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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뱀파이어 검신
작가 : 랑이
작품등록일 : 201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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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무림의 절대자였던 검신 사천. 제자들의 배신으로 죽고 난 후, 이천 년 만에 뱀파이어가 되어 되살아난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검마로, 그의 제자들은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는 세상.
그 세상에 사천은 복수하기 위해, 그리고 한 여인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1화] 프롤로그. 부활(復活)의 장
작성일 : 18-12-09 11:17     조회 : 546     추천 : 2     분량 : 8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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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참 개같이 죽는구나……”

 

 팔에 생긴 세 개의 자상.

 

 [백호참]

 

 몸을 휘감은 수많은 상처.

 

 [풍신뢰]

 

 가슴에 남은 용 모양의 발자국.

 

 [비룡각]

 

 양쪽 허리를 관통한 검법.

 

 [무형검]

 

 등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

 

 “엿 같군.”

 

 나를 향한 그 모든 무공들.

 

 모두 자신이 제자들에게 가르친 무공이었다.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자신을 배신한 제자들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극통에 흐려지는 눈.

 

 저 멀리 자신을 배신한 제자 일곱 명의 뒷모습만 겨우 알아볼 정도였다.

 

 분노에 몸을 부르르 떨며 죽음만을 기다려야 했다.

 

 대의?

 

 적통?

 

 지랄하고 자빠졌네.

 

 “하하하.”

 

 헛웃음이 나왔다.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중원과 세외를 통일한 자신이었다.

 

 많은 대문파의 문주들과 세외의 궁주들이 내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자, 두려움이자, 선망의 대상.

 

 그게 나.

 

 검신 사천(死天).

 

 그런데.

 

 하-

 

 결말이 이거다.

 

 세상에서 가장 호화스러운 장례식을 치러도 모자랄 판에.

 

 축축하고 박쥐들의 오물 냄새로 가득한 동굴에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쾅과과과광!

 

 폭음과 함께 자신이 버려진 동굴마저 무너졌다.

 

 그들은 동굴의 입구에서 들어오는 빛마저 막아버렸다.

 

 “지독한 놈들……”

 

 비참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그때 문득 어렸을 적의 한 장면이 머리를 스쳐 갔다.

 

 [너는 아비처럼 살지 말거라. 꼭 최고가 되어라.]

 

 ‘그래. 그랬었지.’

 

 내 나이 7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말이었다.

 

 토작(土勺)

 

 흙수저 중의 흙수저.

 

 유명 세가의 하인으로 평생 몸 바쳐 일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죽음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나 또한 홀로 쓸쓸히 제자들에게 배신당해 죽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보다 더 비참한 마지막이었다.

 

 “나 사천이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구나.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비극소설의 주인공 같은 인생사.

 

 가장 밑바닥 인생에서 최고가 되었고, 가장 비참한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었다.

 

 혈통.

 

 결국, 넘어설 수 없었던 마지막 벽이었는지도.

 

 털썩!

 

 고개가 옆으로 떨어졌다.

 

 푸드득

 

 박쥐들이 사천의 시체로 날아들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하루?

 

 한 달?

 

 스스슥

 

 어둠 속에서 정신이 든 사천이 어둠을 바라봤다.

 

 ‘저승인가?’

 

 눈앞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꼭 어둠 속에 갇혀 있는 느낌.

 

 하지만 차가운 바닥의 냉기가 등 뒤로 느껴졌다.

 

 혹시 살아있는 건가?

 

 고민했지만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사후세계를 알지 못하는 사천은 지금의 현실이 아리송하기만 했다.

 

 ‘설마 이게 죽음인 건가?’

 

 체념하는 순간.

 

 푸드득

 

 박쥐의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정말 아직 살아있는 거야?’

 

 가슴속에서 조금의 희망이 피어올랐다.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수많은 사람 중, 누군가는 내 시체라도 찾으려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살아만 있다면 희망이 있었다.

 

 ‘누구든지 나를 도와준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쥐여 주리라.’

 

 사천은 다짐했다.

 

 허나 이날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어둠 속에서 얼마나 기다려야 했고, 어떤 운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누구든지 좋으니 아무나 빨리 나를 살려다오.’

 

 .

 .

 .

 .

 .

 

 *

 

 ‘신이 있다면…… 제발 나를 그만 보내주시오.’

