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소년의 순정
작가 : 송루나
작품등록일 : 2018.7.2

2014년, 어느 여름.
억겁의 시간이 내 품으로 쏟아진 그 날,
북에서 넘어온 한 소년을 만났다.
까만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두 개의 눈동자, 올곧은 시선.
아, 순정한 눈빛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손영주였다.

 
소년의 순정 01
작성일 : 18-07-02 11:27     조회 : 934     추천 : 15     분량 : 414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은호야, 여기서."

 "아버지. 조심해요."

 

 

 

 은색 달빛이 어른 거리는 그 강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건너다 목숨이 끊어진 걸 상기할 때마다 물결은 은빛이 아닌 핏빛으로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물기 젖은 흙바닥에 불안한 아버지의 발자국이 찍힌다.

 어둠속에 찍힌 그 자국을 멀끄러미 보다가 이내 바람이 귓불을 스치면 그제야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할아버지의 뒤늦은 탈북에 온 가족이 며칠 전부터 가슴을 졸여야 했다.

 종전 선언 이후 완벽한 통일을 기다리기엔 본인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남은 생만이라도 자식과 손주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지막 바람.

 

 

 

 '할아버지 연세에 그 강을 건널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른 방법은 절차가 까다로웠다.

 그래서 우리가 중국으로 가 할아버지가 두만강을 건너면 안전하게 모시고 오기로,

 일단의 우리의 계획은 그랬다.

 아버지 혼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었기에 내가 따라나섰지만 고모는 강하게 반대를 했었다.

 혹여라도 독자인 내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하는 마음에.

 어머니는 일찌감치 병으로 돌아가셨다.

 당시 너무 어렸던 나에겐 그 일은 중요한 일이 아닐만큼 잊혀지고 있었다.

 

 

 

 "아버지, 할아버지 보여요?"

 "아, 아버지!!"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던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고 나는 서 있었던 자리에서 재빨리 그가 있는 곳으로 뛰었다.

 풀숲의 따가운 성분들이 다리와 팔을 스쳤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뛰어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처럼 깜깜하기만 한 그 강 앞에 멈춰 섰다.

 

 

 

 "할아버지!"

 

 

 

 핏빛 강물은 허상이 아니었다.

 물에 가까스로 떠 있던 할아버지 주변에 크게 핏물이 퍼지고 있었다.

 아버지는 손을 뻗었고 나는 그런 아버지의 허리를 뒤에서 받쳐 안았다.

 

 

 

 '탕-'

 

 

 

 저만치에서 총을 쏘는 소리가 들려왔고

 아버지와 나는 손을 뻗은 채로 허리를 숙였다.

 물살이 너무 셌다.

 

 

 

 "아버지!!! 손잡으세요!!"

 "태, 태성아. 이 아이 좀-"

 

 

 

 할아버지가 뻗어진 아버지의 손을 잡지 못한 이유는 그의 팔에 붙들린 소년 때문이다.

 정신을 잃은 건지 축 늘어져 있는 그 소년을 있는 힘껏 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밀어준 할아버지는 급물살에 그대로 쓸려가버렸다.

 모든 게 순간이었다.

 그 강은 할아버지를 삼켰다.

 

 

 

 "아, 아버지...."

 

 

 

 아버지의 손에 들린 그 소년만이 그 강에서 살아남았다.

 2014년, 7월 6일 두만강에서, 할아버지의 마지막.

 그리고 손영주.

 

 

 

 -

 

 

 

 

 앳돼 보이는 소년은 나보다 두어 살이 적어 보였다.

 며칠 묵기로 했던 중국 호텔에서 녀석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이 자리는 원래 할아버지의 자리였는데,

 어쩌다가.

 아침거리라도 사 오겠다는 아버지는 일찍이 밖으로 나섰고 나는 벗어두었던 안경을 면 티셔츠에 닦고 스윽- 얼굴에 썼다.

 

 

 

 "......!"

 

 

 

 그리고 뿌예진 시야가 갑자기 선명하게 자리를 잡았을 때 그 자리에서 얼고 말았다.

 

 

 

 "일어난 거야?"

 "........."

 

 

 

 좀 전까지 죽은 듯 누워있었는데 큰 두 눈을 꿈뻑 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그 소년은 이내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살짝 풀어진 셔츠 깃을 한 손으로 여며댔다.

 

 

 

 "여기가 어딥니까."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습관적으로 이름 석 자를 말하려다가 알아봤자 당황한 저 눈깔이 도로 돌아올 것 같진 않아서 그만두었다.

 협탁에 있던 물을 유리잔에 따르며 필요할만한 대답을 했다.

