변명을 했다가 욕을 했다 횡설수설한다. 술을 얼마나 먹어댔는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강빈은 유채를 살폈다. 다행히 옷매무새도 흐트러지지 않았고 큰일은 없었나보다. 그의 표정을 읽은 유채가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걱정 안하셔도 돼요.”

 

 

 유채가 여적 누워있는 진상에게 다가갔다. 놀란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말했다. 단호한 목소리였다.

 

 

 “선배님, 오늘 하신 행동은 다음번에 술 깨시면 잘잘못 제대로 가리겠습니다.”

 

 “뭐? 잘잘못? 예쁘다 예쁘다하니까 기어오르는 거야?”

 

 진상이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났다. 유채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그동안 매번 이러셨죠? 더 이상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단 뜻이에요.”

 

 “일 키워봤자 너만 손해야. 소문나면 여자만 손해지, 안 그래?”

 

 “공론화시키는 일이 있더라도 잘못된 건 바로 잡아야겠죠.”

 

 

  유채의 말에 진상은 얼굴이 시뻘게져 길길이 날 뛰었다. 진상이 유채를 향해 손을 올리는데 그 손을 강빈을 막아섰다. 도저히 참기가 힘들었다. 강빈의 주먹이 정확하게 진상의 얼굴을 가격했다.

 

 

 “내가 경고했지? 곱게 집에 가라.”

 

 “누구 말처럼 일 한번 크게 만들어봐? 한강병원 아들놈이 폭행시비라...어디 그 대단한 집안에 똥물한 번 제대로 튀겨보자고.”

 

 

  진상은 한참을 씩씩거리더니 미친놈처럼 자기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입술에 난 피를 손으로 쓱 닦더니 입술을 비죽거리며 웃는다. 그리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 경찰서죠? 여기 한강병원 아들놈이...”

 

 

  하! 정말 기가 찼다. 진실이야 어찌되었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일을 만들 수는 없었다. 강빈 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지금은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일단 타요.”

 

 

  얼떨결에 유채는 강빈의 차에 올라탔다. 몸이 익숙한 대로 운전을 해서 오다보니 강빈의 집 앞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열두시를 넘기고 있었다. 피곤한 하루였다. 운전석에 이마를 붙이고 잠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강빈이 고개를 들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유채가 톡 쏘아붙였다.

 

 

 “우리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도망쳐야 하는 거죠?”

 

 

 강빈은 깊은 한숨을 내몰아 섰다. 오늘 하루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술 취한 사람을 자극합니까?”

 

 “그 선배가 계속해서 경우 없는 행동을 하니까요. 글구 경찰서에 가도 제가 증언하면 다 해결될 일이었어요. 전 진짜 잘못한 게 없다구요. 술자리 내내 그 선배가 치근대고, 막 만지고...”

 

 

  유채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큰 두 눈망울에서 떨어진 눈물이 하얀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정말로 억울한 모양인지 입을 앙다물고 울음소리를 참지만 꺽꺽 울음소리가 새어나온다.

 

 강빈이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걱정 말아요. 남 눈 의식하는 녀석이라 학교에서 먼저 아는 척 못할 겁니다. 그리고 저랑 친한 오빠...”

 

 

  강빈은 오빠라는 단어에서 잠시 멈칫하다 말을 이어간다. 오빠라니, 이 상황에서 7살이나 어린 여자애한테 말이다.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많이 아는 사이라고 하세요. 그럼 더 못 건드릴 겁니다.”

 

  “네? 지금 먼저 때려놓고 경찰에 신고하니 도망가신 분 이름을 팔라고 하신 건가요? 퍽이나 더 안 괴롭히겠어요.”

 

 

  유채는 한 마디도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강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서 유채부터 해결하고 보자 싶었다.

 

 

 “집이 어디예요? 눈땜에 콜택시 지금 부르기 어렵고 데려다줄게요.”

 

 “..예요.”

 

 “어디라구요?”

 

 “대구요.”

 

 “지금 나보고 대구까지 운전하란 말입니까?”

 

 “아뇨. 친구 집에서 자기로 했어요. 아까 봤던 그 단발머리!”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제가 오늘 누구 덕분에 힘든 시간을 보내서요. 친구 집은 어딥니까? 주소 불러요, 갑시다.”

 

 강빈은 네비게이션을 켜고 유채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말이 없었다.

 

 “오늘 안에 갈 수 있는 거죠?”

 

 강빈은 난감한 표정을 짓는 유채를 바라보았다.

 

 “얼른 전화해볼게요. 친구 집에서 자기로 했는데 어딘지를 몰라요.”

 

 

 유채는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 너머로 ‘지금 전화기가 꺼져있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란 안내음이 흘러 나왔다. 물론 그 소리는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는 강빈에게도 똑똑히 들렸다. 유채는 고개를 숙이고 애꿎은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호텔로 가죠.”

 

 

 유채가 대답대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빈을 바라보았다. 뭐라 말을 할 듯 말 듯 입을 쭉 내민다. 이 여자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가까운 호텔로 데려다주죠.”

 

 

  강빈은 즉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내 기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길을 몇 시간이나 달린 것도 모자라 히터까지 계속 틀어져 있었다. 집까지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폭설 때문에 콜택시는 호출을 받지도 않고 카 서비스도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방법은 하나.

 

 

  “올라가죠.”

 

  “?”

 

 “여기서 밤새 이러고 있을 건 아니죠? 길바닥에서 얼어 죽을 생각이 아니라면 따라와요.”

 

 

 
작가의 말
 

 반갑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May0821 19-10-11 23:29
 
*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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