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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21세기 도사
작가 : 단단
작품등록일 : 2019.10.3

21세기에도 도사는 존재한다.
도사라고 하여 잔뜩 기른 수염과 정돈되지 않은 머리로 산 속에서 뿌리채소만 캐먹고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것 참 안타깝다. 단지 일반인에게 공공연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들은 지금도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간다.
도사학당을 다니는 사방신 중 청룡과 현무의 후예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럼 나머지 둘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한편, 한반도의 평화를 막는 세력에 대항해, 한국은 마침내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21세기 도사 1
작성일 : 19-10-03 03:07     조회 : 358     추천 : 0     분량 : 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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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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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도사

 

 “안녕하세요~ 기운이 너무 맑으시네요.”

 

 

  길을 지나가다 한 번쯤 마주하는 도쟁이들. 열에 아홉은 모두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간다. 게 중 하나를 낚아 올리기 위해 길가의 도쟁이들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말 걸기에 여념 없다.

 요즘이야 기운을 칭찬하는 대신 길을 물어보며 조상신을 운운하기 마련이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그놈의 기운이 좋다고 어찌나 말을 걸어대는지. 인터넷에는 ‘뭔 얼어 죽을 기운’이냐며 도쟁이들을 비난하는 글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그들은 왜 그렇게 맑은 기운에 집착한 걸까.

 

 “선배.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데요. 사람들 눈빛 봐. 우리를 아주 미친자로 본다니까요.”

 “그건 도사의 수가 안정될 때까지,”

 “아! 그게 얼만 대요.”

 “적어도 국내 인구의 5%정도를 목표로,”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지금보다 도사의 머릿수가 적었던 시절, 역대급 베이비붐으로 대한민국이 인구 호황을 맞았음에도 당최 늘지 않는 도사 수에 도사청은 머리를 싸맸다. 그 결과 도사 인구 안정화를 위해 말 그대로 길거리 캐스팅을 진행했다. 도력이 좋은 도사 둘을 한 팀으로 짝지어 대한민국 방방곡곡으로 방생했다. 그렇게 전국으로 뿌려진 도사들은 일반인 중에서도 기운이 좋은 자를 가려 도사로 캐스팅했다. 약간 인간 안테나처럼.

  그래서 뭐, 당사자와 협의가 되면 열심히 도사로 키워 도사청에 취직시켰다. 근데 그 협의가 잘 안되니 문제다. 말이 좋아 열에 하나지. 열에 아홉은 말거는 순간 미친놈 취급하며 뒤돌아 사라졌고 그 중 하나는 말 좀 들어주다 사라졌다. 이러니 한창 해당 사업이 활발할 때 도사청에선 목캔디와 배숙 공구가 한창이었다.

 

  그래서 엔터 사업도 아니고 길거리 캐스팅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냐 물으면 먼저 원래 도사가 어떤 식으로 되는지를 봐야한다. 일단 도사청 인사부에서 매년 선천적으로 일정 도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학당 입학원서를 보낸다. 것도 도사가 워낙에 궁했던지라 도력의 마지노선의 마지노선의 마지노선까지 입학원서를 말 그대로 ‘뿌렸다.’

  지금이야 다양성을 존중한다며 학당 입학을 거절하는 집은 ‘오랜 설득’ 끝에 포기하지만, 그 때는 정말 인사부 사람들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24시간 질척거렸다. 그래서 그 시절 인사부는 기피부서 7년 연속 1위의 기염을 토한 역사가 있다.

 

  어쨌든 그렇게 한차례 걸러진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혹여나 빠진 사람이 있는지 없는 도사 풀어서 눈에 불을 키고 찾는 거다. 이 프로젝트에 처음 참여하는 도사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아 한 명도 빠짐없이 쪽쪽 뽑아다 쓰려는 도사청의 의지에 기함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니 이미 한차례 걸러진 상태에서 또 다시 눈에 불을 키고 고르고 고른 인물을 캐스팅 하는 거니 실질적으로는 사막에서 바늘 찾는 수준이다. 그래도 뭐 이게 다단계도 아니고 내가 캐스팅한 사람이 도사로 등록하는 순간 엄청난 상여금과 휴가가 주어지니 다들 비즈니스 미소 장착하고 길거리로 나가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걸면 다들 말 그대로 도 닦는 무표정으로 사라져버리니. 뒤늦게 ‘저희는 사이비 종교가 아닙니다!’를 외쳐봤자 너무나 의심스러웠다.

