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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과 나비와 계수나무
작가 : 재희
작품등록일 : 2017.12.18

동양로맨스판타지/궁중로맨스/회귀남/상처남/후회남/힐링여주/당당여주/적극여주

자비국의 태자 <계>.
상처를 숨기고 무력을 앞세우던 그는 모종의 사건으로 폐위당하고 전쟁터를 전전한다.
향비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화살을 맞는 계.
정신을 차리자 5년 전으로 돌아온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이 시작되기 전 하염과 인연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한 <계>와 자비국에서 살아남으려는 <하염>의 궁중로맨스.

 
0. 또 다시 그날로
작성일 : 17-12-18 02:08     조회 : 453     추천 : 1     분량 : 3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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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달에 계수나무 홀로 자라나, 너를 기다린다.

 복숭아꽃 점점이 피어나니 이 풍경이 어떠하냐.

 나무 아래 금(琴) 뜯으며 기다리고 있겠노라. <영비 作>

 

 

 

 

 0. 또 다시 그날로

 

 행화궁(杏花宮)의 살구꽃이 질 무렵이었다. 향비의 편지를 받은 사내가 살구나무 숲 근처에 나무처럼 서 있었다. 그 뒤에서 바스락거리며 잎 밟는 소리가 났다. 향비였다. 조심스런 걸음걸이 따라 유자향기가 풍겼다.

 

 “왜 불렀소.”

 

 사내의 목소리는 낮고 지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향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마는 희고 입술을 붉었으나 뺨이 움푹 패이고 눈가가 어두웠다. 병색이 완연했다. 몸도 마음도 죽어가는 여자에게 사내는 약간의 동정심을 품었다.

 

 “태자 전하께 부탁이 있습니다.”

 “…….”

 “정이를 부탁드립니다.”

 “제 아버지에게 부탁하지 않고.”

 “……3황자께서도 아십니다. 그 분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제 아들이 아니라고 하나 4년 기른 아들을 버릴까.”

 “글쎄요. 전하라면 어쩌시겠습니까.”

 “…….”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더 이상 태자가 아닌데다가 내일이면 북방으로 출전하니, 부탁은 들어주기 어렵겠소.”

 “전하…….”

 “차라리 이름을 부르시오. 폐위된 몸이오.”

 “……계, 저를 원망하시는 것 압니다.”

 “향비를 왜?”

 “제가 전하의 적이어서.”

 “그대는 처음부터 3황자의 사람이었는걸.”

 

 말문이 막힌 듯, 향비가 사내를 올려다보았다. 그들 사이로 마른 꽃잎이 떨어졌다.

 

 “맞습니다. 제가 이 땅으로 왔을 때부터, 만신창이가 되어 행화궁에 갖혔던 적에도 전하께서는 줄곧 그러하셨지요. 아는 척도 거들떠도 보지 않으셨어요. 3황자의 손을 피해 전하께 달려갔을 때에도요.”

 “…….”

 

 사내는 고개를 돌렸다.

 어쩔 수가 없었다. 향비는 이 나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망가져 있었다. 그때 자신은 국외에 있었고, 자연히 3황자의 보호 아래 놓였다. 향비는 3황자의 사람이 되었다.

 3황자와 대립하던 자신이 향비를 감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록 그녀가 난비의 소생이라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전하를 옥좌에서 내려오게 만들었습니다. 몰랐다느니 그런 핑계는 대지 않겠습니다. 그저 이 모든 것이 제 운명이라 생각하고, 원망하지도 않으려 합니다. 다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던 향비의 얼굴에 굳은 결심이 선다.

 

 “제가 아닌 정이를 가엾게 여기어, 그 아이의 뒤를 봐주세요. 삼촌으로서. 제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내겐 이제 힘이 없는데도?”

 “전하의 냉혹함 뒤 너그러움을 압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그것입니다. 이 황궁에서도 정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도록.”

 “나를 믿나?”

 “……믿을 이가 전하뿐이니까요.”

 

 말하며 웃는다. 처연하다. 그 말대로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산새는 이제 털이 모두 빠져 죽어가고 있었다.

 사내는 생각했다. 마음에 둔 이 때문에 죽임당한 어미와 마음에 둔 이 하나 없이 죽어가는 이 여자 중 누가 더 가여운지를. 그러나 어쩌랴. 세월은 화살처럼 날아갔고 그들의 찬란하던 시절은 모두 지나가 버렸는데.

 

 향비의 흔들림 없는 눈을 보며 사내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계, 정말로…….”

 

 여자의 안도에 사내는, 계는 짐작했다. 다시는 향비를 보지 못하리라고.

 

 한 달이 지나, 먼 서쪽 전장에서 계는 서간을 받는다.

 향비의 부고였다. 계가 심어놓은 이는 향비가 목을 맸더라는 말을 덧붙였다.

