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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아쿠아 옴니버스
작가 : 아라가야
작품등록일 : 2019.9.5

아쿠아 옴니버스는 비오는 날 문득 '물'이라는 단어 하나로 가지를 뻗어내는 옴니버스 식 구성의 이야기가 떠올라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 장르에 걸쳐 구성 될 것 같아 기타로 구분하였고, 아쿠아 옴니버스는 로맨스일때도, 판타지일때도 있습니다.

 
아쿠아 옴니버스-토너
작성일 : 19-09-08 22:51     조회 : 319     추천 : 0     분량 : 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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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쿠아 옴니버스-토너(과소비)

 

 

 

 

 커피가 떨어졌다. 동생에게 미리 사서 채워달라고 그렇게 부탁했건만...

 

 아마 심부름값 3만 원은 친구들이랑 술 마시는데 보태서 썼을 게 분명하다.

 

 일단 하던 작업을 저장하고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 주변을 대충 치우고 어제 빨아 세제 냄새가 물씬 올라오는 후드티로 갈아입었다.

 

 얼굴에 기름기가 너무 넘쳐난다. 세수하기 귀찮아서 기름종이로 대충 닦았지만, 기름종이 하나로 다 커버가 안돼서 그냥 세수하고 오기로 했다.

 

 요즘 턱에 트러블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전에 쓰던 것보다 더 거품이 조밀하고 세정력이 좋은 지성용 클렌징 폼을 샀다. 제법 비쌌던 걸로 기억한다.

 

 돈값 하게 트러블이 좀 가라앉으면 좋겠다. 거품을 내고 얼굴의 모낭충을 모두 박멸했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문질러댔다.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그러고 나면 기분이 조금 나아져 개의치 않기로 했다.

 

 지금 얼굴을 닦고 있는 이 수건 참 맘에 든다. 푹신하고 흡수도 잘 되는 게 나름 잘 산 것 같았다. 전 남자친구는 쓸데없는 소비라고 나무랐지만...

 

 이제 옆에 있지도 않으니 잊어버리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가끔씩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가 떠올라서 지금처럼 혼자 있을 때 괴롭히니 말이다.

 

 화장대 앞으로 가 토너를 찾는데 이게 영 보이지가 않는다.

 

 하는 수없이 샘플을 찾아 뜯어 썼는데 턱이 화끈거리는 게 나던 트러블도 도로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휴대폰으로 제품명을 찍어두었다.

 

 적당히 수분감만 채우고 집 밖으로 나와서 목적지 없이 우선 걸었다.

 

 어차피 어디로 가도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은 나올 테니.

 

 가을이라 골목길에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5시 반. 하늘이 내가 아는 모든 색으로 천천히 물들고 있다.

 

 매일 펼쳐지는 광경이지만 시간 맞춰보기는 또 어려워 괜히 감성에 젖었다.

 

 강가로 가봐야겠다.

 

 아무것도 달려있지 않은 벚꽃 나무 밑 벤치에서 휴대폰을 꺼내 노을을 찍어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잘 담기지 않아 도로 집어넣었다.

 

 잠깐 쉬고 싶어 별생각 없이 앉았는데 4월 초 그와 내가 함께 앉았던 그 벤치였다. 서로 어색해 하면서도 수줍었던 기억이 떠올라 기분이 급격하게 내려앉았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 강가를 따라 쭉 걷다 길을 건넜다. 길 건너 마침 화장품 편집숍에서 특가 행사를 하고 있어 잠깐 들어가 보았다.

 

 요즘은 딱히 색조화장할 일이 없기 때문에 바로 기초 코너로 들어갔다. 아까 샘플로 썼던 제품이 1+1 행사 중이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사버렸다.

 

 무작정 사고 나와보니 내 손엔 토너뿐만 아니라 에센스와 크림까지 세트로 들려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기분에 따라 쇼핑하는 습관이 들어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정신없이 사버릴 줄이야.

 

 한숨을 내쉬고 원래 목적인 커피를 공수하러 아파트 단지 내 대형 마트에 들어갔다.

 

 행사 상품은 만 사천 원짜리 아메리카노와 팔천 원짜리 믹스커피.

 

 단 건 별로 먹고 싶지 않았다.

 

 계산기에 고심 끝에 고른 아메리카노를 올렸다.

 

 그리고-

 

 “보헴 넘버 식스.”

