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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의 연대기 - 용사의 검 -
작가 :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8.9.3

세계에 뿌려진, 신의 힘을 가진 검. 단 하나 뿐인 검을 사용하던 용사가 수백 년이 흐른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그가 깨어난 세계는 자신이 살던 나라와 사람이 죽은, 이미 한번 멸망한 세계. 괴수라는 생명체로 인해 세계가 혼란스러웠고, 많은 것이 바뀌어 있는 현실에 그는 체념하지만, 그 만이 사용 할수 있던 검을 쓸 수 있는 소녀를 만난 그는, 그녀가 곧 그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 먹는다. 용사의 검에 얽혀 운명이 뒤틀린 두사람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1. 새로운 시작
작성일 : 18-09-04 23:36     조회 : 428     추천 : 1     분량 : 1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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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관에서 나오던 날에 수많은 눈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수많은 눈들은 서로 제각기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절대로 같이 있을 수 없는 종족들이 같이 있었다. 공공의 적이었던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이 더 신기하겠지만.

 

 나는 각 종족들의 대표들 앞에 동물원의 원숭이 마냥 보여 지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그들의 언어로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비슷한 말들을 내뱉다가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 종족들이라고 크게 나와 같은 인간(하이앤더, 하만, 귀무족), 짐승과 같은 수인, 인간과 같지만 다른 아인(요정, 마족)으로 각자의 문화를 만들며 지내왔기 때문에 전부 쓰는 언어가 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여어, 잘 있었나?”

 

 각자 자신들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것 사이에서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망토를 두른 한 남자가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 아직 덜 회복 된 거야? 하기야, 그 좁은 관 속에서 큰 상처를 입은 채로 오래 봉인되었으니.......”

 

 나는 목소리에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나와 예전에 싸운........

 

 “참, 지금은 리즌이라고 불러줘. 옛날 이름은 버렸어. 새로 시작하려고 새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기도 하니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웃으며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무어라 말을 하자, 다들 박수를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처음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에 내가 녀석한테 팔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이미 나는 작은 집무실 책상에서 서류나 끄적거리는, 그리고 나의 상관이 된 그가 흔한 직장 상사의 장난을 치는 것을 바라보며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하아, 공용어 배우는 데만 해도 5달이 넘게 걸렸는데, 나한테 이런 서류작업을 맡겨도 되려나?”

 

 순수하게 서류를 검토한다든지, 보고를 한다는 지, 그런 것은 해본 적이 전혀 없는 나였다. 다만 글씨는 잘 쓰기 때문에, 녀석이 추천해준 거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네의 몸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 몸이 다 회복되더라도, 괴수 토벌은 무리일지도 모르네.”

 

 녀석의 한 말을 처음에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밖으로 나온 것이 너무 오래간만의 일이기는 하지만, ‘괴수’라는 존재가 아직 있다니. 나의 표정을 본 그는 매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이 세계에 대해 설명 해주었다.

 

 “하아....... 그래. 자네가 잠들고 6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네의 종족은 심판의 첫 대상으로 멸망해 버렸다네. 물론 그들의 희생으로 괴수들을 이끄는 괴물들을 처리할 수 있었지만, 자네와 같은 사람의 수가 줄어든 제국은 내부 분열이 일으킨 혼란 속에서 괴수에게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했고, 그 업보로 멸망하고 말았다네. 다른 종족들도 힘을 모으긴 커녕 서로를 견제하다가 하나 둘 쓰러져 가게 되었지만, 그들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모두가 최후의 전쟁을 준비했었지.”

 

 최대한의 생존자들을 모아 안전한 지역들에 모아둔 후, 싸울 수 있던 사람들을 모두 모아 괴수들의 본거지를 치는, 1차 괴수대전을 치르게 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수의 사람과 괴수들이 부딪히면서, 모든 땅은 황폐화가 되었고, 덕분에 괴수들의 압도적인 무력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 덕에 전체 괴수의 4할 정도를 없애고, 괴수를 통제하는 모체 괴수, 괴물들을 어느 정도 잡았다고 하니 그것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했다. 다만 그 결과 내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들은........