 

 천하를 호령하던 그가.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중원과 세외를 통일한 그가.

 

 살아생전 누구도 섬기지 않았던 그가.

 

 간절히 신에게 죽음을 빌고 있었다.

 

 패왕, 검신, 절대자, 무신.

 

 살아생전 그의 이름 앞에 불리던 많은 칭호였다.

 

 그런 그가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의 제자들에게 배신을 당해 죽음에 이르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죽음 앞에 갇혀 있었다.

 

 이상하게도 깨어나 보니 어둠 속에서 정신만 멀쩡한 상태였다.

 

 한동안은 제자에게 배신당한 분노가 그의 몸을 지배했었다.

 

 어둠 속에서 시간을 세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

 

 그렇게 세기 시작한 초만 해도 몇십억 초.

 

 이제는 복수할 상대의 얼굴마저 잊어버렸다.

 

 끝이 없는 어둠에 두려움과 외로움만이 남아 몸을 잠식했다.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모든 감각이 무감각해졌다.

 

 그저 이 어둠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

 

 ‘벌을 받는 것인가……’

 

 정신이 미쳐갈 무렵.

 

 아니 어쩌면 미쳤을지도 모를 무렵.

 

 톡!

 

 달콤함이 입술 사이로 스며들며 입의 생기를 돋우었다.

 

 ‘이건 뭐지?’

 

 생전 겪어보지 못한 희열.

 

 ‘정말 맛있어. 조금만 더.’

 

 톡!

 

 물방울처럼 뭔가가 혓바닥으로 한 번 더 떨어졌다.

 

 ‘이거야. 너무 좋아.’

 

 오랜만에 느끼는 환희, 그리고 흥분이었다.

 

 그 흥분은 몸에 생기를 가져다줬다.

 

 톡!

 

 한 방울 더 입속으로 다시 떨어졌다.

 

 몸의 세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조금만 더!’

 

 툭! 툭! 툭!

 

 이번엔 목젖을 적실 정도의 달콤함이 입안으로 들어왔다.

 

 몸의 기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까닥!

 

 그의 손가락 마디가 움직였다.

 

 몸의 모든 감각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힘겹게 눈꺼풀을 열자, 눈썹 사이로 얇은 빛이 들어왔다.

 

 ‘빛이야!’

 

 그가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서서히 굳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러자 겨드랑이 너머까지 오는 금발 머리의 한 여성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새하얀 팔에서는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달콤한 냄새.’

 

 그가 입맛을 다셨다.

 

 

 

 

 

 *

 

 어둠이 빛을 밀어내는 시간.

 

 뚜벅뚜벅 횃불을 든 수십 명의 무사가 장백산의 어느 깜깜한 동굴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휘잉-

 

 서쪽의 차가운 바람은 그들의 등 뒤로 들어와 동굴 안을 차갑게 적셨고.

 

 하악- 하악-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그들의 숨소리에서 퍼진 입김은 하얗게 김을 내다 이내 사라졌다.

 

 동굴 천장에서는 습기를 가득 먹은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고 있었다.

 

 “담예린 아가씨. 여기 계셨군요.”

 

 무사들 중 머리가 훤하게 반짝이는 사십 대 중반의 남자가 눈앞의 검은 여성의 형체를 횃불로 비치며 말했다.

 

 그러자 한 아름다운 여성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얀 피부, 반달 모양의 애교스러운 눈, 그 아래로 자리 잡은 오똑한 코와 도톰한 입술까지.

 

 긴 금발 머리와 잘 어울리는 중원의 사람과는 조금 다른 이국적인 외모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런 그녀가 눈앞의 상대에게 쫓기고 있었는지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검을 쥐고 서 있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습니다. 그만 포기하시죠. 고통스럽지 않게 보내드리겠습니다.”

 

 대머리의 남자는 담예린이 대꾸도 없자 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의 뒤로는 수십 명의 하급 무인들이 횃불을 들고 동굴의 나가는 길을 포위하고 서 있었다.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수백 명의 무인이 목숨을 잃었고, 어머님마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돌아가셨다.

 

 어머님과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분들을 위해서라도 그녀는 끝까지 포기할 수 없었다.

 

 담예린이 적들을 향해 검을 더욱 꽉 쥐었다.

