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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가족의 이름으로
작가 : 적편혈향
작품등록일 : 2019.10.8

#먼치킨 여주 # 천재 # 할말 다하는 # 카리스마 뿜뿜

세살배기 막내딸을 잃어버린 강진희, 잘나가는 DA그룹의 수장이다. 그녀는 곧바로 유괴 신고를 해보지만, 증거를 찾을 수 없어 수사는 난항에 빠지고 결국엔 찾지 못한다.
아들만 셋뿐인 집의 고명딸이건만,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어 진희는 미칠지경이다.
전국의 고아원을 다 뒤져보아도 원아들의 신체적 특성을 일일이 외우지 않고 있는지라 기어코 그렇게 20년 넘는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눈 앞에 나타난 막내딸!
하지만.. 진희도, 누구도 섣불리 가족이라고 나타나지 못한다.

 
1. 사는 게 쉬웠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성일 : 19-10-08 03:28     조회 : 346     추천 : 0     분량 : 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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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1994년, 12월 겨울.

 

 [아이를 찾습니다]

 

 을씨년스러운 거리에 3년 전 잃어버렸다는 세살짜리 여자아이를 찾는 전단지가 바람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해의 겨울도, 그해도 이제 이틀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날씨마저 얼어붙어 사람들은 저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수척하고도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여자가 연신 전단지를 사람들에게 내밀어보지만, 받아주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없다. 받는다 해도 뒤돌아서서는 보지도 않고 버려버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전단지를 주워담는다.

 

 "여보,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지.. 벌써 해도 진지 오래됐어"

 

 남자가 전단지를 미친듯이 줍고 있는 여자의 어깨를 살며시 잡는다. 그래도 아랑곳않고 계속 전단지만 줍는 여자. 꼭 3년째다. 서영이가 없어진지도. 그리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손수 찾아다니는 것도 역시.

 

 "진희야!"

 

 기어코 남자가 여자를 언성을 높여 부른다. 그제야 쪼그려앉아서 줍던 것을 멈추지만, 이내 심한 어깨떨림으로 대신 대답한다.

 

 "몸 챙겨가면서 찾아야지.. 우리 서영이도.."

 "지금 이 날씨에 서영이가 혹여 밖에 길이라도 헤맨다면? 당신은 어떨거 같아? 그만하라는 말이 나와?!"

 

 진희라 불리운 여자도 그리 쏘아붙이려 한 것은 아니지만, 잊지 못하는 딸 생각에 울컥해버린 것 같았다.

 

 "그래,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집에 이만 가자. 당신 이러다 쓰러져"

 

 기어코 남자의 팔이 진희를 일으켜 세운다. 차로 걸어가는 그 길에도 진희는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떨어진 전단지를 응시한다. 이제 흐를 눈물도 남지 않은 듯, 한참을 뒤돌아보던 진희는 체념한 채 차에 올랐다.

 

 *

 

 "엄마, 또 서영이 찾으러 갔어요? 매일 그게.. 대체 회사는 어쩌시려구요?"

 

 힘 없이 비틀거리며 부축을 받고 들어온 진희를 다그치는 남자. 진희를 부축하고 있는 남자도 지친기색이 역력하다.

 

 "백찬영 시끄러워, 찾을 때 까지 계속 찾을거다. 어디서 언성을 높여!"

 

 아까 다 하지 못한 분풀이라도 하는걸까? 진희는 걱정하는 마음에 한 말에도 크게 역정을 내는 것 같다. 찬영이 잠시 주춤하더니 입을 꾹 앙다문채로 아무말도 않고 있다. 신경쓰기 싫다는 듯 방으로 들어와 방문을 닫아버리는 진희.

 

 "당신, 찬영이한테까지 화를 내고 그래 왜? 저 딴엔 걱정하느라 한 말일텐데"

 

 남자는 조곤조곤 이르듯 진희를 응시하며 말한다.

 

 "알아요. 안다구요.. 나 좀 쉴게요"

 

 진희는 잠시 화장대 앞에 앉았다 이내 일어나서는 침대로 향해버렸다. 그런 진희를 씁쓸하게 서서 바라보는 남자. 차마 진희에게 하지 못 한 말을 속으로 되뇌인다.

 

 '이쯤되면.. 정말 서영이는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

 

 "어서오세요~!"

 

 카랑카랑한 주아의 목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운다. 안 그래도 손님 많은 토요일 오후인데.. 커플이 팔짱을 끼고 와서는 내내 메뉴판만 쳐다보고 서 있다. 벌써 10분 째, 참다못한 주아가 재차 되묻는다.

 

 "손님? 뒤에 손님들 기다리고 계신데요.."

 "그게 왜요? 잠깐만 있어봐요 뭐 얼마나 됐다고 지x이야 지x이..."

 

 카운터 옆에 있던 주아는 자신의 텀블러를 살포시 힘주어 잡는다. 자신보다 못해도 대여섯살은 어려보이는데, 참아야지 하면서도 속에서 부아가 치미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다. 그러다 문득 매니저의 말이 떠올라 고개를 힘주어 가로젓는다.

