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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쉐어하우스
작가 : Aardman
작품등록일 : 2018.7.9

아픈 가정사를 가진 백수. 쉐어하우스에 입주하면서 이상한 일을 겪게
된다.

 
입주
작성일 : 18-07-09 14:18     조회 : 490     추천 : 0     분량 : 8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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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쉐어하우스 매니저가 서랍을 열어본다.

 녹슨 식도, 나무 젓가락 3개 , 음식물쓰레기용 봉투

 

 “이 서랍에 든 물건은 공용이니까 쓰시면 되고 ...또 뭐 말씀드릴께 뭐 있더라 ... 그리고 월세 한 달 넘게 밀리시면 비밀번호 변경하니까 알아두세요.”

 

 “네. 공용세제는 있어요?”

 

 

 “아니요.따로 사서 쓰셔야해요.”

 

 나는 사실

 오기 전부터 이 집으로 계약하기로 했다.

 매니저가 여자기 때문이다.

 

 여기 계약하기 전.

 

  낡은 문에서 걸어나오는 남자매니저.

 “ 집 보러 오셨죠?”

 

 “네?네..”

 

 나는 수염이 난 남자를 보면 소고기국 같은 걸 먹고 난 후 수염에 국물이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저 남자는 소고기국보다 순댓국을 더 잘먹게생겼다.

 

 남자가 먼저 계단을 올라간다. 나는 사냥꾼을 따라가는 일개 일원처럼 뒤에 숨어서 살금살금 따라 걸어올라간다.

 

 “여기가 방이구. 여기가 거실입니다 . 두 명이서 지내는 것보다 세 여자들이 지내니까 더 친하게 지내는

 거 같더라구요. 이 지역에 이렇게 싼 방 없쇼. 그냥 계약해. 나도 왔다갔다하기 귀찮아, 하하.”

 

 괜히 귀찮게 한 것 같아서 죄송스러웠지만 매니저 인상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가격이 싸든 말든 다른 집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 때까지

 만난 30대 남자 중에 인상 더러운 순으로 3순위 안에 들 것 같다 .

 

 “생각 좀 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네..”

 

 수십개의

 빌라가 얽혀있는 골목으로 나는 길도 모르면서 터덜터덜 걸어갔다. 목적지를 아는 것 처럼.

 

 쭉 내려가다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더럽다.인상이.

 

 그 남자는 그자리에 서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담배를 펴서 인상이 더

 더러워진건진

 모르겠지만 인상이 더러워서 더 더러워보였다고 생각했다.

 

 

 

 

 쉐어하우스 입주 후

 날씨가 더워졌다.

 

 화장실에 욕조가 없어서

 목욕할 때 앉아서 샤워기로 발목을 문질렀다.

 수산시장에 도마 위에 엎드려 있는 생선들의

 기분이

 이런기분일까 상상했다.

 그래도 걔네들은 회쳐지고 나면 고통이 끝나지만

 난 화장실 밖을 나서도 또 고통이 시작되겠지.

 

 흘러내리는 땟국물이 강처럼 흘러간다.

 흰색 통 바디워시. 흔들어보니 얼마 안남았네.

 이거보다 공용 비누 냄새가 더 좋다며

 정신승리를 해본다.

 

 바디워시를 한 움큼 짜서 배에 펴바른다.

 어제 버스에서 본 베이킹 장면에서 반죽에 밀가루를 바르는

 장면을 상상한다.

 잘 펴발라주세요- vj가 말한다.

 

 욕실 바닥 구멍에 머리카락이 한 움큼

 손으로 뽑아서 쓰레기통에 넣는다.

 

 면도기로 인중에

 털을 민다.

 

 나는 젖은

 몸으로 옷을 입을 때 티셔츠를 몸에

 넣을 때 그

 기분이 너무 싫다.

 머리를 감고나서 고개를

 들때 홍해바다 가르듯 갈라지는 젖은

 머리카락이 갈라지는 것도 싫다.

 

 몸을 다 헹구고

 몸을 닦는 둥 마는 둥하고는

 옷을 입는다.