 

 “속죄를 한다는 의미에서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고, 최전선에서 싸웠지만........ 모두 죽고 말았어. 자네는 정말 복 받은 친구 인 것 같더군. 네 제자들은 마지막까지 너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고. 그가 옳았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끝까지 싸웠으니까 말이지.”

 

 그의 눈가에서 작은 방울들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헬....... 아니 리즌과 나의 관계만큼이나 그는 나의 제자들과도 친했었다. 나 역시 관에 봉인되고 뿔뿔이 흩어져서 제국의 감시 속에 살다, 제국의 멸망을 바라봐야 했을 그들은 마지막까지도 타 종족을 위해 싸우기로 했던 것 같았다.

 

 “화합이라....... 녀석들의 희생 덕분에 가능했었던 거였구나. 그래서 아까 그렇게 모여 있어도 싸우지 않았던 건가?”

 

 “맞아. 그들의 희생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고, 더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 그들도 너처럼 용사 칭호를 받았어. 진짜 세계를 구한 용사라는 칭호. 하하하.”

 

 “ ‘용사’라........ 그래 세계를 구하려고 노력한 인물들이니 ‘용사’라고 불리는 게 어울리지. 나 같은 가짜 ‘용사’ 말고.”

 

 “아니, 너무 자기 비하 하는 거 아니야? 너야말로 용사가 맞지. 네가 없었으면 그들도 없었을 테니까.”

 

 그는 나의 등에 손을 얹고 말을 했다. 뭐, 어쨌든 아직 이 세계에는 괴수들이 존재하고, 아직도 그들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황폐화된 땅을 복구하는 일이 열심히 진행 중이지만, 세계의 1할도 못했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잠들어 있던 600년 동안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었다.

 

 

 

  - 6년 후 수도 군단 참모 본부 -

 

 

 시간이 흘러서 몸도 가볍게 산책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을 무렵,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300장이 넘는 서류를 정리하느라 끙끙 앓고 있었다.

 

 “2등 서관, 아델 글로리! 잘 지내고 있었나?”

 

 나는 나를 부르는 말이 들려서 고개를 돌려 보았다. 익숙한 목소리 오늘도 어김없이 일없다고 놀러온 리즌이었다.

 

 “2등 서관은 무슨, 3서 서기관인데. 하....... 군단장이라는 분이 왜 이리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시는지......... 오늘도 한잔 하러 오신건가?”

 

 비꼬는 듯이 그에게 말을 하자, 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하;;; 한잔 하러 온다면 저녁쯤에 오겠지. 그건 그렇고 자네 좀 시간이 있나?”

 

 “어련하시겠어요. 시간이라 한다면 당신이 일처리를 안 해서 쌓인 이 서류뭉치들만 없다면 시간이 넘쳐흐를 것 같단 말이죠.”

 

 “으....... 나는 여러 군데 순시도 가야하고, 회의도 참석하고, 그리고........”

 

 “그만 변명하시고 서류결제나 하라고. 네 쪽으로 간 서류 30뭉치나 결제 안 되었다고 항의까지 들어오고 있다고.”

 

 그는 결국 꼬리를 내리고 미안하다고 말을 했다. 나는 이 기회에 녀석을 꽉 잡겠노라 생각하며 그에게 빚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녀석은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면서, 나에게 뜻밖의 제안을 말을 했다.

 

 “참, 그러고 보니 여기 온 것은 공무상 일 때문에 온 거지! 자네에게 이렇게 돌려 깎이려고 온 게 아니라.......”

 

 “공무? 무슨 일인데?”

 

 “그게 요번에 상부에서 최근에 예산이 새는 곳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도는 곳이 있다더군. 근데 그곳에 함부로 자신들의 인사를 두면 오해가 될 소지가 있어서 다들 감찰관을 보내기 힘든 눈치인가 봐.”

 

 하........ 화합은 되긴 했어도, 욕심과 욕망은 어쩔 수 없는 건가? 최근에 각 왕국 정부와 연합정부, 그리고 군부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아마 사실인 듯 했다. 서로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아주 난리라니. 이래서 제국이랑 같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근데 그곳이라니? 그냥 감찰관을 보내는 것 하나에도 민감한 사항이 될 수 있는 곳이 있나?”

