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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하얀 억수새
작가 : 라젯
작품등록일 : 2019.8.28

"억수새가 죽으면 비가 내린단다." 죽으면 비를 억수 같이 내리게 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억수새. 생김새도 특이하여 정확한 품종은 모르겠으나, 어릴 적 할머니가 살던 동네에서는 억수새라고 불렀다. 고아인 화서원의 마지막 가족이자 배우자인 남편을 노리는 하얀 억수새. 과연 화서원은 억수새로부터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

 
1화
작성일 : 19-08-28 23:14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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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원아, 억수새를 아느냐?"

 여우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가뜩이나 묘한 날씨 탓인지, 뜨개질을 하던 할머니가 묘한 이야기를 꺼냈다.

 "억수새요? 음, 들어본 적 없는 새인데요."

 할머니는 멈춘 손을 이내 움직이면서 말씀하셨다.

 "그렇겠지. 억수새는 내가 어릴 적 살던 마을에서 그 새를 부르던 말이란다. 유난히 검은빛이 도는 것이 까마귀도 아니고, 독수리는 더더욱 아니고, 알 수가 없는 새였지. 그 새는 자주 마을에 나타났었단다. 처음에 마을 어른들은 그 새가 흉조가 아니냐며 새를 볼 때마다 쫒아내고는 했었다. 하지만 그 새는 마을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았어. 그렇게 그 새는 그냥 마을의 흔한 새가 되어버렸지."

 "근데 왜 그 새 이름이 억수새에요?"

 할머니는 순간 멈칫 하시더니, 꼭 옛날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 새가 죽으면, 비가 억수 같이 많이 와서 억수새란다."

 "죽으면, 비가 억수 같이 많이 온다고요?"

 흥미가 생긴 나는 말고 있던 실타래를 제쳐두고 할머니가 계신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마을 어른들 말씀처럼 그 새는 흉조였다. 마을 전체에 큰 불행을 주지는 않았지만, 죽으면서 마을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데려갔단다."

 "그렇다는 것은, 억수새가 죽으면 꼭 마을 사람들 중 한 명이 죽는다는 거죠?"

 "그렇지."

 "그래서 그 새는 어떻게 했어요?"

 "어쩌긴, 흉조를 마을에 내버려둘 리 있나. 모조리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이 놈들이 원채 잡히질 않더군. 그러던 중, 다른 억수새보다 훨씬 더 크고 특이한 억수새가 나타났다. 그 억수새는 털 색이 흰색이었는데, 몇몇 사람들이 이 새는 길조일지도 모른다며 죽이지 말자고 했지. 어차피 잡지도 못했을테지만. 그 새도 길조는 아니었어. 게다가 그 녀석은 다른 억수새들보다 머리가 좋은가 보더라고. 어찌나 영리한지 억수새 2마리가 잡힐 때, 이 녀석은 한 번도 잡힌 적이 없었어."

 "마을에 그 하얀 억수새는 한 마리 뿐이었어요?"

 "그랬다. 한 마리 밖에 없었어. 한 마리 밖에 없어서 다행이지, 억수새 만큼이나 바글바글 했으면 정말 난리도 아니었을 거다."

 할머니께서 다음 말을 이으려 했을 때,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사방이 고요했던 터라 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듯 했다. 수화기를 들자, 중학교 동창이었던 수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가운 나머지 오랜만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수희가 전해준 내용은 전혀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서희가 죽었어. 인천 서종 장례식장인데, 와줄 수 있니? 꼭 오늘이 아니어도 돼. 장례식 끝나기 전 중 맞는 시간대에 와줘."

 침울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달한 수희는 내 대답을 듣고 "고마워"라는 말 한마디를 남긴 채 끊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검은색 옷을 찾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어서 옷을 입는 나에게 할머니가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누구니? 무슨 전화길래 옷을 입어?"

 "내 중학교 동창 수희 알아요? 유수희. 수희 동생이 죽었대요."

 할머니는 아이고, 하는 신음소리를 내더니 이내 뜨개질 코를 뜨기 시작했다. 옷을 입는 동안 할머니에게 물었다.

 "아참, 그러면 그 억수새를 막을 방법은 없어요?"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를 올려다 보았다. 또 다시 내려간 무거운 안경을 치켜들고 한번 뜸을 들였다. 그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억수새를 찾아라. 죽어가는 억수새를 발견한다면 억수새가 날아가지 못하도록 꽉 부둥켜 안고 있어야 해. 억수새가 완전히 죽기 전까지 그 녀석이 무슨 짓을 하든 놓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막을 수 있어."

 어느새 코트깃을 정리한 나는 검은 구두를 신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할머니. 이야기 재미있었어요. 저 늦게 올 것 같으니, 시장 하시면 냉장고에서 나물 꺼내서 식사하시면 돼요."

 "오냐. 장례식장 갔다 와서는 소금 꼭 뿌려야 한다."

 "네에."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자동문의 센서가 파란불을 내며 작동된다. 주차장을 지나 인도로 나왔다. 우산을 피려 했지만 비는 이미 그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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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2019 / 8 / 28 341 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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