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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영애•랑
작가 : 배로만자루
작품등록일 : 2019.9.30

1920년 일어난 일제감정기에 '한성'학교에 여자아이가 전학오면서 운명은 시작됐다. 1965년 그 어렵던 시절 또 다시 만난다.
시대를 넘나드는 사랑하는 연인이여.

 
서신; 사랑하는 여인과 처음 만난 여인
작성일 : 19-10-05 14:58     조회 : 462     추천 : 0     분량 : 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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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랑의 서재에 놓인 편지 한 장.

 

  서신: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기엔 길지 않은 시간 이오.

  그 여인을 너무 사랑했소.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오.

  너무 힘들었던 여인이었기에. 나를 열심히 사랑했기에. 잊지 않겠소.

  아버지라는 작자가 그 여인을 기억하지 않소. 한 순간에 잊어버렸기에, 잃어버렸기에.

  나라도 그대를 기억할 것이오. 영원히.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떠올린 영랑은 아직도 슬픔에 잠겨 어두운 집안 긴 복도를 걷고 있다.

  아침 청소 중이던 집안의 시녀들은 그가 나타나자 서둘러 고개를 숙인다. 힐끔힐끔 그의 눈치를 살피던 한 시녀는 그가 집 중앙에 위치한 정원을 향해 돌아보이자 그제야 다시 하던 일을 시작한다. 한 시녀가 움직이자 다른 시녀들도 마저 청소를 시작했다. 영랑은 잘 정리된 정원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에 잠긴 것일까.

 

  어머니와 손을 잡고 담소를 나눈 기억.

  마주보며 환하게 웃고 울던 기억.

  어린 영랑이 안아달라고 떼를 쓰던 기억.

  그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영랑은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떠올린다. 하루에 한 번씩 정원을 둘러보고 한참을 거닐다 방으로 돌아가는 게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영랑은 집 대문으로 누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오자 아버지의 서재로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다. 그를 맞이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기다렸다. 커다란 웃음소리와 함께 그가 서재로 들어섰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대한의 실세와도 다름없는 이들과 함께 서재로 들어섰다. 영랑의 아버지인 그가 영랑의 팔을 붙잡고 함께 온 이들에게 보여주는 폼 세를 보였다. 영랑은 그의 시선을 맞추지 않고 고개만 들었다.

  “듣던 대로 훤칠 하구만. 아비를 닮은 것인가?”

  “허허, 제 어미를 쏙 빼 닮았지. 그렇지?”

  “......”

  영랑이 함께 온 이들에게 대꾸도 하지 않고 인사도 하지 않자 그의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 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영랑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남들 앞에서는 자신을 조금이라도 내리깔아선 안 되는 아버지였다. 영랑이 그를 무표정으로 상대했다.

  처음부터 이리 반항적인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땐 그가 꽤나 다정했다. 하지만 영랑이 커 갈수록 빼어난 미모의 어머니를 닮아가자, 그의 태도는 달라졌다.

  영랑의 어머니는 품위가 넘치는 여인이었다. 영랑에게 온정과 사랑을 알려주었던 세상에 단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영랑의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가 못마땅했다. 5살 때부터 영특한 기재를 보이는 아들에게 오로지 마음으로만 상대한다는 부인만의 교육 방식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영랑의 아버지는 영랑을 자신처럼 키워내기 위해 노력했다. 욕망으로 가득 차버린 것이다. 영랑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를 상대했다.

 

  그의 심기가 점점 뒤틀려가자 영랑과 함께 그를 맞이했던 시녀들이 함께 온 이들에게 대접할 다과가 준비 되었다며 아버지를 재촉했다. 그는 헛기침으로 못마땅한 듯 영랑을 흘긴 뒤 안내한 방으로 들어갔다.

  영랑은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앞으로 모으고 있던 손을 내리고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영랑과 함께 남아있던 한 시녀가 영랑에게 학교로 타고 갈 차가 준비되었다며 서둘러 차가 있는 집 앞으로 그를 안내했다.

 

  영랑의 집 앞.

  집 앞에서 영랑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동네 여인들은 영랑이 나오자 웅성거리며 영랑의 행색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영랑은 아는지 모르는 지 여전히 냉랭함을 유지하며 차에 올랐다.

  같은 장소, 다른 시선

  학교로 출발한 차 안의 공기는 차다 못해 얼어버릴 지경이었다. 운전하던 기사는 그런 영랑의 모습을 볼 때마다 두려움으로 오금이 저렸다.

 

  예전에 사모님이 살아계실 적에 집 앞에서 차를 청소하던 운전기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 안에서 터져 나오던 회장님의 목소리와 영랑도련님의 방 창문에 강인한 한지도 찢길 같은 비명을 지르는 사모님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곧 이어 영랑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리며 빠른 걸음으로 차를 향해왔다. 덕분에 운전기사는 갈 곳은 정해 두지 않은 채, 기사는 빠르게 뒷좌석의 문을 열고 영랑을 태울 밖에 없었다. 영랑이 세차게 걸어왔던 만큼 차가 크게 움직였고 기사는 차에 오르자마자 왼쪽 관자놀이에서 땀을 흘리며 시동을 걸면서도 영랑의 차가운 기운을 온 몸으로 느껴야만 했던 날이었다. 요즘 들어 그때의 생각이 많이 난다. ‘또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겠지?’

  10분 정도를 달려 영랑의 학교 앞에 도착했다.