 

 그러고 보니 그 정도의 눈치싸움을 할 정도의 기관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나의 호기심 덕분에, 난 오히려 그에게 끌려 다니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관심이 있는 건가? 굳이 가고 싶지 않다면 얘길 해도 좋은데도?”

 

 “뭐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제자들이 지키려던 이 세계가 멸망해서는 안 되잖아? 그러면 스승으로서는 실격이라고.”

 

 나의 말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말을 했다.

 

 “하하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그럼 일을 승낙하겠는가?”

 

 “승낙? 당연히 가야지. 어차피 감찰관이라고 해봐야 서류나 확인하고 도장이나 찍는 일인데. 그리고 가는 곳이 외각 지역이라며? 그럼 나야 좋지.”

 

 그럼 이 녀석도 귀찮게 찾아오지 않을 거고 말이야. 내가 흔쾌히 승낙을 하자, 그는 바로 인사발령장에 도장을 찍어버렸다. 그리고는 나에게 내밀면서 말을 했다.

 

 “그럼 2군단 1 - 2번 기지의 감찰관 겸 관리관으로 임명하겠네. 출발은 1달 내로, 상부에 보고하면 될 거야.”

 

 “관리관? 그건 또 뭐야? 감찰 업무만 보면 되는 거 아니었어?”

 

 “어차피 거기서 거기야. 그리고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걸!”

 

 어쩌다보니 떠밀리듯, 나는 인사발령장을 받아서 내 서류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래, 이참에 북적북적한 수도를 떠나서 조용히 요양이나 해야지. 이 녀석도 그만 좀 보고.

 

 나는 일단 마저 남은 일을 처리하고, 곧장 집으로 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뭐, 짐이야 제복이랑 낡은 옷, 제식 칼뿐이라 가져갈 건 없지만 그래도 가방 속에 넣기 시작하니 금방 꽉 차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뭐, 어찌되었건 나는 3일이라는 시간을 내어서 그 동안 수도에서 친하게 지내온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모두가 나를 신기해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들만큼은 나를 다르게 대하질 않았다. 오히려 나를 자신들의 가족처럼 대해준 덕분에, 이 세계에 금방 적응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나에게는 은인들이나 마찬가지였다.

 

 

  - 수도, 이렌마르 주점 -

 

 “그럼 언제쯤 다시 수도로 돌아오시는 건가요?”

 

 다들 아쉬워하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하는 가운데에, 나와 친한 단골주점 점원인 묘족 아가씨 이니가 나에게 말을 걸었었다.

 

 “음, 아마 별도의 인사발령이 없다면, 외각에서 평생 있어야 할지도 몰라요.”

 

 “아아...... 모처럼 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

 

 “하하하, 그러고 보니 이 주점은 단골손님이 될 때쯤 되면 어디론가 다들 가버리더라. 뭐, 그래도 수도로 올라오는 날이면 여긴 꼭 들릴게.”

 

 “부디 성신 헬라오스님의 가호가 함께 하길.”

 

 나는 그녀의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한 것을 참았다. 나는 슬쩍 리즌을 바라보며 눈을 찡긋 거렸다. 리즌은 멋쩍게 웃으며 나와 함께 주점을 나왔다. 길거리를 걸으면서, 문득 제도에 있었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신탁이라는 것을 받기 전,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 무기를 만들면서 보내던 시간......... 괴수들이 들끓지만 않았어도 평화의 시대는 이어갈 수 있었겠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나?”

 

 그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 역시 내가 옛 생각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는 정말로 이 수도에서 할 일이 없었다. 이제 곧 그곳으로 가야지.

 

 그는 내가 걸어가고 있어도 붙잡지는 않았다. 그도 내 처지와 비슷했으니까.

 

 

  - 비공정 선착장 -

 

 “현재 가장 빠른 배편이 있습니까? 또 날아가는데 몇 시간이나 걸립니까?”

 

 나는 작은 짐 가방과 서류가방을 들고 선착장 매표소에 서있었다. 매표소 직원은 언제나 그랬듯이 기계적인 미소를 하면서 나의 물음에 친절히 답해주었다.