 

 “끌끌 미련한 부분이 어미와 똑 닮았군요.”

 

 그가 혀끝을 찼다.

 

 “아무것도 없던 당신을 거둬줬던 어머님입니다. 더러운 배신자의 입으로 더는 어머니를 더럽히지 마시지요.”

 

 담예린의 푸른 눈이 또렷이 적을 주시했다.

 

 대머리의 남자는 그녀의 대답에 기분이 언짢았는지 입술을 씰룩였다.

 

 “무공도 모르시는 분이 참 끈질기시군요.”

 

 그녀에게 말을 건넨 그가 자신의 수하들을 돌아봤다.

 

 “쳐라.”

 

 “옙!”

 

 촤랑!

 

 수십 명의 무사가 검을 뽑아 들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적을 앞에 두고 두 눈을 감은 담예린은 열흘 전을 회상했다.

 

 서늘한 바람과 알록달록 떨어지는 단풍.

 

 느티나무에 둘러싸인 계곡의 정자.

 

 그곳에서 바로 열흘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행복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딸 사랑해.]

 

 나지막한 어머니의 목소리.

 

 [나도 사랑한다. 우리 딸.]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모녀를 바라보고 있던 아버지.

 

 사랑한다는 말이 내심 쑥스러우신지 바로 고개를 돌리는 아버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저도 사랑해요.”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로록 떨어졌다.

 

 이내 그녀가 눈을 번쩍 뜨며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팔에서 느껴지는 따듯하고 촉촉한 감촉에 그녀의 동공이 흔들렸다.

 

 ‘뭐지?’

 

 “어? 저기… 구자님 앞에 누가……”

 

 담예린을 둘러싸고 있던 적은 그녀의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한 사내에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순간 담예린은 그들의 반응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

 

 눈앞의 상황에 순간 얼어붙었던 그녀가……

 

 “꺄악!”

 

 비명을 질렀다.

 

 뒤에서 어떤 한 남자가 자신의 다친 팔을 쪽쪽 빨아 재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몸을 뒤로 돌린 담예린은……

 

 짝!

 

 그 남자에게 따귀를 날렸다.

 

 “……”

 

 갑작스럽게 따귀를 맞은 그 남자는 당황했는지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와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그의 얼굴.

 

 길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아래 가려진 긴 속눈썹과 맑은 눈망울, 시원시원하게 쭉 뻗은 오똑한 콧날과 고집 서린 붉은 입술까지.

 

 조각상을 다듬어 놓은 것같이 반듯한 얼굴에 조화롭게 어울리는 이목구비를 가진 소년이었다.

 

 그런 그의 외모에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시체처럼 창백한 피부.

 

 꼭 병석에서 일어난 지 얼마 안 된 것처럼 허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뭐 이천 년 만에 죽다 살아났으니 병석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한참 넋을 놓았고, 잠시 후 살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미친놈처럼 환호를 질렀다.

 

 “어?! 살았다. 살았어! 으하하하하하!”

 

 얼마나 미친 듯이 한참을 웃었을까?

 

 “저 미친 변태는 뭐야?”

 

 그를 지켜보던 한 무사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변태?’

 

 미친 듯이 웃던 남자는 웃음을 멈추고 목소리의 주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주위로는 총 서른 명 남짓의 무인들이 무기를 잡고 있었다.

 

 당장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제야 그는 현실을 인지하고……

 

 “크흠.”

 

 민망함에 헛기침을 했다.

 

 ‘어쨌거나.’

 

 ‘저 여자인가? 날 살린 것이.’

 

 사천이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담예린을 바라봤다.

 

 그녀는 충격을 받은 건지 멍한 표정이었다.

 

 “내 이름은 사천. 넌 오늘 평생에 만나기 힘든 귀인을 만났다. 운이 좋구나. 소원이 있다면 말해 보거라. 무엇이든 들어 줄 테니.”

 

 “벼……변태?!”

 

 담예린이 왼손으로 서둘러 눈을 가렸다.

 

 사천은 제 생각과 다른 그녀의 반응에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약간의 민망함과 동시에 자신의 젊어진 피부가 눈에 띄었다.

 

 다만 핏기없이 창백했다.

 

 ‘어떻게 된 거야?’

 

 고민하던 그가 담예린을 다시 바라봤다.