 

 

 

 "여긴 중국. 너 탈북했고."

 "........"

 "탈북할 때 너 구해준 할아버지 기억나?"

 

 

 

 침대 시트 어디쯤에 혼란스런 시선을 두고 있던 소년은 이내 초점을 맞추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이 내 할아버지."

 "그, 그분은 어디 있습니까?"

 "돌아가셨어."

 

 

 

 덤덤하게 말했지만 결코 덤덤하지 못한 내 시선처리에 소년은 크게 놀란 듯 해 보였다.

 그게 사실이냐 두 발을 호텔 바닥에 붙이고 물어보는 걸 보면.

 나는 그런 그에게 다소 복잡 미묘한 얼굴로 말했다.

 상대는 결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내 속내를 다 감춰버린 채로.

 

 

 

 "자초지종을 설명해. 이젠 네 차례야."

 "........."

 "할아버지랑은 어떻게 안거야."

 

 

 

 미미한 끄덕임이나 기어들어갈 것 같은 대꾸 정도는 했었는데 이번엔 좀처럼 대답을 안 하기에 고개를 푹 수그린 그를 흘끔 바라보았다.

 떨어진 투명한 눈물방울이 침대 시트를 짙게 물들인다.

 

 

 

 "우연히 두만강 사찰하던 중 탈북 도모하던 분을 만났습니다."

 "그게 우리 할아버지야?"

 

 

 

 소년은 호텔 바닥에, 정확히 내 발치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양손을 무릎에 꼭 쥐어 올려놓고 입술을 깨문다.

 손에 피가 통하지 않을 만큼 쥔 건지 하얗게 질린다.

 

 

 

 "버, 버리라고 했습니다. 절 버리라고 그분께 말씀드렸는데..."

 "......."

 "변명과도 같이 들리겠지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 굉장히 변명같이 들리네-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손에 들린 봉투를 침대 한켠에 아무렇게 놓고 깊은 한숨을 내쉬는 아버지는 실의에 빠진 얼굴을 좀처럼 펴지 못했다.

 이해한다.

 나 같아도 하루 만에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어버리면 제정신은 아닐 것 같으니.

 

 

 

 "정신 차렸으면 대책이나 말해보렴."

 

 

 

 아버지의 냉한 태도에 이미 얼을 대로 언 소년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상황에 나는 방관자였다.

 그냥 어느 쪽에도 딱히 감정이 없는,

 협탁 의자에 앉은 아버지는 쓰고 있던 안경테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그 소년을 가만히 응시했다.

 

 

 

 "설마 대책 하나 없이 탈북을 감행한 건 아닐테고."

 ".........."

 "입을 다물고 있으면 해결이 나나."

 

 

 

 낮게 목을 끌며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지에 소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내 앞에서 순식간에 아버지 앞으로 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북으로만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내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어느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는 소년이 불안함의 극으로 달했는지 꿇고 있던 무릎을 움적 거리며 아버지에게 더 붙었다.

 

 

 

 "그냥 중국 땅에 버려도 됩니다. 부디-"

 "........."

 "신고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아,

 움적 거리던 여린 무릎 살갗에 기어이 피가 맺힌다.

 그쯤 되니 내게도 방관의 태도가 걷히고 있었다.

 소년이 불쌍하게 느껴졌던 걸까,

 조심스레 '아버지' 하고 불렀다.

 

 

 

 "크흠-"

 

 

 

 아버지와 내 눈이 허공에서 마주하고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딱히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한풀 꺾인 눈빛으로 뒤돌아 호텔방을 나섰다.

 저를 뿌리친 줄만 알고 바닥에 두 팔을 대고 엎어져 흐느끼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한쪽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돌아가기 싫습니다. 절대로..."

 "일단 일어나 봐,"

 "신고하시면 저는 어쩝니까."

 

 

 

 아 신고 안 하니까 좀-

 일어나 보라고.

 결국 힘주어 그를 일으켰다.

 그리고 침대에 앉혀놓으니 까진 무릎에서 새어 나온 피가 종아리 쪽으로 흘러내린다.

 손을 뻗어 곽티슈를 뽑아 대충 그의 무릎에 대주었다.

 

 

 

 "신고는 안 할 거야. 그렇게 냉혈한 아니야 울 아버지."

 "아, 진실입니까?"

 

 

 

 얼추 지혈을 끝낸 그의 무릎에서 휴지를 떼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얼마나 울었는지 볼에 눈물 자국이 다 배었다.

 붉으죽죽한 그 눈가를 까만 앞머리칼이 찌른다.