 퉁퉁하게 불어터진

 만들어지다만 빵반죽같이 생긴 내 몸을

 거울로 보는게 싫어서 빨리

 검은색티셔츠와

 남색 반바지를 입는다.

 

 세숫대야에다가 물을 반쯤 담는다. 조금 있다가 발 헹궈야지.

 

 변기에

 앉아서 오줌을 눈다.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이 기분이 욕실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중에서

 제일 ㅈ같다고 생각한다.

 

 오줌을 누다가 변기 밑. 그러니까 내 발 바로 앞에 있는 세숫대야를 보니

 

 뭔가 아른거린다.

 

 과학시간에 배운 아지랑이효과?아닌데 그거는 아스팔트 위에서...아 몰라...씨 뭐야저게 ...

 

 자세히보니 사람이다.

 

 세숫대야에 어떤 사람이 쇠창살을 잡고 매달려있다.

 

 세숫대야에 발을 담궈본다. 물이 찰랑거리더니

 다시 보인다.

 

 쉬 - 쉬-

 

 

 쉬-

 쉬-

 

 

 고개를 들어 오른쪽을 보니

 

 화장실 작은 창문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여자.

 나를 보면서

 

 

 쉬 - 쉬-

 

 입모양이

 존나 동그랗다. 뭐야저거?

 

 얼굴을 쇠창살 사이로 짓이기면서

 들어오려고한다.

 

 저 여자 얼굴이 물에 비친거구나.

 

 세숫대야를 들어서 물을 뿌렸다.

 

 물을 창문에 뿌리자마자 그 여자가 사라졌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한참을 그 자리에서서 있었다.

 

 오줌싸개 같다.

 

 바지를

 추스리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화장실 문 바로 앞에

 그 여자. 온 몸이 젖은 채 내 앞에 서있다.

 

 쉬-쉬-쉿

 

 검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막는다.

 쉿-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사라졌다.

 

 

 

 

 

 이층침대

 

 창문을 여니 큰 벽이 보인다.

 벽에 비친 그림자가 처량해보인다.

 턱을 괴고 그림자를 한참 쳐다본다.

 

 방에 들어가기 싫어.

 

 방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끼이익

 

 내 자리는 이층.

 

 여기는 이층침대가 두개가 있다.

 네 명이서 같이

 쓰는 방.

 

 이층침대에 올라간다.

 살 쫌 빼야지. 올라갈때 마다 골반이

 아프다.

 빨아야할 옷가지들이 침대 구석구석

 흩어져있다.

 내일은 진짜 빨아야지.

 

 발에다가 목베개를

 하나 깔고 배를 긁으며

 유튜브를 본다.

 

 으흐흫

 

 아,지루해.

 

 게임할 꺼 없나?

 

 앱스토어에

 들어가서 게임을 뒤적거린다.

 

 새로나온 어플 순위를

 보자 ....

 

 어?

 

 야간 카메라 어플도 있네.

 

 바로 다운했다.

 

 이거 인그레이브카운터?인가 뭔가 그 영화같다.

 우와 . 신기해.

 이걸로 셀카찍으면 진짜 무섭겠다. 안그래도 무서운데.

 

 

 한 번 찍어볼까?

 

 찰칵.

 

 와 , 내 눈 완전 초록색.

 신기하네..기술이 좋긴좋다.

 

 밝기 확대해봐야지.

 

 ?

 

 

 

 뭐야 ;;가장자리에

 머리카락같은게?

 

 잘못찍힌거겠지?

 

 

 다시

 찍어야겠다.

 

 

 찰칵.

 

 후레쉬가 터졌다.

 

 0.1초 사이에 가부키 화장한

 뭔가 지나간 것 같다.

 

 뭐야?

 

 오른쪽 침대에 누워있는 룸메를 봤다.

 

 그 언니는 잠꼬대가 심하다.

 

 잠꼬대겠지?

 

 언니도 사진을 찍고 있다.

 

 뭐지?

 

 사진으로 찍어봐야겠다.