 

 “알 포트 메인으로 가시는 거라면 곧 들어올 겁니다. 가는 데는 5시간정도 걸리긴 하지만, 그곳에 가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변방으로 가는 거는 거의 드문 일이니까. 군인들이나 많이 가는 곳인데 일반인 복장을 한 내가 간다는 것이 신경 쓰이겠지. 나는 얼른 지갑 속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그러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표에 도장을 쾅 내리찍었다.

 

 시간이 흘러 비공정에 올라 선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변방으로 가는 배라서 쾌속선인 대신 배의 크기는 작았고, 선실은 하나뿐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름 모를 푸른 머리 소녀와 단 둘이 선실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혼자 편히 갈 줄 알았는데.’

 

 사실 이 배에 오를 때까지 온 사람은 나 혼자였지만, 출발하기 바로 직전 급하게 뛰어오는 소녀가 무어라 소리치자, 선장은 급하게 배를 멈춰 세우고 그녀를 태워주었다.

 

 “하아하아, 감사합니다. 선장님.”

 

 “감사하기는. 저분 아니었으면 바로 출발했을 걸?”

 

 괜히 선장한테 말하는 바람에, 선장과 친한 것 같은 그녀를 태우느라 30분이나 지체 되었다. 아, 시간이 이렇게 걸린 이유는 비공정을 멈춰 세우면, 다시 띄우기 위해 다시 예열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형씨 미안하게 됬수외다. 비공정은 한번 멈추면 다시 데워야 해서......”

 

 “괜찮습니다. 어차피 시간은 많거든요. 덕분에 책 한권 더 읽을 시간이 생겼네요.”

 

 “하하하, 다음 비행 때는 공짜로 해드립죠. 그러고 보니 형씨는 왜 그곳으로 가는 거유?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데?”

 

 “제가 요번에 변방 쪽에 일을 하게 되어서 말이죠.”

 

 “히익, 좌천당한 거요? 무슨 일을 하셨기에 그 험한 곳으로 쫓겨난 게유?”

 

 “아닙니다. 제가 가고 싶다고 자원 했습니다. 그리고 전 출세하려고 군에 들어온 건 아니거든요.”

 

 “하아, 남자가 야망이 없구만. 참, 그러고 보니 저 아이도 군 소속이고, 같은 곳으로 가니 한번 얘기라도 나눠 보슈. 뭐, 형씨랑 같이 지내게 될지도 모르잖수.”

 

 그렇게 나와 이 푸른 머리 소녀는 선장의 배려에도 불구하고, 지금 2시간 째 말 한마디도 안하고 선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앞에 누군가 있을 때 시선이 있을 때 신경이 쓰이고 뭐라도 말을 해야 할까 안절부절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망할 리즌 녀석이 준 마지막 서류를 검토하느라 간이 책상에서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고, 소녀도 관심이 없다는 듯이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조용한 곳이 있을 수 있나 싶기도 했다.

 

 그리고 그 어색한 정적을 깬 것은 서류검토를 다 끝낸 나의 단순한 행동이었다.

 

 “흐아아아아, 다 끝냈다.......”

 

 나는 송신기에 서류 뭉치를 집어넣었다. 마력석을 이용해 연결된 기기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게 해주는 기기여서 아마 바로 리즌 녀석한테 서류가 갔을 것이다. 뭐, 이건 나와 리즌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것이라 자랑하고 싶어서 말한 거지만.

 