 

 '주아야, 다 좋은데 손님들이랑 자꾸 싸우면 곤란해.. 너랑 오래 일한만큼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하고 싶어'

 

 간혹 무개념 손님이 오면 대차게 대서는 주아의 성격 때문에 새로오는 카페 손님들은 불편해 하고도 있었다. 신규 매장을 냈기 때문에 다급적이면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했던 매니저의 말 때문이니 주아는 속으로 천번은 욕지거리가 넘어오는 걸 참아가며 응대하고 있었다.

 

 "손...님?"

 

 

 꾹 눌러담은 주아의 성격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그때였다.

 

 

 "이 커플이 먹기엔 아메리카노가 적격이겠군"

 

 커플의 뒤에 있던 사람이 별안간 그 한마디를 하고는 주문을 한다. ' 아이스 아메리카노 둘, 에스프레소 하나'

 

 "예? 고객님 잠시.. "

 

 주아가 물었지만 그 말은 곱게 무시하듯 카드를 내밀며 말한다.

 

 

 "내것까지 다 결제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잔은 이 커플 주라고"

 "그게 무슨...?"

 

 카드는 받아들지도 못한채로 무슨 말이냐 묻는데 이미 차례를 밀린 커플이 토달지는 않고서 궁시렁대고 있다.

 

 그나마 매니저가 와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큰 곤욕을 치를 뻔 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진상을 떨어대던 커플이 그냥 그 남자가 주문한 커피를 마시겠다며 받아들고는 황급히 사라졌다. 주아도 알바 다 통틀어서 제일 피곤했다며 집에 들어와서는 씻지도 못하고 뻗어버렸다.

 

 '오늘따라 왜 그렇게 일진이 사나웠지?'

 

 주아가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커피숍에 개념없는 손님들이 많다고는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무례한 사람은 또 처음이었으니까.

 

 

 ##

 

 원래 일요일은 근무일이 아니지만, 하필 알바생이 연락도 없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오전타임 대타를 하고 있었다. 원래 카페라는게 주말에 북적대야 하건만 오늘은 웬일인지 도통 손님이 없다. 지루해진 주아가 핸드폰을 잠시 보며 인터넷을 하고 있을때였다.

 한시간만의 손님, 포스기를 두드리며 주문하시겠어요? 하고 올려다보는데 어제 그 진상 커플을 쫓아 준 남자였다.

 

 "아..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뭐 좋아하는데?"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남자. 매너 있는게 아니었나? 어제는 고압적인 말투였어도 정중한 느낌을 받았었던 주아였기에 뭔가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어쨌든 손님이니 최대한 공손하게 되물었다.

 

 "손님? 주문.. 하시겠어요?"

 "아니 그러니까 너 뭐 좋아하냐구"

 

 진상 2탄인가 싶어 긴장하는 주아. 대답이라도 빨리하면 주문할까 싶어 카페라떼를 좋아한다고 대답하고서 다시 포스기에 손을 올린다.

 

 "그럼, 카페라떼 두개"

 

 괜한 실랑이는 어제로도 충분했다. 주문대로 카페라떼를 내어주는데, 한잔은 다시 주아에게 밀어두고선 창가 쪽 테이블에 앉는 남자. 딱히 진상이라고 지칭하기도 힘든 저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도통 감이 서지 않는다.

 

 거짓말처럼 그 남자가 들어오고서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덕분에 아홉시에 출근해서 쉬었던 한시간을 제외하고선 열두시까지 숨 쉴 틈 없이 바빴다. 정신없이 교대까지 하고서야 잠시 한숨을 돌려보는 주아. 갈색 앞치마가 휘핑크림에 시나몬 가루 범벅이 되어 있었다.

 

 '또 빨아야겠네'

 

 매니저가 스무디라도 한잔 하라는데 아까 의문의 남자에게 받은 라떼를 흔들며 괜찮다는 미소를 보였다.

 

 "수고하세요"

 "그래, 주아야 수고했어~! 고마워~"

 

 아직 날이 그리 무덥지도 않은 5월인데도 어지러운 기분에 눈을 살짝 감았다 떠본다. 그제야 자신이 어제부터 밥은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에 가면 밥 부터 먹어야겠네'

 

 카페문을 열고 나가는데, 그 남자도 뒤따라 나왔다. 어깨를 잡는 손길에 놀라 돌아보니 그 남자가 아직 채 다 마시지 않은 카페라떼를 쫍쫍거리며 씩 웃는다

 

 "뭐에요?"

 "아, 궁금한게 있어서"

 

 초면에 저렇게 하는 사람도 있구나 싶은 주아. 안 그래도 휴무일에 근무까지 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주아는 뿌리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아보였다. 어깨를 살짝 비껴 피하고서는,

 

 "전 대답 안할거니까 가던 길 가세요"

 

 원래는 버스를 타던 주아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택시를 잡으러 도로변쪽에 바짝 붙어섰을때였다.

 

 "아직 말도 안했는데 뭔 줄 알고 그래?"

 

 손목을 확 잡아채는데, 짜증과 불쾌지수가 최고조였던 주아가 없는 힘을 끌어올려 그 남자의 손을 뿌리치는 순간, 균형을 잃고서 차도로 넘어지고 있었고 하필 그 순간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차.

 

 "어...어...?!"

 

 주아의 손을 다시 잡기도 전에 그 남자의 손에 카페라떼가 쏟아지며 주아는 그대로 차에 치여버렸다.

 

 텅!

 

 그리고 주아의 의식은 곧 어둠에 잠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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