 

 찰칵

 

 

 내가 찍은

 사진 속에 언니는

 자고있다.

 

 뭐야???

 

 

 어떤 여자가 천장에 매달린 채 언니의

 폰을 들어주고있다.

 

 폰을 껐다.

 

 

 내 침대

 오른쪽 귀퉁이에 앉아

 사진을 찍는 여자.

 침대기둥을 양팔로 감싸앉고있다.

 

 

 

 

 

 

 

 

 

 

 여름이

 오고 있는데

 그 날 밤은 좀 추워서

 얇은 이불로 몸을 감쌌다.

 

 그 날도 나는 유투브를 보면서

 남의 행복을 관찰했다. 끝나지 마.

 20분 밖에

 안되는 동영상 중에

 잠깐 1분 정도 미소짓고

 자야지 하면서 계속 봤다.

 동영상 속 사람들은 행복해보이네.부럽다.

 내 사고과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행복한 사람들 뇌는

 어떨까?

 

 

 

 

 나는 잠들었다.

 

 아침이 되서 일어나니 이불이 돌돌 말려져 왼쪽 벽사이에 끼여있었다.

 뭐야 이거?

 

 

 잠꼬대가 심해졌나..?

 

 

 

 

 그

 다음 날도 똑같은 일이 생겼다.

 

 이불이 벽에 더 많이 끼여있었다.

 

 그 다음날도 똑같이 유튜브를 봤다.

 

 잠들었다 똑같은 구간에서.

 

 유튜브 음성이

 다시 들린다. 이어폰에서.

 

 나는 잠에서 깼다.

 아직 밤이다.

 

 

 이불이

 없다.

 

 

 

 어디갔지?

 

 목 주변에 엉킨

 이어폰을 마구 풀고 나는 발로 침대를 더듬거린다.

 이불이 없다.

 뭐야?

 

 

 무서워.

 

  추워.

 

 누구야?

 

 휴대폰 후레쉬를 켰다.

 

 그녀다.

 

 내 이불을 꼭 쥐고 침대 구석에서 쪼그리고 있는 그녀.

 

 추워

 

 추워

 

 그리고 거기 내 자리야.

 

 

 후레쉬를 켰다가

 다시 껐다.

 

 사라졌다.

 

 그 다음 날

 

 나는 이불을 덮고 잠을 안자기로 마음 먹었다.

 눈을 감고만 있었다.

 

 이불이 왼쪽 벽 사이 틈으로 살짝 빨려들어간다.

 

 조금 당겨본다.

 

 다시 빨려들어간다.

 

 조금 더 당긴다.

 

 쏴삭 더 빨려들어간다.

 

 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슈슉

 

 벽사이로

 거의 다 빨려들어간 이불.

 

 발가락 같은 게 보인다.

 

 오른쪽 이층침대 내려오는 사다리로

 고개를 살짝 내려서 밑을 본다.

 

 그 여자가 이불을 꽁꽁 싸매고 침대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추워. 나 추워

 

 

 

 

 빨리 내일이 되었으면.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나.시계를 바라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네?아오, 뻐근해.

 

 엘레베이터가 닫히지않아서 닫힘버튼을 누르는 나.

 

 그러다가 엘레베이터 문 뒤에 살짝 보이는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란다.

 

 불안해보이는 한 여자.

 

 음침하게 고개를 살짝 들었다가 다시 내린다.

 

 

 

 타실거에요?

 

 한참 보다가 엘레베이터에 타는 여자.

 

 남색과 갈색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있고 칠부청바지를 입고 있다. 신발은 구제가게에서 산 것 같은 제품. 신발을 구겨신었다. 가방은 에코백을 목에 걸치고있다.

 

 

 엄지 손톱으로 계속 검지 첫 번째 마디를 긁는 여자. 불안해보인다.

 

 

 

 띵.

 

 

 10층.

 

 

 10층입니다.

 

  갑자기 그 여자가 나를 본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오른쪽 복도 끝에

 있는 내 집으로 걸어간다.