 

 ‘뭐 일단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고 생각해보자.’

 

 “잠깐만 실례.”

 

 쫘악!

 

 사천이 담예린의 치마폭을 뜯어냈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담예린은 순간 놀랐는지 목소리가 떨렸다.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어?”

 

 사천이 뜯어낸 천으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 묶어 중요 부위를 가렸다.

 

 “어떡할까요? 구자님.”

 

 구자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존재에 고민에 빠졌다.

 

 나이도 어려 보이고 변태 같은 녀석이었지만, 그를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요 부위만 겨우 가린 그의 몸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완벽했다.

 

 무거운 대도도 거뜬히 휘두를 것 같은 널따란 어깨, 무술로 다져진 것 같은 탄탄한 근육들이 몸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보통 단련으로는 만들기 힘든 몸이었다.

 

 얼굴도 곱상하게 생긴 것이 유명세가의 아들이라도 된다면 더 골치 아팠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천진문파 천자대 단장 구자라고 합니다.”

 

 구자가 앞으로 나와 사천에게 포권을 취했다.

 

 “……”

 

 그런데 무슨 일인 걸까?

 

 그는 구자의 인사에도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건방진 녀석.’

 

 대답이 없는 그에게 구자의 눈썹이 미세하게 들썩였다.

 

 “소협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이 일은 저희 문파 내부의 일입니다. 그냥 못 본채 나가주시길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구자가 한 번 더 고개를 숙여 그에게 부탁했다.

 

 그때 담예린도 사천에게 다가와 부탁을 건넸다.

 

 변태 같지만, 구자의 행동으로 보아 그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와주세요. 저 사…”

 

 “이야기 안 해도 돼. 어떤 상황인지는 이미 파악했으니까. 그리고 아까 이야기하지 않았나?”

 

 사천이 그녀에게 다시 시선을 집중했다.

 

 “넌 오늘 만나기 힘든 귀인을 만났다고.”

 

 “후회하실 텐데요. 괜찮으시겠습니까?”

 

 구자가 사천을 향해 말을 던졌다.

 

 “후회?! 푸하하하! 웃기는군. 마침 몸을 풀 상대가 필요했는데. 잘되었다.”

 

 과거 검신이라 불렸던 자신이었다.

 

 사천은 후회를 운운하는 그가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구자는 자신을 비웃는 그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았는지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그냥 돌아가지는 않겠군.’

 

 구자가 천천히 사천을 향해 걸어갔다.

 

 사천도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내 마주 선 둘.

 

 휘이이잉.

 

 동굴로 들어오는 찬바람이 그 둘을 지나쳤다.

 

 그 바람 소리가 잦아들 무렵.

 

 팟!

 

 구자가 전광석화처럼 순식간에 사천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이어지는 권법.

 

 흑풍권

 

 일 갑자의 내공이 실린 그의 권법이 사천의 복부를 향해 쾌속했다.

 

 실로 비쾌하고 정확한 한 수!

 

 하지만 사천의 눈에는 그의 공격이 뻔히 보였다.

 

 심지어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기까지 했다.

 

 다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이천 년 만에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어?!”라는 사천의 짧은 외마디와 함께. 퍽! 구자의 흑풍권에 맞은 사천이 한참을 뒤로 날아갔다.

 

 쿵! 후두두두둑 쿵!

 

 결국, 동굴 끝에 박혀버린 사천이 바위들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역시 천진문파의 권법대가 구자님이십니다.”

 

 그의 수하들이 구자에게 뛰어왔다.

 

 하지만 구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주먹을 바라봤다.

 

 ‘짧은 순간이지만, 내 공격을 뒤로 피해 충격을 줄였어. 그리고…’

 

 구자가 사천이 묻혀있는 돌무더기로 눈길을 옮겼다.

 

 “그만 일어나거라!”

 

 “……”

 

 구자가 호통을 쳤지만, 돌무더기에 깔린 사천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구자의 뒤에 있던 수하들은 아리송한 표정으로 구자를 바라봤다.

 

 “구자님의 흑풍권을 제대로 맞았으니, 아마 바로 즉사했을 겁니다.”

 

 “금강불괴를 익힌 고수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말거라.”

 

 철사장을 익혀 철보다 단단한 자신의 주먹이 아직도 얼얼했다. 금강불괴가 아니고선 그럴 수 없었다.

