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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인코그니토
작가 : BD번
작품등록일 : 2019.9.1

추기경 살해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귀족 청년 에드먼드. 무죄를 증명하고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그의 이야기.

 
1. 유죄(1)
작성일 : 19-09-01 17:09     조회 : 350     추천 : 0     분량 : 7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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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랭커튼의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다. 누군가 지난 3개월간 이 도시 최대의 화젯거리가 무어냐 묻는다면, 당연히 누구나 페럴 추기경 살해사건을 말할 것이다. 한 나라의 종교 지도자가 살해당한 사건이 어찌 큰 사건이 아닐 수 없겠느냐마는,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 덕분에 더욱 큰 뉴스가 되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 사건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땐, 응당 거리의 부랑자나 갱단의 조직원 같은, 당연히 이런 사건을 벌였을 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약 3개월 전, 모든 신문의 헤드라인을 차지한 것은, 아르마 백작가의 장남 에드먼드 모젤이란 이름이었다. 그 이후 브리카 왕국 내에서 그 이름을 입에 담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직 말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 정도였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사건의 재판이 끝나는 이 날 저녁. 주점이며 카페며 사람들이 라디오 앞에 모여 앉은 모습은, 십여 년 전 종전뉴스를 기다리던 풍경이 연상될 정도였다. 사람들이 이 사건에 이토록 관심을 가진 건, 페럴 추기경이 민중에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탓도 있다. 허나 귀족 재판이 가지는 특이성 또한 화제성의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흔히 말하길, 평민의 재판은 유죄를 판결하기 위해서, 귀족의 재판은 무죄를 판결하기 위함이라 말한다. 이는 틀린 말도 아닌 게, 귀족의 재판은 평민과는 그 형식부터 달리했다. 귀족의 경우 법원이 아닌, 의회에서 청문회의 형태로 재판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이마저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고, 결과적으로 간단한 벌금형이나, 심지어 무죄로 판결이 나기에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무려 한 나라의 이인자, 브리카 왕국의 에테르 교회 최고 성직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재판을 넘어, 귀족과 에테르 교회 둘 사이의 싸움이기도 했다. 비록 에테르 교회가 의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은 2할에 조금 못 미치지만, 대륙에서의 대전 이후 귀족세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그에 반해 전쟁 이후 세계의 산업화가 더욱 가속되면서, 모든 동력의 근원인 에테르를 총괄하는, 에테르 교회의 권세는 날로 커졌다.

  뉴스 시간이 점점 다가오자 저마다 일행끼리 내기를 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과연 에드먼드 모젤이 무죄인가 유죄인가? 사실상 귀족과 에테르 교회 어느 쪽이 승자인지를 점치며, 저마다 오늘 저녁의 술값과 커피값을 내걸었다.

 

 [의회에서는 이번 페럴 추기경 살해사건 용의자 에드먼드 모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며 30년형 선고를...]

 

  승리는 에테르 교회와 유죄에 돈을 건 자들의 몫이었다. 귀족 재판에서 유죄가 판결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벌금이나 2, 3년 형도 아닌 30년형이 선고된 일 또한 역사서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덕분에 기왕 돈 거는 김에, 형량도 내기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수많은 승자와 패자들을 나누며 도시의 밤은 깊어져 갔다.

 

 

  * * *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귀족이 감옥에 가는 일이 유례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건 사람들이 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그런 역사적 기록 몇 줄에나 있을법했다.

  현세대의 사람들은 그 역사적 기록에 한 줄이 더 추가되는 것이, 자신들의 시대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것은 이곳 킹스가든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했다.

  에드먼드 모젤의 유죄판결이 나고 이튿날이 지난 새벽. 킹스가든 경찰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이들이 이른 시간부터 바빠진 데엔, 구치소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졸고 있는 한 청년 덕이 컸다. 흉악한 범죄자를 교도소로 호송하는 일이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들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귀족이라니. 여기 있는 어느 누가 자신이 일하는 이 시대에, 이런 사건이 일어날 거라 생각했을까?

  평소 같으면 이들이 호송 중 걱정하는 요소는, 죄수의 탈출 단 하나뿐이었다. 혹여나 죄수가 호송 중에 탈출을 감행한다면, 사살해서라도 그것을 막으면 됐다. 그 때문에 교도소에 갇히는 것도 아깝다고 느껴질 죄수의 경우엔, 차라리 탈출을 시도해서 그를 사살할 구실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싶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달랐다. 에드먼드 모젤 그는 죄수였지만, 사실 그보다 귀족이란 사실이 더 중요한 게 현실이었다. 죄수가 되었어도 귀하신 몸이란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만에 하나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끔찍하고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하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은 이들이 가득했다.