 

 그 여자는 한참을 거기 서 있는다. 내 뒷모습을 바라본다.

 

 나는 집

 비밀번호를 누른다.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나는 뒤를 돌아본다.

 

 그 여자가 현관문 앞에 계속 서 있는다. 딩동 벨을 누른다. 나를 다시 쳐다본다.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어떤 손이 그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그녀는 아무소리도 내지않고 집 안에 끌려간다.

 

 철문이 쾅 닫힌다.

 

 

 복도가 조용하다.

 

 고요하다.

 

 

 

 

 

 

 나는

 공황장애가 연예인들만 걸리는 건 줄 알았다.

 

 한 번 공황장애에

 걸린 사람이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봤는데

 정말 무서웠고 그 자리에서 난 가만히 있었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장면을 보면

 인지부조화가 오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고과정이 이상하게 된다.

 

 마치 도서관에서 털모자를 쓰고

 수염을 마구마구 기른 한 남자가 나시를 입고

 노트북으로 한글타자연습을 하고 있는 장면을 보는 기분.

 사실 그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그 날.

 나는 2년 전에 있었던 일이 바로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졌다.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내 뒤통수에서 내 욕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날 미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사람들에게 미움 받기를 바란 적이 있다.

 나는 애비한테도 버림받고 엄마도 날 싫어하고 창피해하고 남동생도 날 무시하고 괴롭힌다.

 누가 날 좋아하겠어.

 

 

 내가 생리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생리대도 하지

 않고 거리로 밖을 나왔다.

 어디가 왼쪽이고 어디가 오른쪽이지?

 

 수 백명되는 사람들이 내 뒷통수에다가

 대고 욕을 하는 것 같다. ...ㄴ아....ㄱㄱㅇㄴ아 ㅆㅂㄴ아.

 

 

 

 집으로 어떻게 왔는지

 기억이 나지않다.

 

 

 

 나는 집구석에서

 어울려 보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남는 건?

 뭘까.

 

 인정받는 유니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그 날은 삼일동안 잠을 한 숨도 못잤다.

 친구들을 만났고 나는 친구들에 이야기를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몇 년 전 욕먹은 일이 지금 바로 일어나는 것 같았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못된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무서워. 갑자기 죽고 싶었는데 웃음이 막 나왔다. 친구들은 갑자기 왜 웃냐고 했고 나는 내가 웃고 있냐고 했다. 나보고 병원에 가보랬다.

 뭐지? 웃음이 자꾸 나 .

 실성했나봐.

 

 

 집에 도착해서 나는 내가 계속 웃고 있다는

 걸 알았다. 웃기 싫은데.

 거울을 봤다. 내가 아닌 것 같아.

 혼잣말을 중얼중얼 거린다. 몇 시간을 중얼거렸던 것 같다. 핑계대는 말. 둘러대는

 말. 과거를 돌이키고 싶다. 모두 내 잘못이야.

 죽을까.

 죽으면 끝날텐데.

 아닌가? 못죽으면 어떡하지?

 

 삼일동안 나는 계속 혼잣말을 했고

 옆방에 있던 엄마는 눈치를 못챘다.

 

 그러다가 나는 미쳐서

 이상한 소리를 막 해댔고

 나는 그 때 이성을 잃었다. 기억이 잘 안난다.

 

 소리를 막 질렀다. 앞뒤 문맥이 안맞고 말이 안되는 이야기들을 뱉어냈..그 다음은 기억이 잘 안나.

 

 지가 미친지도 모르고

 지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난 병원에 끌려갔고

 의사선생님이 앞에 계신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사람들이 나보고 썅년이라고해요!!!!!

 엄마는 왜 나한테만 그래!???

 

 엄마가 울었다. 자기 인생이 불쌍하다며 울었다.

 그 순간 나는 엄마가 가식적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정신과에 와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약을 먹으니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내가 본 환각증상들을 설명할 때는 너무 무서웠다.