 

 삑-

 

 “만 팔천오백 원입니다.”

 

 캐셔가 따로 신분증 요구를 하지 않아 카드만 건넸다.

 

 뭐, 어차피 챙겨오지도 않았지만.

 

 카드와 커피를 다시 건네받고 바깥으로 나왔다.

 

 7시. 어둑어둑해져 곳곳에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늘어지는 그림자 끝을 무료하게 쳐다보며 걷는데 휴대폰 문자 알림음이 울렸다.

 

 동생이다. ‘누나, 커피 사다가 채워놨어.’

 

 “이미 샀는데...”

 

 어차피 언젠가는 다 마신다지만 결국 이것마저 과소비였다.

 

 다시 반품할까 하다 이내 귀찮아져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집 앞 골목길에 들어서고 그가 나를 데려다주던 장면이 떠올라 방금 산 담배를 뜯고, 살짝 숨을 들이키며 불을 붙였다.

 

 그 순간 짜증 나게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 바로 꺼졌다. 기분이 묘했다.

 

 “하하하하하!!!”

 

 욕하고 싶지 않아 크게 웃었다.

 

 그는 죽었다. 적어도 내 안에선.

 

 그는 헤어진 지 일주일 만에 다른 이를 만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난 아직도 그의 그림자조차 떨쳐내지 못한 걸까.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는데 말이다. 만난 기간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매일매일 어딘가를 함께 다녔기에 안 해본 게 없어서 그런 건가. 내 주변에서 아직 그보다 나은 사람을 보지 못해 선가. 그도 아니면 그만한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내 낮은 자존감 때문인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드는 하나의 생각.

 

 ‘왜왜왜왜!!!! 나를 배신한 걸까?‘

 

 도대체......

 

 더 생각하다간 진짜 미쳐버릴 것만 같아 끝만 태운 담배를 골목에 던져둔 채 집에 들어갔다.

 

 내 방에서 동생이 나온다.

 

 “임도영! 내가 심부름 값으로 만원 넘게 얹어줬는데 결국 내가 사 왔잖아!”

 

 살짝 화가 나 화풀이를 해버렸다.

 

 “누나 미안! 여자친구랑 쇼핑 갔다 온다고 늦었어.”

 

 “됐으니깐 저녁이나 알아서 먹어.”

 

 “누나는?”

 

 “안 먹어.”

 

 오늘도 딱히 무언갈 먹고 싶진 않았다.

 

 “아, 누나!”

 

 “왜, 또.”

 

 “아니 아까 찬우 형 오랜만에 봤는데... 누나 혹시 헤어졌어?”

 

 “... 네가 알아서 뭐 하게?”

 

 “그냥 옆에 딴 사람 있길래 했던 거지, 됐어. 누나랑 얘기 안 할란다!”

 

 “말은 지가 걸어놓고는...”

 

 쾅-

 

 방문을 세게 닫고 들어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프로필 사진이라도 한 번 볼까.’

 

 메신저앱을 키다가 그냥 꺼버렸다. 괜한 미련 가지면 힘든 건 나뿐이다.

 

 그가 행복한 만큼 난 힘들 테니.

 

 눈물은 이미 흘릴 만큼 흘려서 더는 흘리고 싶지 않다.

 

 그를 잊기 위해 밤새도록 편지를 쓰며 원망도 해보고 친구들과 함께 놀고, 공부도 해봤지만...

 

 원망은 자책도 함께하게 되어 그만뒀고, 친구들과 놀면 그 순간은 재밌지만 헤어지고 난 후 혼자가 됐을 때의 상실감을 못 이겨내겠더라. 공부는 내가 그보다도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나 자신이 더욱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그의 생각도같이 든다. 나갔다 왔으니 세수나 해야겠다 싶어 다시 클렌징 폼을 꺼내들었다. 거품을 조밀하게 내고 세게 문질렀다. 모낭충이 박멸됐으면.

 

 수건은 여전히 푹신했다.

 

 화장대에 앉아 아까 사온 기초세트를 뜯었다. 이미 에센스와 크림은 3개씩 갖고 있지만 그것들도 다 뜯었다.

 

 턱에서 화끈거리는 느낌이 올라온다.

 

 마음 한구석도 같이 화끈거리며 아려온다.

 

 

 

 

 

 

 아쿠아 옴니버스-눈물(이별 일기)

 

 헤어진 후 40일간의 일기

 

 헤어졌다.