  누군가 그 귀하신 에드먼드가 수감된 구치소 철창을 두드렸다. 에드먼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출 생각이 없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감고 있던 눈을 슬며시 떴다. 하지만 고개를 돌릴 생각은 없는지, 곁눈질로 철창쪽을 쳐다봤다.

 

 "여기 이렇게나 경찰이 많은데, 노동법 위반을 신고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가?"

 "흠. 글쎄? 불행히도 댁이 말하는 그 노동법은 우리한테는 적용이 안 되는 모양이라서. 누가 법을 그렇게 만들어 놨더라고."

 "뭐, 새벽부터 많은 사람이 노동 착취를 당해도, 경찰은 그 권리에서 예외인 대상이라면 나야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 법을 만든 계층의 한 사람으로 사과하지."

 "그 말 정말로 고맙구먼. 댁이 그 법을 바꾸는데 힘써준다는 한마디만 더했으면, 나도 모르게 꺼내줄 뻔했어. 지금 이 사단의 원인이 모젤 선생 당신이란 사실만 아니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자신을 패터슨 경감이라 소개한 형사는, 자신의 농담이 나름 웃겼다고 생각했는지, 콧수염을 씰룩이며 낮고 경박한 소리 웃었다. 하지만 눈앞의 에드먼드의 짜증 나 있는 표정과 뒤에 서 있는 경관들의 엄숙한 표정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경감의 수염이 한번 크게 씰룩이더니, 웃음소리는 이내 헛기침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걱정 말라고. 일단은 여기서 꺼내주긴 할 테니. 선생이 나와서 갈 곳을 생각하면 여기가 다시 그리워질 거요."

 

  에드먼드는 그다지 동의하지는 않다는 듯 한 번 어깨를 으쓱했다. 경감은 다시 한번 헛기침과 함께, 뒤에 선 경관들에게 고갯짓으로 명령을 내렸다. 복도 끝에 있던 경관 한 명이 무언가의 스위치를 내리자, 에드먼드가 수감되어 있던 구치소의 문이 열렸다. 에드먼드가 귀찮다는 듯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또 다른 경관 한 명이 다가와, 그의 앞에 수갑을 내밀었다.

 

 "도망갈 생각도 없는데 굳이 수갑을?"

 

  하지만 수갑을 든 경관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부동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에드먼드는 짧게 혀를 차며 양손을 내밀었다. 그의 양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난 경관은,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에드먼드는 양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바라보며, 코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무언가의 숨을 내쉬었다.

 

 "가자고, 모젤 선생. 선생을 위해 특별히 오컴 교도소행 배 티켓을 끊어 놨거든."

 "기왕이면 돌아오는 배도 예약했으면 좋겠는데. 그 정도의 상냥함도 바라는 건 사치인가?"

 "쓸데없는 걱정은! 30년 뒤에 걸로 미리 끊어 뒀으니까 걱정 마쇼."

 

  경감의 수염이 또 한 번 씰룩였다. 에드먼드의 미간도 꿈틀거렸다.

  랭커튼 서남쪽에 위치한 오컴 섬 위에 세워져 있는 오컴 교도소. 탈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악명 높은 이 교도소엔, 각종 흉악범과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 불행히도 흉악범과 정치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에드먼드는, 앞으로 이곳에서 30년간 지내야 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에드먼드의 호송을 위한 준비는 어떤 의미론 특별대우라 볼 수도 있었다. 경관 전원이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에드먼드를 태울 차량 외에도 서너 대의 차량이 더 따라붙었다. 보통의 죄수 호송이라면, 굳이 새벽을 틈타지도 않을뿐더러, 이 정도의 인력을 배치하지도 않는다. 에드먼드가 관련된 사건이 그만큼 크기도 했고, 비록 죄수의 신분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리카 왕국에서 가장 부유한 백작가의 장남이란 지위가 사라진 건 또 아니었다. 어느 쪽이든 에드먼드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매우 골치 아플 터였다.

 

 "이놈의 안개는 오늘 같은 날이라도 좀 걷혀줄 것이지..."

 

  경감은 차창 밖 안개가 자욱한 새벽 거리를 보며 혀를 찼다. 구름도 잔뜩 껴 있어, 수평선 위로 태양이 올라와 있는지도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거리를 밝히는 건, 호송 차량의 조명과 거리마다 세워진 에테르 응집기의 옅은 빛이 전부였다.