  정문에 차를 세우고 뒷좌석의 문을 열고 영랑이 내리자마자 서둘러 차를 몰고 현장을 벗어나는 기사였다. 운전기사의 헐떡임은 보지 못했을 영랑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걸어가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늘 자신을 끌고 다니며 정치를 하는 아버지 덕에 사람들의 시선 따윈 이미 익숙해지다 못해 진저리가 나는 것이다.

 

  영랑이 다니는 학교는 대한제국시대의 유일한 고등학교였다. 그는 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될 정도로 타고난 영재였지만 조선총독부(식민을 통치하는 기관)에 통감부(일제가 감시하는 부서) 총독과 친분이 깊었던 아버지는 정부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억지로 영랑을 학교에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영랑은 잘생긴 외모와 길게 뻗어 멀쑥한 매무새로 여식이들 뿐만 아닌 모든 사람들에게 *칭송을 받고 있었다. *칭송: 칭찬을 높이 사는 것.

  영랑이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같은 반뿐만 아니라 다른 반, 다른 학년 *여식이들까지 쫓아와 영랑을 바라보기 바빴다. 그러나 역시나 작은 눈 길 조차 받지 못했다. 그리고 영랑의 시선을 받지 못해 애달픈 이들이 또 있었다. 바로 학교의 선생들이었다. 언제나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인 영랑 덕분에 제대로 된 이야기는커녕 그가 선생을 무시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조차 드는 그들이었다. 그러나 따지지도, 그렇다고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선생들이었다.

 *여식이들: 이 소설 속에서의 그 시대 여학생들.

 

  오늘은 교실의 문이 왜인지 시원하게 열리며 요 근래 보이지 않았던 환한 미소를 품은 담임교사가 한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여자아이의 분위기가 어쩐지 차가운 분위기의 영랑과 닮은 듯했다. 선생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광주에서 오늘 전학을 온 거라며 여자아이를 소개했다. 그녀는 선생이 안내한 자리까지 가는데도 원래 짓고 있던 냉랭한 표정을 유지하며 걸어갔다. 역시 어딘가 영랑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한편, 같은 교실의 다른 남식이들이 그 동안 여식이들의 찬 밥 신세에 애달프던 찰나에 한 줄기 빛이라도 본 듯이 환한 미소를 머금고 맨 뒷자리 중앙에 앉아있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영랑과 비슷하게 전혀 보이지 않은 듯 챙겨온 가방에서 책을 꺼내며 자기 할 일을 했다. 다소 약간의 아쉬움이 감도는 남식이들이었지만 그래도 마냥 설레기만 한 그들이었다.

  그녀가 자리를 정리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수업이 시작되었다. 현재 사회가 시끄러운 것처럼 일제에 관한 내용이었다. 전학을 온 그녀의 눈에 무엇 때문인지 *서리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눈치를 채지 못한 선생은 칠판을 뒤로하고 전학 그녀를 응시하며 “참 좋은 시절인 듯하오.” 라며 말을 붙였다. *서리: 물체 표면에 얼어붙은 것. 그녀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는 것을 문학적으로 표현.

  그때,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치가 떨리는 듯,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은 것이 사람을 죽이진 않았겠지.”

  웃고 있던 입 꼬리를 서서히 내린 선생이 매서운 눈빛으로 막대기를 들고 영애에게 다가갔다. 교실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영애의 말에 학생들은 흠칫 놀란 상태에 얼어있다 이내 선생의 표정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영애의 눈은 더욱 억세게 변하고 있었다. 선생은 한쪽 입 꼬리를 치켜 올린 뒤 영애에게 반격을 하였다.

  “지금 뭐라 하신 겁니까. 영애?”

  “아직 학교 밖은 전쟁입니다. 아니, 경성 밖은 피로 물들어 있단 말입니다.”

  “허, 근데 그게 어찌 이 순간에! 지금! 말이 나 오냐. 이것입니다.”

  “...당신도... 일제의 도움을 받았나봅니다.”

  선생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져갔으며 영애는 선생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이를 보고 있던 교실에 학생들이 어떤 곳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였다. 영랑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때 선생의 시선이 영랑으로 향했다. 영랑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영애를 바라보고 있었다. 영랑의 얼굴을 보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야심한 눈빛을 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은 인사도 하지 않은 채 교실의 문을 박차게 열고 나갔다. 영애는 그런 선생을 지켜보며 책가방을 쌓다. 교실에 학생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빠른 속도로 아주 조용히 교실 빠져나갔다. 영랑은 아까부터 영애만을 쭉 바라보고 두 팔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영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을 나가자 영랑이 뒤따라 나갔다.

 

  학교 정문으로 가는 운동장.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영애의 한 발짝 뒤에서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걸어가는 영랑이 생각에 잠겼다. 선생에게 자신을 내던지며 반격을 하는 그녀에게 관심이 생겼다. 아니 흥미로운 학교생활을 기대했다. 살짝 미소를 내비치며 학교 정문을 나갔다.

 

  영애가 학교에 온 첫 날, 오늘은 학생들에게도 그리고 영랑에게도 영애를 상대한 선생에게도 잊지 못할 수업이 되었다.

 

  늦은 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영애가 순찰을 도는 경찰들을 피해 어디론가 향한다. 그때, 구두 발 소리와 함께 영애의 발이 빨라진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군가 영애의 손을 잡아채고 건물 사이 어두운 곳으로 사라졌다.

 
작가의 말
 

 영랑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여인과 영랑 앞에 나타난 여인,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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