 마력석을 작동 시키자, 푸른빛이 돌을 감싸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마나를 써보는 것이라서 약간 조절이 안 되는지 빛의 강도가 굉장히 셌기 때문에, 갑자기 주변이 환해져 소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빛이 뿜어져 나오는 돌을 처음 봤는지 신기해하고 있었다. [얼굴표정이 한결 같아보였지만, 왠지 그런 것 같아보였다.] 다만, 너무 눈부셔서 눈을 제대로 뜨고 있지를 못했다. 나는 5분 동안 이 눈부신 빛을 쬐게 해서 미안하게 되었지만, 제시간에 서류를 보내야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 없어 소녀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책 읽는데 방해해서 미안해. 하지만 급한 용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한 거란다. 한 5분만 참아줄 수 있겠니?”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짜고짜 부탁하는 것이 실례기는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정중하게 말을 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약간 기분이 안 좋은지, 희미하게 눈썹이 꿈틀 거리는 것이 보이기는 했지만, 나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뭐, 아직 앳된 소녀가 정중히 부탁하는 데에 짜증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건 내 잘못이니 나도 딱히 그런 소녀의 태도에 뭐라고 하지 않고, 어서 빨리 서류가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나는 심심해서 책을 읽고 있다가 창문 밖을 보았다. 슬슬 변경 지역에 도착할 쯤 되니, 수도와는 다르게 모래먼지가 휘날리고 있었다. 원정대로 나갔을 때, 이런 황무지에서 거대한 지네 녀석을 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희미한 기억, 그곳에는 파란 머리 소년이 검은머리 소년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하하, 더럽게 큰 지네주제에 정말 빨랐어! 정말이지 이런 녀석들은 딱 질색인데, 형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아, 그렇게 투덜거릴 거면, 빨리 와서 이놈 다리 해체 하는 것 좀 도와줘.’

 

 파란 머리 소년은 검은머리 소년한테 한소리를 듣자 툴툴거리며 입을 한발 내밀었다.

 

 ‘알았다고 알았어. 우리 귀하신 형수님을 위한 귀중한 약 만들어야지.’

 

 ‘뭐.... 뭐라고! 형수님이라니! 아직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라고!’

 

 검은머리 소년이 당황하자, 파란 머리 소년이 웃으며 더욱더 놀려댔다. 검은 머리 소년은 파란머리 소년을 쫓으며 마구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내심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을 좋아하고 있었기도 했다.

 

 

 

 지금은 이미 옛날이라고 하기 에는 먼 시간이 흘러버렸지. 어쩌면 어떤 이들은 전설이라고 부를지도 모를 것이었다. 그래 ‘용사’라는 것은 전설이 되니까 ‘용사’라고 불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중에 내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소녀는 책을 읽다가 지쳤는지 선실에 한 구석에 몸을 기댄 채로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이 아이는 내가 있다는 것은 정말 아랑곳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뭐, 나도 소녀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소녀의 단잠을 깨운 것은 선장의 안내방송이었다. 곧 착륙한다는 얘기밖에 없지만, 잠든 손님을 깨우기 위해서 인지, 그렇게 쩌렁쩌렁 소리치는데 안 깨고 버틸 인간은 아마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이젠 종족이라고 해야 하나?

 

 “알 포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가지인 알 포트 메인으로 가는 곳은 이쪽으로 난 길로 가시면 될 겁니다.”

 

 선착장에서 안내원이 정중하게 밖으로 나가 두 갈래 길 중 왼쪽 길을 가리키며 설명해주었다. 소녀는 길을 잘 아는지, 짐을 들고 항상 가던 길처럼 왼쪽 길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음, 그럼 오른쪽은 어디로 통하는 길인가요?”

 

 나는 안내원한테 오른쪽 길에 관해 물어보았다. 안내원은 이 황무지를 개척하게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의 묘가 있다고 했다. 아 정확히 말해서는 추모공원 같은 곳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그곳이 알 포트 메인이었다고 했었다.

 

 리즌 녀석은 정말이지, 옛날 지도를 챙겨주다니. 안내원한테 물어보지 않았으면 무작정 오른쪽 길로 가다가 덜컥 묘지에나 갈 뻔했었다.

 

 “그럼 다음에도 저희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가세요!”

 

 선착장 밖을 나와서 왼쪽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텁텁한 먼지바람이 짜증나긴 했지만,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걷고 있으면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추억이라고 부르기에는 거북한 것들도 시간이 이렇게 흐르면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 걸까? 누가 그랬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옛날의 나한테는 비극인 일들이 이제는 그저 웃음거리 같아 보이는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굉장히 찜찜해 죽겠네.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시내로 가는 게 그리 멀지는 않았었다. 한 30분쯤 모래바람 속을 걷다가 모래바람이 확 사라지며 시야가 트이는, 주변과는 다른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대한 마력석으로 주변의 모래먼지를 날린 건가? 이곳만은 푸른 하늘이 있다니, 거기다 풀도 자라 있고.’