  이럴 때 꼭 뭔가 터진다는 말이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을, 역설적으로 내뱉으며, 괜스레 손에 든 기관단총의 탄창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러고는 괜히 또 뒷좌석에 앉은 에드먼드를 한 번 쳐다봤다. 에드먼드는 팔짱을 낀 채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그런 에드먼드의 평온한 모습을 보자,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지, 경감의 수염과 미간 꿈틀댔다.

 

 "이봐 모젤 선생. 30년 동안 못 볼 풍경인데, 지금이라도 많이 봐 놓지 그러오?"

 

  에드먼드의 심기라도 건드릴 셈이었나 싶지만, 그저 눈 한번 떠서 경감을 쳐다보곤 다시 눈을 감을 뿐이었다. 경감은 그런 에드먼드의 모습에 혀 한번 차곤,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

 

 "재판도 끝났고 댁이 30년 감옥생활을 할 거란 사실도 변함이 없는데, 이제 슬슬 솔직해지는 게 어때? 내 아무리 형사경력 30년이지만,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거든. 모젤 선생같이 잘나갈 미래밖에 없는 양반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흉악범이 되는 길을 선택한 거요?"

 "그야 당연히 난 무죄니까."

 "하여튼 고집하곤!"

 

  경감은 참으로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 쳤다. 에드먼드는 경감의 반응에 굳이 감정을 감추지 않고, 노골적인 짜증을 얼굴에 한가득 보였다. 하지만 앞쪽을 바라보던 경감에겐 그 표정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한 강가를 따라 달리던 호송 차량은 이내 서쪽 부둣가에 접어들었다. 그제야 조금 초조하던 경감의 표정도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하늘의 구름은 여전했지만, 조금씩 푸르스름하게 밝아졌다.

 

 "어이쿠!"

 

  갑자기 멈춰선 차량의 충격에 경감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경감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곤, 흐트러진 모자를 고쳐 썼다. 날카롭게 옆 운전석에 앉은 경관에게 무슨 일인가 질책하며, 사태 파악을 위해 주변을 살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어둠과 안개 탓에 아직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부둣가의 도로 한가운데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 있는 거로 보였다. 경감은 짧게 혀를 차며, 모자를 다시 한번 눌러썼다.

  앞서가던 차량의 인원은 차량 밖으로 나와, 차 문을 엄폐물 삼고서 대기하고 있었다. 따라오던 차량의 인원들도, 차를 세우곤 뒤따라 내려선 안개 너머의 무리를 향해 조준하고 있었다. 하여튼 귀족들이란! 경감은 혀를 차며 여전히 뒷좌석에서 눈을 감고 앉아있는 에드먼드를 흘겨봤다. 그의 수염이 꿈틀댔지만, 그 이상, 에드먼드에게 무어라 말하지는 못했다.

  경감은 한숨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두어 번 헛기침하더니, 앞쪽을 향해 총을 겨누며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킹스가든 경찰서 패터슨 경감이다! 현재 우리는 중요한 죄수를 호송 중이다! 지금 당장 길에서 비키지 않으면, 적대적 의사로 간주하고 발포할..."

 

  경감의 목소리는 마른침과 함께 삼켜져 이어지지 못했다.

  안개와 어둠이 조금 더 걷혔다. 하지만 여전히 한 무리의 사람들은 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조금씩 앞으로 걸어옴에도, 여전히 안개와 어둠은 그들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멈춰라! 멈춰! 더 이상 다가오면 발포하겠다!"

 

  사람들은 경감의 경고에도 주저하지 않고, 경찰들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안개와 어둠 속에 있었다.

  수평선 너머 구름 사이로 살짝 내비친 태양 빛에도. 에테르 응집기의 은은한 푸른 빛에도. 선두의 호송 차량의 전조등 불빛에도.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안개와 어둠 속에 있었다.

  경감을 비롯한 이들은 알 수 없는 공포가 기어올라왔다.

 

 "제기랄! 전원! 일제히 사격!"

 

  식은땀과 침이 뒤섞인 경감의 외침이 튀어나왔다. 무장된 경관들은 일제히 어둠 속의 무리를 향해 45구경 탄환을 쏟아냈다. 50발짜리 드럼 탄창을 모두 비우기까지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둠 속 무리는 단 한 명도 쓰러지지 않았다. 되려 그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대체 뭐야 저건."