 

 “예?! 설마 소림의 금강불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때였다.

 

 휭- 챙! 챙!

 

 뒤쪽이 요란하게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구자님!”

 

 담예린을 찾기 위해 구자와 흩어져 산을 수색하던 천진문파 소속 천자대 중 한 명이었다.

 

 그를 보자 구자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구자는 단 한 합이었지만, 사천이 어쩌면 은거하고 있는 고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혼자서 상대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천자대와 같이 그를 협공한다면 그 위험성을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그가 건넨 다음 말이었다.

 

 “혈뢰가 곧 이곳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뭐?! 혈뢰가 직접?!”

 

 “예. 그렇습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이런 제길. 거의 다 잡았는데. 혈뢰라니.”

 

 구자가 고개를 돌려 돌무더기 옆에 서 있는 담예린을 바라봤다.

 

 그녀는 정체불명의 사내 옆에 서서 아직도 자신을 향해 검을 쥐고 있는 상태였다.

 

 “돌아간다.”

 

 한참 고민하던 구자가 뒤로 돌아섰다.

 

 무슨 수작인지는 모르겠지만, 돌무더기 안에서 잠잠한 녀석이 갑자기 뛰쳐나와 시간을 끌면 곤란했다.

 

 혈뢰는 무림 백대 고수 중 하나.

 

 그를 만나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었다.

 

 ‘아까 얼핏 사천이라 했던 것 같은데, 사천 그 이름 절대 잊지 않겠다.’

 

 잠시 후, 그들이 전부 물러나자 담예린은 멍한 표정으로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려 나흘을 그들에게서 쫓겨 도망쳤다.

 

 긴장이 조금 풀리자 피로가 몰려온 것이다.

 

 “아니야! 아직은 안 돼!”

 

 그녀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내 사천이 묻혀있는 돌무덤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돌무더기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천은 구자의 생각과는 다르게 흑풍권의 충격으로 기절해 있는 상태였다.

 

 담예린이 오른손을 사천의 코에 가져다 대며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

 

 ‘다행이다. 아직 죽지는 않았어.’

 

 담예린이 안도하며 그를 지켜보는 사이. 그녀를 구하러 온 혈뢰와 흑룡문파원이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혈뢰가 담예린의 앞에서 포권을 취했다.

 

 “아닙니다. 혈뢰님이 도우러 오시지 않았다면 꼼작 없이 죽을 목숨이었습니다. 이 도움은 절대 잊지 않겠어요.”

 

 “당연히 제가 도와야 할 일입니다.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보다 다치신 데는 없으신지요?”

 

 “저는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이분을 도와주세요.”

 

 담예린이 사천을 바라봤다.

 

 혈뢰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기절해있는 사천을 향해 눈길을 옮겼다.

 

 “처음 보는 자인데 누구인지요?”

 

 “혈뢰님이 오시기 전까지 구자로부터 저를 도와주신 분입니다. 이분이 아니었으면, 전 이미 변을 당했을 거예요.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꼭 살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최선을 다해 살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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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의심 2018 / 12 / 17 250 0 6767   
13 [13화] 대련 2018 / 12 / 17 247 0 6781   
12 [12화] 죄송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18 / 12 / 17 248 0 5539   
11 [11화] 청룡파 2018 / 12 / 17 256 0 5369   
10 [10화] 사천의 폭주 2018 / 12 / 17 325 0 5093   
9 [9화] 사천의 폭주 2018 / 12 / 15 334 0 6040   
8 [8화] 사천의 폭주 2018 / 12 / 15 352 0 6102   
7 [7화] 사천의 폭주 2018 / 12 / 15 359 0 6788   
6 [6화] 뱀파이어의 능력 2018 / 12 / 12 328 0 6206   
5 [5화] 뱀파이어의 능력 2018 / 12 / 9 331 0 5651   
4 [4화] 좋겠네. 이런 녀석이 좋아해 줘서. 2018 / 12 / 9 336 0 6079   
3 [3화] 흑룡문파 2018 / 12 / 9 351 0 6955   
2 [2화] 칠 인의 영웅. 2018 / 12 / 9 332 0 5961   
1 [1화] 프롤로그. 부활(復活)의 장 2018 / 12 / 9 547 2 8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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