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윤슬
작가 : 차운
작품등록일 : 2019.10.5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제1화 침묵
작성일 : 19-10-05 05:34     조회 : 388     추천 : 1     분량 : 37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까만 밤.

 눈을 떠 천장을 본다. 무수한 점들이 쏟아져 내린다.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일어나 보니 시계가 오후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전날 밤에 혼자 맥주를 과하게 마신 탓에 속이 더부룩했다. 주방 식탁 위에 어질러진 맥주 캔을 구겨 버리고 먹다 남은 과자 안주는 밀폐용기에 넣어 찬장에 두었다. 정리를 다하고 보니 속이 조금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거실 소파에 누워 TV채널을 돌렸다. 음악 채널에 고정 시키고 눈을 감았다.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어 받지 않았다. 그러나 벨소리는 끊겼다 들리기를 세 번 정도 반복했다. 누가 이렇게 끈질기게 전화를 해대는지 짜증이 밀려왔다. 참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여보세요가 아니란 것은 내가 지금 화가 났다는 뜻이다. 상대편에서 잠깐 당황하는 듯 몇 초의 침묵이 흘렀다.

 “혹시 이모아씨 핸드폰 맞나요?”

 “그런데요.”

 남자 목소리다. 내 이름을 알고 있다. 누구지?

 “안녕하세요. 저는 모두 남자친구 최태환 이라고 합니다.”

 모두한테 남자친구가 있었나 생각해 본다. 모두의 입에서 이런 이름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요?”

 잠깐의 침묵.

 “모두한테서 일주일 넘게 연락이 안돼서 전에 모두가 비상연락망으로 언니분 휴대폰 번호를 알려준 게 생각이 나서 한번 연락드려 봤습니다.”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정중하고 지나치게 딱딱한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죄송하지만 저도 지금 모두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몰라요. 고등학생들 겨울방학이니 어디 여행이라도 간 게 아닐까요? 저는 집에서 나와서 지내서요.”

 “아. 네 그럼 혹시 모두한테 연락이 오면 제 폰으로 문자 한통만 넣어 주시겠어요?”

 역시나 정중하게 물었다. 나이를 가늠 할 수 없는 목소리.

 “네. 그렇게 할게요.”

 통화가 끝나고 정말 궁금해졌다. 모두가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하나밖에 없는 자매에게 내가 너무 무관심했나 싶기도 하고 혹시 모두에게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기도 했다. 모두에게 바로 전화를 해보았다.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음성이 들려 바로 끊었다. 배터리가 다 된 건지 아니면 부득이하게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건지 파악이 안돼서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모두는 항상 비상배터리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꼼꼼한 성격이고 혹시 무슨 일이 있거나 통화가 불가능 할 때는 문자로라도 먼저 알려주었다. 그런 모두가 일주일 동안이나 남자친구(확인이 불가능 하지만 일단 최태환 이라는 남자의 말에 의하면)에게도 연락을 안 하고(혹은 못하고) 지낸다는 것이 무엇보다 이상하게 느껴졌다. 경찰서에 실종 신고라도 넣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또 그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 싶기도 한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다. 여러 궁리 끝에 일단 오늘까지는 기다려보자는 마음으로 모두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네 남자 친구에게도 연락이 왔었고 다들 걱정하고 있다고. 다들이라고 해봐야 나와 모두의 남자친구뿐이겠지만. 그나저나 아버지라는 사람은 같이 지내는 딸이 일주일이 넘게 연락이 두절 됐는데도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가. 너무 화가 나서 곧바로 전화를 해 보았다.

 “여보세요.”

 귀찮다는 듯이 받는 저 목소리. 내 이름이 뜬걸 보고도 항상 무언가 못 마땅하다는 듯이 받는 저 목소리. 못 마땅한 건 당신이 아니라 나야!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고 본론으로.

 “지금 모두 어디 있는지 아세요?”

 “모두 얘긴 꺼내지도 마. 정말 지긋지긋 하니까.”

 “모두가 일주일 동안 연락이 안 된다고 모두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었어요. 아버지는 아시냐구요.”

 “모두 집에 있다. 방구석에서 쳐 박혀서 일주일동안 한발 짝도 안 나오고 있다고. 됐냐!”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일주일동안 방에만 있다는 말 이예요?”

 “그래. 넌 하나밖에 없는 언니라면서 그것도 모르고 지금 나더러 취조하듯이 따지는 거냐?”

 몰랐다. 그러고 보니 모두랑 연락을 안 한지가 꽤 됐다. 저 인간 말대로 하나밖에 없는 언니라는 사람이 무심해도 너무 무심했던 것이다. 나는 저 인간을 탓할 자격이 없다.

 “일단 알겠구요. 제가 조만간 집에 한번 들릴께요.”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뚝.