 

 

 평소와 똑같이 그 방에 누워있는데 구더기들이 안방 거실을 마구 기어다녔다. 안경을 써서 다시 봤는데 구더기들이 탑을 만들어서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속이 안 좋아서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 바닥이 일렁거린다. 파도타는 것 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실넘실 거린다. 지진이라도 낫나봐.

 

 

  옛날에 엄마한테 천사가 보인다고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니까 불안하고 외로워서 귀신을 착각한 것 같다. 아니면 천사인가? 그런데 천사인지

 귀신인지...알게 뭐람. 뭐가 보인다는 거 자체가 별로 좋은 건 아니였을테지.

 

 

 

 그 날은 심하게 가위에 눌렸다.

 

 아침에 맞는 똑같은 벽시계

 위치 .

 항상 그자리에 있는 텔레비전

 

 찬 바람이 마구 들어오는 오른쪽창문

 오른쪽에 누워있는 엄마.

 

 천장에서 뭐가 내려온다.

 직감적으로 귀신인 것을 알겠다.

 

 내 목을 조른다. 부들부들 떨면서

 이를 간다. 왜 이렇게 안죽냐는 듯한 표정. 부들부들 떤다.

 나말고 귀신이 .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가 뒤로갔다가 1초 사이에

 10번은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깨어났다.

 

 아침이다.

 그대로 아침이다.

 아까 귀신이 목조를 때도 아침이였다.

 

 시계를 본다.

 아까 7시 30분이였고

 

 지금도 7시 30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간다.

 

 

 

 

 

 

 

 

 

 

 아빠는 감정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나는 초밥을 못 먹었는데 20살이 되고나서 우연히

 연어초밥을 먹게되었다. 나는 와사비를 못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초밥에 꼭 와사비,간장을 찍어먹는 사람이 되었다.

 

 그 날 나는 아빠에게 초밥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 날 점심으로 초밥을 먹고 싶었다.

 

 뭘 맛있게 먹으려고 하지마. 그냥 먹는 거에 의미를 둬.

 그냥 먹어.

 

 개미들도 땅바닥에 떨어진 사탕 중에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지 않을까? 그런 상상을 했지만 말은 못했다.

 

  나의 선택은 자주 묵살당했다.

 

 무슨 옷을 사도 구박받던 나는

 패션에 관심이 없는 척을 했다.

 엄마가 무슨 여자애가 그러고 다니냐고 했다.

 엄마랑 같이 옷매장에 갔다.

 

 1층 매장에는 20대 여자들을 위한 옷이

 많았다. 다 처음보는 브랜드들이 많았고 그 중 몇 개는 너무 화려해서 연예인들을 위한 협찬 옷처럼 보였다.

 

 엄마는 나를 끌고 한 매장에 들어갔고 엄청 밝고 딱 붙는 티셔츠를 입으라고 했다.

 나는 그 티셔츠가 그냥 싫었다. 나는 검은색 티셔츠를 자주 사는데 같이 빨면 저 티셔츠는 분명 더러워질 것이다. 그리고 가뜩이나 추잡스럽게 튀어나온 내 뱃살을 가려주지도 못할테고 나의 떡대를 감당못해서 곧 늘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는 내 방바닥을 닦는 걸레로 전락하겠지.

 

 나 ,” 안사도 돼. 입기 싫어.”

 

 엄마.”야!!!!!!!!!!!!!너 엄마 말 안들을래?”

 

 지나가던 아줌마,학생들,아저씨들,남자들,여자들 등등 다 쳐다본다. 나를.

 

 “알겠어.”

 

 너무 창피해서 숨고 싶다. 엄마는 항상 저딴식이다.

 그 티셔츠를 입고나오니 유명한 꿀 좋아하는 곰이 한마리 거울을 바라본다.

 

 안녕? 꿀 많이 처먹어서 그렇게 되었니?

 

 당장 벗고싶지만 엄마는 계산을 하고 있다.

 

 엄마,”다른 여자애 처럼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어. 몸매 라인이 다 드러나게. 그리고 너처럼 옷 못입는 애는 다른 애들이 사는 옷을 똑같이 사서 입어.”

 

 저 옷을 몰래 버리고싶단 생각을 했다.