 

  망연자실한 경감의 목소리와 시선 속엔, 하나의 확신도 담겨 있었다. 저들은 어둠과 안개에 가려져 있지 않았다. 저들은 어둠 그 자체다. 그들은 안개 그 자체다. 검게 일렁이는 사람의 모습을 한 무언가. 그것들이 경관들을 향해 기괴한 움직임으로 점점 다가왔다.

  경관들은 비어 있는 기관단총을 그대로 겨눈 채, 경감을 부르짖으며 명령을 기다렸다. 하나둘씩, 경감을 부르는 목소리가 늘어갔다. 한 발짝, 두 발짝. 경관들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무언가들의 거리도 좁혀져 왔다.

 

 "뭣들 해! 재장전하고 다시 사격!"

 

  경감은 수염을 파르르 떨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재장전을 끝낸 경관들이 다시금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쯤, 검은 형체들은 어느새 검은 안개가 되어 그들을 둘러쌌다. 하지만 단순히 이들의 시야를 가리기 위한 연막이었던 걸까 난데없이 경관들 뒤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하지만 모두 무기를 버려주겠어?"

 

  몇몇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알아야 하는 경감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검은 안개에 시야가 확실치 않았지만, 그곳엔 한 정장 차림의 여성이 양손에 자동권총을 들고 경관들을 겨누고 있었다.

  경감은 평소 수사에 잘 발휘하던 그 육감이, 오늘따라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기분이었다. 과연 그가 내릴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까? 저 여자는 어째서 혼자서도 이렇게 자신만만할까? 혹시 어딘가 매복이라도 있는 걸까? 그보다도 이 망할 검은 안개는 대체 뭘까? 정말 단순히 눈을 속이기 위한 연막 같은 것에 불과한 걸까? 여러 가지 의문이 경감의 머릿속을 괴롭혔다. 파르르 떨리는 수염이, 이러다 오늘 다 빠져버릴 것 같았다.

 

 "누구냐 넌. 혼자서 이만한 인원을 다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냐?"

 "지금 당신들 주변을 둘러싼 것의 정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경감의 말에 여자가 코웃음 쳤다. 역시나 그녀가 저렇게나 혼자서도 자신만만한 건, 검은 안개 덕분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경감의 머릿속 한구석에선, 어디까지 블러핑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단 판단이 남아 있었다.

 

 "이게 뭔지 몰라도, 뭔가 하려고 했다면 벌써 했겠지!"

 "글쎄? 이미 당했는데 모르는 건 아니고? 그리고 난 불필요한 희생은 원치 않아. 당신들이 원하는 것만 넘겨준다면."

 "흥! 현금 수송 차량이랑 착각이라도 했나? 딱히 값진 건 들고 있지 않은데?"

 

  경감은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물론 그녀가 원하는 것이 뭔지는 잘 알고 있다. 그저 부하 몇몇을 희생할 각오를 하고서, 그녀를 막아낼 것인지. 혹은 다른 무언가 방법을 강구해낼 것인지가 문제였다. 그리고 그가 생각해낸 방법의 하나를 천천히 실행에 옮겨갔다.

  경감은 들키지 않도록 천천히 리볼버를 든 오른손을 코트로 가렸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어?"

 

  한 발의 총성이 들렸고, 경감은 쓰러졌다. 허벅지를 부여잡은 그의 손에 피가 배어들었다. 꽉 깨문 경감의 이빨 사이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신들의 상관이 상처를 입고 쓰러졌지만, 경관들은 아무런 반격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경관들은 명령을 기다릴 것 없이, 대응 사격을 하려 했지만, 방아쇠를 아무리 당겨도 총알은 나가지 않았다.

 

 "미안한데, 그 안개 속에선 아무런 불씨도 생기지 않거든."

 

  역시나 검은 안개는 단순히 연막에 지나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고 나서야, 경감의 기억 속에 있던 몇몇 사건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검은 안개와 함께 발포되지 않던 상황. 그리고 그 사건에 엮인 인물들.

 

 "자유혁명군 인가!"

 "내 생각엔 빨리 에드몬드 모젤을 넘겨주고 병원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니면 이 자리에, 모두가 원치 않는 결과만을 남기던가."

 

  경감의 머릿속 저울의 기울기가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임무 실패와 자신과 부하들의 목숨. 차선택의 가능성이 하나둘 지워지고, 한쪽의 저울추도 점점 줄어들었다.

 
작가의 말
 

 어반판타지+디젤펑크 컨셉으로 생각한 이야기 입니다.

 현실 기반이 아닌, 가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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