 일주일동안 방에만 있었으면 고등학생들 방학이 시작된 이후로 계속 집에만 있었다는 건데.. 이모두 대체 무슨 생각인거야..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일단 모두를 내 눈으로 직접 봐야 뭔가 알 것 같다. 당장이라도 집에 들려 보고 싶지만 오늘은 저녁에 아르바이트가 있으니 어쩔 수가 없다. 이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 인생은 언제쯤 끝이 날까. 평일은 이태리 레스토랑 아르바이트 주말은 호프집 아르바이트. 대학 졸업한지도 3년이 지났는데 나는 여전히 아르바이트 인생이구나. 틈틈이 신춘문예를 준비하며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언제 당선이 돼 전업 작가가 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 모두보다 10살이나 많은 27살. 누군가에겐 아직 어리고 누군가에겐 먹을 만큼 먹은 나이. 나 스스로는 아직은 그래도 20대라며 위안하고 있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어느 틈엔가 또 3년 이라는 시간이 흘러 서른 살이 돼 있겠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게 불안하다. 지나칠 정도로 불안하다. 눈에 띄었던 푸른곰팡이가 어느새 스물 스물 퍼져 번지는 듯한 불안감. 아니다. 오늘 당장 모두에게 가봐야겠다. 호프집 아르바이트는 전화해서 사장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면 될 일이다. 하나 뿐인 동생이 일주일째 방에 쳐 박혀 나오지도 않고 있다는데 언니라는 사람이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일단 가서 모두 상태부터 먼저 살피자.

  본가에 들른 지가 벌써 3개월이나 지났다. 그래도 아직은 익숙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최대한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듣다 누군가 갑자기 이어폰을 귀에서 확 빼버린 것 같은 적막함이 감돌았다.

 오후 3시. 아버지는 회사에 가 있을 시간이다.

 “모두야. 방에 있어?”

 방문을 톡톡 두 번 두드리고 모두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모두. 방에 있으면 대답 좀 해봐. 언니 왔어.”

 그리고 또 정적.

 그 작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불길하다.

 “모두야. 이모두!”

 방문 사이로 흐르는 정적.

 불안함에 문을 더 세게 쾅쾅 두드려 보는 나.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럴 땐 119에 전화를 해야 하는지 경찰서에 전화를 해야 하는 건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

 “모두야! 모두야! 안에 있으면 대답이라도 해봐. 언니 너무 무서워.”

 그래도 여전히 흐르는 적막함.

 선택은 119.

 “저기 지금 동생이 방안에 있는 거 같은데 문은 잠겨있고 전혀 인기척이 없어서요. 최대한 빨리 와주세요. 주소는...”

 119가 오기 전까지 나는 불안한 마음에 계속 혼자서 주절 거렸다.

 “이모두 너 장난이지?. 장난치는 거지? 언니가 요즘 통 연락 못했다고 시위 하는 거야? 미안해. 그동안 아르바이트다 뭐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내가 신경을 못 썼어. 그러니까 그만하고 대답 좀 해줘. 응?”

 내 뱉는 말들이 허공에서 숨을 죽인다. 그때 누군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119대원들이 멀뚱히 서 있었다. 나는 서둘러 방문을 가르키고 대원들은 모두의 방문을 부숴서 열었다. 그런데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문이 열렸다. 앳돼 보이는 119 대원 한명이 비명을 질렀다. 나는 따라 놀라 모두의 방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이미 숨을 멎은 모두가 방 문고리에 목을 매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비명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쭈그리고 앉아 모두가 숨을 쉬고 있는지 코언저리에 손을 얹어 보았다. 어떤 바람도 일지 않았다. 털썩 주저앉았다.

 119 대원들은 나를 부축해 거실로 끌어내고 현장을 수습하기에 급급했다.

 
작가의 말
 

 보통 청춘이라 하면 찬란한 혹은 빛나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치 햇빛 또는 달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저기 저 앞 바다의 윤슬처럼. 하지만 현실에서의 청춘은 그리 반짝이지도 찬란하지도 않다. 되려 일찍 메말라 버린 꽃잎들처럼 생명력을 잃거나 무기력한 모습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버린 혹은 버려진 청춘들은 다들 어디에 있는 것인가.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소설 윤슬을 통해 여러 청춘들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 그 한없이 슬픈 얼굴들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제20화 끝과 시작(완결) 2019 / 11 / 10 245 1 3700   
19 제19화 people are strange 2019 / 11 / 9 215 1 5483   
18 제18화 인생타로2 2019 / 11 / 8 229 1 5468   
17 제17화 여행 2019 / 11 / 8 227 1 5574   
16 제16화 친구 2019 / 11 / 5 249 1 4515   
15 제15화 불량품 2019 / 11 / 4 210 1 15366   
14 제14화 오블리비아테 2019 / 11 / 3 210 1 5585   
13 제13화 긴 밤 2019 / 10 / 23 216 1 5128   
12 제12화 비상구 2019 / 10 / 18 216 1 5362   
11 제11화 꿈 2019 / 10 / 15 212 1 5397   
10 제10화 날개 2019 / 10 / 14 210 1 4364   
9 제9화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2019 / 10 / 13 234 1 5068   
8 제8화 인생타로 2019 / 10 / 12 214 1 4154   
7 제7화 백발의 노인 2019 / 10 / 11 215 1 4723   
6 제6화 루카스 2019 / 10 / 10 240 1 4864   
5 제5화 관계 2019 / 10 / 9 204 1 5096   
4 제4화 뱀 2019 / 10 / 8 228 1 3989   
3 제3화 그놈 (1) 2019 / 10 / 7 273 1 5241   
2 제2화 모두의 죽음 2019 / 10 / 6 219 1 3914   
1 제1화 침묵 2019 / 10 / 5 389 1 377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