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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별일없음
작가 : 칩칩
작품등록일 : 2016.8.24

누가 잘 지냈냐고 물어보면 어 잘 지냈지라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그럭저럭 잘 지내고는 있는데 일초 일초 틈 사이로 켜켜이
느껴지는
내가 기억하기도 하고 기억하지 못하기도 하는 일들은 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잘 지냈냐고 물어볼 때
상대방이 응, 이라고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나는 상대방 몰래 상대방의 어느 순간을 안아줄 때가 있다.

 
미용실과 피어싱
작성일 : 16-08-24 11:02     조회 : 650     추천 : 0     분량 : 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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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머리카락이 날개뼈를 완전히 덮을만큼 길었었다.

 동생이 단발을 했다가 다시 기르기 시작할 때 어깨선 넘어가면서 비엔나 소세지 문어처럼 되는 걸 보고

 나는 저걸 기억했다가 절대로 머리를 단발로 자르지 않겠다고 몇번이나 되새겼었다.

 다음생애에 까지 각인이 될 정도로.

 그런데 이런 저런 일이 있었고 이번해 초에

 동네 미용실로 가 클레오파트라 머리통을 재현하고야 말았다.

 

 아무리 야한 생각을 많이 해도 빨리 기는 것은 앞머리 뿐이다. 머리 부위에 따라 해야하는 야한 생각이 따로 정해져있는 듯 했다. 그걸 알면서도 그래도 별 거 있겠나, 아니면 조금 참으면서 기르면 되지하고 말릴 새도 없이

 미용실 의자에 앉아 버렸던 거다. 그 미용실 언니는 머리 잘 못자르기로 몹시 유명했는데

 늘 가격이 쌌고, 나는 평소에 크게 망칠 일 없는 것들만 해왔었다.

 기장은 손대지 않고 앞머리를 조금 다듬거나 파마를 하는 정도여서 별 불만 없이 다니고 있던 미용실이었는데

 머리를 잘 못자른다는 게 무슨 의미였는지 온 몸으로 느끼게 됐다.

 모두 끝나고 나자 자신도 약간 놀라는 표정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머리카락이 아래로 자라는 게 아니라 삼각형 형태로 자라기 시작했다. 반은 펴고 반은 롤을 감아야 버섯이 되지 않을 거라고 해서 두배 값을 주고 파마를 했는데 결국은 먹지도 못하는 커다란 버섯이 됐다. 거울로 머리를 볼때마다 분기탱천했다. 슈렉에 나오는 파쿼드 군주같은 머리를 하고 온 곳을 다니면서 자존감이 더욱 떨어졌다.

 다른 미용실에 한 번 다듬으러 갔었는데 그 때는 층이 잘못 나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머리가 되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어깨선을 넘어가기 시작했다. 될 수 있는대로 머리카락에서 신경을 돌리려고 애를 썼다.

 얼른 얼른 자라는 앞머리를 조금 자르려고 미용실에 갔는데 때마침 동네 미용실 대부분이 쉬는 날이었다. 한참 전에

 과연 저런 미용실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저 미용실을 가는 사람은 누굴까 혹시 뭔가 비밀스러운 것이 숨겨져있는 곳일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한번 가봐야지, 하는 미용실이 있었다. 일층에서는 할머니 한분이 깻잎을 다듬고 계셨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분재랑 화분들이 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가득 가득 모여있었고 벽에는 거울이 걸려있었다. 삼층은 점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가정집과 미용실이 한 스튜디오 안에서 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초록색 매니큐어를 바른 아주머니가 오십년은 넘어 보이는 참빗으로 머리를 빗겨주신 후 앞머리를 잘라주셨다. 나는 앞머리를 무조건 짧게 잘라달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는데 대부분 미용실 원장님들은 제지를 해주신다. 더 자르면 머리가 많이 올라갈 거예요, 이쯤 하시는 게 나아요. 항상 맞는 말이었고 나도 순종적으로 따르면서도 왜 매번 앞머리를 자를 때마다 많이 잘라달라고 하는지 나도 알 수는 없다.

 

 이곳 원장님은 말리지 않으셨다. 다시 빗을 거꾸로 쥐고 서걱서걱 자르셨고

 드라이기로 80년대 가수처럼 롤빗으로 머리를 말아 앞머리에 뽕을 넣어주셨다.

 

 나중에 머리를 감고 봐도 엄청난 앞머리였다.

 생선에게 앞머리만 물어 뜯긴 것 같은 형상이었다.

 동생은 이마에 김이 붙은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내 머리카락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나 밖에 없고

 머리가 길든 짧든 커다란 영향을 받을 정도로 얼굴이 잘 생긴 것도 아니고

 놔두면 자기 속도대로 길 머리카락이라는 것도 안다.

 어차피 더운 여름에 머리카락이 길었었다고 해도 풀고 다녔을 리도 없고

 풀고 다녔다고 해도 돼지털이라 사실 가발 쓴 것처럼 뻣뻣해서 예쁘진 않았을 거라는 것도 안다.

 단지 그냥 억울했다.

 괜히 작년에 처음 봤던 사주에서 당분간 되는 일이 없고 작은 일에서도 온갖 태클이 걸릴거라는 말이

 이런데도 해당되는 건가 발버둥치며 반항하고 싶었다.

 

 

 이번해 초에 길을 걷다가 갑자기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이나 일을 바꾼다기 보다 내 생각을 다르게 바꾸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동생이 피어싱을 제안했고 그 길로 가서 귀를 뚫었다.

 나는 귓바퀴에 하고 싶었는데 그 곳의 언니는 자꾸 귀 안 이너컨츠를 강력하게 제안했고

 그냥 원하고 원하지 않는 게 큰 차이가 있을까 싶어 권하는대로 이너컨츠를 뚫었다.

 

 관리하기도 싶고 덜 아프다고 했는데

 이어폰을 꽂을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삼개월이 지나도 피고름이 멈추지를 않았고

 아프기도 아파서 결국은 연골에서 피어싱을 빼버렸고 이너컨츠는 막혔다.

 

 머리카락이든 피어싱이든 누가 권유했다고 해도 결국은 내가 그 권유를 따르겠다고 결정한거여서

 어디다가 화 낼 곳도 없었다.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를 수도 있어서

 결국 그 사람의 경험이 내 경험이 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아무리 후회하게 되더라도 내가 직접 해 보고 내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된다는 걸

 머리카락을 길러가며 느끼고 있다.

 친구가 멜론 설빙을 먹었더니 맛이 없다, 내가 마루타가 되어 먹어봤으니 넌 다음번에 망고 설빙을 먹으라고 했지만

 나는 아마도 여름이 지나기전에 멜론 설빙을 먹게 될 것 같다. 나는 늘 궁금했고 멜론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내가 가본 곳에 대해 어땠는지 알려달라거나

 의견을 물어보면 멍하게 상대방을 바라보거나

 쓸모없는 정보만을 제공하게 된다.

 

 더 마음에 안드는 건,

 그래서 머리를 자르지 않았거나 귓바퀴에 피어싱을 원하는대로 했다하더라도

 지금 내가 덤블링을 할 정도로 훨씬 더 기쁘거나 환희에 가득 차 있지는 않았을거라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데도 약간은 심드렁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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