 

 사실 나도 서로에게 소홀해졌다는 감정이 들고난 이후 이별을 떠올리긴 했다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의 전화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나니 조금 충격이 컸다.

 

  그는 내 태도가 그를 지치게 한다고, 너무 힘들다고 하였다.

 

 난 맞춰줄 수 있었지만 그가 원하지 않았고, 그가 그렇게 힘들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알았다고 말했다.

 

  크게 오래 사귀진 않았어도 CC였고, 그래서 매일 붙어 다녔기에 상실감이 크게 느껴졌다.

 

 불안해 미칠 것 같고 손이 떨려왔다. 딱히 무언가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3끼 모두 굶었다.

 

 

  눈물이 흘렀다.

 

 어릴적부터 누구에게도 난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난 가족에게도 감정을 공유하고 살지 않았기 때문에 자는 척하면서 몰래 울었다.

 

 

 다음 날이 밝았다.

 

 바깥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괜히 더 슬퍼져 글을 썼다. 그에게 내가 하고픈 말을 썼다. 왜 우리가 헤어졌는지, 아직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를 원망하는 글도 쓰고 뒤죽박죽이었다. 내가 봐도 너무 구질구질했다. 지우려다 글을 쓴 지 10시간이나 지난 것을 보고 문득 아까워져 그냥

 

 메모장에 잠금을 걸어 구석에 뒀다. 이날도 딱히 무언가를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3끼 모두 굶었다.

 

 

  헤어진 지 3일이 지났다.

 

 난 그를 못 잊고 너무 힘들어하고 있었다.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하여 연애 관련 커뮤니티에 글도 써보고, 자책하며 붙잡는 법을 뒤져보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서였을까 다시 편지를 썼다. 편지엔 지금은 둘 다 여유가 없어서 예전처럼 무언가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못하는 것 같다는 말, 그가 나에게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했던 문제에 대한 답과 아직 사랑한다는 그런 말을 담았다. 전화를 해서 편지를 보냈으니 한 번만 읽어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너무 오랜만에 무언가를 먹어서 그런지 체했다.

 

 

 헤어진 지 4일이 지났다.

 

 편지를 괜히 보냈다고 후회하기도 하면서 구석에 일말의 희망을 남겨두었다. 밥을 챙겨 먹고,

 

 그러고 나선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더 아프게 헤어진 친구는 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남들 다 겪는 흔한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됐다. 이 날은 비교적 편안하게 잠들었다. 하지만 그의 꿈을 꿔버렸다.

 

 

  헤어진 지 5일이 지나고,

 

 일어나자마자 그와 행복했던 시간이 다 지난 일이라는 것을 깨닫자 허무와 상실이 밀려들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우린 헤어졌어야만 했을까. 서로에게 소홀해졌다는 그의 말을 듣고 한숨 쉬며 ‘그렇게 힘들면 헤어지던가.’라고 무심하게 얘기했던 나를 자책했다. 더욱 마음이 아파졌다. 내 일상은 그렇게 자책과 눈물로 굳혀졌다.

 

 

 헤어진 지 10일이 지났다.

 

 그 사이 딱히 다른 일은 없었다. 내 편지가 이제야 도착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분명 제일 빠른 걸로 보냈었는데 착오가 있었나. 그에게 연락했다. 그도 편지를 읽어보았다면서 전화를 했다. 그는 자기는 맞춰가는 연애가 아닌 자기에게 처음부터 딱 맞는 연애를 하고 싶다며 우리는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지고 이젠 진짜 끝이라는 얘기를 했다. 내가 장난스럽게 붙잡았지만 달가워하지 않기에 그만뒀다.

 

 

  헤어진 지 14일이 지났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즐거워서 그 순간만큼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 다시 혼자가 되니 더욱 큰 상실감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그 사람은 벌써 다른 사람을 만나 행복해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너무 충격적이었고 자면서 앓았다. 아픈 와중에 버즈의 가시가 떠올랐다. ‘아픈 만큼 너를 잊게 된다면 차라리 앓고 나면 그만인데’ 지금 앓는 만큼 제발 잊을 수 있게 해달라고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헤어진 지 20일이 지났다.

 

 친구에게 학교 근처 원룸을 양도받아 혼자 지냈다. 개강까진 2주 정도가 남아있어서 무료했다. 하지만 막상 나가보면 눈길 닿는 모든 곳이 그와 함께했던 장소여서 너무 괴로웠다. 방안에선 혼자이니 무섭기도 하고 더욱 외롭기도 해서 노래를 계속 틀어놓았다.