 

 시내 중앙의 저 거대한 비석. 엄청난 수의 글자가 박혀 있는 것을 보니 거대한 주문을 걸려 있는 것 같았다. 다들 그냥 기념비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보였지만, 나는 그 눈에 띄는 그 모습을 단번에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오른쪽 길부터 가볼 걸 그랬나?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우선 녀석(리즌이 웃으면서 넘겨 준)이 준, 작은 쪽지를 펼쳐 들고 거리를 걸어 다녔다. 분명 이 광장을 가로질러 나오는 거리 오른쪽 모퉁이에 묵을 집이 있다고 했는데, 집은커녕 죄다 작은 가게들만 보이니 이거야 원.

 

 “분명 이 자식 여기 길거리를 까먹은 것 같군.”

 

 하는 수없이, 주변에 돌아다니는 행인을 붙잡고, 겨우겨우 물어서 앞으로 지낼 집을 찾았다. 괜히 망할 녀석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집을 사게 되었지만, 이렇게 힘들게 찾아오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관사에서 지내는 게 나았나 싶었다.

 

 다행히 먼저 연통을 넣어둬서 전 집주인이 집을 깔끔하게 청소를 해주고 나갔었다. 무거워서 두고 간 가구들은 그냥 가져도 된다고 했으니, 짐이라고는 옷이랑 서류가방이 전부였던 나한테는 무척이나 고마웠었다. 식기나 기타 물건은 나중에 사기로 하고, 우선 부대에 가보기로 한 나는 이제 막 만난 집을 나섰다.

 

 거리는 수도에 비해서 굉장히 조용해서 좋은 것 같았다. 어차피 이제 막 만들어진 동네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만, 마치 시골의 정겨운 풍경이 떠오르게 하는 정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고 있으니 첫 인상으로는 합격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근데 이곳 사람들은 제복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을 안 쓰시네요.”

 

 수도에서는 제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곤 했었다. 대개 수도 내부에서는 근위대를 제외하고는 군인을 볼 수가 없었고, 만약 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군인이지만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기에 그랬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거

 

 “하하 형씨가 몰라서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군인가족이거나 은퇴한 퇴역 군인들이라서 그래. 근데 형씨는 나이도 젊은 것 같은데 벌써 제대한 건가? 조금 안타까운데 그래?”

 

 차마 내가 나이가 더 많다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앞의 사람의 눈에는 내가 30대의 모습으로 보이니 어쩔 수 없었다.

 

 “제대는 아직 안했습니다. 대신 몸이 안 좋아서 조용한 외각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뭐? 이쪽으로? 설마 자네 그 괴물들을 관리하는 사람인가?”

 

 즐겁게 얘기를 하던 남자가 내 말에 깜짝 놀라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입니까?”

 

  “당연히 문제가 있지! 자네 수도에서 왔다고 했지. 거기서 잘못 해서 여기 온 거 아니야?”

 

 “아... 아닙니다. 제가 부탁했었습니다.”

 

 “이 양반이 미치긴 단단히 미쳤구나. 여기는 괴물들을 수용하는 곳이나 다름없다고.”

 

 괴물? 그게 무슨 소리지? 남자는 혀를 끌끌 차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 있는 부대는 괴물들을 잡기 위해 괴물들을 모아놓은 곳이지. 자네 제복을 보니 적어도 3서 서기급인 것 같은데, 이런 벽오지에 오다니....... 쯧쯧쯧, 고생길이 훤해 보이는 군.”

 

 한쪽 모퉁이에서 남자의 아내인 것 같은 중년의 여자가 그를 부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그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 주곤, 급히 그쪽으로 뛰어갔다. 그것보다 괴물들을 잡는 괴물들이라는 게 뭔 소린지 모르겠다. 일단 빨리 부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부대로 가는 표지판을 따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초보작가 크네프 입니다!

 

 공지에서 말했듯이 주 2회 연재를 하지만, 연재 끊기지 않도록 성심성의껏 연재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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