 

 

 공황장애 치료를 할 때

 의사가 지금 뭘 하고 싶냐고 하고싶은 걸 하라고 했다.

 

 나는 그것보다 엄마가 좀 닥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배운게 그거 뿐이라 말이 거칠다.

 

 항상 삐뚤어지게 말하고 퉁명스럽다.

 

 엄마같아. 그러니 사람들이 날 싫어하지.

 말이 막 나온다. 그만해. 그냥 입을 다물어야 된다 나는. 싫어하는 사람이 생기면

 극도로 그 사람이 싫어져서 괴롭다.

 

 날카로운 칼로 얼굴글 그어버리고 찢어버리는 상상을 한다. 얼굴을 도려내서 던져버리면 니 얼굴을 안떠올려도되니까.

 나는 비위가 약해서

 거슬리는

 얼굴을 보기가 싫거든.

 나 보는 거 같아서 짜증나는 사람들도 많아.

 동족혐오 같은 그런거지.

 

 

 다른 감정은 복합적이게 될 수 있지만

 분노는 분노뿐이야.

 

 분노할 대상은 나였지. 항상.

 

 나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

 동생 밥주는 식모.

 

 동생이 내 옷에 가위질을 하고

 내 방에 라면을 일부러 쏟아버리고

 내 책상 서랍을 다 열어서 엎어버렸을 때도

 엄마는 니가 누나니까

 참으라고 했다.

 

 

 나는 소통보다 참는 법을 먼저 배워야했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엄마는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준 적이 없으니까.

 

 받아쓰기 점수라도 잘 받아와서

 시험지를

 보여 준 날에는 다른 애들도 그렇게 다 잘받았겠지.

 

 유별난 척 하지말라는 걸로 들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면 나중에 얘기해. 울기라도 하면

 네 방가서 울라고 했다.

 

 그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효녀라고 떠들어대고

 의젓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내 방 창문에 보이던 전봇대 전깃줄을 바라봤다. 여기서 뛰어내렸는데 전깃줄에 걸려서 살면 어떡하지?

 

 맞은 편에 살고 있는 집에서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 여자들이 침대 위에서 노닥거리고 있다. 몰래 훔쳐본다.

 즐거워보이네. 나도 교복입으면 즐거워질까?

 

 슈퍼마켓을 가야겠다.

 슈퍼마켓을 가는 길에 맞은 편 집에 놀고 있던 언니,오빠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올려다 봤다.

 뭘 보냐,꼬맹아 -

 

 바로 눈을 깔았다.

 

 이제

 몰래 보는 건 그만하자.

 

 

 

 

 

 

 

 

 

 

 오래된 무력감이 25년 넘게 지속되고

 희망이 계속 좌절되고

 나는

 사람보다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 집.

 

 불안한 소용돌이.

 

 나를 어떤 취급하는지 잘 알면서도

 새벽이 되기

 전에 더 늦은

 밤이 되기

 전에 나는 그 집으로 내 발로 기어들어가야했다.

 

 소나기가 내리면

 비를 막아줄 곳을 찾는 것처럼

 나는

 책과 미술에 빠져살게되었다.

 

 계속 진흙만 밟고 나아가다보면

 옷이 더 더러워져도 신경쓰지않게된다.

 

 진흙이 얼굴 주변까지 묻어서

 입술주변까지 묻게되고

 그 진흙이 굳어서

 아무말을 하지 못하게될 때까지

 나는 계속 걸어야했다.

 

 어둠의

 늪 속에 빠지면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계속 걷는다.

 늪에 빠져서

 앞이 안보일까봐.

 

 그러다가

 

 도로 위에서

 인도위에서

 걸어가는 사람들을 본다.행복해보여.

 

 그들은 자전거를 타면서 바람을 맞고

 산책을 하고

 개와 거닌다.

 

 아는

 인중까지 차오른 늪의 냄새를 맡는다.

 킁킁거린다.

 

 그냥 늪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잠에서 깬다.

 

 

 

 또 시작이구나.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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