 

 

  헤어진 지 25일이 지났다.

 

 친구들과 운동도 하고 최대한 쾌활하게 지내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이곳이 학교고, 우린 CC였다는 사실이다. 밤이 오는 게 무서워 알바를 하고, 알바가 끝난 뒤엔 친구들과 계속 같이 있으려 했다. 너무 불안하고 힘들어 이들에게라도 의존해야만 했다. 그것도 아니면 혼자 술과 담배로 날을 지새웠다. 그리운 감정은 여전했고, 단 1초도 그의 생각이 끊이질 않아 힘들었다.

 

 

  헤어진 지 30일이 지났다.

 

 본래 나는 우울증이 좀 심했지만, 밖에서는 최대한 밝게 보이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젠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 모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바깥에선 즐겁게 웃고, 안에선 눈물로 날을 지새웠다. 30일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힘든 마음이 컸고 별의별 생각이 들어 도움이 되기 위해 많은 영상과 글들을 찾아보고 이제 나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기로 했다.

 

 

  헤어진 지 33일이 지났다.

 

 개강을 했다. 한적했던 학교에 사람이 많아지니 활기찼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고, 점점 마음도 들떴다. 하지만 밤에 기숙사로 돌아가니 다시 기분이 가라앉았다. 감정 기복이 심해진 것이 크게 느껴졌다.

 

 

  헤어진 지 35일이 지났다.

 

 난 지금 너무 감정이 불안정하다. 그를 다시 만났으면 좋겠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다시 만난다 해도 이전의 사이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계속 지칠 것 같았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내가 힘들어하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분하게 고민했다. 결론은 내 주변 이성들 중에 그 사람만한 사람이 없고, 내가 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낮은 자존감 때문이었다. 어떡해야 할까. 해답을 찾느라고 밤을 새웠다.

 

 

  헤어진 지 36일이 지났다.

 

 내가 나아지면 그보다 나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를 발전시키는데 집중했다. 그의 단점만 생각하고, 그를 빨리 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온갖 시도를 해보았다. 효과가 있었다.

 

 

  헤어진 지 37일이 지났다.

 

 효과가 있긴 무슨...... 다시 드는 그리움에 난 실의에 빠졌다. ‘이제 잊을 때도 됐는데...’하면서도 막상 기숙사에 돌아와 혼자가 되니 어느새 그의 사진을 보고 있다. 번호를 지웠다가도 덜컥 겁이 나 다시 저장하고를 반복한다. 문득 같이 찍은 사진을 진작 다 삭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남아있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헤어진 지 39일이 지났다.

 

 기숙사에서 할 일 없이 누워있으니 그가 더욱 떠오르는 데다 나 자신이 너무 쓸모없게 느껴져 바로 공부하러 나갔다. 점심때부터 저녁까지 도서관에 있다가 친구를 잠깐 만났지만 별로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지 않아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서 공부했다. 나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밤을 새워서 새벽 5시가 넘도록 공부만 했다. 창문을 때리는 바람 소리가 시끄러워 잠깐 휴대폰을 들어 날씨를 보았다. 그러다 그 사람이 새롭게 올린 프로필 사진을 봐버렸다. 행복해 보였다. 행복해 보이는 만큼 난 그가 원망스럽고 미워서 눈물이 났다.

 

 

  헤어진 지 40일이 지난 지금,

 

 난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예전에 좋아하던 친구를 잊는 데 1년이 걸렸다. 그 친구와 썸 타는 사이였었고 이어지진 않았다. 매일 붙어 다녔지만 한순간에 식었었고. 왤까. 나를 만나다 쉽게 식는 데엔 내 잘못이 크지 않을까 자책했지만, 그런 자책은 나에게 하등 도움 되지 않으므로 그만뒀다. 요 며칠 날이 계속 흐려서인지 기분도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점점 피폐해져가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결국 난 곳곳에 남은 그의 흔적 때문에 휴학을 결심했다.

 
작가의 말
 

 원래 계획하던 1화는 이게 아니지만 이제 감정을 진짜 지울 때가 온 것 같아 그 전에 먼저 등록했습니다.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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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쿠아 옴니버스-토너 2019 / 9 / 8 320 0 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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