 입이 쓰다. 어쩌면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건마는. 미리 말렸어야 했나. 그러나 제 자신이 향비의 무엇이기에? 서로 데면데면하던, 적도 아군도 아닌, 같은 황궁의 피해자가 아니었나.

 

 계는 부고장을 태우고 전장에 나섰다. 그의 머리카락처럼 붉은 말을 타고 달리던 언덕에서, 활이 정면으로 날아왔다. 피할 수 있었는데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느리게 활은 가슴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말 아래로 굴렀다.

 아득한 정신. 희미해진 시선. ‘정이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던 향비의 목소리가 어슴푸레 해지며 계는 눈을 감았다.

 숨이 두어 번 만에 끊어졌다.

 

 

 

 

 적우영(赤羽營:태자 직속군) 본대 수막사에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앞을 서성이던 부관 지관령이 귀를 기울였다.

 ‘잘못 들었나.’

 그러나 이내 또 한 번의 깊은 날숨소리가 들려온다. 지관령이 허리를 바짝 세웠다.

 

 “기침하셨습니까?”

 “…….”

 “각하?”

 

 지관령이 다시 묻는다.

 

 “조식(아침)도 잡수시지 않으셨는데, 뭐라도 대령할까요?”

 

 안에서는 잠시 침묵이 이어지다가,

 

 “……오늘이 무슨 날이냐.”

 

 대답 대신 물음이 던져졌다. 오랫동안 물에 잠긴 듯, 걸쇠에 긁히는 목소리였다. 술에 취한 듯이 비몽사몽 들뜬 것처럼도 들렸다. 잠이 덜 깨셨나 생각하며 지관령이 대답했다.

 

 “엊그제 춘분이 지났습니다만?”

 “…….”

 

 말이 없다. 이부자리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없고 숨소리도 없다. 지관령이 잠시 긴장했다. 저 천막 안에 제 주인이 맞는 건가. 무슨 일이라도 있나.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뛰어들고 싶지만 지관령은 좀 더 기다리기로 했다.

 

 “라호국 3부대와 한바탕 하고 어제 장춘에 들어섰잖습니까.”

 “…….”

 “각하, 괜찮으십니까?”

 “향비는?”

 “향비라니요?”

 "……아니다. 지금 장춘……이구나. 5년 전…….”

 

 거의 들리지도 않는 소리였다. 이상했다. 그의 상관이자 적우영의 원수(元帥:대장)는 이런 걸 묻는 이가 아니었다. 아니, 그가 이토록 깊이 잠 든 것도 드문 일이었다. 언제나 가장 먼저 깨서 가장 먼저 잠들곤 했다.

 원수는 잠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지관령이 막사 앞에서 서성거렸던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원래는 더 전에 조식을 들이곤 했던 것이다.

 

 “저……, 뭐라도 드시겠습니까?”

 

 대답은 잠시 후 막사 입구가 걷히며 들려왔다.

 

 “채비한다.”

 “네?”

 

 걷힌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적우영 원수. 경갑옷을 다 챙겨 입지도 않고 끈을 이빨로 잡아당기며 명령한다.

 

 “지금 당장, 저강 쪽으로 이동한다.”

 “저강이요? 그러면 돌아가는데요.”

 “준비시켜라.”

 “명 받들겠습니다!”

 

 급한 건 다 끝났으니 쉬라 명령한 게 바로 어젯밤이었다. 지관령은 어리둥절하였으나 두 번 묻지 않고 병사들에게 달려 나갔다.

 지관령이 자리를 정리시키는 동안, 보초병이 대신 원수의 경갑옷 끈을 잡아당겨 주었다. 끈을 묶고 관을 세운다. 손이 가슴께에 닿는 순간 그가 몸을 슬쩍 피한다.

 

 “각하?”

 “……아니다.”

 

 잠에서 깨자마자 가슴부터 확인했다. 화살 맞은 상처 따윈 없었다. 고통은 실제처럼 생생하게 남아있는데도. 그렇다면 그간의 시간들은 무엇이었을까. 새벽의 연기처럼 한순간에 사라진 5년은…….

 

 원수는 가슴께를 손으로 쓸어내린다. 그것이 단지 긴 꿈이든 상상이든 실제였든 그는 지금 이곳에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알겠지.’

 생각에 잠긴 사이 보초병이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제 막 해가 뜨는 새벽녘. 여전히 하늘은 어둑했고, 그 앞에 원수의 붉은 갑옷과 머리카락과 관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보였다.

 원수가 말 위에 올라타기까지, 적우영 병사들도 어느새 짐을 꾸리고 열을 맞추어 섰다.

 

 “출발한다!”

 

 대답은 묵묵히. 영문을 모르는 상관의 명령에도 적우영의 눈빛은 흐트러지는 일이 없다.

 오히려 명령을 내리는 이의 표정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확신 없는 지휘에도 원수의 목소리만은 번듯하여, 적우영 병사들은 영문도 모르고 언덕을 내려갔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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