 

  여하튼 그 사업은 채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는데. 그 이유는 진짜 사이비 종교가 도사청의 멘트를 똑같이 외치며 사람들을 등쳐먹기 시작한 까닭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도사청은 해당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고 이 사업은 도사청의 흑역사로 남았다.

 

 

  * 21세기 도사

 

  은호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17세 학생이다. 고작해야 며칠 전인 작년 중학교 3학년 방학식을 마치고 새해를 맞이했다. 중3-고1 겨울방학이 중요하다며 원장선생님은 언제나 침 튀기며 말했고 방학을 했음에도 은호는 학교 대신 학원에서 아침부터 저녁나절까지 보냈다. 아무도 그리 부른 적 없었지만 어느 인터넷기사에는 은호가 다니는 학원에 자물쇠반이란 무시무시한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학원을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어폰을 꼽고 있었음에도 누군가 따라 오는 것 같아 뒤를 돌았다. 나무 위에 앉아있는 까치 말고는 딱히 누가 있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싶은 은호는 다시 길을 걸어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갔다.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 은호가 사는 아파트 동 입구에 서 카드키를 찾아 뒤적거렸다. 주머니를 뒤지다 이내 가방을 뒤지려는 찰나 또 문득 누가 보는 것 같다는 기분에 고개를 돌렸다. 놀이터에선 여전히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고 아이들의 부모들은 삼삼오오 모여 떠들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면 화단 옆에 까치가 있었다.

 

  ‘까치?’

 

  까치와 눈이 마주친 것 같다는 느낌도 잠시였다. 누군가 화단에 쏟은 과자 부스러기를 노린 비둘기무리가 등장했다. 동시에 은호의 미간도 찌푸려졌다. 구구거리며 몰려오는 비둘기에 까치는 기분 나쁘다는 듯 날개를 퍼덕이며 사라졌다. 까치의 거친 퍼덕거림에 비둘기 떼는 일순간 흩어졌다. 은호는 혹여 비둘기가 자신 쪽으로 올까 얼른 카드키를 찍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어~ 은호 왔니? 저녁먹자. 씻고 와~”

 

  인사를 하며 방으로 들어간 은호는 책상위에 고이 올려진 종이봉투를 집어 들었다.

 “이게 뭐야.”

 

  ----

  학당입학대상자를 위한 전체학당입학설명회가 내달 5일 도사청 서울 분관 3층에서 열립니다.

  전체 학당 입학설명회에 앞서 ‘이은호’님께는 사전 개별 학당입학설명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아래의 번호로 연락하여 당월 20일까지 담당자와 약속을 잡으시길 바랍니다.

 

  담당자 : ... / 번호 : ...

  ----

 

 “도사...?”

  무슨 삼류 판타지에서나 들을 법한 낯선 단어에 은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종이의 앞뒤를 연신 돌려보다 이내 내린 결정은 다음과 같았다.

 

 

 “누가 장난을 정성스럽게도 쳤네.”

  살펴본 봉투에는 주소도 우표도 소인도 그 무엇도 없이 깨끗했다. 은호는 다시 정리한 봉투를 여러 책들로 어질러진 책상 한 켠에 올려두었다.

  그렇게 은호는 그저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기고 넘겼고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

 

  그렇게 새해의 첫 달은 매일같이 학원 쳇바퀴를 굴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공부해도 죽지 않는 다니 젊음은 대단하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울 즈음 학원은 인심이라도 쓰는 척 주말 포함 4일의 방학 아닌 방학을 줬다. ‘늬들 이제 중학생 아니고 고등학생인 걸 잊지 마렴.’ 이라는 불필요한 잔소리와 과목별 숙제는 덤이었다. 이러느니 그냥 방학 안 하고 말지.