 연신 훌쩍이는 코, 그 아래로 보이는 입술 역시 얼마나 깨물었던지 피가 몰려 선홍빛을 띄고 있었다.

 앳되보이는 그 얼굴에서 절박함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어디로 갈 거야."

 "어디로..."

 

 

 

 가야 됩니까, 저는.

 

 

 

 아-

 아무 대책 없이 국경을 넘어 올만큼 넌 절박했다.

 아주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갈 곳조차 정해지지 않은 채 넘어온 그는 아마 할아버지가 거둬주기로 했었나 보다.

 

 

 

 "은호야, 짐 싸. 떠날 준비하자."

 "잠깐만요, 아버지."

 

 

 

 아직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불편하게 앉아 있는 그를 슬쩍 돌아보고 아버지의 팔을 붙잡고 호텔 방 밖으로 나섰다.

 

 

 

 "데리고 가요."

 "그럴 이유 없다."

 "갈 데가 없대요."

 "깨어날 때까지 재워준 걸로 됐지 싶다만-"

 

 

 

 원망이 서려있는 그 눈빛에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눈앞에 펼쳐진 핏빛 두만강, 그 속에 위태롭게 소년을 붙잡고 있던 할아버지.

 죽음을 앞둔 순간 자신보다 그 소년의 목숨을 구하기에 급급했던 내 할아버지의 마음을 잠시나마 헤아려본다.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구한 아이에요."

 "그게 뭐."

 "그 분을 생각해서라도 저 소년을 모른 체할 수는 없어요."

 

 

 

 잘못되기라도 하면,

 헛되게 돌아가신 거예요.

 

 

 

 결국 마음을 돌린 데에는 다른 이유는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 뜻을 기리는 것 외에는.

 어려운 결정을 한 아버지의 등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나름의 위로.

 결국 우리는 그 소년과 함께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남한으로 넘어 가려 가짜 여권을 발급받기 위한 절차를 밟던 도중에서야 소년의 이름을 처음 물었다.

 너 이름.

 

 

 소년은 나를 돌아보며 하얀 얼굴로 대답했다.

 

 

 

 "손영주 입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송루나 입니다.

 공지에도 말씀드리겠지만 탈북 과정에 대한 내용이나 북한 사투리 등등의 대한 것들이

 내용 흐름과 읽히는 문체상 실제와 다소 다르게 서술 되는 것을 알려드려요!

 조금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내용 전개를 위함이니 미리 양해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딥블루민 18-07-02 20:42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찡킴 18-07-02 23:49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뽀롱 18-07-04 01:13
 
* 비밀글 입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구름아밥먹자 18-07-16 08:33
 
* 비밀글 입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소년의 순정> 휴재공지 2018 / 9 / 12 714 0 -
공지 소년의 순정 업로드 날 공지 2018 / 7 / 5 770 1 -
공지 소년의 순정 공지 2018 / 7 / 2 774 1 -
20 소년의 순정 20 (1) 2018 / 9 / 5 476 9 7323   
19 소년의 순정 19 (2) 2018 / 9 / 3 439 8 6081   
18 소년의 순정 18 (2) 2018 / 8 / 29 410 9 4144   
17 소년의 순정 17 (2) 2018 / 8 / 27 403 9 3503   
16 소년의 순정 16 (1) 2018 / 8 / 22 454 9 3472   
15 소년의 순정 15 (2) 2018 / 8 / 20 448 9 4556   
14 소년의 순정 14 (1) 2018 / 8 / 17 438 8 5337   
13 소년의 순정 13 (1) 2018 / 8 / 15 423 10 5104   
12 소년의 순정 12 (1) 2018 / 8 / 13 480 9 4894   
11 소년의 순정 11 (2) 2018 / 8 / 10 434 9 4519   
10 소년의 순정 10 (1) 2018 / 8 / 8 442 10 5505   
9 소년의 순정 09 (3) 2018 / 8 / 2 515 11 4963   
8 소년의 순정 08 (1) 2018 / 7 / 30 428 11 4412   
7 소년의 순정 07 (2) 2018 / 7 / 26 426 10 4423   
6 소년의 순정 06 (2) 2018 / 7 / 21 446 9 3822   
5 소년의 순정 05 (5) 2018 / 7 / 18 449 9 4678   
4 소년의 순정 04 (4) 2018 / 7 / 13 473 9 5339   
3 소년의 순정 03 (3) 2018 / 7 / 11 450 10 4293   
2 소년의 순정 02 (5) 2018 / 7 / 5 533 12 5333   
1 소년의 순정 01 (4) 2018 / 7 / 2 935 15 414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교생
송루나
을의 연애
송루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