 

  그 방학의 첫날이 밝았다. 그 날은 눈이 오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쏟아지는 눈에 감상은커녕 은호는 느지막이 일어나 비척비척 거실로 나갔다. 언젠가 들어본 적 있는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리는 은호엄마의 목소리가 안방에서 흘러나왔다. 눈 오네. 감상도 잠시 찌뿌둥한 몸을 움직여 냉장고 문을 여는데 누가 벨을 눌렀다.

 

 “은호야! 문 좀 열어봐!”

 

  한창 안방 화장실 청소를 하던 은호의 엄마가 소리쳤다. 의미 없이 열었던 냉장고를 다시 닫고 인터폰을 확인하러 향하는 와중에 또 다시 벨이 울렸다. 누군지 참 급한 성격인가 싶었다.

 

 “어휴 빨리 좀 가서 열어! 오늘 정수기 필터 교체하러 온다는 걸 깜박했네..”

 

  벼락같은 엄마의 목소리에 은호는 누군지 확인도 않고 열림 버튼을 꾹 눌렀다. 미리 현관문도 열어두란 소리에 은호는 인터폰을 지나쳐 현관으로 향했다. 살짝 연 현관문을 스토퍼로 고정시켰다. 부엌으로 돌아가 물을 따라 마시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을 콩콩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지나치게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 들어가도 될까요옹~?”

 “네~ 들어오세요!”

 

  은호 엄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관문이 열렸고 웬 노란머리의 젊은 남자가 쑥 들어왔다. 채 고무장갑도 벗지 못하고 헐레벌떡 안방을 나오던 은호 엄마와 물 컵을 든 채 비적비적 부엌에서 거실로 나오던 은호까지. 뭔가 이상한 삼자대면이었다. 그 중에서 제일 이상한 건 갑자기 들어온 노란머리 남자였는데 가장 아무렇지 않은 것도 그 남자 혼자였다.

 

 “안녕하세요옹 어머니~”

 “어머, 코디님이 바뀌셨나요?”

 “앗 아니요! 은호학생 담당자는 저 맞습니다. 어머니. 연락이 없으셔서 직접 찾아왔어용~”

 

  벗은 신발을 야무진 손으로 착착 정리한 남자는 집안으로 들어와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은호 엄마 앞에 섰다. 귀여운 얼굴에 동글동글 애교 넘치는 말투, 한 순간도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서글서글한 성격까지. 최소 몇 년은 알고 지내온 사람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물론 노란머리에 귀엽지만 잘생긴 얼굴은 은호엄마 김여사 47년 평생 전혀 본적 없는 낯섦이었다.

 

  두 모자는 본인의 집임에도 장승처럼 남자의 움직임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돌이 몰래카메라 같은 거 찍으러 왔나.’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나 그 남자의 얼굴과 태도를 본다면 그리 생각할지도 몰랐다. ‘창 밖에 내리는 게 눈이 아니고 저 사람이 흘린 요정가루야.’라며 박수라도 치고 싶을 심정일 테니까. 남자는 들고 온 짐을 낑- 소리와 함께 발밑에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은호와 눈을 바라보고 싱긋 웃었다.

 

 “학생이 은호학생?”

 “아..네.”

 

  엉겁결에 대답한 은호는 여전히 한 손에 물 컵을 든 채 멀뚱히 서있었다. 그런 은호는 신경 쓸게 아니라는 듯 남자는 가볍게 눈썹을 들썩이곤 고개를 돌려 순식간에 집안을 훑었다. 한 바퀴 움직인 그의 눈은 다시 은호의 엄마의 눈으로 정착했다.

 

 “그럼 어머니 대화는 식탁에서 할까용?”

 

  이 날이 평범했던 은호의 중3-고1 생활, 아니 앞으로의 인생을 뒤흔드는 첫 번째 시발점이었다. 물론 셋 중에 노란머리 한 명만 얼추 짐작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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